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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122화 (122/500)

第二十五章 혈마(血魔) 유인(誘引) (2)

살기! 역천금령공이 일으키는 살기!

이 부분에 대해서 정말 많이 생각했다. 혈마가 되느냐, 아니면 현 상태에서 머무느냐 하는 중대한 갈림길이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살기가 일어나면 어떻게 억제할 수 있을까?

나가는 힘이 있으면 반대로 당기는 힘이 있으면 된다.

역천금령공이 일으키는 살기만큼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으면 살기를 주저앉힐 수 있다.

그러면 역천금령공을 끌어내릴 수 있는 반대 힘은 무엇일까?

없다!

살기라는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에서 반대의 힘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다.

살기는 일어나면 끝이다.

그런데 호발귀는 무심무실공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

살기가 일어나는 순간 무심무실공을 같이 일으킨다.

무심이 무엇인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살기란 무엇인가? 죽이려는 마음이다. 죽이려는 마음이 일어날 때, 마음 자체를 없애버린다. 반대의 힘이다.

무심은 마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리는 것이고, 살기는 마음이 일으키는 여러 가지 작용 중에 오직 한 가지 작용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둘의 특성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면 역천금령공이 일어날 때, 무심무실공을 같이 펼치면 어떨까? 그게 가능할까? 절대 가능하지 않다는 게 지금까지의 판단이다.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불가능했다.

역천금령공은 생기에 바탕을 둔다. 아주 강력한 힘이다.

무심무실공의 바탕은 무엇인가? 단전이다. 진기다. 인간이 만들어낸 힘이다

상대가 될 수 없다.

‘됐어. 이제 생각은 집어치우고.’

이미 살기가 일어났다. 예전에 생각했던 것 중 하나를 지금 당장 시행해야 한다.

호발귀는 도천패의 명문혈에서 손을 떼고 물러섰다.

“형수.”

“아! 끝났어?”

당홍이 당장 달려왔다.

“그만!”

호발귀가 소리를 빽 질렀다.

당홍이 급히 달려오다가 우뚝 멈춰 섰다.

호발귀가 냉랭한 음성으로 말했다.

“보위는 괜찮아. 보위를 데리고 지금 바로 떠나.”

“뭐라고? 왜 이래? 무섭게.”

“일단 호숫가로 가고, 가능하면 배를 타고 떠나. 내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어.”

호발귀 상태가 심상치 않다.

음성이 이미 그의 음성이 아니다. 뭔가 낯선 타인의 기운이 느껴진다.

“홀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나?”

“아직은.”

“깨어나려면 얼마나 걸릴까?”

“대략 반다경에서 반 각?”

“후후! 그러면 내 손에 죽겠군. 홀리도 같이 데리고 떠나. 날 죽여 달랐더니 필요할 때는 혼절해 있군. 후후후! 시간 오래 못 주니까 지금 당장 떠나. 책사, 너도 떠나.”

“아니, 그럴 수 없어.”

등여산이 차분하게 말했다.

“넌 전에도 날 살려줬잖아. 이번에도……”

“알잖아. 내 눈 뒤집히면 사람 알아보지 못해.”

“내가 알아서 할게.”

“후후후! 후후후후! 알아서 한다. 무책임한 말. 뭘 알아서 해. 네까짓 것이. 정 알아서 하겠다면 죽여주고. 어떻게 죽여줄까? 흐흐흐! 크하하하!”

호발귀의 음성 속에서 짙은 살기가 스며 나왔다. 소름이 오싹 끼치는 살기다.

“가라. 여자 둘이 사내 둘에 계집 하나를 데리고 가야 하네? 더군다나 한 명은 곰이군. 잘 들고들 가봐. 곧 쫓아갈 테니까. 크크크! 가! 가! 가! 가!”

호발귀가 소리를 빽 질렀다.

혈마와 호발귀가 왔다 갔다 한다.

혈마가 나왔다가 호발귀가 나온다.

이미 호발귀의 인성이 사라지는 중이다. 전혀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냉담하게 말하고 있다.

“가야겠어.”

당홍이 등여산을 재촉했다.

