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4화 (224/232)

대면

***

며칠 뒤 호충 일행은 노야산 기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황군과 마차를 끌고 왔다면 몇 주는 더 소요되었을 일이었지만, 극성으로 경공을 발휘했기에 크게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후우. 멀기는 멉니다.”

“그래도 너희와 함께 와서 시간을 줄였다.”

혼자 왔다면 더욱 빨랐겠지만, 이젠 흑림방 호위대가 없으면 허전함이 느껴졌다.

“바로 오르시겠습니까?”

“인원부터 확인하자. 나까지 열 맞지?”

“예. 문주님.”

“금원보는 잘 챙겨왔고?”

“예. 금원보 백 개를 나눠들고 왔습니다.”

호충은 하오문 본단에서 각자 열 개의 금원보를 챙겨 이곳에 온 것이다. 제자가 되려면 금원보 열개를 들고 오라고 했지만, 제자가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성의를 보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럼 가자.”

“옙!”

파박.

오랜 시간 단련한 강철 같은 다리가 땅을 박차고 산 위로 쏘아졌다.

.

.

.

“허어. 오늘은 또 무슨 일인고···.”

산중에서 도를 닦던 연만호가 번쩍 눈을 뜨고 동굴을 나섰다.

“스승님.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마한로는 연만호가 산에서 내려오자 당연하다는 듯이 식사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저도 사제를 거들지요.”

소야도 얼른 마한로를 따라 작은 부엌으로 향했다.

“같이 가!”

“사형은 스승님 곁에서 계셔야죠. 스승님께 가르침을 청하시면 저보다 더 자세히 알려드릴 텐데요.”

“네 옆에 있는 게 더 재미있는 걸?”

“······.”

연만호는 제자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겨 산문을 내려다보는 곳까지 갔다.

‘손님은 손님이로되 악인과 선인의 경계가 모호하구나. 도가의 향이 나는 듯하지만, 기이한 기운이 혼잡하게 섞여 있도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천기가 손님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한로와 소야의 식사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손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파박. 팍.

거침없이 산문을 넘어 계단을 달려 올라오는 이들의 숫자는 열.

한 눈에 봐도 깊이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었다.

‘신교의 아이들은 확실히 아닌 것 같은데···.’

연만호의 상념이 이어지기 전에 눈앞에 상대가 내려섰다.

“하하. 반갑습니다. 노인장.”

“···이제야 네가 누군지 알겠다.”

과거 소야의 과거를 통해 본 얼굴이었고 마한로의 과거 기억에도 등장한 얼굴이었다.

“네 이름이 진호충이라 했던가?”

“어휴. 정확하십니다. 노인장. 저도 노인장의 고대무림비사를 읽었습니다. 과거엔 믿지 못했지만, 이제는 노인장께서 신선의 가르침을 이은 반신선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습니다. 실로 대단하십니다.”

“······.”

‘예의를 모르는 천둥벌거숭이로 생각했거늘···.’

“깊이 도를 닦으신 모양입니다. 노인장의 무위를 추측할 수가 없으니 정말 난감합니다. 하하하.”

“!!”

옆에 있던 왕호가 깜짝 놀라서 몸을 경직시켰고, 흑림방 호위대도 슬며시 검병에 손을 가져갔다. 문주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고수라면 정말 대단한 고수라는 뜻이었다.

“네가 예까진 무슨 일이냐.”

“과거의 인연이 있어 노야산까지 단숨에 달려왔답니다. 고생한 저희들에게 차 한 잔은 주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

호충이 살갑게 대답하고 있지만, 연만호의 경계심은 여전했다.

“···둘 중에 누구더냐?”

“······.”

호충은 답하지 않고 우선 주변에 눈짓했다.

‘꺼내.’

그러자 왕호를 비롯한 흑림방 호위대가 저마다 비단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쩔렁. 쩔렁.

호충도 호위대 사이에서 주머니를 꺼냈고 주머니 안을 열어 보였다.

“각자 금원보 열 개입니다. 노인장.”

“······.”

호충은 호위대를 돌며 주머니를 모아 내밀었다.

“제자가 아니라도 이 정도면 충분히 저희 호의를 보였다 생각합니다.”

“···누구를 보러 왔느냐고 물었다.”

호충은 연만호 뒤의 가옥을 살짝 살피고 말했다.

“당연히 노인장의 제자이지요.”

“···내 제자는 하나가 아닌 둘이다.”

