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 마교
***
신강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거리에 사람들이 오가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차분한 기색이었다.
“자네···. 소식 들었나?”
“···여송(呂宋) 부교주님 소식 말인가?”
하오문은 마교에서 운영하는 표국에 여송 부교주의 시신을 넘겼기에 이들도 그 소식을 들은 것이다.
“···자네도 들은 모양이로군.”
“나도 놈들이 비석까지 새겨 보냈다고 들었네. 잔인한 놈들···.”
“처음엔 우리 표국의 신도들도 뭔지 몰랐다고 해. 나중에 비석을 뒤집어 보고 나서야···.”
그들은 표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하오문의 표물을 인수 받았고, 신강에 도착해서야 표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교주님이 얼마나 상심하셨을까.”
“문제는 그것이 아닐세. 교단의 위치가 드러난 것이 문제지 않겠나. 교단에서 운영하는 표국까지 짐작하고 있었으니, 그들이 신교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봐도 되겠지.”
여송 부교주의 시신을 정확하게 교주의 전각으로 전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던가. 여송 부교주를 죽인 상대가 신교의 본단 위치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의 말을 듣던 이도 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이라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받았다.
“휴우···. 아직까지 윗선에서 지시는 없었지?”
“전혀.”
“이곳 위치가 알려졌으니 곧 정파 놈들이 쳐들어오겠지. 지금이라도 옮겨야 하지 않을까?”
“이보게. 이제 가면 어디로 가겠는가? 나는 녀석들과 원 없이 싸우다 마천경으로 갈 것이네.”
“···같이 가세.”
“하지만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혼자가 아닐세.”
사실 마교도가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자신의 뜻에 동조할 교인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식솔들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
“자네의 부인과 아이들을 살리고 싶지 않은가?”
아무리 종교의 세뇌를 받아온 이들이라도 가족애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방법이 있는가?”
“신강에 교인이 아닌 이들이 몇 있지 않은가.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기꺼이 도와준다고 하더군.”
마교도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도움을 청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오문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 마교도가 가족을 살리도록 마음먹게 만든 것이 바로 하오문이다.
마교도는 길을 가다가 자식을 챙기는 아버지를 보았고, 아버지를 향해 환히 웃는 자식들과 든든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부인의 모습도 보았다.
“아부지!”
“아빠아아!”
“허허. 너희가 여기까지 왔어? 당신은 여기까지 뭐 하러 애들을 데리고 와?”
“아이들이 당신 일하는 거 보고 싶다고 해서요.”
“여긴 냄새나고 지저분하기만 한데···.”
“그래도 난 아부지가 제일 좋아.”
“하하하. 나도 우리 딸이 제일 좋다.”
“나도 있어요!”
“아들. 아들은 우리 집안 기둥이지. 하하하.”
마교도는 이후 홀로 남은 아비의 다짐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식솔들을 위해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내 한 몸을 불사르는 한이 있어도 너희는 배불리 먹고 살게 해줄 것이다. 죽는 한이 있어도 너희만큼은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다.”
“······.”
이후에도 다른 장소에서 다른 장면을 계속 보게 되었다. 저마다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가장의 모습이었다. 그의 굳은 다짐이 흔들리기에 충분했다.
“나도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들은 교인도 아닌데 믿을 수가 없지 않은가?”
“적당한 돈만 쥐어주면 확실히 신강 밖으로 빼내준다고 했네. 본래 교인이 되지도 못할 정도로 가난한 이들이라 많은 돈을 바라지도 않았다네. 순박한 이들이지.”
“······돈은 곧장 준비해 오겠네. 날짜는 언제인가?”
“오늘 밤.”
“!”
“서두르게. 언제 정파 무림의 떨거지들이 도착할지 모르네.”
“알겠네. 서두르지.”
신강에서 암약하던 하오문도들이 마교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
정파 무림맹이 처음으로 단체 행동에 나섰다. 그간 꾸준히 충돌해오던 마교의 위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진호현은 아직까지 남경의 소식을 듣지 못했기에 오직 무림의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토벌은 반드시 성공해야 해.’
근래 무림맹을 구성하는 방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었다. 저마다 상승 무공을 익히며 무림인들의 무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내 무공에 이토록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줄은···.’
본래 진호현은 자신의 오환검에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환검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오환검을 대성했지만, 무공의 경지는 화경 초입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환검이 절정급 무인을 위한 무공이었을 줄이야···.’
