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귀귀환-29화 (29/316)

감이다

황극린이 다음으로 찾아간 장소는 허름한 판잣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거지촌이었다. 이곳에 발을 디디자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지만, 황극린은 표정 하나 변함이 없었다.

“아이고, 도련니임! 한 푼만 줍쇼! 사흘 밤낮을 굶었더니 너무 배가 고픕니다아아!”

얼마나 오랫동안 얼굴을 씻지 않았는지 누렇다 못해 검게 물든 얼굴의 중년인. 비교적 말끔한 외관의 황극린이 거지촌에 들어오자 다짜고짜 황극린의 앞을 가로막으며 구걸했다. 그러면서도 중년인은 황극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자아, 넌 어떤 놈이더냐?’

구걸할 때 반응을 지켜보면 상대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거지를 하찮게 여긴다면 혐오 가득한 표정으로 거지를 피하려 할 것이며, 정이 약한 성격이라면 머뭇거리며 오히려 거지의 눈치 눈치를 보곤 한다.

구걸의 기술이라고 해야 할까?

상대의 반응에 따라 중년인의 행동도 달라질 것이다.

만약 전자라면 일부러 시비를 걸어 주먹을 휘두르게 할 것이며, 후자라면 있지도 않은 가정사를 지어내서 최대한 자신을 불쌍히 여기도록 할 것이다.

“···응?”

중년인의 그런 생각도 잠시.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황극린은 중년 거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거지를 혐오하거나 해서 무시한 게 아니다. 아예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고, 살짝 방향을 틀어 옆을 지나쳤다.

이런 반응은 또 처음 본다.

적어도 사람이 말을 걸면 잠시 걸음을 멈추는 게 예의가 아니던가?

“어이···!”

후다닷!

거지가 황급히 황극린을 뒤따른다.

“멈추라고!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아? 어엉!”

어찌나 걷는 속도가 빠른지 뛰지 않고서는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중년 거지는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뛰는 것이라 폐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헥헥··· 헥헥···! 사람 말은 끝까지 듣고···.”

“여기가 개방의 남창 분타, 맞소?”

‘응?’

목소리를 들은 중년 거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조금 키가 작긴 했지만, 성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목소리를 들으니 영락없는 어린애가 아닌가?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길어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 하관의 피부가 뽀얗고 윤이 자르르 흐르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더 어려 보인다.

“맞는데? 왜?”

황극린이 중년 거지의 허리춤을 바라본다.

그에겐 개방도의 표식인 ‘녹색 매듭’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눈치챈 중년 거지가 비웃는다.

“뭐,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나 보군. 매듭은 차지 않는 제자들도 있단다.”

“그렇군. 정보를 사러 왔는데.”

황극린의 말에 중년 거지가 왈칵 인상을 찌푸린다.

“허, 어린놈의 자식이 어디서 반말을 찍찍 내뱉느냐?”

“······.”

“여긴 너같이 어린놈이 오는 곳이 아니란다. 썩 돌아가! 어르신들한테 뒤지도록 맞기 싫으···.”

띵!

황극린의 소매에서 동전 하나가 나온다.

“앗!”

거지의 본능이라고 할까?

중년인은 화들짝 놀라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놈이 어디다 돈을 버려? 내가 주워줬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여기 계신 개방도 형님들께서 개떼처럼 달려와서···.”

“돌아가겠소.”

황극린이 갑자기 몸을 돌린다.

중년 거지는 또 당황하고 말았다. 도저히 소년의 행동이 예측되질 않는다. 그런데 바로 돌아간다니?

“어이!”

황급히 중년 거지가 황극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얍삽한 표정을 지으며 황극린의 얼굴 앞에서 동전을 흔들어댔다.

“이건 그냥 적선한 것으로 알면 되겠냐?”

“아니, 정보의 값이오.”

“뭐? 내가 무슨 정보를 줬다고?”

“개방은 다시 찾을 곳이 아니라는 정보 말이오.”

중년 거지의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뭐라고? 그만! 멈춰!”

“가라고 하지 않았소?”

“그, 그건 그렇지만! 아무튼! 이건 다시 돌려주마!”

