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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117화 (117/500)

第二十四章 독무(毒霧) (2)

어느 한순간, 당홍은 굉장한 독기를 느꼈다.

독기가 폐로 스며들어서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일으킨다. 가슴을 부둥켜안고 털썩 주저앉고 싶다.

그녀가 이런데 등여산은 어떨까?

하지만 등여산은 전혀 독기를 의식하지 못한 듯 앞으로 질주하고 있다.

“잠깐!”

그녀가 등여산을 잡아챘다.

“책사는 여기 있어. 이호독진은 깨졌지만, 독기는 여전해. 난 아직도 이 독이 뭔지 알아내지 못했고, 굉장히 위험해. 여기 있어. 내가 다녀올게.”

“언니는 괜찮겠어요?”

“이호독진으로 응축된 독은 나도 감당하지 못해. 하지만 이 독은 많이 흩어졌어. 이 정도 독이라면 감당할 수 있어. 그러니 여기서 기다려.”

당홍은 만일을 위해서 피독단을 건네주었다.

“천살단에도 좋은 피독단이 있겠지만, 내 것만은 못할 거야. 받아.”

“고마워요.”

등여산이 피독단을 받았다.

“중독 현상이 일어나면 두말 말고 물러서. 중독은 일단 현장을 피하는 게 최선이야.”

“알았어요. 그럴게요. 참 만약에 안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알죠?”

“호호! 내게 싸움을 걸어오는 놈은 모두 죽어.”

당홍이 등여산을 안심시키고 신형을 쏘아냈다.

쒸이이익!

당홍이 한순간에 숲속으로 사라졌다.

등여산은 당홍이 사라지자마자 즉시 피독단을 복용했다.

그러잖아도 머리가 핑 돌던 중이다. 독기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다. 하지만 자신이 멈추면 당홍도 멈출 것 같아서 이를 악물고 참았다.

하지만 이제는 역부족이다. 더는 참을 수가 없다.

“후우우!”

등여산은 긴 숨을 뿜어내며 운기를 시작했다.

체내에 침투한 독기를 몰아내야 한다. 적진 한복판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누구와도 싸우지 못한다.

쒜에에에엑!

당홍은 한달음에 위도를 가로질렀다.

이호독진이 깨진 숲길은 매우 아늑하고 평온하다.

독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직도 한밤중이라서 숲 전체가 짙은 어둠에 휘감겨 있지만, 달빛과 별빛이 환하게 스며들어서 사위를 분간하는 데는 어렵지 않다.

이런 길이라면 백 번이라도 갈 수 있다.

“하아!”

당홍은 숲을 들어갈수록 기가 질렸다.

군데군데 백발연시포가 보인다.

이미 발사된 것도 있고, 아직 사용되지 않아서 화살을 걸고 있는 것도 보인다.

호발귀가 이 길을 뚫고 지나갔다.

‘정말 위험할 수도 있겠어.’

당홍은 백발연시포를 보자 한시도 머뭇거리지 못했다. 바로 진기를 끌어올려서 전력을 다해 치달렸다.

“아!”

당홍은 호발귀를 만났다.

등여산이 말한 대로 호발귀는 피투성이다.

무엇보다도 주위에 펼쳐져 있는 오십여 대의 백발연시포를 보고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굳이 백발연시포를 볼 필요도 없었다.

무려 오천여 대의 화살이 주변을 휩쓸었다. 나무란 나무에는 전부 화살이 박혀 있다. 땅도 무사하지 못했다. 마른 땅에 갈대밭이 피어났다.

화살이 박힌 땅은 진의 중심이 아니다.

진의 중심을 향해 쏘아져야 할 화살들이 모두 외곽에 박혀 있다.

호발귀가 이 화살들을 유인해 냈다.

당홍은 화살이 나는 장면을 상상하자 소름이 오싹 끼쳐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화살이 호발귀에게 집중되지 않았지만, 이 많은 화살이 좌우로 오갔을 것 아닌가. 어떻게 되었든 화살 오천 대가 몸 주위로 날아다녔을 것 아닌가.

“이걸 견딘 거야?”

당홍은 호발귀가 대견했다.

호발귀 같은 절정 무인에게 대견하다는 말이 타당할지 모르지만 매우 자랑스러웠다.

“진이 부서졌죠?”

호발귀가 웃으면서 말했다.

“상처는?”

“치료했습니다. 괜찮아요. 조금만 쉬면 멀쩡해질 겁니다.”

호발귀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렇지 않다. 일단 출혈이 심했다. 다행히 지금은 출혈을 잡은 상태이지만, 안색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쉬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쉴 수가 없다.

