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
부웅-
바람 갈리는 소리가 나며 파격음이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팡팡팡- 파파바바방-
“몇 번?”
닭 뼈다귀를 손에서 놓은 자운이 성동을 향해 묻는다.
“일곱 번?”
그 말에 성동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성동의 대답에 자운이 씨익 웃었다.
“몇 번이랑 몇 번?”
자운이 다시 묻는다.
그 말에 성동이 눈을 감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한다.
다른 아이들은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곧 성동의 다음 대답으로 해소가 되었다.
“찌르기 다섯 번, 베기 한 번, 올려치기 한 번?”
자운이 손을 들어 성동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잘했다. 그럼 네가 해봐.”
자운이 허리춤에서 소검 하나를 꺼내 성동의 앞으로 내밀었다.
소검이라고는 하나 아홉 살 소년이 쥐기에는 조금 큰 감이 있었다.
“진짜로 해봐요?”
자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래. 해봐.”
성동이 조심스럽게 검을 집었다.
어눌한 모습으로 재현하는 성동의 검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처음에는 가볍게 상단 찌르기, 다음은 이어지는 베기, 거기에 중단 찌르기가 연속으로 두 번 이어졌다.
휙휙휙-
다시 상단에서 하단을 깊게 찔러 내리는 찌르기 두 번.
이것으로 성동이 말한 다섯 번의 찌르기가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한 번의 올려치기.
성동의 검이 하단 찌르기의 자세를 유지한 상태로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어눌한 움직임이었지만 분명 올려치기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성동이 올려치기마저 모두 끝내자 자운이 손바닥을 짝짝 쳤다.
“잘했다, 잘했어. 그럼 결정 난 건가?”
무엇이 결정 났다는 말인가.
아이들이 의문을 가지고 자운을 올려다보는 순간, 자운이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청천벽력이 될 만한 한마디를 했다.
“오랜 시간 찾아 헤맨 나의 제자를 드디어 찾았네. 어이구, 예뻐라.”
자운이 성동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건 불공평해요!”
고금제일인 앞이라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소리를 친 것은 바로 팽겸이었다.
다른 아이들 역시 팽겸에게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도 똑같이 시험을 치를 기회를 주세요.”
그 말에 자운이 눈살을 찌푸린다.
“시험? 좋아. 너, 볼 수 있어?”
자운이 허공을 소검으로 연달아 찔렀다.
휘이익- 파앙-
“몇 번?”
그 말에 팽겸이 감히 답하지 못했다.
자운이 팽겸의 손에 소검을 들려주었다.
“아까랑 똑같이 했으니까 그럼 흉내라도 내봐. 네가 한 동작이라도 제대로 흉내 내면 제자로 받아주지.”
그 말에 팽겸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성동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모조리 봐둔 상황이다.
그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성동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움직임을 마친 팽겸이 ‘어때요?’ 하는 표정으로 자운에게 소검을 넘겨주었다.
“너 발끝, 내려치기 할 때 발을 전혀 안 움직이더라? 그리고 찌르기 할 때 손목은 왜 안 돌아가? 그걸 가지고 지금 제대로 했다는 거야?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꼬맹이가 꼴에 자존심은 높아가지고. 얘가 내 제자가 되었다니까 인정을 못하겠다는 거냐?”
자운이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팽겸의 입이 단번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다.
“아, 몰라, 이 꼬맹아. 네가 뭐라고 하든 이 아이는 오늘부터 내 제자다.”
자운이 방문을 벌컥 열었다.
자운의 방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초조한 심정으로 아이들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운이 그들의 앞으로 성동과 함께 섰다.
“자, 다들 기다리고 있었지? 내 제자가 누가 될 것인지, 올해도 아무도 제자가 되지 못할 것인지 다들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기뻐해도 돼. 제자가 결정되었으니까.”
자운의 말에 많은 이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고금제일인의 후계자가 될 아이가 결정되었다.
다들 자운의 입에서 자신의 아이가 호명되기를 기다렸다.
그중에는 유주환과 팽후 역시 있었다.
자운이 성동의 등을 가볍게 때렸다.
“이 아이, 그러니까… 어…….”
“성동이에요.”
성동이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그래, 성동이가 내 제자다!”
그 순간 팽후가 소리쳤다.
“말도 안 돼!”
저 아이는 어제 자신의 아들인 팽겸에게 패배했던 아이다.
그런 아이가, 그런 재능이 떨어지는 아이가 어떻게 난신의 제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자운의 입가가 썰룩거렸다.
“돼! 저거 똑같이 생겼네. 너, 이놈 아비지?”
자운이 손끝으로 팽겸을 가리키며 말하자 팽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한데 어제 저 아이는 우리 아들과의 비무에서 패배했는데 어떻게 당신의 제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오?”
