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귀귀환-76화 (76/316)

76화 수하는 필수

“크흐흐흐……! 크하하하하!”

패배한 팽여해가 폭소한다. 눈에는 광기(狂氣)마저 어른거리고 있었다. 패배했음에도 웃을 수 있는 자가 일류라고 했던가? 그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역시 중원은 넓구나! 정말 재밌어!”

팽여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 잔뜩 쌓인 은화를 봇짐에 싸 황극린에게 전해 준다.

“이제 은화는 당신 것이오!”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고맙소.”

“혹시 용봉지회에 참가하시오?”

“그렇소.”

“크하하하하! 좋군, 좋아! 다시 만날 날을 기억하지. 난 하북팽가의 팽여해요.”

“만뇌문의 황극린이오.”

만뇌문의 황극린이라는 말에 군중의 웅성거림이 커진다.

“대체 누구야?”

“모르겠는데?”

“아, 들어 본 적 있다! 강서성의 남창에 새로이 개파한 문파라고 하더군. 듣기로는 남창에서 평이 좋더라고.”

“남창? 남창에 유명한 문파가 있었나……?”

팽여해는 절도 있게 포권지례를 했다.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꿈틀거리는 게 장관이었다.

“패배를 인정하오. 하나, 다음엔 패배하지 않을 것이오!”

“기대하지.”

황극린은 은화를 챙겨 자리를 뜬다.

팽여해는 분한 기색도 없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황극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허리춤의 대도(大刀)를 쓰다듬는다.

‘저 사내는 얼마나 강할까? 과연 어떻게 싸울까?’

황극린.

역시 무림은 넓었다. 칠룡오봉에 오를 후기지수는 계속에서 나타난다. 그렇기에 그는 용봉지회에 한 번 우승했더라도 이렇게 매회 참가하는 것이었다.

‘다음에 만날 땐, 오늘처럼 쉽게 결판이 나진 않을 것이오!’

팽여해의 몸에서 투기(鬪氣)가 샘솟는다.

내공과는 확연히 다른 기운. 투기는 팽여해의 성장의 밑거름이었으며 강함의 원천이나 다름없었다. 강자를 만날수록 강해진다. 팽여해는 황극린의 존재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새로운 숙적의 발견에 흥분한 팽여해가 떠나간다.

심판을 보던 청의 사내 또한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따랐다.

그리고…….

군중 속에서 죽립을 눌러쓴 사내가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팽여해는 더 성장하겠군.’

팽여해가 가로막는 것을 힘으로 부숴 버리는 완력의 소유자라면, 죽립을 쓴 사내는 잘 벼려진 한 자루의 검과 같았다. 무엇이든 베어 버릴 수 있는 예기가 그의 몸에 깃들어 있었다.

흐물흐물한 것은 베는 맛이 없었다.

단단한 팽여해의 의지는 베어 버릴 맛이 있는 거목(巨木)이다. 그가 단단해지면 단단해질수록 쓰러지는 소리가 더욱 우렁차리라. 용봉지회는 팽여해를 쓰러트리기 좋은 연회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황극린이라고 했던가?’

그 또한 팽여해와 마찬가지로 베는 맛이 있으리라.

‘재밌겠군.’

* * *

“넌 정말 대단하구나. 근육은 한참 모자란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힘이 센 거지?”

근육이 크다고 다가 아니다.

팽여해와의 손목 젖히기 싸움은 단순히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찰나의 순간에 어느 정도의 힘을 집중시키느냐도 중요하다. 또한, 팽여해는 황극린과 손목 젖히기를 하기 전에도 이백 명이 넘는 상대를 쓰러뜨렸다. 정상적인 상태라 볼 수 없었다.

“다음에 만날 때 그는 더 성장할 것이다.”

“그땐 네가 질 수도 있어?”

두야랑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하지만 황극린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니.”

황극린은 팽여해라는 사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거리를 벌리면 벌릴수록 더 바짝 따라붙는다. 상대와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그는 성장한다. 처음 그를 따돌렸을 때와 마지막에 그를 따돌렸을 때, 팽여해의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물론, 당시의 황극린이 시간이 갈수록 단전의 내력이 줄어들어 약해진 탓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식으로 강해지는 상대를 따돌리는 법은 간단하다.

