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전인-49화 (49/500)

第十章 살단(殺團)(4)

쫘악!

호발귀를 향해 혈망의 펼쳐졌다.

혈망에는 납만 달린 것이 아니다. 철가시도 붙어있다. 망에 긁히기만 해도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 철망에 쓸리면 쇠갈퀴에 할퀸 것처럼 된다.

퓨웃!

혈망을 향해 대도(大刀)가 움직였다.

칼의 넓이가 한 뼘이나 된다. 칼 길이만 여섯 자다. 보통 사람 키를 훌쩍 넘는다.

“큭큭!”

상대가 칼을 뻗어오자, 혈망을 날린 잡랑이 웃었다.

큰 칼을 쓰는 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게 바로 지금과 같은 행동이다. 칼로 혈망을 걷어내려고 한다. 힘으로 몰아치면 걷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혈망이 덮어씌운다.

칼은 혈망의 일부밖에 밀어내지 못한다. 칼이 혈망을 뚫고 들어오면 다른 부분이 달린 납들이 더욱 강한 힘으로 몰아친다. 칼이 밀어내는 힘까지 보태진다.

가운데를 치면 양쪽 끝이 빨라지는 이치다.

퍼억!

대도가 혈망을 쳤다. 그런데!

“컥!”

혈망을 쓴 자가 급하게 비명을 토해냈다.

대도가 혈망을 쫙 찢어버렸다. 동시에 잡랑의 머리까지 일격에 쳐버렸다.

쿵!

혈망을 날린 자가 벌렁 넘어갔다.

“후욱!”

도천패는 크게 숨을 쏟아냈다.

재빨리 사방을 살폈다.

귀무살과 살단 양쪽 모두를 피해야 한다. 지금은 양쪽 모두 위험하다. 아니, 살단이 더 위험하다. 귀무살은 호발귀를 데려갈 심산이지만, 살단은 죽이려고 한다.

‘일단 숲으로!’

쉬이이잇!

그는 곰처럼 큰 몸을 재빨리 움직였다.

하지만 역시 그는 크다. 너무 커서 눈에 확 띈다. 아무리 조용히 움직여도 절대 숨겨지지 않는다.

“어딜!”

잡랑이 도천패를 가로막았다.

휘르르릉!

잡랑은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허공 찢는 소리부터 울렸다. 공격부터 하고 앞을 가로막았다.

스읏! 까앙!

도천패는 칼을 들어서 회륜(回輪)을 막았다.

잡랑은 회륜 네 개를 동시에 날린다. 선후를 다르게 하고, 속도를 바꾼다. 그러면 회륜이 연속해서 위치를 바꿔가며 달려들기 때문에 막기가 어렵다.

까앙! 까앙! 깡!

도천패는 칼을 연달아 네 번이나 쳐냈다.

정확하게 날아오는 회륜을 보고 쳐냈다. 감각으로 쳐낸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고 쳐냈다.

쉬이익!

도천패의 신형이 비호처럼 빠르다.

가만히 앉아있을 때는 너무 커서 제대로 움직일 수나 있나 싶은데, 일단 움직이자 그야말로 비호다.

쒜에엑! 퍼억!

일격에 회륜을 사용하던 잡랑이 나가떨어졌다.

대도가 몸통을 반이나 찍어냈다. 몸을 찍는 즉시 칼을 뽑아냈다. 그러면 순간적인 격타가 된다.

‘이놈들, 강자다!’

도천패는 쓰러진 잡랑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혈망을 쓰던 자도 강자였다. 일격에 베어내기는 했지만, 상당히 강한 자들이다.

도천패는 즉시 신형을 쏘아내려다가 딱딱하게 굳었다.

한 사람이 걸어온다.

또 다른 잡랑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자는 도천패조차도 함부로 칼을 쓰지 못할 정도고 기가 세다.

“큿큿! 왕 쥐가 있었군. 처음 보는 놈인데, 뭐 하는 놈이야?”

그가 말했다.

“천살단이 왜 문주놈을 죽이려는 거지?”

도천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뭐? 왜? 왜라니? 고양이가 쥐를 잡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나쁜 짓 한 놈, 마공을 수련한 놈, 마인을 위해서 일한 놈. 다 때려잡아야지.”

살단 총주 오택골이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오택골은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버렸다. 그리고 방금 죽은 잡랑의 무기, 회륜을 집어 들었다.

“이런 거 쓰면 뒈진다니까 말을 안 듣더니.”