“괜찮소. 정보의 값은 확실히 지불해야지.”

지체하지 않고 걸음을 옮기는 소년.

중년인은 이런 사람을 처음 보았다. 보통 거지를 마주하면 전형적인 반응을 보이길 마련인데, 황극린의 반응은 중년 거지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소년의 앞에만 서면 자꾸만 흥분하게 되고, 격한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그렇기에 소년을 이대로 보내줄 순 없었다.

“정보를 산다고 하지 않았냐? 어딜 가서 정보를 사려고?”

“하오문.”

“뭐어어!”

하오문은 개방도들에게 역린이었다.

과거엔 구파일방(九派一幇)이라 불리며 명문 거파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개방이었지만, 지금은 그 지위를 완전히 상실했다. 오히려 정파에서 하오문을 찾는 경우도 왕왕 있었으니, 개방도 앞에서 하오문은 절대 언급 금지였다.

“하오문이 어떤 곳인지는 아느냐? 응? 수틀리면 고객의 정보도 가공해서 팔아버리고, 살인멸구도 마다하지 않는 흑도 놈들이다. 그런데 가겠다고?”

“그래도 개방보단 낫지 않겠소?”

황극린의 도발에 중년 거지가 발끈하며 외친다.

“오냐, 좋다! 네가 원하는 정보를 모두 내어주마! 개방이 하오문과 얼마나 다른지 확실히 알려주도록 하지! 놀라지나 말거라!”

황극린이 입을 다문다.

눈동자가 보이지 않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왠지 긴장되는 순간이다. 소년은 과연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

“얼마?”

“뭐···?”

“정보를 얼마에 줄 수 있느냔 말이오. 가격을 듣고 정하겠소.”

중년 거지가 입꼬리를 올린다.

이런 도발에는 초강수를 둔다. 오히려 상대가 당황하게끔!

“그래, 좋다! 네가 준 동전 하나에 원하는 정보를 모두 내어주마. 이 몸이 아직 의결(衣結)을 가지지 못한 백의개(白衣丐)라 하여도···.”

“좋소.”

“너 같이 어린놈에게 줄 정보는 내 머릿속에 모두··· 응?”

황극린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맺혔다.

그것을 본 중년 거지의 등골에 땀이 흐른다. 이 기분은 대체 뭐지?

“개방의 남창 분타주께서 그리 약조하셨으니 꼭 지키리라 믿겠습니다.”

“······.”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필요한 정보가 꽤 많습니다.”

완전히 정중한 태도로 바뀐 황극린.

중년 거지, 개방의 남창 분타주 능시걸이 입을 떡 벌린다.

‘뭐야? 이놈? 어떻게 내가 분타주인걸 알았지?’

백의개로서 한 약조와 분타주의 약조는 무게가 달랐다.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

* * *

황극린은 굳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정보를 살 생각까진 없었지만··· 굴러들어온 이득을 걷어찰 성격도 아니었다. 비동에서 뇌불의 정보가 억만금을 주고도 쉬이 구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개방의 정보는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성질이었다.

단지, 황극린의 입장에선 직접 얻기 귀찮을 수준일 뿐이다.

황극린은 미래에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을 꽤 알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확실하게 기억하진 못한다. 거기다 흑살문으로 끌려가 수련 받은 5년 동안의 중원 정세는 거의 모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황극린이 개방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현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서.

당장은 아니지만, 꼭 알아야 할 정보도 있었다.

“대체 어떻게 내가 분타주인 걸 알았느냐? 응?”

능시걸이 애걸복걸했지만, 알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황극린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이거 완전 날강도가 아닌가? 귀한 정보를 동전 한 푼에 제공해주는 것도 서러운데, 되려 정보를 팔려고 하다니?

사실 황극린이 능시걸이 분타주인 것을 파악할 수 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일부러 숨이 차는 연기를 한다던가, 가볍게 달리는 모습에도 보법을 익힌 흔적이 진하게 느껴진다던가··· 거기다 거지촌의 거지들의 시선을 보고 대번에 파악했다.

능시걸은 당연히 황극린이 그런 방식으로 파악했으리라 생각하진 못했다.