소야를 제자로 들인 것은 마한로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두 번째 제자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누구인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한로가 소야를 보러 이곳에 왔기 때문이다.

“···어. 마한로를 제자로 들이셨습니까?”

“그렇다.”

“어휴. 녀석이 봉을 잡았네요.”

“그럼 소야를 보러왔느냐?”

“예. 노인장.”

“···녀석을 해치러 왔느냐?”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전혀 아닙니다.”

“그럼?”

“모셔 가려고 왔습니다.”

“······어째서?”

“소야의 친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

“소야를 찾는 것이 늦기는 했지만, 부친의 상에 아들이 가지 않을 수는 없지요.”

“···소야의 친부가 누구인지 말해라. 만약 네가 거짓을 고한다면 너희 전부는 여기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어라?”

연만호의 협박에도 호충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했다.

“노인장도 소야의 부친이 누군지 알고 계셨습니까?”

호충이 소야의 친부를 거론했을 때 거짓과 참을 가려낼 수 있다는 뜻은 곧 소야의 출생에 관한 비밀을 알고 있다는 뜻과 같았다.

“······.”

호충은 노인장의 눈빛과 반응을 통해 진실로 그가 소야의 부친을 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야가 황제의 아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진정으로 알고 계셨단 말입니까? 어떻게요?”

“그건 네가 알 필요 없다. 너는 소야의 친부가 누구인지나 고해라.”

“······.”

상대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말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황제 폐하께서 황위를 동생에게 이양하시고 승하하시었습니다. 저는 선황제 폐하의 뜻에 따라 아드님이신 소야를 찾아 왔습니다. 선황제 폐하는 모르셨으나, 저희는 아이가 뒤바뀐 것을 알고 있었지요.”

“···휴. 네가 진실을 알고 있었구나.”

연만호는 소야의 과거를 읽으며 봤던 황궁과 신교의 인물들을 통해 대강의 일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소야가 황실의 진정한 황태자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신교의 잘못이 결국 드러나고야 만 것이겠지.’

“알고 계셨다면 소야를 황궁으로 돌려보내야 하지 않았습니까? 왜 여태 제자로 두셨습니까?”

“···소야가 황궁으로 갔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을 것이다.”

호충은 노인의 답을 통해 다른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황궁에서 황손에게 위협을 가할 인물은 마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호오. 천마신교의 일도 알고 계신 모양입니다?”

“······.”

연만호는 천마신교라는 말에 이마를 찌푸렸다.

“앉은 자리에서 천리를 내다보시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호충은 노인의 도력을 칭찬하면서도 눈을 빛냈다.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여기서 천마신교의 일을 알았지?’

하지만 지금 자신이 가진 신분을 모르는 것 같으니 그건 또 기이한 일이었다.

‘아니면 내 정체를 알고도 숨기고 있는 걸까?’

“네가 소야의 어깨에 칼을 던지고, 마한로의 힘줄을 자른 것도 알고 있다.”

‘그야. 녀석들이 말을 했을 것이고···’

“또한 네가 쌓은 무위는 실로 엄청나구나. 그 어린 나이에 어찌 현경에 올랐을꼬?”

“!”

자신은 노인장의 무위를 알아보지 못하는데, 노인장은 자신의 경지를 정확히 가늠하고 있었다.

‘그래도 살기는 없어.’

호충은 상대가 그리 적대적이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있는 그대로 털어놨다.

“기연이 있었습니다. 동혈에서 고대의 무공 비급을 찾았는데 마침 함께 있던 공청석유까지 취할 수 있었지요. 현경에 오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요.”

“허!”

연만호도 놀라울 정도의 기연이었다.

“소야는 보여주시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녀석이 무척 보고 싶습니다만···. 물론 제가 저질렀던 과오도 사과할 생각입니다.”

“···소야? 어째서 너는 황손인 소야를 네 친구 부르듯 하느냐? 너는 그저 심부름꾼에 불과하지 않느냐?”

호충은 이 답으로 노인장이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저 일부의 정보를 얻은 것뿐이구나.’

“···기이한 일입니다. 소야가 황제의 아들이었다는 것은 알면서 제가 누구의 아들인지는 모르십니까?”

“······.”

이번엔 연만호가 의문을 품을 차례였다.

‘진가장의 직계인 진호충이 아니라 다른 신분이 있었던가?’

