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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120화 (120/500)

第二十四章 독무(毒霧) (5)

독화를 심어놓은 밀실에 이상이 생겼다. 꽃들이 시들시들해지고, 어떤 꽃은 꽃잎이 떨어져서 보기 흉했다.

그 후, 화원에 있던 자들이 일시에 절명했다.

중독사다.

화원에서 일하는 자들은 절독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다. 독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화원을 들락거릴 때마다 피독단까지 복용했다.

독에 상당히 강한 체질들인데, 한순간에 모두 쓰러졌다.

누군지 모르지만, 이호독진을 파훼했다.

진법 대가이거나 독공 대가가 왔다. 진법 전문가라면 척살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독공 대가라면 독과 싸워야 한다. 상당한 희생이 예상된다.

어쩌면 귀문 문도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

삼수창은 그런 희생을 감수할 생각이 티끌만큼도 없었다.

위도는 장소일 뿐이다. 위도 따위가 어떻게 귀문 문도와 맞바꿀 수 있나.

즉시 명령을 내렸다.

“모두 빠져나가라! 나가서 섬을 봉쇄해!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검은 독무가 밀려오는 순간, 삼수창은 어찌 된 영문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기어이!’

화원이 붕괴하였다.

압축되던 독무가 터지면서 섬 전체를 독으로 휘감고 있다.

창을 조금만 더 내지르면 홀리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뗐다.

머뭇거리면 독무에 휘말린다.

그리고 저 독무는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아주 지독한 악독이다. 그 사실은 화원을 일군 삼수창이 가장 잘 안다. 화원에서 죽은 자들이 삽시간에 부패하는 것을 똑똑히 봤다.

삼수창은 즉시 몸을 빼냈다.

해자수가 쓰러진다. 도천패가 독무에 휘말려 무릎을 꿇었다. 그러다가 풀썩 쓰러졌다.

홀리는 독무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멍청하게 서 있기만 한다. 화살보다도 빨리 다가온 독무에 휩쓸리면서도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홀리가 쓰러졌다.

삼수창은 전력으로 몸을 빼면서도 뒤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목격했다.

호발귀? 물론 죽는다.

그가 어떻게 이호독진을 파훼했는지 모르겠지만, 화원에 압축된 독기가 일시에 쏟아져 나가면 염라대왕도 견디지 못한다. 벌레처럼 발버둥 치지도 못하고 그냥 무너진다.

쉬이이잇!

삼수창은 호숫가에 대기하고 있던 배에 올랐다.

“빨리!”

삼수창은 될 수 있는 대로 독무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독무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독무가 가져올 피해도 예상한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죽을 것이다.

스으읏! 철썩! 스윽! 철썩!

문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노를 저었다.

“모두 백육십칠 명입니다.”

희생자에 대한 보고가 들어왔다.

“독무에 당한 문도가 여든여섯, 전사가 여든한 명입니다.”

“음!”

삼수창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을 섬에 잡아놓기 위해서 포위망을 유지했다.

좌측으로 백 명, 우측으로 백 명을 보냈는데 그중 서른세 명만 살아남아서 배를 탔다.

위도를 넘긴 것은 큰 손해지만 문도는 많이 잃지 않았다.

“제일살은 무사하지?”

“네.”

“그럼 됐다.”

삼수창은 호수에 떠 있는 다른 배들을 쳐다봤다.

저 속에 올해 지옥대장정을 치를 백 명이 타고 있다. 저들 중 아흔아홉 명이 죽고 한 명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귀무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이제 다음 장소에서 내년에 치를 문도를 양성해야 한다.

앞으로 몇 년은 문제없지만, 그 후는 힘들 것 같다. 위도에서 이백 명 가까이 잃은 게 타격이 크다.

“빠져나간다!”

삼수창이 명령했다.

이제 귀문 제사문은 위도를 버리고 예비장소인 축령산(縮靈山)으로 간다.

* * *

검은 독무가 뭉클뭉클 피어났다.

“아!”

호발귀는 탄식했다.