그 말에 자운이 씨익 웃었다.
“그랬어? 그럼 한 달만 기다려 봐. 그 후에 비무를 해서 네 아들이 성동의 발끝이라도 건드린다면 네 아들 녀석도 내 제자로 받아주도록 할게.”
한 달이라는 시간,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은 변할 수가 없다.
팽후는 이 내기가 자신에게 이득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 좋소!”
그리고 한 달 후, 팽겸은 성동에게 정말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
그 장면을 본 유주환은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황룡난신 만만세!”
제12장 끝내는 이야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난신이 사라진 것은 이십 년 전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가 제자를 거둔지 꼭 삼 년째 되는 날이다.
당시는 황룡문의 문주라고 할 수 있는 난신의 사제 황룡검협 검운산과 제갈세가의 금지옥엽, 그리고 당가의 금지옥엽이 혼인을 하는 날이었다.
한 번에 두 사람의 미인과 혼인을 하는 것이 조금 특이하게 보일 수는 있으나 영웅은 삼처사첩을 거느린다 고 하던가.
황룡검협 정도면 충분히 영웅이라 할 수 있으니 무림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적성과 싸움을 할 때부터 무림맹에서 암암리에 펴져 나간 일이었기에 딱히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그날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인식이 끝나는 순간, 난신의 몸에서 열두 마리의 황룡이 솟구치며 난신과 그의 제자인 성동을 에워싸고 하늘로 솟구쳐 오른 것이다.
그 후로 그는 두 번 다시 무립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필자가 황룡난신의 행보를 기록하기 위해 조사했을 때, 그가 황룡문에서 사라진 이후 천살설곡에서 약 십오 년간 기거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천살설곡의 곡주인 설혜와 또한 그녀의 의자매인 취록과 깊은 관계를 가졌으며 슬하에 이녀룔 두었다.
후에 두 딸이 설곡을 이어받았을 때 그는 부인과 제자를 데리고 다시 하늘 높은 곳으로 황룡을 타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 후로 무림의 그 어디에서도 그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기에 여기서 이만 기록을 마친다.
무림기사록 - 황룡난신 편
책이 발행된 이후로 삼 년이라는 시각이 흘렀다.
한 청년이 황룡문의 입구를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바로 본문이라는 말이지.”
하늘로 높게 치솟은 정문, 거대한 덩치가 가히 천하제일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문파다.
청년이 만족한 듯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몸의 문파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황룡문의 정문을 향해 다가갔다.
정문을 지키던 위사들이 검을 움켜쥐며 청년이 다가오는 것을 제지하려 했다.
“잠깐! 어디서 오신…….”
그가 말을 하려는 순간 청년의 몸이 휙 하고 사라져 이미 거대한 목문을 밀고 있다.
사내가 손을 대자 거대한 문이 가볍게 끼익 하는 경첩 소리를 내며 열린다.
“아, 배고파! 사숙! 운산 사숙! 우천 사숙! 나 돌아왔어요! 밥 줘요!”
그 스승에 그 제자라, 자운의 모든 것을 물려받은 성동이 황룡문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다시 한 번 황룡문에 불어 닥칠 평지풍파를 예고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지끈.
“에구머니나! 실수로 건물 하나를 부숴 버렸네.”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였다.
난신의 제자는 역시 난신이라, 후에 무림인들은 성동에게 하나의 무림명을 붙여주는 데 이러했다 한다.
소난신(小亂神) 유성동.
외전 황룡현신.
“아. 머리 띵 하네.”
자운이 일어나며 자신의 머리를 짚었다. 또 얼마나 잠든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자신의 옆에는 설혜와 취록이 누워 있었다.
쌔근거리며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잠을 자고 있음이 분명하다.
사실 자운이 다시 잠을 자는 것으로 내력을 쌓는 것을 연구한 이유는 순전히 취록 때문이었다.
이들 중에 가장 내공과 무공이 부족한 이는 취록.
그녀는 자운과 설혜가 늙지 않는 와중에도 세월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하여 자운이 그녀를 위해 잠을 자며 내력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다.
몇 날 며칠을 고생한 자운은 자신이 만든 부족한 내공심법을 개량해서 새 내공심법을 만들었다.
그것은 취록에게 전해주는 순간, 설혜가 자신 역시 익히고 싶다 하여 하는 김에 다 같이 익히자고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잠을 잔것이……,
‘얼마나 흐른 거지?’
입고 잤던 마의는 또 다 낡아 있다.
아무래도 또 시간적으로 오류가 생긴 모양이었다.
심법을 수정한다고 수정을 했는데 한번 운용 하면 시간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가는 것은 정말로 의문이었다.
‘미치겠군.’
자운이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