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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2화 (42/500)

第九章 혈기(血氣)(2)

호발귀가 독사의 독을 밀어낼 때, 틈이 생겼다.

독기를 밀어내려고 진기를 운용했는데, 그 틈을 귀무살이 보고 달려들었다.

“크윽!”

호발귀는 신음을 흘렸다.

등에서 핏물이 뭉클뭉클 쏟아져 나왔다.

쒜에엑! 쒜엑!

사람이 움직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직 차디찬 칼바람만 허공을 휘젓는다.

호발귀는 정신없이 물러섰다.

잠시라도 움직임을 멈추면 여지없이 난타당한다.

어떤 병기가 날아드는지 볼 생각도 하지 말고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피해야 한다.

‘빠르다!’

빠른 정도가 아니다. 바람 소리 하나하나에 반드시 호발귀를 죽이고 말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쒜엑! 퍼억!

다리에서 묵직한 통증이 일어났다.

그 순간부터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발에 무거운 물통을 묶어놓은 듯했다.

“후욱!”

호발귀는 깊은 헛바람을 내질렀다.

쒜에엑! 쒜엑!

칼바람은 여전히 매섭게 몰아친다. 한시도 슅 틈을 주지 않는다. 숨 한 모금만 돌리면 호발귀가 전력을 정비할 수 있으므로, 절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첫 공격에 비해서 달라진 것은 귀무살이 앞에서 쳐오지 않고 등을 노린다는 점이다.

쒜엑! 터엉!

호발귀는 묵사검을 들어서 급하게 날아온 철검을 간신히 막았다.

하지만 경력에서 크게 뒤졌다. 귀무살은 검에 바위도 부술 힘을 담았다. 반면에 호발귀는 엉겁결에 검을 들어서 진기다운 진기가 들어있지 않았다.

쿵! 쿵쿵!

호발귀는 땅에 발자국을 깊이 누르며 물러섰다.

처음, 그는 귀무살 두 명을 아주 쉽게 베었다. 전격적인 기습이었는데도 편하게 막았다.

하지만 독사에게 물린 뒤로는 형편없이 밀린다.

이것이 강호 경험 차이인가? 초출과 백전노장의 실전 능력 차이인가?

쒜엑! 쒜에엑!

등 뒤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아주 노골적으로 공격을 가해온다.

기척을 흘리지 않고 공격하는 방식에서 격렬하게 치는 방식으로 변했다.

스륵!

호발귀는 등 뒤 공격을 피하고자 몸을 비틀었다. 원래는 앞으로 한두 걸음 나아가야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끝내 공격을 피할 수 없겠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웃!”

등 뒤에서 공격한 귀무살이 헛바람을 내질렀다.

그도 호발귀가 오히려 몸을 돌리면서 공격을 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공격을 피하지 못한다.

본인은 아슬아슬하게 칼을 비켜낼 생각이지만, 귀무살이 어린아이도 아니고.

퍼억!

등을 공격했던 칼날이 호발귀의 가슴을 후려쳤다.

“크윽!”

호발귀는 비명을 내지르며 풀썩 쓰러졌다.

순간, 그의 신형이 쓰러지는 힘에 밀려서 지평 아래 골짜기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잡앗!”

누군가가 소리쳤다.

하지만 늦었다. 호발귀는 몸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굴러떨어졌다.

풍덩!

지평 아래로 흐르는 음한곡 차디찬 물이 크게 튀어 올랐다.

“아!”

“하필이면!”

귀무살 세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계곡에 서서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도도히 흐르는 계류를 쳐다봤다.

오늘따라 물의 양이 많다.

“가자!”

그들은 질주하다시피 계곡을 내려왔다.

귀무살은 음한곡 수련을 반드시 거친다. 그러니 음한곡 물줄기라면 그들처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호발귀가 음한곡에 빠졌지만 건져낼 수 있다.

“저기!”

귀무살이 축 늘어진 호발귀를 찾아냈다.

호발귀는 격류에 휩쓸려 지하 수로로 빨려들기 직전이었다.

정신은 이미 잃은 상태고, 상처에 한기가 스며들어서 벌어진 상처가 하얗게 일어나고 있었다.

“끄응!”