화경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무림맹에서 입수한 하오문 영단과 자신의 무공에 관한 깊은 깨달음으로 인한 것이었지, 오환검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오환검은 신화경의 무인에게 갑갑함을 선사하는 겉모습만 화려한 무공이었다.
이제 와서 하오문에 따질 수도 없었다. 경매에서 오환검을 가장 낮은 가격에 넘겨줬기 때문이다.
‘하오문이 괜히 싸게 넘긴 것이 아니야.’
이유야 어찌되었건 무림 방파의 수준은 자꾸만 올라갔고, 자신은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맹주의 무위를 의심해도 마땅히 반박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교. 마교가 유일한 돌파구다.’
남은 것은 마교를 토벌하며 공로를 세워 맹주의 입지를 다지는 것뿐이었다.
***
무림맹의 토벌대는 신강으로 이동하며 계속 숫자를 불려나갔다. 사천 성도에 모여 이동하자면 불필요한 시간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맹주님. 화산파의 도인 이백이 합류했습니다.”
“맹주님. 종남파의 도인 삼백이 합류했습니다.”
“맹주님. 소림의 무승 삼백이 합류했습니다.”
이후로도 속속 무림 방파의 합류가 이어졌고, 진가장의 합류는 가장 마지막이었다. 옥비연이 남경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오느라 늦은 것이다.
“맹주님. 진씨 세가의 무인 칠백이 합류했습니다.”
“···칠백?”
지금까지 무림 방파에서 보낸 숫자 중 가장 많았다.
“역시 맹주님의 가문이 무림맹의 일에 가장 협조적입니다.”
“······.”
세가는 자신이 맹주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돌아 가야할 곳이었다.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이거 난감하군.’
진가주가 이번 토벌에 공을 세우면 가주의 위치가 공고해질 것이고, 그렇다고 진가장이 빠져 토벌이 실패로 끝나면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웠다.
“진가주가 세가의 어중이떠중이를 다 끌고 온 것인가···.”
“아닙니다. 모두가 일당백의 무인들이었사옵니다.”
“······.”
진호현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작해야 진강십이검이나 익혔을 세가의 무사들이 강해봤자···.’
“무사들 대부분이 절정 무인입니다. 역시 진씨 세가의 저력은 어마어마합니다.”
“!!”
진호현은 진강십이검으로 어떻게 절정 무인들을 길러냈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당장 진가주를 불러오게.”
“예. 맹주님.”
비연은 남경에서 급하게 무림맹과 합류하느라 지쳐있던 터라 오자마자 자신을 부르는 맹주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맹주께서는 어인 일로 부르셨는지요.”
말투는 공손했지만, 비연의 표정은 짜증으로 가득했고 저도 모르게 내공을 일으키고 있었다.
“···가주께 수고했다고 말씀드릴 차였습니다. 가문의 무인들을 대동하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
“치하가 전부라면 잘 들었으니, 가서 쉬어도 되겠습니까?”
“흠흠. 한 가지 여쭐 것이 있습니다.”
“···답해드릴 터이니 뭐든 말씀하십시오.”
“세가의 무인 칠백이 이번 토벌에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무위가 절정에 이르렀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그건 약간 와전된 것 같습니다.”
‘역시. 절정 무인 칠백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일류무인 삼백, 절정무인 사백, 그리고 일부 백인장급의 금급 무인 다섯이 최근 화경에 진입했지요.”
“!!!”
“답변이 되었으리라 믿고 가보겠습니다. 맹주님.”
“······.”
옥비연은 진호현의 허락도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고, 진호현은 어째서 가문의 전력이 급상승 했는지 짐작할 방도가 없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가문의 무인들이 급성장한 것이 큰 문제였다.
‘나와 같은 화경이 다섯? 미친!’
무림맹에서도 낮은 무위로 인해 자리가 위태로웠는데, 가문으로 돌아가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화산파에서 파견되어 맹주의 곁을 지키던 무인 하나가 넌지시 말했다.
“진씨 세가의 발전이 눈부시지만, 화산에 비할 바는 아닐 것입니다.”
“화산파의 제자는 겨우 이백이 오셨다 들었소만···.”
“화산의 제자 이백 전부가 절정에 이르렀으며, 그 중 오십은 절정의 끝자락에 달한 화산의 제자들입니다. 양보다 질이지요.”
“!”
“또한 이번 화산파 토벌대를 이끄시는 원로님들은 화경에 이르셨다 들었습니다.”