그녀는 독의다. 호발귀 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제 곧 인성이 사라질 것을 예감한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일이 오늘 이 자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등여산은 당홍이 하는 말도 듣지 않았다. 아련한 눈으로 호발귀만 쳐다보고 있다.

당홍은 도천패를 등여산에게 떠맡겼다.

“이 사람을 데리고 와. 난 저 둘을 데리고 갈게.”

당홍은 말이 끝나자마자 홀리와 해자수를 양손에 낚아채서 신형을 쏘아냈다.

쒜에에엑!

그녀가 호숫가를 향해 치달렸다.

도천패를 그녀가 데려갈 경우, 등여산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홀리와 해자수는 등여산의 연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책사가 그런 생각을 할 리 없지만, 막다른 궁지에 몰리면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러 도천패를 맡겼다.

도천패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무겁다. 홀리와 해자수를 합친 것보다 더 무겁다.

무인이 아니면, 진기가 없으면 결코 들어 올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등여산은 전력을 다해서 끌어내야 할 것이다.

“가.”

호발귀가 차분하게 말했다.

“갈게. 한 가지, 약속해줘. 혈마가 되지 않겠다고.”

“최대한…… 약속하지.”

등여산을 호발귀를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사람들이 말할 때는 안 믿었는데,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홀리가 옆에 있지만 양보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더는 숨기지 않으려고. 다시 만나면 대답해줘. 네 대답, 꼭 듣고 싶어.”

“가!”

등여산은 가라고 말하는 냉담한 소리조차도 자신의 안위를 보살피려는 안간힘으로 들렸다.

사실이 그렇다. 호발귀는 지금 죽을힘을 다해서 살기를 누르고 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살기를 억눌러서 등여산이 피할 시간을 마련해 준다.

빨리 가야 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발귀를 도와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호발귀의 눈을 보면 지금 뭔가 하려는 것 같지 않은가.

“갈게. 꼭 대답해줘.”

등여산은 도천패를 양손으로 움켜잡고 힘껏 도약했다.

등여산이 굼벵이처럼 느리게 뛰어간다. 도천패가 무겁기는 무거운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곳이 되었다.

호발귀는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는 살기를 억눌렀다. 살기가 거세게 피어나는 것을 ‘안 돼! 안 돼!’하면서 참았다.

지금부터는 참지 않는다.

살기가 일어나면 마음껏 일어나도록 내버려 둔다.

이 섬에 누가 있나? 아무것도 없다. 죽일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람은커녕 살아있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죽음의 땅이다. 독무가 싹 쓸어버렸다.

최대 반 시진이 지나면 홀리가 깨어날 것이다.

그녀는 살인귀로 변한 혈마를 보게 될 것이고, 약속을 지킬까? 아니면 조정할까? 혈마를 조정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녀는 어떤 방법으로 살인귀를 조종하려는 것일까. 너무 궁금하다.

“자. 이제 됐어. 마음대로 해!”

호발귀를 살기를 탁 풀어놨다.

죽이고 싶다!

살을 찢고 싶고, 피를 보고 싶다.

아니, 생명이 소멸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누군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살기가 거칠게 피어난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당장 죽였을 것이다. 아니다. 누군가가 있다.

호발귀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단숨에 호숫가를 향해 치달렸다.

아직 두 여자가 위도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빨리 쫓아가면 잡을 수 있다.

‘혼절해 있는 것 중 하나라도 놔둬!’

누가 됐든 최소한 한 명은 죽일 수 있다.

호발귀는 단숨에 호숫가에 도착했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스으으읏!

배 한 척이 미끄러지듯 위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크크크! 안 돼! 기다려! 기다려! 크크크! 할 말 있어! 이리 와! 이리 오라니까!”

호발귀는 떠나가는 배를 향해 손짓했다.

당홍은 귀문 문도가 남겨놓고 간 배를 찾아냈다. 그리고 모두 배에 올라탔다.

그녀는 호발귀가 달려오는 것을 봤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정말로 미친 듯이 달려온다.

“빨리!”

당홍은 혼절한 사람들을 배에 태우자마자 노에 진기를 주입해서 힘차게 밀었다.

끼이익! 끼익! 끼이익!

“빨리! 빨리!”

등여산도 노를 저었다.