오택골이 회륜을 꽉 쥐었다.

회륜의 날카로운 칼날이 손아귀를 파고들었다. 그의 오른손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살단 총주가 도천패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슷!

도천패가 대도를 들어 올렸다.

“대력금강도. 사라진 줄 알았더니 아직도 쓰는 놈이 있었군. 좋은 칼이지. 힘 세고 날카롭고. 너 같은 놈에게 딱 좋은 칼이야. 좋은 무공을 택했어.”

저벅! 저벅!

살단 총주가 말을 하면서도 거침없이 걸어왔다. 아예 대도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는 투였다.

‘이놈, 단박에 죽여야 한다!’

도천패는 눈살을 깊이 찡그렸다.

살단 총주는 칼을 맞아도 달려들 것이다. 그러니 일격에 숨을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격당한다. 실제로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와락 치민다.

츠으으읏!

강한 진기가 대도에 집중되었다.

타고난 힘만 써도 대도를 벼락으로 만들 수 있다. 하물며 진기가 더했다. 쪼개지 못할 것이 없다.

“무공은 좋은데, 실전 경험은 형편없군.”

살단 총주가 비웃듯 말했다.

“넌 주둥이로 싸우냐?”

도천패가 대도에 정신을 집중시킨 채 말했다.

“같잖은 상대를 앞에 놓고 주둥이라도 털어야지. 어때? 내 밑에서 칼 써보는 게. 지금 넌 나 못 이겨. 앞으로 한 십 년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거참 애새끼 말 많네.”

도천패가 먼저 칼을 썼다.

천공반선(天空盤旋), 대도를 머리 위로 들어서 빙글 돌린다. 일기감하(一氣砍下), 단숨에 아래를 향해 베어낸다. 유동순간(有動瞬間), 한순간에 움직임을 끝낸다.

쒜에에엑!

대도가 살단 총주를 향해 내리쳐졌다.

오택골은 태연히 왼팔을 들어서 칼날 앞에 내밀었다. 왼팔을 내주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망설일 것 없다. 받아먹는다. 팔을 주겠다니 기꺼이 받는다.

쒜에에엑! 퍼억!

칼이 왼팔을 찍었다.

하늘이 내준 힘, 천력에 진기까지 보탠 칼이 살과 뼈로 이루어진 팔을 쳤다. 순간,

퍼억!

도천패는 가슴에서 극렬한 충격을 느꼈다.

어느새 오택골이 바싹 다가왔다. 왼팔로는 대도를 막고, 오른손에 든 회륜으로 가슴을 찍었다. 회륜을 날린 것이 아니라 돌멩이로 때리듯이 찍었다.

“컥!”

도천패가 신음을 흘렸다.

“어리다고 했잖아. 아직은.”

퍽! 퍽퍽! 퍽퍽!

오택골이 두 번, 세 번 회륜을 내리찍었다.

도천패는 큰 충격을 받고 비틀비틀 물러섰다. 한발 물러설 때마다 가슴에 회륜이 한 방씩 틀어박혔다.

“크윽!”

도천패는 큰 충격을 받고 엉겁결에 옆구리에 끼고 있던 호발귀를 놓쳐버렸다.

살단 총주가 호발귀를 힐끔 쳐다보고는 말했다.

“나 같은 놈을 상대하면서 저런 놈을 끼고 싸운다는 건 오만이야. 그래서 어리다고 한 거야. 저놈이 아무리 중해도 저런 놈을 옆구리에 끼고 싸우면 몸이 둔해져.”

“으음!”

“아깝군. 대력도강까지 깨우친 놈인데.”

살단 총주가 왼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의 왼팔에는 이상한 가죽이 감싸고 있다. 아마도 가죽이 칼을 막아준 것 같다. 아니다. 가죽만 가지고는 대력도강을 막지 못한다. 아주 강한 기공이 왼팔을 감싸고 있었다.

“제길! 하필이면 너 같은 미친놈을 만나서.”

도천패가 칼을 들어 올렸다.

그의 가슴에서는 붉은 핏물이 샘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당장 과다출혈이 염려된다. 하지만 지혈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살단 총주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목숨이 날아간다.

“마지막. 내 밑에서 일해보지? 강호에서 풍찬노숙하는 것도 꽤 괜찮아. 뜻 맞는 놈들끼리 어울리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또 어디 있어. 안 그래?”

“후후! 난 미친놈하고는 뜻이 안 맞아.”

“그럴 줄 알았다.”

