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155화 (155/175)

# 155

멸공지력이 손가락 끝을 감돌고, 스팟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에서 흑선이 쏘아졌다.

자운이 빠르게 호룡을 불렀다.

텅!

호룡과 흑선이 충돌하자 자운의 몸이 잘게 떨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공 역시 뒤로 한 걸음 정도 물러난다.

단 일 보, 단 일 보면 좁혀질 차이 속에서 거대한 기세가 충돌했다.

화아아아아악-

허공으로 기세가 솟구치며 용오름과 같은 형상을 만들어낸다.

대막의 용권풍이 저러할 텐가?

거대한 기세에 바윗덩이도 빨려 올라가 허공중에서 박살이 나 산산이 흩어진다.

스팟-

자운의 신검이 그 공간을 갈랐다.

쩌억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며 공간이 쪼개지고, 그 사이를 신검이 밀고 들어온다.

멸공지력이 움직였다.

쾅-

자운의 신검이 멸공지력에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밀려난 신검은 빠르게 원을 그리며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이공을 노렸다.

“이놈이!”

이공이 연달아 양손을 출수했다.

쾅쾅-

신검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경력을 흘려낸다.

자운이 몸속에서 호룡을 불렀다.

이공이 쏘아낸 멸공지력과 호룡이 충돌한다.

동시에 패룡을 불러 이공을 노렸다.

콰우우우우우우-

패룡이 기다란 울음을 터뜨리며 이공을 압박한다.

이공이 온몸으로 멸공지력을 둘렀다.

패룡과의 거센 충돌!

쾅!

사방이 진동하며 대기가 잘게 떨었다.

자욱한 모래먼지 속으로 암룡이 녹아든다.

이공이 그것을 느낀 것인지 느끼지 못한 것인지 자운을 향해 이롤 뿌득 갈았다.

“네놈만큼은 꼭 죽이겠다.”

“난 너도 죽이고 일성도 죽이고 일공도 죽일 건데? 너 욕심이 참 소박하구나?”

“이노오옴!”

그의 몸에서 수십 다발에 이르는 흑선이 쏘아져 자운을 향했다.

제2장 내가 왜 검에 집착하고 있는 거지?

투콰앙-

저들은 사람이 아니다.

이공과 자운의 싸움을 바라보는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이라면 저런 신위를 보일 수가 없다.

한 걸음에 산이 무너지고 땅이 쪼개지며 바다가 갈라진다고 하던가?

저런 공격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땅이든 산이든 바다든 버틸 리가 없다.

그 증거로 그들이 싸우는 주변의 땅이 쩍쩍 갈라지며 터져나갔다.

마치 거미줄이 생겨나는 듯 땅이 터져 나가며 뒤집어진다.

공포스러운 광경이다.

운산과 우천은 그런 둘의 싸움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자운의 싸움은 항상 위태위태하다.

칠적과 싸울 때도 그랬으며, 더욱 강해진 지금도 이공과 동수를 유지하며 아슬아슬한 싸움을 한다.

한 번의 공격에만 적중당해도 그 자리에서 절명할 수 있는 그런 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운 외에는 희망을 걸 수가 없는 것이, 저런 이들을 상대할 고수가 자운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남우 역시 그들에 비하면 반수 밀린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다시 말하면, 자운만이 적성의 최고위급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운이 패배한다면 정파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정파의 미래가 자신의 어깨 위에 걸려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운이 검을 휘둘렀다.

거칠게 휘둘러진 검에서 화살이 쏘아지듯 황룡검탄이 날았다.

쐐애액- 광-

바닥이 터졌다.

이공이 그 자리에서 몸을 피했다.

몸을 피해낸 이공이 허공에서 제운종처럼 몸을 회전시키며 자운을 향해 연달아 멸공지력을 날렸다.

흑색의 창과 같은 멸공지력 수십 발이 자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와라!”

자운이 소리를 치며 호룡을 불렀다.

대해와 같은 자운의 단전 속에 맴돌던 호룡이 일어나 자운을 휘감는다.

호룡이 멸공지력의 창을 모조리 막아내었다.

쾅쾅-

엄청난 충격에 한순간 호룡이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자운의 굳건한 의지를 받아낸 호룡은 그 모습을 유지하며 자운을 지켜낸다.

멸공지력의 창이 모조리 막히자 이공이 이를 뿌득 갈았다.

‘저 용이 문제다.’

자운을 지켜주는 저 용.

저 용을 처리해야 자운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호룡이 있는 이상, 절대로 불가능했다.

‘방법이 없나.’

멸공지력이 밀고 들어오는 대포와 같은 힘도 버텨낸 호룡이다.

부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큰 힘이 필요했다.

자운 역시 이공을 거꾸러뜨릴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놈의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선천지기가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은 거야.’

이대로 이어진다면 자운이 승리할 것이다.

물론 자운의 몸이 그때까지 버텨줄 때의 이야기다.

지금도 몸속을 파고든 멸공지력의 경력은 살을 야금야금 갉아 먹으며 언제든지 몸을 분해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자운이 이를 꾸욱 악물었다.