그가 성장하는 것보다 더 빨리 성장하면 된다.

두야랑은 그런 황극린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여깁니다! 여기요! 황 장로님!”

광견살검이 해맑은 표정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엉덩이에 꼬리가 달려 있다면 좌우로 마구 흔들리지 않았을까?

“하하! 화음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객잔의 특실을 잡아 두었습니다! 2차 예선이 끝날 때까지 거기서 머무시면 될 겁니다.”

“고생했소.”

“……!”

광견살검.

미친개처럼 상대를 물어뜯는다고 하여 생긴 별호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주인의 칭찬이 고픈 강아지가 되었다.

“후후후! 고생은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구자광의 안내에 따라 황극린과 두야랑이 따랐다.

매화객잔.

그가 방을 잡아 놓은 객잔이었다.

“여깁니다. 식사를 준비해 놓으라 했습니다. 먼저 올라가셔서 목욕하고 오십시오. 지금 뜨거운 물을 막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고맙소.”

황극린의 말에 구자광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걸린다.

그런 광견살검을 가만히 지켜보던 두야랑도 은근한 목소리로 말한다.

“잘했어.”

“……?”

광견살검이 의아한 얼굴로 두야랑을 바라본다.

황극린이 칭찬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광견살검이 별호에 맞게 미친개의 면모를 드러내려는 순간, 황극린이 앞으로 나선다.

“씻고 오겠소.”

“예, 황 장로님!”

광견살검이 황극린을 쫄래쫄래 따라간다.

그것을 지켜보던 두야랑이 한숨을 폭 내쉰다.

‘나도 수하 하나 만들어야겠다. 수하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어?’

* * *

용봉지회의 2차 예선의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각 성에서 선발된 약 2,600명의 후기지수가 300명이 될 때까지 비무를 한다. 비무에서 3승 이상을 거두어야 3차 예선으로 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말이 세 번이지 각 성에서 올라온 후기지수들의 수준은 낮지 않다.

거기다 비무를 하다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2차 예선을 통과할 확률은 줄어든다.

비무마다 칠 주야 이상의 휴식 기간이 있지만, 그 정도 시간으로는 웬만한 상처를 치유할 수 없었다. 부상을 입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실력이라는 게 용봉지회를 주최하는 구파일련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개최 횟수만 28회에 달하는 용봉지회엔 어두운 폐단이 존재하고 있었다.

비무 상대가 정해지면 사전에 만나 돈을 주고 승리를 ‘구매’하는 이들의 존재였다. 화산파의 무인들이 2,600명에 달하는 무인들을 모두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차 예선부터는 참가자들이 묵을 수 있는 전용 숙소를 배정하여 이런 폐단이 확연히 줄어들긴 하지만, 2차 예선에서는 출신 배경으로 상대를 압박하거나 돈으로 승리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황극린을 찾아온 무인들처럼 말이다.

“당신의 만뇌문의 황극린이오?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소? 난 황 소협의 2차 예선 비무 상대요.”

쾌검극가(快劍劇家)의 장남 극수인.

그는 비무 상대가 황극린이라는 것을 파악한 후 바로 쾌검극가의 무인들과 함께 매화객잔을 찾아왔다.

두 사람은 3층의 객실로 올라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난 쾌검극가의 극수인이오. 이미 알아챘겠지만, 일점쾌검(一點快劍)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지.”

일점쾌검?

황극린은 그런 별호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별호에 자부심이 있는지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황극린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만뇌문이라는 문파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중원에 얼마나 많은 문파가 있던가?

그래도 1차 예선을 통과한 실력자이니 숨겨 놓은 한 수 정도는 있겠지만… 2차 예선에서 탈락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런 참가자에게 발목이 잡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번에는 본선에 오르리라 다짐한 극수인은 2차 예선의 상대를 미리 만나기로 했다. 그 또한 3년 전에 개최된 용봉지회에서 승리를 구매한 상대와 맞붙어 아쉽게 패배한 경험이 있었다. 자신은 정정당당히 승부하려다 호각의 적을 만나 많은 부상을 입은 상태로 비무에 임한 것이 패착이었다.