‘너도나도 화경이로구나! 젠장!’
하오문의 영단과 상승 무공의 보급이 고수들을 우후죽순으로 양산시킨 것이다. 억눌렸던 무공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정파 무림이었다. 시일이 흐르면 더욱 확연한 성장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내 자리가···. 없어지고 있어.’
고작 화경 초입에 불과한 자신이 어떻게 무림을 대표할 수 있겠는가.
‘나라도 용납지 못할 것이다.’
꽈악.
호현은 검병을 강하게 움켜쥐며 다짐했다.
‘잠시라도 맹주의 위용을 드러내자. 맹주가 토벌대 앞에서 화려한 오환검의 초식을 보이면 초대 맹주의 이름이 무림맹에 길이 남을 것이다.’
맹주의 자리를 오래 유지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하는 계획으로 선회했지만, 가능할 지는 미지수였다.
***
마교의 본단이 있다는 신강까지 하루거리를 남겨 두었을 때 정찰하던 남궁가의 선발대가 돌아왔다.
“맹주님! 마교도들이 언덕 너머 평지에 집결해 있다고 합니다!”
“아무도 나서지 못하게 하라! 무림맹은 소속 방파의 피를 먼저 보지 않을 것이다!”
호현은 누가 먼저 선수를 칠까 싶어 얼른 검을 들고 나섰다.
“무림맹 직속 무력단은 전부 나서라! 무림맹이 가장 앞설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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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현이 마교의 집결 소식에 맹주 직속 무력단과 준비하는 동안 옥비연은 화산파의 무환, 남궁가의 가주인 남궁곤, 제갈가의 가주인 제갈진과 함께 단단한 방진을 구성한 채로 나서고 있었다.
“···송구합니다.”
“허허. 사위가 공을 세우겠다니 내가 양보해야지 어쩌겠나.”
“아무렴. 사위가 공을 세우면 결국 우리 사종의 결속이 더욱 단단해지겠지.”
“···송 문주가 외손자 하나는 잘 뒀소.”
진씨 세가를 이끄는 비연이 맹주의 명을 듣지 않고 먼저 마교와 충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나만 미리 말씀드리옵니다. 다음 맹주 경합에 진씨 세가가 나설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는 외조부께서 결정하신 일이라···.”
“흠흠. 송 문주께선 누굴 맹주로 추대하실 생각이신지 사위는 아는가?”
“나도 궁금하군. 송 문주께서 천거하신다면 나는 따르겠네.”
“허허. 송 문주의 생각이 깊으시니···.”
“월하검문에서 생각하는 다음 대 맹주는······.”
비연은 송동석이 아닌 진호충의 의중을 들었기에 송 문주가 아닌 월하검문의 이름을 앞세운 것이다.
“···화산파이옵니다. 무환 장문인을 천거하셨지요.”
“송 문주께서 그리 생각하실 줄이야···.”
“흠. 무환 장문인은 미리 언질을 받으셨소?”
남궁곤과 제갈진의 시선이 무환 장문인에게 향했다. 자신들을 제외하고 뒤에서 다 얘기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 아니오. 나도 처음 듣는 말씀이란 말이오.”
사종의 결속력이 단단하긴 했지만, 다음 대 맹주를 정하는 것은 쉬이 동의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문주께서 여기까지 생각하시고 맹주의 임기를 정하셨구나.’
“다만, 맹의 규약을 수정해서 맹주의 임기를 오(五)년으로 하고 중임을 허락해 최장 십(十)년의 임기를 누리도록 바꾸자고 하셨습니다.”
“허허. 송 문주님께서 여러 방파에 기회를 주시고 싶은 모양이오?”
“그렇다면 화산파의 맹주 취임을 거부할 방파가 많지 않겠소.”
비연은 호충이 거론했던 맹주의 임기로 이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화산 다음은 자신들 차례였기 때문이다. 오년, 십년을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여 제가 이번 토벌에 공을 세워야 하옵니다. 남궁가와 제갈가, 그리고 진가장이 더해져야 화산파에서 맹주를 차지하는 것이 수월할 테니 말입니다.”
“진씨 세가에서 괜히 칠백이나 되는 대규모 인원을 데려온 것이 아니로군.”
“다만 삼도상단의 영단으로 급조한 무인들이라 초반부에 힘을 빼면 뒤가 문제이옵니다. 부디 이후의 일을 부탁드리옵니다.”
