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
하지만 별달리 뾰족한 수가 나오지는 않았다.
쾅-
다시 공간격이 날아왔다.
자운이 호룡을 이용해 공간격을 방어했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공간격을 모조리 피해내는 것은 무리다.
콰과과과광-
허공에서 비처럼 무형검이 떨어져 내리고,
중간 중간 자운의 심장을 노리고 공간이 열렸다.
무형검은 무시해도 상관이 없었지만 그 중간을 노리고 심장과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공간격은 무시할 수 없었다.
자운이 호룡을 움직여 공간격을 막아낸다.
공룡을 이용해 열리는 공간을 사전에 차단했다.
그렇다 해도 수가 너무나 많았다.
자운이 무형검을 움켜쥐고 휘둘렀다.
화아아악-
단번에 세상이 둘로 쪼개져 나간다.
쪼개진 세상을 넘어서 자운이 일공 앞으로 날아들었다.
공격은 최대의 방어다.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공격을 하다 보면 수는 생길 것이 분명했다.
자운의 무형검이 빠르게 일공의 몸을 후려쳤다.
일공이 무형갑을 이용해 자운의 공격을 막아낸다.
흔들리기는 했으나 무형갑은 부서지지 않았다.
같은 수준의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파고들지 못하는 것이다.
선기와 마기가 충돌하며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릉-
다른 이들은 자운에게서 약 백여 장은 떨어져 있었다.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면 저 싸움에 휩쓸리게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괴걸왕과 남궁인, 그리고 당평청이 그나마 백 장 거리 안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설혜와 남우의 도움이었다.
두 사람이 미리 경력을 한 번 차단하는 터에 둘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눈에 보이는 것도 별로 없었다.
번쩍번쩍하는 순간 하늘이 쪼개지고 바닥이 뒤집어졌다.
두 사람이 싸우는 것만으로 세상이 멸망하는 느낌이 들었다.
‘허허허, 사람이 아니로다.’
남궁인이 중얼거리는 사이, 자운이 무형검을 해제와 생성을 반복하며 빠르게 공방을 주고받았다.
콰르르릉-
번개가 떨어져 내린다.
공룡이 공간을 차단했다. 공간격이 열리다 말고 사라졌다.
‘무형갑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공간격이라면 무형검을 넘을 수 있을까?
공간격을 익히면 일공을 쓰러뜨릴 수 있는가?
아니다.
자운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공간격으로는 부족하다.
무형갑의 내부는 완전히 일공의 영역이라 할 수 있었다.
그 공간 속에서 공간격을 펼치는 것은 무리다.
일공이 호룡과 공룡이 관장하는 공간 속에서는 쉬이 공간격을 펼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렇다면 그것보다 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공간격과 무형검보다 더 높은 것.
하나밖에 없다.
바로 심검(心劍).
마음으로써 검을 이루고 마음으로써 사람을 벤다는 경지.
그 경지만이 일공을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멀다.’
무림 역사상 심검은 말로써 전해지는 경지일 뿐 존재의 유무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 심검에 올라야 한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자운이 머리를 굴렸다.
머리를 굴리는 와중에도 몸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양손으로 펼쳐내는 공간격이 일공을 후려쳤다.
일공이 바닥에 떨어진다. 하지만 상처는 역사 하나도 없는 모습이다.
일공 역시 자운을 죽이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중이었다.
무형갑과 무형검을 동시에 운용하니 내력이 엄청나게 필요했다.
그의 나이가 삼백에 다다라 가는 만큼 내력의 양은 천 년에 버금갈 정도로 대단했으나, 그 천년의 내력으로도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앞으로 반 시진, 길어야 반 시진 정도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전에 결판을 봐야한다.’
자운과 일공의 눈이 동시에 반짝 움직였다.
투쾅-
자운이 날아가 거대한 바위에 몸을 충돌했다.
하지만 아무런 부상도 없이 멀쩡하게 일어난다.
일공 역시 바위 속에 파묻혔지만 곧 먼지를 털며 대수롭지 않게 몸을 일으켰다.
자운과 일공이 서로를 향해서 다가간다.
‘심검이란 무엇일까.’
자운이 일공을 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자운의 손에서 뻗어진 무형검이 일공을 때리고, 일공이 공간격을 날렸다.
자운이 허리를 비틀어 일공의 공간격을 피한다.
그와 동시에 자운의 앞으로 수십 개의 공간이 열렸다.
공룡이 공간을 차단했다.
미처 모두 차단하지 못한 공격을 모조리 호룡이 막았다.
파바바방-
호룡이 꿈틀거리며 공간격을 막아낸다.
호룡의 몸이 한순간 휘청했다.
자운이 똬리를 튼 호룡 사이에서 허공으로 솟구쳤다.
