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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귀환-316화 (완결) (316/316)

316화 후일담

“만무학관 수석 관도 하종, 앞으로.”

하종와 율명. 십만대산의 마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유일하게 마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존재들이었다. 황극린은 마경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마기에 대하여 연구할수록 두 사람의 특별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꽤 늦은 나이에 무공에 입문했지만, 두 사람은 천부적 재능으로 정파와 사파가 모인 만무학관의 천재들을 제치고 수석과 차석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우와아아아-!”

함성이 터져 나온다.

첫 만무학관의 졸업생. 만무학관이 생긴 지 5년이 지나고 처음 배출하는 관도들 중 대표였다. 수석인 하종은 수많은 무림 동도들 앞에서 연설할 기회가 있다.

이제는 어엿한 무림인이 된 하종.

그녀는 당당히 앞으로 나와 내공을 담아 외친다.

“제가 무공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만뇌문의 부문주이신 황극린 대협 덕분입니다. 그분께서는 모 문파에 납치당할 뻔한 저희 남매를 구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는 사실이다.

“저는 황 대협의 의지를 이어받아 강호 무림에서 소외된 모든 이들을 도울 것입니다. 황 대협이 주신 기회에 보답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이 뜻과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경건한 목소리에 담긴 강렬한 의지.

이제 막 20살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백이 넘쳐흘렀다.

만무학관 졸업식의 귀빈석이 웅성였다.

첫 졸업이니만큼 정사를 막론하고, 각 문파와 가문의 수장들이 참석했다. 그들은 하종에게서 우월한 재능을 느꼈다.

“황 대협에 이어서 또 다른 천재가 나타났군.”

“목소리에 담긴 내력, 보통의 것이 아닐세.”

“허허!”

“듣자 하니 백온후라는 아이도 그 재능이 대단하다고 하던데 말이오.”

“맞소. 내 아들과 친선비무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아이도 보통은 아니더군.”

만뇌문 출신의 문도들은 무림 곳곳에서 활약했다.

한량이라 불리던 제갈수는 과거의 불명예를 종식시키는 실력과 인품으로 강호행을 하며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다. 광견살검이라 불리던 구자광은 조만간 천하칠대고수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비청하와 백건악도 빼놓을 수 없다.

중원 최고의 의원이라 평가받은 성수신의.

마교 부교주 출신이면서 곤륜파 무학의 정수를 이어받은 공야월.

만뇌문도들만 있는 게 아니다.

사파였지만 이제는 광동성에서 최고의 세를 펼치는 월영문과 무려 반로환동의 경지에 올라서서 가문으로 되돌아온 서문세가의 태상가주 서문륭.

사실 나열하자면 만뇌문의 뜻을 따르는 이들은 끝도 없다.

정사를 막론하고 만뇌문에 대한 무림의 지지는 끊이질 않는다. 오죽하면 만뇌문에 대한 욕을 입에 담으면 무림공적이 될 것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만뇌문에 대한 평가는 압도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종과 율명이라는 만뇌문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인재들이 만무학관을 졸업했다. 그들은 만뇌문의 명예가 아닌, 무림에서 소외받는 자들을 돕겠다고 한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가?

“이제 정말 만뇌문의 천하라는 게 실감이 나는군.”

“그러게나 말일세.”

구파일련의 수장들.

육대세가의 가주들.

사파의 지존들.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들은 시기나 질투 따위는 없었다.

그들을 쫓아가기엔 너무도 높게, 찬란하게 떠 있었으며, 애초에 황극린이 부귀영화를 위해 세력을 넓힌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경의 존재를 자세히 알고 있다.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황극린은 세세하게 공유했다. 그것이 모두의 신임을 샀다.

세상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거대한 힘.

마기를 사사로이 다루는 자는 모두가 합심해서 물리치자는 조약까지 맺었다.

물론, 부정적인 생각을 품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으리라.