방금 인간이 건드릴 수 없는 대자연의 분노를 봤다. 이것은 인간이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아무리 뱃길을 잘 아는 사람도, 배를 잘 다루는 선장도 하늘처럼 치솟는 풍랑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최대한 발버둥을 치겠지만 침몰을 면치 못한다.

지금 그런 재앙을 만났다.

독섬칠공을 수련할 때만 해도 독무가 터지면 기꺼이 흡수하겠다고 생각했다.

어림도 없는 수작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다.

독무가 적이라면 아마도 배꼽을 잡고 깔깔거렸을 것이다.

독섬칠공으로는 독무의 털끝도 흡수하지 못한다.

“가!”

당홍이 소리쳤다.

호발귀는 즉시 독섬칠공을 펼쳤다.

독섬칠공 중 삼법(三法) 이(二) 차독법(借毒法)을 펼쳤다.

당홍은 삼법 일 이독법(理毒法)을 쓰라고 했지만, 이독법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호발귀의 독단적인 판단이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독무를 이용하지 못한다.

이쪽으로 끌어당겨서 저쪽으로 밀어내는 차력(借力)을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슈웃! 텅! 슈우우웃! 터엉!

양손으로 원을 그리면서 차독법을 썼다.

그러자 호발귀 주위로 방원 일장 정도 안전 공간이 생겼다.

그곳은 독무도 침범하지 못한다. 뜨겁고 독한 독기를 마실 필요가 없다.

당홍도 차독법을 안다. 하지만 그녀는 펼쳐내지 못한다. 그녀도 차독법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거대한 독무 앞에서는 한 줌 티끌처럼 무력했다.

스읏! 척!

당홍도 차독법을 싸봤지만, 역시 독무가 꿈쩍하지 않는다.

호발귀와 당홍은 내력 차이가 두 배 이상 벌어진다.

당홍도 무척 강한 편인데, 호발귀의 내력이 비정상적으로 급신장하고 있다.

“갈 수 있겠어?”

당홍이 말했다.

이것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독무는 한순간에 위도 전체를 휩쓸어버릴 것이다.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 두 사람은 안전할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

“가죠!”

호발귀가 소리쳤다.

두 손으로는 차독법을 사용하고, 두 발로는 은허신법을 밟는다.

쒜에에엑!

두 사람은 비호처럼 질주했다.

‘등여산!’

호발귀는 등여산을 봤다.

등여산은 막 운공을 마치고 일어서는 중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몰려오는 독무를 넋을 잃은 채 쳐다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와!”

당홍이 소리쳤다.

등여산이 무슨 말인지 즉각 알아채고 재빨리 안전 공간 속으로 들어섰다.

“무사했네?”

등여산이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할 틈이 없다. 빨리 달려가야 한다. 벌서 독무가 등 뒤까지 달려들었다.

“괜찮아?”

당홍이 염려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호발귀의 이마에 굵은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화살을 세 대나 맞았고, 거기에 쉴 새 없이 진기를 쏟아붓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진기를 쏟아내면 찰나만 안전이 유지된다. 그런 후에는 또 쏟아내야 한다.

“후욱! 가요!”

호발귀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

당홍이 탄식했다.

자신들도 빨리 달리고 있는데, 독무가 한결 더 빨랐다. 어느새 그들을 뒤덮었다. 아니,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곧 독무가 호숫가에 남겨진 사람들을 덮칠 것이다.

“후욱! 훅!”

호발귀가 거친 숨을 쏟아냈다.

앞으로 치달려야 하고 차독법도 펼쳐야 한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려니 자연히 속도가 떨어진다.

그나마 당홍이 독섬칠공을 배우라고 다그친 덕에 이나마도 할 수 있다. 만약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쉬었다면 호발귀조차도 독무에 휘감겼을 것이다.

독망? 필요 없다. 지금 몰아친 독무는 소료혈 독망 같은 것은 여지없이 찢어버린다.

“저 사람! 해자수야!”

등여산이 소리쳤다.

맞다. 해자수가 쓰러져 있다.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쥐고 쓰러진 것을 보면 중독된 게 틀림없다.

“이이익!”

호발귀는 사력을 다해 질주했다.

평소에는 달리는 것에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한스러울 정도로 느리다.