상처를 타고 욱신거리는 고통이 전해진다.

육신이 조각조각 분해되고 있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자운 정도의 정신력이 아니었다면 단번에 정신이 붕괴되어 그 자리에서 광인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죽음이 임박한 순간 고통을 이기지 못해 광인이 됨과 동시에 혼절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운이다.

이 정도에 정신력이 흔들릴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래 끌어서 좋을 것도 없지.’

자운이 내력을 움직여 경력의 침입을 막았다.

자운의 엄청난 내력이 몰리자 한순간 피가 터지며 경력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주춤했다.

하지만 잠시뿐이다.

곧 경력은 다시 몸을 밀고 들어올 것이 분명했다.

‘돌아버리겠군.’

최대한 빨리 끝내는 방법만이 살길이지만, 이공은 만만치 않았다.

끝낼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놈을 이길 방법이 없는 건가?’

황룡무상십이강을 대비하는 것인지 몸 주변에는 항시 어느 정도의 멸공지력을 띄워두고 있었다.

그 때문에 모래먼지 속에 숨겨둔 암룡을 아직도 출수하지 못하고 있다.

자운이 암룡을 불러들였다.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하지 못하고 들어가는 암룡이 자운을 향해 낮게 울었다.

우우우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렇게 대비를 하고 있으니 자운으로서도 무턱대고 암룡을 이용해 공격할 수 없는 것이다.

‘검초도 크게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지.’

자운이 신검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무공은 대부분이 검초다.

황룡문이 검으로서 유명한 문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검법이 이공에게는 크게 효과가 없었다.

‘검법이 아닌 다른 무언가라면 가능할까?’

자운이 검을 내려다보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황룡문에는 검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검법을 제외하고도 많은 무공이 있었다.

하나하나 절기라고 할 만한 것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법을 능가하는 것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황룡문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검법이야. 그런데 그 검법이 놈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말이지.’

자운이 신검을 바라보고는 다시 이공을 바라본다.

이대로 대치 상태가 길게 이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

그 증거로 이공이 호흡을 회복하고 있지 않은가.

‘이쪽은 이미 호흡 회복이 끝났다.’

자운이 그대로 날아들었다.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이공은 쓰러뜨려야 할 적이고 쓰러뜨리면 그만이다.

“죽어라!”

자운의 검이 허공 높게 치솟았다가 아래로 떨어진다.

그 모습이 마치 낙뢰와 같았다.

콰과과광-

바닥이 뒤집어졌다.

이공의 흑선이 낙뢰와 같은 자운의 공격을 밀어내었다.

이공과 자운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쾅!

거센 기류가 둘의 중간에서 충돌했다.

자운의 몸이 뒤로 훨훨 날았다.

날아간 것은 이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뒤로 날아가던 자운이 몸을 회전시켰다.

이공 역시 허공을 박차며 자운을 향해 달려든다.

그가 주먹을 내질렀다.

멸공지력이 공간을 무너뜨리며 거대한 흑선이 되어 무소와 같이 자운을 향해 덤벼들었다.

자운이 이를 악물고 검을 뻗었다.

황금빛 광채가 검을 휘감는 순간, 운해황룡의 보법이 펼쳐지며 자운이 사라졌다.

휘익-

이공이 눈을 뒤룩뒤룩 굴렸다.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로 눈가림을 해 자신의 흑선을 피하고 몸을 숨겨 버린 자운을 찾는 것이다.

‘어디 있는 것이냐.’

그가 기감을 넓게 퍼뜨렸다.

하지만 운해황룡을 연달아 펼치며 계속해서 이동 중인 자운의 움직임을 바로 잡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그가 뒤를 돌았다.

그러나 그도 절대의 경지를 넘어선 고수!

아무리 자운의 움직임이 신묘하다 하나 완전히 잡아내지 못할 뿐, 그 꼬리를 좇는 것은 가능했다.

쾅-

주먹을 뻗자 자운의 신검이 비스듬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에 있었구나!”

그가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시야를 자욱하게 가리고 있던 모래먼지가 사라졌다.

그곳에 자운이 검을 들고 낭패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운해황룡을 펼쳐 눈을 어지럽히고 기습할 생각이었는데 실패한 것이다.

“늙은이가 눈치 하나는 참 빠르구나.”

“흐흐흐, 그까짓 얄팍한 수에 당할 줄 알았더냐. 나는 이공이다.”

자운이 이공을 향해 뛰어들며 말했다.

“어쩌라고! 나는 황룡문의 태상호법이다!”

자운의 검이 단번에 셋으로 늘어났다.

환검이 펼쳐지자 화려하게 수를 늘려가는 자운의 검이 이공의 눈을 어지럽혔다.

“잔재주를!”

이공이 흑선을 뿜었다.

수십 개의 흑선과 수십 개의 환검이 충돌한다.

모두가 실체이며 허상,

연달아 검이 충돌하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따다다다당-

따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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