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전인-50화 (50/500)

第十章 살단(殺團)(5)

귀무살이 난타당했다.

강가를 떠날 때 열두 명이 있었는데, 그중 몇 명이나 살아남았는지 알 길이 없다.

귀무살이 없으면 다른 귀무살을 찾지 못한다.

혈천방은 강호 활동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기는 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숨어있다.

천살단조차도 혈천방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판국이다.

그들 네 명, 왕소와 동패를 죽인 자들을 찾아야 한다. 갇혀 있는 사부도 구출해야 한다. 한데 귀무살이 없으면 무슨 수로 혈천방을 들어갈 수 있나.

호발귀는 살단 총주가 원망스러웠다.

쒜에엑!

회륜이 가슴을 찍어왔다.

단주는 자신의 가슴도 열어놓고 있다. 너도 찍을 테면 찍으라고 일부러 빈틈을 내줬다.

다른 사람 같으면 즉시 찍는다.

자신도 회륜을 맞겠지만, 그보다 더 강력하게 찍으면 되지 않나. 일격에 즉사시키면 되지 않나?

하지만 정작 공격을 해보면 정반대 상황이 된다.

스읏!

호발귀는 뒤로 물러섰다.

맞상대하기가 껄끄러워서 물러선 것은 아니다. 공격을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그 전에 단주를 통해서 혈천방을 찾는 방법은 없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단주는 다르게 생각했다.

“왜? 떨려? 괜찮아. 고통은 아주 잠깐이야.”

‘없다.’

단주는 혈천방 위치를 알지 못한다.

단주 같은 사람은 혈천방도라면 눈에 띄는 족족 죽인다. 일부러 찾아 나서지도 않는다. 눈에 띄면 죽이고, 안 띄면 기다린다. 기다리면 나올 테니까.

“천살단. 정파가 만든 집단치고는 이름이 너무 살벌하다고 생각했어. 이제는 이해가 되네. 당신 같은 사람이 주축이 되어 있으니 살(殺) 자가 들어갈 수밖에.”

“그래. 좋은 걸 알았네?”

“당신이나 마인이나 다를 게 뭐야?”

“쥐새끼와 고양이를 어떻게 같이 비교해? 쥐새끼를 죽인다고 고양이가 쥐가 되나?”

“당신은…… 죽는 게 낫겠다.”

“나 죽이고 싶은 놈이 어디 한둘인가? 주둥이로 나불거리지만 말고 창을 써.”

저벅! 저벅!

단주가 걸어왔다. 아니, 가까이 다가왔다 싶을 때, 벼락같이 신형을 쏘아냈다.

쒜에엑!

바람 소리? 회륜이 허공을 찢어발기는 소리다.

이번에는 호발귀도 물러서지 않았다. 역천금령공이 일어났다. 혈천도법이 터졌다.

팍팍팍팍! 팍팍팍!

단창이 사정없이 단주의 가슴을 찍었다.

단주가 휘청거렸다.

파파팍! 파파파팟!

단주가 회륜을 한 번 휘두를 때, 호발귀는 적어도 십여 차례 이상 가격했다.

호발귀가 훨씬 빠르다.

단주의 가슴이 피로 물들었다.

호발귀는 단주가 움직일 때마다 몸 주위로 피어나는 안개를 봤다. 푸르스름한 기운, 생기다.

단창으로 가슴을 찍자, 푸른 기운이 수그러들었다.

생기가 줄어든다. 단주가 죽어가고 있다.

타탁! 타타타탁!

호발귀는 쉬지 않고 단창을 휘둘렀다. 역천금령공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혈천도법과 구뢰마권이 연속으로 터졌다. 단주가 피투성이로 변해서 휘청거렸다.

퍼엉!

단주가 자랑하던 반야호신공이 깨졌다.

퍽퍽! 퍽!

단창이 또 들어갔다.

이번에는 단창이 절반 이상 푹푹 박혔다. 적어도 반자 정도는 살을 뚫고 들어갔다.

“커억!”

단주가 비명을 쏟아냈다.

단주의 입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눈동자는 빛을 잃었고, 손발은 기능을 잃은 듯 마구 허우적거렸다. 손에 꽉 쥐고 있던 회륜도 놓쳤다.

