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168화 (168/175)

# 168

일공이 자운을 보며 물었다.

“벽을 넘었나?”

자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 새끼야.”

자신을 이용해 일성을 친 일공이다.

자운이 기분 나쁘다는 눈빛으로 일공을 노려보았다.

“감히 나를 이용해? 그 대가로 네 목을 끊어주지.”

일공이 웃는다.

“너는 이제 나와 같은 경지에 올랐을 뿐이지. 나에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 텐데?”

그의 말에 자운이 히죽 웃었다.

“아니, 내가 이겨.”

근거 있는 자신감인가?

그 자신감에 기분 나쁜 일공이 기운을 끌어올렸다.

엄청난 양의 무형검이 자운을 향해 쏟아진다.

콰과과과광-

자운은 피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무형검에 격중당했다.

온몸이 무형검에 난자당한다.

난자당하지 않은 곳이 있다면 머리와 심장뿐이다.

자운의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무형검에 당한 상처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자운의 몸이 금빛 가루에서 다시 재생되기 시작한다.

당황한 일공이 소리친다.

“뭐냐, 그 몸은!?”

“화신.”

자운은 알고 있다.

자신은 머리와 심장을 제외하고 이미 사람의 몸이 아니다.

부서지면 재생하고, 상처 입어도 재생한다.

마치 도마뱀과 같지 않은가?

머리와 심장이 무사하다면 몸이 수십, 수백 번 조각나도 재생할 수 있었다.

“화신, 인간의 육체를 버린 것이냐?”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까.”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다.

하여 반선(半仙).

반은 인간이고 반은 신선인 존재.

많은 이들이 잘못 알고 있는 반선에 관한 이야기 중 하나가 신선이 되기 직전 단계가 반선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반선은 그런 것이 아니다.

스스로 신선에 접어드는 것을 거부한 존재들이 이르는 경지가 반선이었다.

가진 바 힘은 신선이라 불리는 이들에 준하면서 인간과 같다.

오욕칠정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신선과 같이 선기를 부릴 수 있다.

그러한 존재들이 반선.

당금무림에서 반선의 경지에 오른 유일한 존재가 바로 자운인 것이다.

일공은 반선은 아니지만 신극, 엄밀히 말해 자운과 이루고 있는 경지가 같다.

다만 익힌 무공의 차이로 인해서 그 경지를 나누는 이름이 갈라졌을 뿐이다.

“흐흐흐, 반선이라니……. 너는 그럼 머리와 심장을 버리지 못했겠구나.”

그 때문인지 그가 단번에 자운의 약점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숨길 생각도 없었던 자운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머리와 심장은 약점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머리와 심장을 제외한 그 어느 곳도 약점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흐흐흐, 좋다. 어울려 보자꾸나. 이전의 싸움이 몸 풀기였다면, 지금부터는 진짜로 무림의 운명을 가르는 싸움을 시작해 보자.”

일성이 무형검을 일으켰다. 또한 같은 기운을 일으켜 온몸에 갑옷처럼 둘렀다.

무형갑!

무형검이 자운을 향해 쏘아진다.

자운이 선기를 뿜었다. 그러고는 가볍게 허공을 움켜쥔다.

거대한 무형검이 형성되고, 그 위로 선기가 덧씌워졌다.

콰앙-

거대한 무형검과 무형검 다발이 연달아 충돌했다.

폭음이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자운과 일공의 몸이 한번 충돌할 때마다 크게 출렁였다.

자운의 몸으로 무형검이 박혀든다.

심장을 노리고 날아드는 무형검들이지만 자운은 몸을 비트는 것만으로 피해 버린다.

무형검이 자운의 어깨에 박혔다.

어깨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더니 어느 순간 스르륵 하고 복원된다.

상처를 입지 않는다. 하여 불사.

반선이 된 육체는 또한 늙지도 않는다. 하여 불노.

불노와 불사의 육신이 자운을 이끌었다.

자운이 다시 무형검을 하나 더 말아 쥐었다.

쿵-

거대한 무형검이 이공의 무형검을 후려쳤다.

하지만 이공 역시 멀쩡하다.

이공은 반선이 아니라 신극에 올랐다.

인간으로서 무공으로 이룰 수 있는 극, 그 끝에 도달한 것이다.

반선이 된 자운과 같은 육체는 아니었지만, 금강불괴 이상의 것을 얻었다.

만독불침 이상의 것도 얻었다.

한서불침 이상의 것도 얻었다.

그렇게 얻어지는 육체가 바로 신극.

무림에 다시는 유래가 없을 존재들이 바로 자운과 일공이었다.

신극과 반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몇 백 년에 한 명 날까 말까 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단 한 번도 같은 세대에 산 적이 없었다.

당금 세대를 제외하면 말이다.

무림에 다시 유래가 없을 충돌이 바로 반선과 신극의 충돌이다.

자운이 손을 휘저었다.

휘류류류류류-

선기가 딸려 들어오며 자운의 손으로 밀집된다.

밀집된 선기가 무형검을 감싸 안았다. 자운이 부리는 무형검은 한 손에 하나씩 두 자루.