진가장이라면 모용가를 통해 황실과 연을 맺었다 했으니 심부름을 해도 이상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넌 대체 누구냐?”

“···그 전에 이것부터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팔이 떨어지겠습니다.”

금원보가 가득한 주머니지만, 연만호는 재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제가 안에 가져다줄까요? 가서 오랜만에 보는 둘에게 인사도 하고 말입니다.”

“······.”

연만호는 두 제자와 만나게 해도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라는 천기가 이런 의미였던가.’

상대는 선한 마음으로 이곳에 왔음이 분명했지만, 다른 것이 문제였다.

“신교는 어찌 되었나?”

“······.”

호충은 신교라는 말에 금원보 주머니를 손에서 놓았다.

탁.

쩔렁. 촤르르.

그 바람에 금원보 몇 개가 빠져나와 땅을 굴렀지만, 호충의 눈은 연만호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어휴.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이 가장 무서운 법이라더니···. 잘도 숨겨두었군.”

호충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내공을 주천시켰다. 하오문을 통해 중원 전역의 정보를 손에 쥐고 있다고 여겼지만, 천마신교가 아무도 모르는 이런 곳에 안가를 준비해두었다 여긴 것이다.

“여기까지 천마신교의 인물이 숨어계셨소? 천마신교의 저력은 실로 두렵소.”

“···과거의 인연일 뿐이다.”

“과거라···. 그런 것 치고는 아는 것이 많으시오?”

호충의 몸에서 자색 기운이 뭉클 솟아났다. 최근 자주 사용했던 터라 저도 모르게 자하신공을 먼저 일으킨 것이다.

“화산파의 제자였더냐?”

“···그렇소.”

화산파의 삼대 제자와 함께 수련했고, 이제는 화산파의 명예 장문인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도문이라···. 나는 너와 드잡이할 생각이 없다. 우린 어차피 같은 길을 향하지 않느냐.”

“저도 없었습니다만···. 신교라 부르셔놓고 이제와 도문이라 하시면 제가 어찌 믿습니까?”

기이한 긴장감이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다. 무형의 긴장감이 전부가 아니었다. 둘의 기운이 유형화되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휘이잉. 휘잉. 우우웅.

“······.”

“······.”

호충은 내공을 일으키던 중에 입을 열었다.

“제가 온 힘을 다하면 노인장의 제자들이 무사하지 못할 텐데, 괜찮습니까?”

현경의 고수인 자신이 온 힘을 다하면 근방이 쑥대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 괜찮다. 나는 너와 싸우지 않을 것이다. 도문과 은원을 만들고 싶지 않고, 누구와도 은원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다.”

너무 솔직한 대답이 아니던가. 호충은 기껏 끌어올렸던 기운을 흩어버렸다.

“하아. 기운 빠지게 왜 이러신담?”

“아이야. 그저 신교가 어찌 됐는지 알려다오.”

“······.”

호충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마교의 본단인 신강에 무림맹 토벌대와 황군이 진입했다고 들었소.”

“다 죽었겠구나. 그 많은 교인들이 다···. 다 죽다니···. 허어.”

‘다 죽기는 뭐가···.’

호충이 이에 대해 해명하려는데, 초옥에서 기이한 기운이 느껴졌다.

“!”

마공의 고수가 내뿜는 진득한 기운이었다.

“노인장. 초옥에 두 제자만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오?”

“······.”

청명한 기운을 가진 크고 작은 둘은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다. 지금 느낀 마공의 기운은 제 삼자의 것이었다.

또한 호충이 느낀 마공의 기운은 지금까지 어떤 마공의 고수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막대한 깊이를 갖고 있었다.

‘이렇게 진한 마공을 드러낼 인물은 많지 않아. 신강에서 만났던 태상장로라는 놈보다 더욱 진한 기운을 가진 놈이라면···.’

마교에서 이와 같은 기운을 풍기는 인물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라면 여태 마공을 완벽하게 갈무리 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마교의 교주는 무림맹 토벌대와 황군이 들이닥치기 전에 도주했다고 했지.”

“······.”

신교의 교인들이 수도 없이 죽었음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던 연만호는 입을 다물었지만, 호충의 말은 이어졌다.

“중원 전역을 감시하고 있었기에 어디로 도주하던 알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녀석은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어. 놈이 여기로 숨어들었을 줄이야···.”

호충은 저 안에서 마공의 기운을 풍기는 인물이 교주라 확신하고 있었다.