호룡이 빠르게 자운의 뒤를 따라왔다.
강력하게 뿌리는 무형검이 바닥을 십자 형태로 내려찍었다.
콰르르릉-
바닥이 움푹 파여 들었다.
심검이란 말 그대로 마음의 검이다.
‘마음으로 검을 형상화한다고 하면 무형검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것과는 무언가가 다른 것일까?
자운이 자신의 손에 생성된 무형검을 내려다보았다.
심검과 무형검의 차이, 그것이 무엇인가.
무형검 역시 의념으로 만들어진 검이다.
한데 심검보다는 낮은 경지라고 한다.
왜일까?
의념과 마음은 다른 것인가?
일공의 무형검이 자운을 향해서 날아들었다.
파바바바밧-
자운의 몸이 무형검에 난도질되듯 꿰뚫린다.
하나 곧 재생되었다.
몸이 재생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운의 의지에 선기가 반응하고 몸이 재생되는 것이다.
‘이것과는 또 다른 것인가?’
움켜쥔 무형검을 휘둘렀다.
일공의 몸이 무형검에 맞아 아래로 추락한다.
하지만 별 상처는 없겠지.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지만, 일공의 무형갑은 무너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조금 벅찰 듯하다.
‘골치 아프군.’
결국에는 무형검보다 더한 것이 아니라면 일공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운이 생각을 끝내는 순간, 자운의 몸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퍼버버벅-
무형검이 자운의 몸에 박혀든 것이다.
다행히 심장과 머리를 보호했기에 바닥으로 떨어진 육신이 곧 재생되었다.
금빛 가루가 모여들며 자운의 몸이 새롭게 구성된다.
‘심검이 무엇인가.’
답이 나오지 않는 화두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마음의 검이다.
하지만 마음의 검이 어찌하여 무형검과는 다른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해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무학이라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느끼고 몸으로 펼쳐내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자운이 심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쓸데없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깨달음이란 연구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노력의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자운 정도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라면 더했다.
자운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눈앞의 적올 쓰러뜨릴 방법이 없다.’
어찌해야 하는가.
머릿속은 이미 심검이라는 화두가 꽉 들어찬 지 오래였다.
하지만 무형검 때와 간이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일은 없었다.
단지 화두만이 던져졌을 뿐, 이 화두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심마가 될 것이고, 입마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인간을 버리지 못한 자운에게 반선의 경지라고는 하지만 입마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자운은 지금 양날의 검 위에서 위태롭게 전투를 이겨나가고 있었다.
일공의 공간격이 날아온다.
자운이 공간을 마주 보았다.
필요한 것은 공간격인가?
공간격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심검에 접어들지 못하는 것인가?
허리를 비틀자 공간격이 어깨를 관통한다.
하지만 곧 재생되었다.
끝이 나지 않을 싸움이다.
오래도록 이어가고자 한다면 둘 모두 지쳐 쓰러지는 순간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자운이 날아오는 무형검들을 몸으로 받아내었다.
피해야 할 곳은 머리와 심장뿐이다.
둘을 조심하기만 한다면 몸이야 마음이 이끌어 구성하는 화신이니 무한으로 재생이 된다.
‘몸을 마음이 이끈다고?’
문득 떠올린 생각이 화두가 되었다.
하나 머리로 가득 퍼져 나가지는 않는다.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화두가 스스로를 심검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자그마한 화두였을 뿐이다.
하지만 자운은 그 화두로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잡념이 너무 많아.’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잡념이 너무 많다.
자운이 마음을 비우고자 했다.
본래 비우고자 하면 더 빨리 차오르는 법이다.
‘나가라.’
자운이 의지를 전달했다.
의지가 손끝까지 빠르게 뻗어나가 온몸을 채운다.
온몸을 채운 의지는 다시 돌고 돌아 마음으로 향했다.
일공이 손을 들어 올렸다.
일공의 손끝에서 솟구친 무형검이 자운의 심장을 향해 벼락처럼 떨어졌다.
쐐애애애액-
귀청을 가르는 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섬전처럼 허공에서 무형검의 다발이 자운에게 내리꽂힌다.
자운의 머릿속에 있는 잡념들이 자운의 의지에 이끌렸다.
의지는 잡념을 이끌어 독을 배출하듯 밖으로 뿜어낸다.
그 순간에도 무형검은 자운의 코앞을 향해서 짓쳐들고 있었다.
하지만 자운은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강기로 심장과 머리만을 단단히 보호할 뿐이었다.
잡념은 모조리 자운의 의지에 따라 배출되고, 남은 것은 오로지검 이었다.
자운의 마음속으로 검이 두둥실 떠올랐다.
자운이 허공을 움켜쥔다.
츠츠츠츠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