눈은 계속 호발귀를 쳐다보면서 노를 젓는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호발귀에게 다가가고 싶다. 하지만 살기를 북돋을 뿐이다. 지금은 호발귀를 죽음의 땅에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살기가 치밀어도 죽일 사람이 없지 않나.

배는 점점 위도에서 멀어졌다.

호발귀는 성질난다는 한 발 들어서 힘껏 땅을 짓밟았다.

쿵! 쿵! 쿵!

땅에 화풀이하는 소리가 배에 탄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졌다.

호발귀는 땅을 밟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검을 뽑아서 사방으로 휘둘러 냈다. 나무가 잘려 나갔다. 바위가 부서졌다. 성난 멧돼지처럼 거칠게 씩씩댄다.

그래도 살기가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호발귀의 모습을 보면 쥐라도 넣어주고 싶다. 아무거라도 죽이고 화를 풀라고.

그토록 처절하게 몸부림친다.

“아아아아악!”

호발귀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하늘이 떠나가라, 온 세상이 터져나가라 고함쳤다.

“기어이……”

당홍이 중얼거렸다.

혈마가 되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드디어 혈마가 되어 버렸다.

홀리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고 있다. 해자수도, 도천패도 아직 혼절 중이다.

도천패는 기적처럼 깔끔해졌다.

아무리 진맥을 해봐도 말이 안 될 정도로 깨끗하게 독기가 가셨다. 뼈에 침습한 독기마저 말끔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맥이 훨씬 강하게 뛴다. 피도 좀 순해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도천패의 내공이 훨씬 정순해졌다.

전화위복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바로 저것이다. 위도에 혈마가, 살인 괴물이 갇혀 있다.

그런데도 등여산은 매우 침착했다. 전혀 동요하지 않는 눈으로 위도를 쳐다봤다.

당홍이 중얼거렸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일단 홀리가 깨어나야 무슨 대책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 거야. 마음이 급해도 조금 기다리자고.”

등여산을 위로하자고 한 말이다.

“부탁이 있어요.”

등여산이 차분하게 말했다.

“말해봐.”

“홀리가 깨어나면 딱 한 시진만 비밀로 해줘요.”

“뭐라고?”

“우리 호수를 건너갔다 와요. 그러면 한 시진쯤 지나갈 거예요. 그때쯤이면 혈마가 됐는지 아니면 살기를 이겨내고 호발귀로 돌아왔는지 알 수 있겠죠?”

“지금 혈마가 됐잖아? 저 모습을 보고도 몰라? 이젠 예전의 호발귀로 돌아올 수 없어.”

“전 믿어요, 저 사람, 제게 약속했어요.”

“뭐야?”

“틀림없이 벗어날 거예요. 약속했어요.”

당홍은 등여산을 쳐다봤다.

이 어처구니없는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이 여자, 호발귀를 완벽하게 믿고 있지 않나. 호발귀가 혈마가 돼서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보고도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단순한 희망이 아니다. 이 여자는 진심으로 믿고 있다.

“그래. 호수를 건너갔다 와.”

그 말을 한 사람은 홀리다.

홀리가 깨어났다. 그리고 등여산이 하는 말을 들었다.

홀리는 아직도 뱃전에 누워있다. 하늘을 쳐다보면서 힘을 축 늘어트리고 누워있다.

그녀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싸움, 재미있어지네. 못난 사내 하나 두고 잘난 여자 둘이 싸우고 있네. 누가 이길지 궁금해지는데? 그런데 이 싸움 내가 좀 유리한 것 같아. 책사, 너는 호발귀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나는 정상으로 돌아와도 좋고 혈마가 돼도 좋아. 어떤 상황이 돼도 나는 옆에 있을 수 있는데, 넌 정상일 때만 옆에 있을 수 있어. 언니. 호수를 건너갔다가 와요. 이번엔 책사 말을 들어주죠.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당홍은 등여산과 홀리를 쳐다봤다.

왠지 두 여자의 맹렬한 기 싸움에 자신이 휘말렸던 느낌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두 여자 모두 호발귀에게서 한 걸음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다.

“알았어. 그럴게. 그런데…… 왜 나만 노를 젓는 거야! 빨리 일어나서 노 젓지 못해!”

당홍이 소리 지르면서 노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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