최소한 3차 예선부터 정정당당하면 된다.

2차 예선 따위에서 힘을 뺄 필요는 없다.

그런 마음으로 극수인은 황극린이 있는 매화객잔으로 찾아왔다.

용봉지회는 3년에 한 번밖에 없는 기회였다. 무림의 정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애송이들에게 발목을 잡힐 수는 없었다. 거기다 자신 말고도 이렇게 승리를 구매하는 이들은 많았다. 그들은 영리하게 살아가는 대가로 용봉지회에서 명성을 얻는다.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소.”

“무슨 제안이오?”

“다음 비무에서 적당히 하다가 기권하시오.”

“거절하오.”

황극린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싶어서 잠시 들어 주었더니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멈추시오.”

극수인의 말에 쾌검극가의 무인들이 황극린을 둘러싼다.

용봉지회가 펼쳐지는 장소엔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무림인들은 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물론, 상대가 압도적이라면 알아서 눈을 피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만뇌문은 섬서성까지 그 명성이 닿지 않았다.

사실 명성이 닿았다고 한들, 백성들에게 음식을 뿌리는 심성이 고운 문파라는 인식만 가졌을 것이다.

칠성방이라는 흑도 문파를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정파가 득세하는 지역에서는 흑도들은 애초에 머리를 들이밀지도 못하는 게 정상이었으니까.

“용봉지회에서 명성을 떨치려는 마음은 이해하오. 무명의 무인이 이름을 알리고, 사문의 명예를 드높일 방법은 용봉지회뿐이라 생각하겠지.”

“…….”

“하나, 아니오. 용봉지회는 무명의 무인이 이름을 알리는 장소가 아니라… 이미 별호를 가지고 세간에 알려진 무인들이 다시금 재평가받는 곳이오. 황 소협은 이번에 용봉지회에 처음 참가했다고 들었소. 이번엔 2차 예선까지 올라온 것에 의의를 두도록 하시오.”

극수인은 거만하게 말을 이어 간다.

“그리고 나 일점쾌검과 연을 맺었다는 것에 감사하도록 하시오. 필히 그것은 강호에서 살아가며 도움이 될 테니까.”

그가 탁상에 행낭을 올려놓는다.

묵직한 것이 꽤 많은 돈이 들어 있을 것 같았다.

황극린이 가만히 있자 극수인이 미소를 머금는다.

그래도 말이 통하는 상대였다.

“그럼 비무 날 때 봅시다.”

그렇게 극수인이 떠나가려 할 때.

“어디서 개새끼들이 우리 장로님한테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냐?”

“누구냐!”

쾌검극가의 무인들이 성난 기세로 입구를 바라본다.

험악한 인상의 중년 사내가 뚜벅뚜벅 쾌검극가의 무인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의 허리춤에 검이 있는 것을 보면 무림인이 분명했다.

“네놈은 누구냐?”

“나? 만뇌문의 문도다.”

“문도라고?”

분명히 조금 전에 사내는 ‘우리 장로님’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황극린이 문파의 장로라는 말인가? 이렇게 어린 놈이 장로라니……?

쾌검극가의 무인들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쭈, 웃어?”

광견살검은 본래 말보다 주먹이 빠른 사내였다.

그는 참지 않았다.

퍼억!

다행이라고 할 점은 검집째로 휘둘렀다는 점일까? 검을 뽑았다면 쾌검극가의 무인 중 하나는 죽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노오옴!”

“감히!”

“감히? 네놈들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 내가 검을 뽑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야.”

이제 개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문파. 거기다 새파랗게 어린 놈이 장로인 문파.

그딴 문파에 무시당할 쾌검극가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지려 할 때였다.

“그만하시오.”

황극린의 말에 중년 사내의 투기가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고선 마치 아양을 떨듯 황극린의 옆으로 이동했다.

“비무장 밖에서 싸우면 실격이 될 수도 있소.”

“죄송합니다. 제가 그걸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당신들도 돈으로 날 매수하려 했다는 걸 들킨다면 실격 처리 되겠지. 이번 일은 굳이 화산파에 보고하지 않겠소.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진 않군.”