이 순간, 호발귀는 얼굴을 확 일그러트렸다.

외부 요인이 아니다. 자신 때문…… 내부에서 일어난 동요 때문에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역천금령공을 너무 강하게 썼나? 이령귀화가 흔들렸다. 처음에는 그저 약간 균열이 일어나는 정도였는데, 계속 역천금령공을 펼치자 음양의 기운이 깨지면서 원기가 확 흩어졌다.

원기는 아직 체내에 있다.

이령귀화를 붙들고 있지 못하다뿐이지, 단주나 다른 사람들처럼 여전히 존재한다.

‘역천금령공을 쓰면 안 돼!’

호발귀는 경각심을 느꼈다.

이령귀화가 원정을 붙들어주지 못하면, 그도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역천금령공을 운영하면 강제로 원정을 밖으로 토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죽는다!

살아있는 사람이 스스로 생기를 토해내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역천금령공을 사용하지 않고도 단주를 죽일 수 있다.

아직 원충노인의 팔십일수가 남아있다. 그것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절학이다.

쉬이이잇!

단창으로 심장을 내리찍었다.

하지만 이번 수법에는 혈천도법이 가미되어 있지 않았다. 먼저보다 두 배, 세 배는 느렸다.

“흐윽!”

단주가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서 단창을 피했다.

쉬이잇! 타타타타탁!

호발귀는 연속해서 단창을 찔러냈다. 단주가 피하지만 계속 따라붙었다. 팔십일수의 빠른 손놀림으로 심장을 찔렀다. 또 목을, 머리를, 치명적인 부위를 계속 공격했다. 한데,

퍼억!

오히려 단주의 주먹이 배에 꽂혔다.

단주가 어느새 단창을 피하고 주막을 꽂았다. 역시 혈천도법의 빠름이 아니고서는 힘든 것인가?

“후후! 밑천이 떨어졌군.”

단주가 웃었다.

흐릿해지던 광기도 되살아났다.

손발을 흐느적거리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그래도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밑천? 아직 많이 남았는데. 후후!”

파라라라랑!

호발귀는 이령귀화로 원정을 붙잡았다. 균형이 깨져버린 이령귀화지만 몇 수 정도는 버텨주지 않을까?

역천금령공으로 단창을 쏟아냈다. 혈천도법의 빠름이, 피의 빠름이 급격하게 일어났다. 심장이 거세게 뛰고, 피부색이 새빨갛게 물들어갔다.

“마귀 새끼!”

단주가 입꼬리를 비틀이며 히죽 웃었다.

파파팍! 퍼억! 팍팍!

단창이 심장을 꿰뚫었다. 목을 찍고, 등도 찍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타격했다. 그런데,

꽈앙!

이령귀화가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호발귀는 사력을 다해서 마지막 단창을 찔러냈다.

퍼억! 퍽!

단창 두 자루가 단주의 등을 뚫고 들어가서 배 밖으로 나왔다. 몸통을 완전히 관통했다.

“큭!”

단주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힘없이 쿵! 쓰러졌다.

휘익!

한 사람이 달려와 쓰러지는 호발귀를 낚아챘다.

“뒤를 부탁!”

호발귀를 낚아챈 사람은 재빨리 움직여서 숲속으로 사라졌다.

도천패는 즉시 대도를 들고 일어섰다.

주위에는 잡랑이 수두룩하게 깔려있다. 그들도 단주가 쓰러지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황급히 달려오는 중이다. 투망을 휘두르면서, 감산도(砍山刀)를 꼬나쥐고.

‘여기 있으면 당한다!’

도천패도 숲을 향해서 치달렸다.

다행스럽게도 잡랑은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쓰러진 단주를 살피기에 급급할 것이다.

쉬이잇!

도천패는 숲으로 뛰어들자마자 인형이 사라진 곳을 탐색했다.

그의 눈에 흔들리는 수풀이 보였다.

‘여기!’

그는 숲을 질주했다.

마치 아는 길을 달려가는 듯 거침없이 쏘아갔다. 그의 눈에는 앞서서 달려간 사람이 너무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가 남긴 흔적이 생생하게 보였다.

‘이놈이 왜 갑자기 쓰러진 거야?’