이미 자신이 분타주인 것을 알고 왔을 것이 분명하다. 뭐, 남창의 무림인들에겐 공공연한 비밀 수준이었으니까.

“······.”

서류 뭉치를 읽어나가는 황극린.

제대로 속았다는 생각에 두 주먹을 쥐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능시걸.

“후우우우···!”

그래도 한 시진이 지나자 어느 정도 노여움이 가라앉는다.

깊은 한숨을 내쉰 능시걸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비무 대회에 참가하려고 그러느냐?”

“······.”

“이것도 돈을 받을 생각이냐? 이왕 알려주는 거 더 자세히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다. 설마 개방의 분타주를 믿지 못하는 거냐?”

황극린이 마지막에 요구한 정보는 호북성 근처에서 개최 예정인 비무 대회에 관한 정보였다.

“참가할 겁니다.”

“명성을 떨치기 위해?”

“비슷합니다.”

“으으음···.”

정확하게는 영약을 얻기 위해서였다. 대개 비무 대회에서 걸리는 상품은 정해져 있다. 그 품질이 어떠하듯 영약을 거는 경우가 많았다.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비무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아서라, 네가 누구에게 무공을 배웠는진 모르겠으나··· 비무 대회의 우승자는 다 결정되어 있다.”

사실이 그렇다.

비무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 대부분 문파나 가문의 후계자를 선보이기 위한 자리였다. 영약은 그런 후계자들에게 주는 선물에 불과하다. 전 무림인의 이목이 집중된 거대 규모의 비무 대회라면 또 다르겠지만, 크게는 성급(省級)이나 작게는 현급(縣級) 수준으로 치러지는 비무 대회의 우승자는 이미 내정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소년의 출신 문파가 어딘지 모르기에 조언해주는 것이다.

체격이 다부진 것을 보아하니 무공을 익힌 것은 확실했지만, 아마 대단한 문파 출신은 아니리라. 이렇게 개방을 찾아와서 정보를 구매하려 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규모가 있는 문파의 소속이었다면, 비무 대회의 정보 따위는 쉬이 구할 수 있었을 테니까.

황극린의 사정을 모르는 분타주로서는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그렇군요.”

“실력에 자신이 있는 거냐?”

“없진 않습니다만.”

그러자 능시걸이 미소짓는다.

소년의 배포와 배짱은 확실히 인정할만하다. 자신을 속여먹은 저 일관된 표정. 확실히 인재는 인재였다. 무인으로서가 아니라···.

“너 개방에 들어올래?”

“······.”

기억해둘 만한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던 황극린이 고개를 든다.

“내 사람을 많이 봐왔지만, 너처럼 어린 나이에 그리도 표정관리를 수월하게 놈은 처음 봤다. 이 능시걸이 인정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야.”

“개방에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왜? 무공으로 무림에서 이름을 날리고 싶어서 그러냐? 그건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네가 동네에서 힘을 좀 썼다고 하더라도, 무림 전체로 보면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특히 무림의 심장부에 가까이 갈수록 좌절을 맛보게 될 거다. 거긴 괴물들이 넘쳐나거든. 재능으로든··· 배경으로든 말이지.”

황극린이 자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능시걸이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개방에 들어오면, 넌 일단 중원 최고의 배경을 얻게 된다. 중원의 10만 개방도와 함께 하는 것이다. 든든한 동료들이 널 지켜줄 거야. 너는 네 재능만 개화하면 된다. 네가 만약 개방에 들어오겠다면 특별히 분타주 추천으로···.”

“싫습니다.”

“···왜?”

당연한 일이다.

황극린이 문파에 소속되려 했다면 뇌불의 장보도를 찾지 않았으리라. 거기다 뇌불의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제 다른 문파에 입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냥 싫습니다.”

단호한 황극린의 말에 능시걸의 표정이 뚱해진다.

이 소년은 대체 어떻게 살아왔길래 이런 강단을 가지게 되었는가? 혼자 개방 분타에 찾아와서 정보를 요구한 것을 보면 세상 물정을 모를 것 같진 않았다. 개방이 얼마나 큰 문파인진 알고 있으리라.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고민하던 능시걸이 승부수를 던진다. 이럴 때는 화끈하게 지르는 게 그의 정론이다.