‘이 평화가 얼마나 오래 갈까? 무림맹이 결성된 당시에도 정파 무림은 이러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역사를 반복해 왔다. 곧 평화가 깨질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최소한 황극린이 뜻을 이어받는 이들이 남아 있을 때까지는 평화가 지속될 거란 것이다.

분명 부정적인 이들이 있다고 판단한 무림맹주이자 만무학관주 계립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어찌 반박해야 할까 잘 반박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던 중 너털웃음이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과연 만뇌문의 천하가 끝이 나긴 할까?’

계립은 황극린을 떠올렸다.

놀랍게도 그는 경지가 더 상승한 상태였다. 최근 황극린과 비무를 했던 계립은 그의 힘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평생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존재. 그게 바로 황극린이다.

‘거기다 그분도 계시지.’

계립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분을 떠올렸다.

* * *

백색의 머리카락.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주변의 기운이 잘게 떨린다. 그녀의 존재만으로 공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렇다고 위험한 건 아니다.

주변으로 꽃과 풀잎들이 싱그럽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기운을 나눠 가지는 듯이 말이다.

“오셨군요, 주인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던 여인이 헐레벌떡 앞으로 나아간다. 분위기와는 다르게 걸음걸이가 왠지 방정맞았다.

“그때보다 더 큰 것 같구나, 흑주.”

“그러게나 말이에요!”

흑주.

그러니까 거미 영물이었던 그녀는, 어느 순간 각성했다. 하반신이 거미였던 과거가 있었다.

반인반수(半人半獸).

그런 존재에서 흑주는 변화했다. 외관은 분명히 완벽한 인간이 되었다.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흑주는 수차례의 마기 흡입에서 부작용으로 이성을 잃을 뻔했다. 과거 바다의 마경에서 보았던 ‘현무’처럼 변화할 조짐도 보였다.

만약 곁에 황극린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흑주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몸은 괜찮으냐?”

“네, 주인님!”

흑주는 사람처럼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 이 감정은, 자세히 따지면 인간을 흉내 내는 것과 비슷하다. 몇몇 마경에서 발견했던 ‘인격’을 지닌 것처럼 보이던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인간과는 다른 사상을 품고 있었다. 그게 사회적인 교류를 통해 자라나는 인간과 다른 환경의 탓인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그러한 탓인지는 확실하진 않았지만, 각자의 개성이 몹시 뚜렷했다.

흑주는 그런 마경에서 탄생한 존재들보단 훨씬 온화했다.

최소한 황극린의 앞에서는 말이다.

“욕구는 많이 사라졌고?”

“음, 네. 가끔 충동이 들긴 하지만… 주인님의 혈석으로 참고 있어요!”

흑주의 욕구란, 피를 탐하는 것.

애초에 흑주는 영물일 때부터 인간의 피와 살을 포식했다. 그러한 식습관이 신수가 되었다고 해도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다. 단지 참아 내고 바꾸고 있을 뿐. 흑주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워 가고 있었다.

“고생했다.”

황극린의 칭찬 한 마디에 흑주는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녀석에겐 그의 한 마디가 최고의 칭찬이었다.

“제가 ‘아이들’을 시켜 알아보았는데요!”

흑주가 조잘조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가 말하는 아이들은 세상 어디에나 찾아볼 수 있는 곤충들이었다.

외견은 인간처럼 보이긴 했지만, 흑주는 인간과는 다르다. 흑주는 손과 발에서 거미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작은 곤충들에게서 군림하며 소통이 가능한 존재였다. 인간의 관점에선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진화의 방향성이라고 해야 할까?

흑주는 황극린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되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흑주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인지 능력으로 정보를 취합할 수 있었다.

“주인님께서 예상하신 대로 마경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그 주변으로 영물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났어요!”

마경 하나에 담긴 기운의 총량은 황극린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수준이다. 흑주와 함께 마기를 없애면, 정확히 말하면 자연과 비슷하게 정화한다면… 그 거대한 힘은 주변에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한다.

본래 마경 주위는 자연적으로 황폐한 지역이 된다. 십만대산이나 무림맹 지하의 특별한 마경도 존재했지만 대부분 그러하다.