오택골이 도천패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때, 아무도 땅으로 내던져졌던 호발귀가 몸을 일으켰다.

“보위.”

보위, 간단한 말.

도천패는 살단 총주가 다가오는 것도 잊고 호발귀를 쳐다봤다.

호발귀가 두 손을 내밀었다.

“제길! 내가 왜 문주놈을 잊고 있었지?”

그는 오택골은 완전히 무시하고 호발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칼을 휘둘렀다.

까앙!

쇳소리가 울렸다. 쇠와 쇠가 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호발귀의 손을 묶고 있던 수갑이 뎅겅 잘려 나갔다.

도천패는 다시 칼을 내리쳤다. 마침 호발귀가 두 발을 들어 올리는 중이었다.

까앙!

또다시 쇳소리가 울리며 족쇄가 잘려 나갔다.

“문주놈, 괜찮아.”

“좀 싸워줄 줄 알았는데, 너무 약하네. 꼴이 말이 아니야. 좀 쉬어.”

호발귀가 말했다.

“날 죽이려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호발귀가 두 손을 들어 보였다.

“곧 죽을 놈이 뭐하러 일어났어? 계속 누워있지. 그럼 좀 편하게 갔을 텐데.”

“누가 누울지는 봐야 하고. 지금 너희가 하는 짓, 천살단이 한 짓이라고 봐도 되나? 천살단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과 싸움 방식이 너무 달라서 말이지.”

“주치균과 등여산 말이냐?”

“그래도 그 사람들은 사람 같잖아?”

“마귀 새끼가 사람을 평가하는군.”

“마귀 새끼?”

“혈마 자식이 마귀 새끼가 아니면 뭐야? 안 그래? 마귀 새끼.”

호발귀와 오택골이 마주 섰다.

오택골은 호발귀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원래 무표정인지 얼굴에 아무런 감정을 떠올리지 않았다.

우르르릉! 우르릉!

호발귀의 양손에서 우렛소리가 울렸다.

“구뢰마권. 이래서 마귀 새끼는 진작 죽여야 한다니까. 왜 말귀를 못 알아 처먹는지 모르겠어.”

누구에게 한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택골의 표정만 보면 구뢰마권조차 안중에 두고 있지 않다.

저벅! 저벅!

오택골이 도천패에게 그랬듯이 호발귀에게도 거침없이 다가왔다.

우르르릉! 파앙!

구뢰마권이 터져나갔다. 주먹을 휘두르는 데 광풍이 일어난다. 흙먼지가 풀썩거린다.

오택골은 여전히 회륜을 사용했다.

휘익! 휙!

회륜이 단검처럼 쓰인다. 반월도(半月刀)처럼 맹렬하게 휘둘러 몸통을 노린다.

퍼엉! 펑!

구뢰마권이 살단 총주를 격타 했다.

단주는 구뢰마권을 맞고도 끄덕조차 하지 않았다. 여전히 다가오면서 회륜을 쳐냈다.

스읏! 퍽!

회륜이 호발귀를 스치며 지나갔다.

왼쪽 어깨에서 살점이 뭉텅 뜯겨 나갔다.

회륜은 톱니바퀴 모양을 하고 있다. 살을 베는 게 아니라 잘게 썰어낸다.

“후욱!”

호발귀는 뒤로 물러서서 큰 숨을 들이쉬었다.

구뢰마권이 안 통해? 이게 무슨 일이지? 바위도 부수는 주먹을 온전히 맞고도 멀쩡할 수 있나?

“왜 토끼 눈이냐?”

오택골이 비웃듯 말했다.

“마귀한테는 이런 공부가 없나? 소림 무공, 반야호신공(般若護身功)인데.”

“소림 출신이냐?”

“마귀 새끼가 뭘 알고 싶어서 그래? 그냥 얌전히 가라.”

저벅! 저벅!

살단 총주가 걸어왔다.

호발귀는 발밑에 떨어진 단창을 주워 들었다.

귀무살이 사용하던 병기다. 귀무살은 죽고, 단창만 남았다.

길이는 한 자[30cm], 무게는 든 듯 안 든 듯 가볍다. 창끝은 양날 검을 작게 축소한 형태다.

근접 병기이며, 배기보다는 찌르는 데 유용하다.

살단 총주는 회륜을 들었다. 원거리 병기를 손에 들고 근접 병기로 활용한다.

단창은 살단 총주와 싸울 수 있는 좋은 병기다.

구르르릉!

호발귀는 역천금령공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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