“···결국 이것 또한 알고 말았구나.”

호충은 노인의 말에 빙긋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교주가 여기 있는 걸 알았지만, 걱정은 없었다.

‘녀석은 이미 싸울 수 없는 상태일 테니까. 그러니 초옥에 숨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만약 몸이 정상이었다면 내가 오자마자 뛰쳐나와 화근을 제거하려 했을 것이야.’

야광주의 치명적인 빛에 오래도록 노출된 교주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눈앞의 상대는 자신과 적대할 마음이 없었다. 교주가 자신을 해치려 해도 막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교주와 노인장은 무슨 관계요? 신교라 부르는 것을 보니 노인장도 마교도의 하나로 보이오만.”

“···저 아이를 살려주겠느냐?”

“노인장의 말을 듣고 고민해보리다.”

이미 신강에서 수많은 마교도를 살렸는데, 하나 더 살리는 정도야 어떻겠는가. 그게 아니라도 죽일 방법이 없었다. 상대의 무위를 추측하기도 어려우니, 도리어 살해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

연만호는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한 다음 입을 열었다.

“나는 연만호다. 신교의 교주 연소문은 나의 친손자다.”

“오호.”

‘노괴 중에 노괴로다. 전대 교주의 윗대라니···.’

“오래전 신교와 인연을 끊었으나, 여기까지 홀로 나를 찾아온 손자를 내칠 수 없었다.”

“거기다 손자의 몸 상태가 무척 나빴겠지요. 머리카락이 빠지고 자주 토혈하지 않습니까? 피부도 많이 상했겠군요.”

“!”

안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정확히 맞추니 놀란 것이다.

“그대는 손자의 병명을 아는가?”

“그건 병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진맥도 하지 않고? 너는 손자의 병에 깊이 관여한 모양이구나.”

“내가 한 일이나 내가 한 일이 아니기도 하오.”

호충의 야광주를 선물하긴 했지만, 이를 계속 곁에 둔 것은 교주의 뜻이었기 때문이다.

“후우. 이미 벌어진 일. 따져 무얼 하겠는가. ···나는 녀석을 치유할 수 없었다. 그대는 방법이 있는가?”

“나도 완벽하게 치유할 수는 없소. 내가 짐작한 증상이 확실하다면, 현상 유지도 버겁지요.”

“···나는 날로 악화되는 녀석의 몸을 조금도 나아지게 하지 못했다. 지금 상태를 유지할 방법이라도 있다면 알려다오.”

호충은 자신이 확실히 우위를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교주의 조부인 연만호의 무위가 높아도 문제가 아니었다.

“자. 우선 소야를 내주시오. 그리고 우리를 멀쩡하게 돌려보내 주시오.”

“···소야를 내주는 것은 내 뜻이 아니다. 소야의 뜻이 우선이다.”

“그럼 소야를 만나게 해주시오.”

“···불러오겠다.”

연만호는 부엌에서 밖을 훔쳐보던 마한로와 소야를 알고 있었기에 부엌 밖에서 소야를 불렀다.

“제자야. 나와 보거라.”

끼이익.

소야는 잔뜩 긴장해서 부엌을 나섰고, 곁을 지키던 마한로가 따라붙었다.

“사형. 걱정 마세요. 사제가 함께 있겠습니다.”

“으응.”

호충은 오랜만에 만나는 두 사람을 보고 씁쓸한 얼굴이었다.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나는 군. 무림은 넓고도 좁다.’

“마한로. 오랜만이다.”

“···잘 지내셨소.”

호충은 담백하게 사과부터 입에 올렸다.

“예전엔 미안했다. 네게 과한 짓을 했다.”

“···사과를 들을 줄은 몰랐소.”

사과할 일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리고 네가 마교에 쫓기게 만든 것도 사과하마.”

“?”

“내가 네 얼굴로 마교의 장로를 죽였거든. 홍태소라는 놈이었지. 내가 사천에서 녀석을 죽였다.”

“하! 그래서 내가 마교에 쫓긴 것이오?”

호충의 말에 가옥에서 마공의 기운이 뭉클 존재감을 드러냈다.

호충은 교주의 마공을 감지하면서 계속 입을 열었다.

“이후 왕야를 구출하며 마화평 장로와 장문소를 죽이기도 했···.”

벌컥.

“끄으으. 네 놈이 마 장로와 장 교사를···.”

마교 교주는 부르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