이제 독진을 무너트렸다. 귀문을 무너트린 게 아니다. 사교두 삼수창을 상대할 사람은 호발귀밖에 없다. 그러니 푹 쉬라는 말도 하지 못한다.

당홍이 말을 돌렸다.

“여기가 독진 중심이야? 뭐야 이건?”

당홍이 독무가 뭉실뭉실 피어나는 곳을 쳐다봤다.

호발귀가 잘라낸 연통에서 정리되지 않은 생독이 흘러나오고 있다. 독무가 아니고 독가루가 퍼져 나온다. 연기처럼 솟구치는 것이 아니라 둥실 떠오른다.

매우 자연스러운 산포 현상이다.

“독물이 아니고 독가루였어요. 이 밑에 독화가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호발귀가 말했다.

“예상은 했어. 도저히 무슨 독인지 알아낼 수 없더라고.”

당홍이 품에서 독단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으깼다. 그리고 독분을 독가루가 올라오는 연통 위에 뿌렸다.

“이게 당분간은 산포를 막아줄 거야. 그러면 독가루가 지하에 퍼질 거야. 독화를 기르는 화원이 밀폐된 곳이라면 독망이 형성될 거고, 그렇지 않으면 지하 전체가 독분으로 오염될 거야. 아마도 독망이 형성될 것 같아.”

“대략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호발귀는 당홍이 하는 말을 대뜸 알아들었다.

독망이 형성되면 독분은 가장 약한 곳을 뚫고 나온다. 바로 이곳, 연통이 뚫린 곳이다. 현재는 독기로 독기를 막고 있지만, 독망까지 형성되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뚫린다.

“대략 반 시진?”

“후후! 그럼 반 시진은 쉴 수 있겠군요.”

“쉴 수 없을걸?”

당홍이 묘한 웃음을 흘렸다.

“누가 같이 왔군요. 혹시?”

“맞아. 책사가 같이 왔고, 중독된 것 같아. 중간에 남겨졌는데, 빨리 가봐야 해.”

“으흠!”

호발귀가 몸을 일으켰다.

역시 등여산이라는 말 한마디가 다른 말 백 마디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지하에 독망이 형성되고, 독무가 일시에 터지면 숲도 잠시 독기에 휘감긴다. 그 독은 곧 삼호 전체로 퍼져서 허공에 흩어지겠지만, 아주 잠깐은 독무가 일어난다.

등여산이 위험에 빠진다.

당홍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독기로 연통을 틀어막았다.

독망이 형성되고, 독기를 일시에 터트려야만 지하에 형성된 화원이 폭발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꽃을 캐내야 하는데, 위험도 크고 시간도 없다. 지금처럼 폭발시킬 방법이 있을 때 폭발시키는 것이 낫다.

“잘 일어났어.”

당홍은 부축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뭘 해야 합니까? 전 삼수창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책사 말을 빌리면 삼수창은 이쪽으로 안 나타나. 호숫가로 나타날 거야. 보위나 홀리가 제일 먼저 상대하게 될 텐데, 결과가 어떻게 될까?”

“가봐야겠군요.”

“아직은 시간이 있어. 우선 독섬칠공을 제대로 배워야겠다. 내가 시연해 줄 테니까 세 번만 따라 하자.”

“무공을 배우는 것은 나중에 해도……”

“안 돼. 지금 여기서 해야 해. 날 따라 하다 보면 왜 하라고 했는지 알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배워보겠습니다.”

호발귀가 말했다.

두 사람에게는 많은 시간이 없다. 기껏해야 반 시진 남짓 남았다. 지하 독망이 터질 때까지 남은 시간이 반 시진이니, 연공을 한다고 해도 반 시진 뿐이다.

많은 시간이 아니다.

사실 반 시진 동안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특히 독섬칠공처럼 난해하기 짝이 없는 공부는 결코 반 시진 만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독섬칠공을 정식으로 배우는 이상, 너도 독궐[毒钁] 십육 대 문도야. 넌 내게서 배우니까 내 제자가 되어야 하는데, 심공은 할머니에게 배웠잖아. 그럼 내 윗대가 되고. 복잡하지? 그러니 다 퉁치고 나와 동문으로 해. 넌 이제 내 사제야. 알았어? 사제.”

“하하! 알았습니다. 사저,”

호발귀가 웃었다.

“독궐의 궐은 쟁기라는 뜻이야. 대부분 ‘곽’ 자로 쓰는데 우리는 ‘궐’ 자로 써. 어떤 수준, 어떤 위치가 되더라도 항시 쟁기를 들고 독밭을 가꾸라는 뜻이야.”

항시 초심을 잃지 마라.

사람을 살린 적이 없는 독의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럴듯하기는 하다.