귀무살은 호발귀를 끌어냈다.

“이거 병신 아냐? 뒤로 물러서지 말라고 칼을 드러냈는데, 그걸 피하겠다고 돌아서?”

“하마터면 피할 뻔했어. 간신히 쳐낸 거 몰라?”

귀무살은 말을 하면서도 재빨리 손을 놀렸다.

두 명이 손과 발을 맡아서 밧줄로 묶었다. 한 명은 전신을 격타 했다. 혈도를 막아서 진기를 운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단전도 단단히 묶어둔다.

“휴우!”

귀무살은 호발귀를 옭아맨 다음에야 긴 한숨을 토해냈다.

귀무살 중 두 명이 죽었다. 그 당시에는 그들 세 명도 지평을 벗어나지 못할 줄 알았다. 호발귀가 펼쳐 보인 혈마 무공은 가히 경이적이었다.

그런 놈이 독사에 약할 줄은 몰랐다.

만약 독사가 아니었다면 무슨 수로 지평을 벗어났을까? 호발귀를 잡는 것은 고사하고 도주하지도 못했다.

귀무살은 부르르 치를 떨었다.

이제야 호발귀의 무서움이 절절히 피부에 와닿았다.

“이런 놈을 우리 다섯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 봉혈은 확실히 했지?”

귀무살이 치를 떨면서 호발귀를 쳐다봤다.

* * *

이 자리에서 귀무살을 죽이면 혈천방을 찾아가기가 어려워진다.

천살단은 지금도 혈천방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찾아낼 것이다. 혈천방 같은 문파가 숨기에는 세상이 너무 좁다.

사실, 혈천방은 숨지도 않았다.

등여산은 혈천방이 강하에 본단을 둘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단다.

평균 이십 년 주기로 본단을 옮기는데, 이번에는 조금 빨라서 예측하지 못했단다.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혈천방을 찾을 수 있을까?

귀무살을 어떻게 쥐어짜야 혈천방에 대해서 말을 할까?

귀무살 공격을 기다리는 동안 저들 입을 어떻게 열게 하나 고민했다. 그 결과, 답이 나왔다.

혈천방을 가장 빨리 찾는 방법은 잡혀주는 것이다.

공격을 기다리는 동안 물소리를 들었다.

계곡이 풍기는 비정상적인 차가움도 느꼈다.

웃기는 것은 계류가 동굴 같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굉음까지도 들렸다는 거다.

그때, 이미 머릿속에 한 폭의 그림이 그려졌다. 귀무살이라도 속지 않을 수 없는 방법이 생각났다.

남의 눈을 속이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수가 아닌가.

등을 맞았다. 아니, 맞아줬다.

귀무살은 칼을 쥔 손에서 아주 진한 울림을 받았을 것이다.

‘쳤어!’

희열이 솟을 만큼 강력한 타격감과 함께 드디어 잡았다는 확신을 얻었을 것이다.

호발귀는 귀무살의 공격을 실낱같은 차이로 피했다.

병기가 옷을 찢고 지나가는 위험한 순간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치만 달라붙으면 병기를 틀어박을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런데…… 사실 호발귀에게 이런 일은 쉬운 편이었다.

저들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몸도 여전히 빠르다.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어디서 병기가 날아올 것이며,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인지 빤히 예측되었다.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흘려보내기는 무척 쉽다.

겉으로 보기에는 쩔쩔매는 것처럼 보였을망정, 호발귀는 별로 큰 힘 들이지 않고 피했다.

한칼을 더 맞아주면서 계류로 몸을 던졌다.

귀무살의 감각을 가짜 행동으로 속일 수는 없다. 그들을 속이려면 진짜 칼을 맞아야 한다.

‘쳐라!’

기꺼이 감수했다.

하지만 지평에서 계속 싸우면 안 된다.

귀무살 중 두 명이 이미 절명했기 때문에 숨이 끊어질 때까지 맹공을 퍼부을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계곡!

몸을 굴려서 계곡에 첨벙! 빠진다. 혼절한다.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손발이 묶였다.

혈도도 봉쇄되었다.

귀무살의 봉혈 수법은 마참지 봉혈과는 상당히 다르다. 혈을 꼬집듯이 비틀어 누른다.