현 무림은 때아닌 영물의 범람을 목격하고 있었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개체가 있었느냐?”

“아, 저처럼 될 수 있냐는 말이죠? 잘은 모르겠지만 특별한 아이가 몇 마리 보이긴 했어요! 잡아먹을까요?”

눈을 빛내며 묻는 흑주.

황극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일단 지켜보자꾸나.”

“네!”

황극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유득유실.

마경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다. 그러나 마경을 없애면 분명 주변에 폭발적인 자연의 기운이 범람하여 신비로운 현상이 생긴다. 영물과 영초가 넘쳐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쁜 상황은 아니다.

황극린이 만뇌문의 영예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면 영약과 영물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천하제일문을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다. 그는 마기를 정화하고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걸 해결하려 할 뿐이었다.

무림.

아니, 모든 이들의 무력이 상향 평준화된다고 할지라도 마경의 위협과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아직 없애지 못한 마경도 많았고, 바다 건너가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주인님, 누군가 여기로 오고 있어요! 무림맹의 인간들이에요!”

“무림맹?”

“네! 거미줄로 잡아 둘까요?”

“괜찮다.”

“네!”

무림맹의 정보원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흑주를 보고 깜짝 놀란다. 무림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뽐내는 흑주. 마치 설화에서나 나올 법한 신녀(神女)를 보는 듯했다.

“크, 크음! 화, 황 대협을 뵙습니다!”

“무슨 일이 있소?”

“화, 황 대협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흑주가 눈을 반짝였고, 황극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바만 제국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선발대의 선박이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그것만이라면 황극린을 찾을 필요가 없다.

“문제가 있나 보구려.”

“예, 바다 건너의 인간들이 바만 제국의 선박을 탈취하여 항구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화경에 이른 자가 최소 다섯이 넘어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오오!”

흑주가 폴짝 뛰었다.

“바로 갈까요?”

요즘 전투에 대한 흥미가 상당한 흑주였다.

황극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꾸나.”

* * *

“이놈들 예상외로 약골인데? 굳이 일곱 명이나 올 필요가 없었군.”

“음마법을 제대로 다루는 놈들도 없잖아?”

이질적인 외모.

그들은 전신에 특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기를 움직일 때마다 문양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온다. 서쪽 국가들이 말하는 ‘마스터’급의 존재들이 다섯 명이 넘는다. 한 번에 그 정도 전력을 움직일 만한 국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다 문제는 동쪽 국가와 교류하기 위해 ‘만무학관’으로 파견을 간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명실상부 대륙의 중추는 중원이라 할 수 있었고, 서쪽 국가들은 마법의 지식을 제공해 주는 대가로 그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지금 바만 제국은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다 죽여라.”

“적당한 제물이 되겠군.”

바만 제국이나 다른 국가들도 저력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들이 사용하는 마법의 특이성이었다.

“일어나라.”

“진군하라.”

기괴한 단어를 읊자 죽은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마치 강시와도 같았다.

학살과 파괴.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는 서쪽의 군세.

“바다를 건너오길 잘했군.”

“생명이 많이 태동했어. 후후.”

전력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이곳에서 자신들을 위협할 존재는 없다. 물론, 땅덩이가 넓은 만큼 어떤 강자가 숨어 있을지 모르지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별다른 반격은 없다. 거기다 조만간 후속 부대도 도착할 예정이다.

“마석을 대지에 박아라.”

“진을 펼치도록.”

기묘한 문자가 새겨진 마석.

그것을 땅에 꽂자마자 힘의 파동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공간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다.

바다 건너의 대륙과 이곳 대륙이 연결된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공간의 통로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정복 전쟁이 시작되려 한다.

“멍청한 놈들. 가만히 있었으면 최소한 백 년 정도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러게나 말이야.”

얼굴에도 문양이 새겨진 사내들이 킬킬댄다. 그들이 말을 할 때마가 검은 연기가 흘러나온다. 딱 봐도 마기를 몸에 품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거기다 왜인지 그들의 눈동자는 뱀의 그것처럼 쭉 찢어져 있었다.