오환검을 내리고 삼도상단의 영약으로 내공을 크게 키웠기에 절정 무인들을 양산할 수 있었지만, 말 그대로 급조한 절정 무인이었다. 화려한 초식 몇 가지를 뽐내고 나면 기운이 빠져서 더 이상 싸움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사위의 가문이 나서서 크게 힘을 발휘하고···.”
“우리는 뒤에서 실리를 챙기겠군.”
“화산파는 불물 가리지 않고 나서겠소.”
“······.”
“······.”
남궁곤과 제갈진의 시선이 다시 무환 장문인에게 향했다. 무림맹의 맹주가 되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 제가 맹주가 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사종이 정했으니 이미 장문인은 맹주에 한발 걸치셨소만?”
“큼큼. 마교를 토벌하는데 어찌 화산파가 나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화산파는 마교의 지독한 공격에 멸문지경에 이른 과거가 있소. 마교는 화산파의 불구대천지 원수요!”
그제야 남궁곤과 제갈진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비연은 전방을 주시하다가 맹주와 맹주의 무력단이 앞서는 것을 보고 말했다.
“맹주가 나설 모양입니다. 바로 따라붙겠습니다.”
“사위. 뒤는 걱정하지 마시게! 제갈가의 진법으로 마교를 집어 삼켜보겠네.”
제갈 세가는 경매로 입수한 천궁전도에서 뽑아낸 진법으로 마교를 상대할 계획이었다.
제갈가에서 도착한 문인들은 등에 여러 색의 깃발을 꼽고 있었는데, 모두 진법에 사용될 깃발이었다.
“하하. 우리 소선이를 과부로 만들 수야 없지. 창궁천검대가 뒤를 받칠 것이야. 한천! 가라!”
“예! 가주! 모두 검을 들어라! 마교도에게 악몽을 선사할 것이다!”
촤앙! 챙!
남궁가의 소가주 한천이 창궁천검대를 이끌고 있었다.
“매제가 죽으면 나도 소선에게 죽는다. 대주가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해!”
“···분위기 좋았는데, 왜 그딴 소리를 해서는···.”
궁시렁거리는 창궁천검대 뒤에서 무환 장문인도 거들었다.
“송 문주가 손자를 잃게 두지 않겠네. 매화검수는 출진에 대비하라!”
“예! 장문인!”
이대 제자들로 구성된 매화검수였다.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이는 현자배의 현인각주였다.
“이번에 매화검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면 삼대제자로 강등할 것이다! 각오해라!”
““예!!””
“하하하. 정말 든든합니다.”
비연은 진씨 세가의 무인들에게 다가가 전열을 정비했고 곧장 맹주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가자!”
“예! 가주!”
두두두두.
***
맹주 진호현은 마교도들이 마공을 감추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진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교 놈들도 단단히 마음먹었어.’
마교는 정파 무림을 맞이해 배수의 진을 친 상태였다. 퇴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맹주가 먼저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나선 걸음이 아니던가.
“마교 놈들아! 나 맹주 진호현은 더 이상 네놈들이 사악한 마공으로 중원 만민을 희롱하게 두지 않겠노라!”
진호현이 목소리에 기운을 가득 담아 크게 소리쳤지만, 대꾸하는 상대의 내공이 더욱 거대했다.
“신교는 하늘의 뜻을 전하는 신성한 종교일 뿐이다!!! 정파 무림의 맹주는 실로 어리석도다!!!”
““우아아아아!!!””
마교의 대표로 보이는 이가 외치자 마교도들이 더욱 크게 호응했다.
“······.”
‘이들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빨리 치고 빠져야 해.’
“모두 맹주를 따라 출전하라! 맹주가 앞장설 것이다!!!”
두두두.
진호현은 급한 마음에 먼저 말을 달렸고, 그 뒤를 맹주의 무력단이 함께했다.
두두두두. 두두두.
그리고 옥비연이 그 뒤를 바짝 쫓았다.
“맹주가 위험하다. 진씨 세가의 무사는 넓게 포진해 진격하라!”
“예! 가주!”
‘가문의 무인들이 나서?’
“······.”
진호현은 가문의 무인들을 제지할까 하다가 관뒀다. 마교의 고수들이 풍기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저들을 앞세우고 살아남을 수 있겠군.’
진호현은 여전히 세가의 무인들울 소모품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랴!”
두두두두. 두두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