당홍이 재빨리 해자수를 낚아챘다.

“빨리!”

이번에는 당홍이 다그쳤다.

앞에 거대한 거구가 쓰러져 있다. 독무 사이로 봐도 우뚝 꽂아놓은 대도가 보인다.

도천패가 쓰러져 있다.

쉬이이이익! 쒸이익!

호발귀는 진기를 과다하게 쏟아낸 탓에 역혈(易血) 반응까지 느꼈다. 하지만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차독법도 더 맹렬하게 펼쳤다. 방원 일장에 불과한 안전 공간을 최대한 넓히려고 노력했다.

진기를 뻗어내서 독무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즉시 옆으로 밀어낸다. 그러면 공간이 생긴다. 그 속에 다시 진기를 쏟아 넣어서 다른 독무가 밀려들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 공간이 안전 공간이다.

차독법은 말은 쉽지만 그야말로 진기를 양동이로 쏟아부어야 하는 처참한 절학이다.

슈우우웃!

호발귀는 안간힘을 다한 끝에 도천패를 안전 공간 속으로 끌어들였다.

당홍이 즉시 도천패와 해자수의 완맥을 움켜잡았다.

“위독! 위독!”

두 명 다 위독하다.

하지만 이 순간, 호발귀는 또 한 사람을 찾아냈다.

홀리가 삼 장쯤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다. 도천패가 위독하다면 홀리도 위독하다.

위독하다는 말이 무엇인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이다.

“음!”

호발귀는 침음했다.

도천패는 체구가 워낙 커서 데리고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고 차독법을 홀리가 있는 곳까지 넓히지도 못한다. 홀리를 구하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남겨두고 달려가야 한다.

홀리에게 가면 도천패와 해자수가 위험하다. 당홍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남아 있으면 홀리는 죽는다. 도천패가 위험한 지경이라면 홀리도 매우 위태롭다.

양자택일의 순간이다. 그때!

“이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등여산이 즉시 허리띠를 풀었다.

그녀의 허리띠는 매우 얇은 천으로 만들어져다.

보통 여인들의 채대는 길어야 반 장 정도다. 한데 등여산의 채대는 길이가 무려 오장이나 된다.

쉬잇! 쉬잇! 쉬이이잇!

등여산이 채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끝 부분만 움직였다. 하지만 곧 일장 정도, 이 장, 삼 장……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졌다.

쉬이이잇!

움직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채대가 허공을 들렸다. 그리고 사방으로 독무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등여산은 채대를 계속 움직이다가 홀리를 향해 슈웃 던졌다.

채대는 정확히 홀리를 가격했다. 아니, 몸 위를 채찍처럼 때린다 싶더니 이내 둘둘 휘감아버렸다.

쉬잇!

그녀가 채대를 잡아당기자 홀리가 바짝 당겨왔다.

굉장한 채대술이다. 운용이 미숙한 것을 보면 정심하게 수련하지 않은 듯하다. 아마도 태산파가 금나술에 정통하기 때문에 채대술도 연구되지 않았을까 싶다.

“치료해!”

등여산은 안전 공간 속으로 끌려온 홀리를 즉시 호발귀에게 주었다.

하지만 홀리는 호발귀에게 건네지지 않았다. 중간에서 당홍이 가로챘다.

“책사는 바보네. 지금 책사 애인은 아무것도 못 해. 독무를 쳐내는 게 안 보여? 손을 전혀 쓸 수 없다고. 와서 좀 도와줘. 한 사람만 맡아. 내가 누르는 혈을 그대로 눌러.”

그녀는 급히 세 사람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입에 단환을 물리고, 독섬칠공을 일으켜서 흡수된 독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혈을 눌러서 독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당홍은 홀리와 해자수의 혈을 눌렀다. 지아비라는 도천패는 등여산에게 맡겼다.

그녀는 애써서 도천패에게 눈을 돌렸다.

꾸욱! 꾹!

당홍이 혈을 눌렀다.

등여산이 옆에서 보고 있다가 즉시 같은 혈을 같은 깊이와 세기로 눌렀다.

시간이 답답하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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