도천패는 달려가는 중에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단주를 기세 좋게 몰아붙이던 호발귀가 일격을 당한 것도 아닌데 푹 쓰러졌다.

도천패는 단숨에 십 리를 치달렸다.

주위는 조용했다.

귀무살도 없고, 잡랑도 없다.

귀무살은 잡랑에게 몰살당한 것 같고, 잡랑은 단주 때문에 쫓아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스읏!

그는 야산 깊숙이 들어섰다.

그곳에 두 사람이 있다.

등여산이 호발귀의 완맥을 잡고 상세를 살피는 중이다.

“문주놈, 어떻게 된 거야?”

“모르겠어요. 내부가 마구 요동치고 있어요. 진기가 이렇게 들끓을 수도 있나?”

등여산이 모르겠다는 듯 도천패를 쳐다봤다.

도천패가 다가가서 호발귀의 완맥을 잡았다.

그는 의술을 모른다. 하지만 내기(內氣)를 조절하는 방법은 안다. 내기만 잘 조절해도 웬만한 병은 가뿐하게 고칠 수 있다. 돌팔이 의원 노릇은 할 수 있다.

“음!”

도천패도 신음을 흘렸다.

호발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내부가 뒤흔들리고 있다. 기혈이 느린 곳은 매우 느리고, 빠른 곳은 엄청나게 빨리 흐른다. 꽉 막힌 곳도 있다.

“이게 무슨 증세죠?”

“뭐가 잘못됐는데. 뭐가 잘못됐지?”

도천패는 하나 마나 한 말을 했다.

“은밀한 동굴 같은 데를 찾아봐야겠어요. 귀무살, 잡랑. 어느 쪽도 안전하지 않아요.”

“책사는 천살단 사람 아닌가?”

도천패는 등여산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봤다.

“이건 살단 독자적인 행동이에요. 천살단은 호발귀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어요.”

“살단 총주가 독자적으로 행동했다고?”

“마인을 원수처럼 미워하는 사람이라서.”

“아무리 그래도 천살단주조차 무시했다는 건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에요.”

도천패가 등여산을 빤히 쳐다봤다.

등여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진실을 말했다는 표정으로 도천패를 쳐다본다.

그녀 역시 결국은 호발귀를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 스스로 입장을 그렇게 정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혈천방에 타격을 준 다음에 호발귀를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럼 지금은 문주놈을 구한다는 건가?”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이번에도 문주가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이라고 말할래요?”

도천패가 일어섰다.

“동굴을 찾아보지.”

* * *

살단 총주를 죽여야 한다!

살단 총주를 살아있다. 마지막 일격을 꽂아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보다도 위험한 사람이 된다. 최소한 호발귀만큼은 철천지원수로 생각할 것이다.

‘마지막 숨을 보지 못했어.’

산적들을 죽일 때, 마지막 원정이 토해지는 광경을 봤다.

원정은 한순간에 쏟아져 나왔다. 각혈하듯이 탁! 하고 토해냈다. 입에서 희뿌연 연기가 토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죽을 때도 같은 현상을 보인다.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모두 같았다. 연기가 진하고 흐린 차이는 있지만 모두 생기를 토해냈다.

단주는 생기를 토하지 않았다.

아직 살아있다.

‘돌아가서 죽여야 해!’

물론 마음뿐이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령귀화가 깨져서 원정이 마구 흔들린다.

그나마 생기가 밖으로 쏟아져 나가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호발귀는 이령귀화를 붙들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했다.

이령귀화 역시 기(氣)다. 기운이 형체를 잃고 몸으로 흩어졌다. 그것을 다시 불러모아야 한다. 음기는 음기대로, 양기는 양기대로 불러모아서 하나로 묶어야 한다.

츠으으으읏!

양기가 모인다. 한데 음기는 깊숙이 숨어서 드러나지 않는다.

계속 이령귀화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이 곤경에서 벗어날 길은 오직 하나, 이령귀화를 모으는 것뿐이다.

그러던 한순간!

‘아!’

호발귀는 깜짝 놀랐다.

혈기!

생기가 혈기로 변하는 과정을 알았다!

생기가 혈기로 변할 때, 멀쩡했던 사람도 마인이 된다. 사람을 죽인다. 마구잡이로.

호발귀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 이건 마공이다! 수련해서는 안 되는 마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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