“언제든 생각이 바뀌면 이걸 들고 본방에 찾아와라.”

다섯 개의 매듭이 양각된 동패(銅牌).

하단에는 능시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걸 들고 본방에 방문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다.”

능시걸이 동패를 주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음의 빚을 지게 하려는 것. 단순히 말뿐인 제안이라면 금방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개방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패를 가지고 다닌다면 언제든 그것을 볼 때마다 개방을 생각하리라.

언젠간 이 소년이 개방에 들어오게 된다면, 그건 능시걸의 업적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황극으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개방을 한 번 무료로 사용할 기회가 아니던가? 물론, 대단한 지원을 기대하지 못하더라도 요긴하게 쓰일 데가 있긴 하리라. 의도치 않은 횡재였다.

“분타주님의 성의니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잘 챙겨놓아라.”

황극린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개방에서 얻을 정보는 모두 얻었다. 일 년 뒤에 호북성 무한에서 펼쳐지는 적당한 비무 대회가 있었다. 절세의 영약이 상품으로 걸려있지 않지만, 무영심결로 인한 영약 흡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수준은 되었다.

“가려고?”

“예, 감사했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지요.”

황극린은 망설임 없이 분타를 떠나갔다.

그가 건물을 나서는 것을 확인한 능시걸의 표정이 진중하게 변한다.

“호평아.”

“예, 분타주님.”

허리춤에 달린 세 개의 녹색 매듭.

개방의 삼결 제자를 뜻하는 표식이었다.

“조용히 저 아이의 뒤를 밟아보아라. 어디 출신인지는 알아둬야겠지.”

분타주의 동패를 준 것은 순전히 감이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 확인 작업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 * *

세 시진 뒤.

능시걸은 충격적인 보고를 들었다.

“뭐라? 놓쳤다고?”

남창 분타의 삼결 제자 한호평은 일류에 가까운 실력자이다. 거기다 개방도들은 요인의 미행을 위해 추적술이 무공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런데 한호평이 그 소년을 놓쳐버렸단다. 아무리 인파가 많은 저잣거리라 하더라도···.

“죄송합니다. 아우들을 동원해서 꼭 다시 찾아내겠습니다.”

“됐다. 그냥 둬라.”

“예? 그래도 분타주님의 동패를 가지고 있는데···.”

“그놈은 자신이 추적당했다는 걸 알면 동패를 버릴 놈이야. 인연을 끊어버리고 싶진 않군.”

삼결 제자 한호평인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그 동패를 악용한다면 분타주가 피해를 본다. 뭐, 개방에서 파문당하는 수준까진 가지 않겠지만··· 분타주를 넘어 호법의 자리까지 욕심내는 능시걸이 훗날 발목을 잡힐 수도 있는 도박을 왜 하는 걸까?

그런 한호평의 표정을 읽었는지 능시걸이 웃는다.

“강호에선 작은 인연이 아주 크게 돌아오기도 한다. 그런 압박도 견디지 못할 거라면 강호에선 욕심을 부리면 안 되지.”

“그 소년을 높게 평가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감이지.”

“감··· 말입니까?”

“인심난측(人心難測)이라! 열 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잘 모르겠거든, 그냥 감을 믿는 게 좋더군. 누굴 원망할 필요도 없이 날 원망하면 되니까.”

“······.”

젊은 한호평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크크, 너도 그 소년과 똑같다! 감을 믿고 내 곁에 두는 거지.”

이해는 잘되지 않았지만, 한호평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피워올렸다.

* * *

누군가가 은은한 기쁨에 미소짓고 있을 때.

또 어딘가의 누군가는 절규하고 있었다.

“대체··· 대체··· 언제 오는 것이냐. 설마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고 떠나버린 건 아니겠지? 아니면 내가 육포를 너무 자주 먹어서? 그것도 아니면 몸이 조금씩 회복된다는 걸 알게 돼서···? 크흐흑!”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사무치는 굶주림을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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