황극린이 광견살검의 일격에 쓰러진 무인에게 다가간다.

그러고선 극수인에게 받은 행낭을 건네주었다.

“치료비로 쓰시오.”

“지금 무슨 짓을……!”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극수인이 흥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살기가 그의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광견살검 구자광.

그는 강호백대고수 중 하나였다. 황극린과 두야랑 앞에서는 저질 체력을 선보이며 약한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강호에서 그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애송아, 조금만 더 움직이면 넌 진짜 죽어.”

“뭐, 뭐라……?”

“아니면 널 조지는 게 아니라 극준경 그놈을 죽도록 패 버릴 수도 있다. 그게 너한텐 더 무서우려나?”

“뭣이!”

극준경은 쾌검극가의 가주이자 극수인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를 모욕하는 말을 듣고도 참는다면 강호인이 아니었다. 극수인이 검을 뽑으려는 순간이었다.

“수인아, 잠시만!”

그때 극수인을 따라 함께 화음현으로 온 쾌검극가의 장로 극무진이 소리쳤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니 과거의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 떠오른다. 쾌검극가의 가주 극준경은 몇 번 패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처참하게 패배했던 때를 말하라고 하면…….

“설마… 설마 당신은 광견살검……?”

광견살검이라는 말에 구자광이 묘하게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과거 그는 별호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뇌불에게 정신 개조를 당한 후에는 그 별호가 부끄럽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나, 강호에서 별호를 밝히는 게 귀찮은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

“……!”

광견살검의 악명은 강호에서 유명했다.

거기다 10년 전 가주가 그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경험이 있는 쾌검극가로선 그 별호가 악몽처럼 다가왔다.

“설마 당신… 만뇌문에 들어간 것이오?”

“그러면 뭐? 어쩌려고? 선전포고라도 하게?”

“…….”

“아무튼, 조용히 살려고 하는데, 건드리면 가만히 안 둔다. 만약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접어 두는 게 좋아. 그분이 진노하시면 네놈들은…….”

구자광은 뇌불의 잔혹한 미소를 상기하며 공포에 떨었다.

“모두 죽을 테니까.”

“……!”

대체 광견살검을 두렵게 하는 ‘그분’은 누구란 말인가?

천하백대고수가 고작해야 만뇌문의 문도란다. 그런데 황극린이라는 놈은 만뇌문의 장로였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쾌검극가의 무인들과 극수인은 멍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멍청하지 않기에 용봉지회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려고 황극린에게 승리를 구매하러 왔다. 신생 문파의 문도 따위를 매수하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다고 판단했으니까.

“얼른 안 꺼지냐? 장로님께서 식사하실 시간이다.”

“…가자.”

쾌검극가의 무인들이 축 늘어진 채 매화객잔을 떠나갔다.

일 층에서 먼저 식사하고 있던 두야랑이 고개를 갸웃하며 막 자리에 앉은 황극린에게 묻는다.

“응? 극린이 널 찾아온 사람들 아니야? 왜 저렇게들 풀 죽어 있어?”

“돈으로 승리를 사려 하더군.”

그 말에 두야랑이 혀를 찬다.

그래서 광견살검에게 잔뜩 혼이 났나 보다.

“이런 걸 보면 사파나 정파나 다를 게 없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지.”

그때, 혹여나 놈들이 괜한 수작을 부릴까 친절하게 그들을 배웅하고 온 광견살검이 돌아왔다.

“장로님, 이제 앞으로 저런 버러지들과 말을 섞으실 필요도 없게 제가 다 정리하겠습니다.”

뇌불이 광견살검을 같이 데려가라 한 이유도 이것이었다.

“고맙소.”

“하하하, 그런 말씀 마십시오. 문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 광견살검과 황극린을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두야랑은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한다.

‘나도 수하를 만들어야겠어……! 무조건! 꼭!’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하북팽가의 대공자 팽여해와 힘겨루기를 해서 이겼다는 황극린의 이름이 용봉지회 참가자들에게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황극린이 부리는 무인이 천하백대고수 중 하나인 광견살검이라는 소문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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