“연결되었…….”

“음?”

보고하던 수하의 목소리가 끊겼다.

정찰대의 수장이 수하를 바라본다. 그의 목이 깔끔하게 잘려 있었다.

“무슨…….”

“주인님, 이놈은 저랑 비슷한 냄새가 나요! 근데 불안정해 보여요!”

분명 말투는 가벼웠는데, 그 음색이 예사롭지 않았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다를 건너온 정복자들의 몸이 굳는다. 그것을 본 흑주가 미소를 머금었다.

“맛있겠다, 너희!”

“너는 누… 구……!”

그때,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도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다.

“마경과는 다른 방식이로군. 바다 건너에선 이런 방식으로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단 말인가?”

사내는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고, 거대 공간 이동 진을 바라본다.

새로운 발견이다. 당연히 그들은 황극린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노옴!”

음마법이 펼쳐진다. 황극린을 노리는 거대한 악의. 한 명, 한 명이 화경급에 이른 고수들이다. 하지만 황극린은 천화련주를 상대할 때보다 더 성장한 상태였다. 거기다 그의 곁에는 흑주도 있었다.

“너, 주인님한테 뭔 짓이야! 죽을래!”

사실 흑주는 이미 사방에 거미줄을 펼쳐 놓았다. 뇌섬사. 황극린이 애용하는 공격 수단 중 하나였다.

“만뇌.”

굳이 뇌혼까지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황극린과 흑주는 서로 손발을 맞추었다.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 황극린은 흑주를 전투 괴물로 만들어 놓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중원… 아니, 대륙 전체와 싸울 수 있다는 평이 있을 정도였다.

콰지지지지직-!

황극린이 발현한 뇌전이 정복자들을 휘감았다. 난생처음 맛보는 고통에 정복자들이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바만 제국 전체에 특급 비상이 걸려 있던 것에 비해서 참으로 허무한 결말이다.

물론, 저들도 완전히 쓰러지진 않았다.

반격할 힘이 없을 뿐. 입을 열 힘은 남아 있었다.

가장 기괴한 문양을 전신에 새긴 사내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말한다.

“너는… 어떻게 그러한 힘을…….”

고개를 갸웃한 흑주가 통역한다.

“주인님, 어떻게 그런 힘을 가졌냐고 묻는데요?”

황극린이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잘 모르겠다고 전해라.”

“네!”

황극린의 대답에 자꾸 소리를 꽥꽥 질러 대던 사내.

“그리고 겁 없이 우리 땅에 온 것은 실책이라고도 전해 주렴.”

흑주의 통역을 들은 사내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는다.

이런 괴물이 바다를 넘어간다면……?

대체 이런 괴물이 왜 이런 비루한 땅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바로 가실 건가요, 주인님!?”

흑주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묻는다.

“…아니.”

가끔 녀석의 호전적인 성향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황극린의 명령은 잘 따른다. 그러니 문제는 없을 거다.

“아 참, 마님도 이곳으로 오시기로 했죠! 어! 이제 오시는 것 같아요!”

황극린 또한 그녀의 기척을 느꼈다.

그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맺혔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여인. 순식간에 황극린의 앞에 도착했다.

“먼저 와서 미안하오. 사안이 급해서 말이오.”

그녀, 남궁운혜가 답한다.

“제게 서신을 보내 주셨으니 괜찮답니다.”

이걸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황극린은 전생에도 남궁운혜와 부부의 연으로 맺어졌다.

하지만 전생과 현생의 차이가 존재했다.

바로 연모의 감정이었다.

어떻게 남궁운혜에게 사랑을 느꼈는지 알 수 없다. 모든 일이 끝나고 무림으로 돌아가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꿈을 꾸었는지 자세히 들었을 뿐이다. 그랬을 뿐이었지만, 어느 순간 황극린은 그녀를 마음에 담게 되었다.

그 감정의 변화는 황극린으로서 참으로 기이한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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