일공이 부리는 무형검은 수십 자루였다.

훨씬 불리해 보이나 자운의 무형검은 크고 강했다.

일공의 무형검은 작고 빨랐으나 자운의 무형검 만큼 강하지는 못했다.

일장일단.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두 무형검의 형태 때문인지 쉬이 결론이 나지 않는다.

콰아아앙-

자운의 몸이 들썩이며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곧 자운이 다시 앞으로 걸어나온다.

이공이 두르고 있는 무형갑이 흔들렸다.

하나 부서지지는 않았다.

불노불사의 육체와 절대로 붕괴되지 않는 갑옷의 충돌이 저러할까?

단순한 움직임에 하늘이 갈라졌다.

일성과 자운의 대결을 보고 신들의 전투와 같다고 했는가?

그렇다면 지금 이것은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신마저 아득히 초월한 존재들이 있다면 바로 그런 이들의 싸움이다.

자운이 다시 무형검을 움켜쥐었다.

두 개의 무형검이 하나의 공간에서 합쳐지기 시작한다.

그 크기가 더욱 거대해졌다.

선기가 거대한 무형검을 휩쌌다.

자운의 뒤에서 선룡이 울음을 쏟아낸다.

우우우우우우우-

선기가 더욱 농밀해지고, 자운이 거대한 무형검을 움켜쥔 채로 움직였다.

스걱-

하늘이 정확하게 무형검의 궤적에 따라 갈라졌다. 일공이 무형검을 움직여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형검에 충돌시켰다.

콰과과과광-

작은 무형검 수십 다발과 거대한 무형검이 충돌했다.

힘의 대결.

하지만 힘에서는 자운의 무형검이 앞선다. 조금씩이나마 무형검이 일공을 향해 날아갔다.

일공이 몸에 두르고 있는 무형갑을 더욱 강하게 했다.

그리고 극신에 이른 육체에 긴장감을 가득 뿌려 넣었다.

근육이 단단하게 변한다.

‘견뎌낸다.’

일공이 마음을 먹는 순간, 육체가 의지를 받들었다.

콰앙-

천지를 진동시키는 폭음과 함께 자운의 무형검이 무형갑에 막혔다.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서로를 죽일 기세로 무형검을 펼쳐내고는 있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서는 무형검보다 더한 것이 필요했다.

“흐흐흐, 네 녀석이 가진 것은 무형검과 선기가 전부냐?”

그의 말에 자운이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그러는 너는 뭐 더 가진 거라도 있냐? 무형검이랑 단단한 몸뚱이 말고 말이야.”

자운의 말에 일공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네.”

일공이 무형검을 만들었다.

무형검이 자운을 향하는 순간, 자운의 눈앞에서 무형검이 휙 사라진다.

자운이 다급하게 허리를 비틀었다. 심장 바로 옆을 무형검이 지나갔다.

자운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공간격?”

무형검을 공간격으로 펼쳐?

그야말로 일격필살.

자운이 공간격을 겪어보지 못했더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방금 전의 한 수에 심장에 무형검이 박혀들 것이다.

심장이 부서진 이상 화신은 더 이상 재생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고, 그 자리에서 절명했을 것이다.

자운이 이를 으득 갈았다.

일공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상황이 또다시 달라지겠군.”

제10장 심검(心劍)

무형검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수십 발의 무형검이 그대로 공간을 넘어 자운의 심장을 향한다.

자운이 몸을 틀었다.

무형검이 연달아 자운의 복부에 박혀들고, 자운의 몸이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복부에 연달아 무형검이 박혀든다.

상처를 입는 순간 육체가 재생되었다.

화신에 이른 육체가 빠른 속도로 재생시키는 것이다.

일공은 계속해서 심장과 머리를 노릴 것이 분명했다.

“호룡.”

자운이 호룡을 불렀다.

호룡이 자운의 부름에 가볍게 울더니 몸을 칭칭 휘감았다.

우우우우우우-

호룡이 만들어낸 공간은 자운의 영역이다.

놈이 호룡을 넘어서까지 공간을 펼칠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아 공룡을 불러내었다.

자운의 앞에 쩌억 공간이 벌어진다.

머리를 향해 열리는 공간, 자운이 공룡에 의지를 전달했다.

키이이잉-

공간이 열리려는 힘 위로 공간을 닫으려는 힘이 덧씌워졌다.

“제법이군.”

일공이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공간격을 펼칠 줄은 모르지만 이 정도는 할 줄 알지.”

자운이 말을 하며 머리를 굴렸다.

상황이 불리해졌다.

놈을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수가 필요했다.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무슨 수를 쓸 수 있을까.

자신이 가진 패를 머릿속 주르륵 나열했다.

첫 번째로 무형검이 있다.

두 번째로 반선의 경지에 올라 무한에 가깝게 재생되는 육체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기가 있다.

선기와 마기는 상극이다.

일공이 사용하는 마기에 역시 선기는 상극이었다.

이 셋을 어떻게 조합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자운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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