미안하지만 이제 봉혈이라면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봉혈이든 역천금령공을 일으키면 단박에 뚫린다.

생기는 막히지 않는 통로다. 그곳에 힘을 주면 막힌 곳은 저절로 풀려버린다. 마치 얽히고설킨 매듭이 날카로운 칼에 잘려 나가듯 확 풀어진다.

‘어서 데려가. 다른 놈들이 있는 데로.’

호발귀는 왕소와 동패를 죽인 귀무살 다섯 명을 떠올렸다.

그들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사부도 떠올렸다. 살아계신다면 반드시 술 한 잔 받아드릴 날이 있을 것이다.

* * *

검벽 무인이 독림에 새를 날려 보냈다.

새는 독림을 뚫고 들어갔다가 거의 일다경이 지난 다음에야 돌아왔다.

검벽 무인이 새를 살펴본 후, 말했다.

“독무가 약해졌습니다. 들어갈 수 있습니다.”

주치균이 등여산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혈마 무공 중에 독공도 있나? 호발귀가 어떻게 독림을 뚫고 들어갔지?”

“독림에서 혈마록을 훔쳤어. 당연히 독림을 잘 알겠지.”

“하하하!”

주치균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방금 등여산이 한 말은 가장 등여산답지 않은 말이다. 그녀가 한 말 중에 최악이다.

호발귀가 독공을 펼친 사실은 주치균도 안다. 하물며 그와 함께 독림을 뚫고 들어갔던 등여산이 모를 리 없다. 더욱이 호발귀는 피독단도 복용하지 않았다.

등여산이 왜 호발귀를 감싸지?

천살단은 혈천방을 항시 주시했다. 물론 독림도 살폈다. 독림에 어떤 독이 있는지도 안다. 그런데 독림에 인위적으로 독무를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당연히 검벽 무인들은 일제히 철수했다.

등여산이 가진 피독단도 독무에 맞춘 것이 아니다. 독무에는 효과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녀도 철수했다.

오직 한 사람, 호발귀만 독무를 뚫고 들어갔다.

그때, 한쪽에서 독무를 쳐다보고 있던 도천패가 땅을 쿵쿵 울리면서 걸어왔다.

“이제 천살단은 빠져.”

도천패가 명령조로 말했다.

주치균이 눈을 가늘게 뜨면 도천패를 쳐다봤다. 여차하면 검을 뽑을 기세다.

도천패도 주치균의 의도를 읽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호발귀에게 들었는데, 혈마록 돌려줬다고?”

그가 등여산을 쳐다봤다.

그러자 주치균도 등여산을 봤다.

호발귀가 혈마록 열 권을 적어준 사실은 천살단에 보고되지 않았다. 등여산이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왜 보고를 빠뜨렸을까? 이토록 중요한 일을.

도천패가 말했다.

“혈마록을 줬으니 셈은 끝났어. 천살단하고 그놈하고 얽힌 게 많지만 모두 끝. 하지만 여기서 더 찝쩍거리면 그건 문제가 달라지지. 우리 문주놈을 귀찮게 하면 나도 가만있을 수 없잖아.”

스슷! 스스스슷!

말이 끝나기도 전, 검벽 무인들이 도천패를 포위했다.

등여산이 말했다.

“독림이 그쪽 사유지는 아니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왜 못 들어가게 막죠?”

“내 말은, 호발귀하고 인연 끊으라는 거지.”

“인연은 벌써 끊었어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하지만 그가 마인이라면 즉시 벨 거에요. 만약 그때도 지금처럼 앞을 막아서면…… 쓰러질 거예요. 대력도강을 수련했어도.”

순간, 도천패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등여산과 만난 게 겨우 하루, 아니 반나절밖에 안 된다. 아침에 만나서 황수를 건넜고, 독림으로 들어온 게 전부다. 한데 그가 수련한 무공을 알아냈다.

천살단의 정보망이란!

“들어갈 수 있으면 들어가. 혈천방이 괜히 독무를 풀지는 않았을 거야. 충분히 준비했다는 말이잖아. 호발귀가 위험해. 아마 당하지 않았을까 싶어.”

그녀가 주치균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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