“사제 따라서 해.”

당홍이 독섬칠공을 운기했다.

지금처럼 할 일이 많을 때 굳이 독섬칠공을 전수하려는 것은 모두 꽃밭 폭발 때문이다. 꽃밭이 폭발하면서 던져내는 독무는 상상 이상으로 지독하다.

그 독기가 바로 이곳 두 연통을 통해서 쏟아져 나온다.

숲 전체를 오염시키고, 등여산을 쓰러트리고, 자칫하면 호숫가에서 한창 싸우고 있는 사람들까지 무너트릴 수 있다.

그러면 독무를 흡수하는 일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는데, 그 일을 해내려면 독섬칠공을 극성으로 수련한 독인이 필요하다.

그런 점 때문에 당홍이 이렇듯 수련을 재촉하는 것이다.

사실 호발귀는 독섬칠공을 수련하지 않았다. 단지 물려받았을 뿐 특별히 연마한 것은 없다.

역천금령공을 움직이면 독섬칠공도 따라서 움직인다. 그것이 고작이다. 그 정도만으로도 피독 역할은 충분히 해줬고, 호발귀는 아주 만족했다.

독섬칠공을 본격적으로 수련한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혈마 무공이라는 가공할 무공이 있다. 혈마 무공이 못 해주는 부분은 원충노인의 팔십일수가 보완해준다.

이거면 충분했다.

“독섬칠공 삼기(三氣) 일(一) 전물기(傳物氣)!”

당홍이 선창하며 운기한 진기를 장심에 모았다. 그리고 느리게 움직였다.

그녀의 신형이 둥실 떠올렸더니 아름다운 호선을 그린다.

호발귀는 당홍을 따라서 움직였다.

당홍은 예전에도 독섬칠공을 말해준 적이 있다. 그때는 도천패와 함께 들었는데, 광독풍파의 진공을 이어받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들어야 했다.

지금은 직접 시연을 보인다.

독기를 물체에 전달하는 법, 전몰기를 시연한다. 물체와 접촉하는 십육법, 열여섯 가지의 움직임을 선보인다.

호발귀도 처음 접하는 움직임이다.

스으읏! 츠읏!

호발귀는 당홍을 쫓아서 움직였다.

그녀가 진기를 어떤 식으로 모으고, 어떻게 발출하는지는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다. 진기의 흐름을 이해하기 때문에 당홍의 움직임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한다.

쉬이잇! 츄아아아앗!

전몰기를 운용하자, 주변에 산재한 독기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자신의 움직임을 쫓아서 같이 움직인다. 전몰기를 받고 밀려났다가 딸려온다.

독기가 조정된다!

호발귀는 전몰기를 펼치자마자 당홍이 왜 수련을 재촉했는지 알았다.

독기를 흡수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능숙해진다. 독기를 운영하는 면에서 훨씬 자유로워진다.

“삼기 이 전인기!”

당홍의 신형이 급변했다.

이번에는 굉장히 빠르다. 전몰기가 완만한 움직임을 보였다면 전인기는 매우 역동적이다.

호발귀는 귀신에 홀린 듯 당홍을 따라서 움직였다.

전인기를 운용하자 주변 독기가 몸을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독기가 양손에 운집된다. 잡기는 밀려나고 순기만 남는다. 그것이 소료혈 독망을 통해서 흡수된다. 정화된 독기다. 순도가 훨씬 높은 생독(生毒)이다.

‘아!’

호발귀는 탄식했다.

무공의 끝은 어디인가.

혈마 무공과 원충노인의 팔십일수를 지녔으니 더는 다른 무공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한데 이건 또 뭔가? 완전히 새로운 무공이지 않은가.

사실, 독섬칠공은 혈마 무공의 적수가 아니다. 팔십일수만 사용해도 상대할 수 있었다.

독섬칠공은 분명히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다.

한데 잘못 생각했다. 지금 당홍이 필치는 독섬칠공만 해도 상당하다. 지금까지 무공을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결코 도천패나 홀리보다 약하지 않다.

독섬칠공은 당홍이 농담 삼아 말했던 것처럼 혈마 무공에 버금가는 절공이다.

쉬이잇! 쉬잇! 츄아아악!

“삼기 삼 전연기!”

당홍이 삼기 중 마지막 전연기를 펼쳤다.

전연기는 십구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움직임마다 독을 흡수하고, 뻗어내는 방법이 달라진다.

호발귀는 당홍을 따라서 독섬칠공을 연마했다.

적진 한가운데, 위도 한복판에서 뭉실뭉실 피어나는 독무를 동무 삼아 독공을 수련했다.

독공을 수련하기에는 독무가 진하게 깔린 위도보다 더 좋은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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