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
그의 몸이 날듯이 뒤로 오여 장을 물러난다.
“홍. 나의 벼락은 그것보다 훨씬 멀리 간다네!”
후웅-
콰과과광-
도의 끝에 모여들었던 벼락이 화살처럼 당평청을 향해 쏘아졌다.
당평청이 묵광이 번득이는 검을 사선으로 그어 내린다.
“크윽!”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당평청의 몸이 뒤로 날았다.
뇌기에 담겨 있는 힘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고수의 힘일세!”
당평청의 몸이 뒤로 날아가려는 찰나, 사일귀가 거리를 좁혀온다.
거대한 도에 담긴 패도적인 기운이 느껴지고!
콰앙-
굉음이 울리며 당평청의 몸이 크게 휘청했다.
수평으로 갈라오는 도를 땅에 수직으로 검을 세워 막은 것이다.
사령마기에 담긴 힘이 조금만 약했더라면 검을 쥐고 있는 손아귀가 터져 나갈 뻔했다.
‘욱신욱신거리는군.’
확실히 엄청난 힘이다.
벽력도마라는 걸출한 사파인다웠다.
‘이런 이를 거두어 들여야 한다. 그래야 무림맹에 뒤지지 않는 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
지금 무림맹의 중심이 되는 이는 무림맹주 남궁인이 아니라 사실상 난신 자운이다.
황룡난신이라 불리는 무인의 주변으로 걸출한 황룡문 도들이 집결하여 무림맹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당평청이 바라는 힘의 집결도 그러한 것이었다.
‘황룡문과 무림맹에 뒤지지 않는 사파연합을 만들 것이다.’
정파만이 무림의 정기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세월 정파와 앙숙처럼 싸워오며 지내기는 했으나 사파 역시 무림의 정기를 알고 있다.
또한, 무림의 정기를 수호할 자격이 있었다.
‘사파의 하늘 역시 아직 무너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리라.’
욱신거리는 손바닥 아귀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흐압!”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검을 빗겨 밀었다.
동시에 묵광이 출수되며 사일귀를 때린다.
콰앙-
사일귀가 도면으로 묵광을 막았지만, 뒤로 크게 밀려난다.
묵광을 막은 도가 부러질 듯 크게 휘어졌다.
“크으으으윽.”
사일귀가 굽혔던 무릎과 허리를 피며 일어났다. 공수의 전환이 이렇게 빠를 줄이야.
사일귀 역시 생각하지 못한 공격에 기습을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과연 굉장하군.”
그의 감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당평청의 몸이 움직였다.
어떠한 예비동작도 없이 튀어 나가는 몸, 쾌속무비한 움직임이 연무장의 한가운데를 가른다.
“소용없네!”
벼락이 도에 휘감긴다.
콰르르릉-
땅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소리가 나며 벼락이 떨어졌다.
떨어진 벼락이 바닥을 연속해서 후려치며 달려오는 당평청을 향해 날아갔다.
쾅쾅쾅쾅쾅-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리고, 당평청이 검을 휘둘렀다. 사방에 묵광이 차오른다.
사령마존의 절기 중 하나인 묵검지옥도(墨劍地獄度).
묵광이 휘감긴 검으로 그려내는 지옥의 법은 엄중하다.
생사판관.
생과 사를 주관하는 것은 묵검을 든 사신만이 가능한 일 일지니, 죽음을 거느리고 걷는 사령의 주인은 묵검을 든 사신이 된다.
우우우우-
사방에서 지옥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쩍하고 땅이 갈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며 공포감이 그를 엄습했다.
두 다리가 덜덜덜 떨린다. 사일귀는 자신의 다리를 손가락 끝으로 찍었다.
꽉-
단번에 아픔이 올라오며 떨리던 두 다리가 안정되었다.
다리가 떨리는 것은 그의 무공이 당평청에 비해서 큰 이가나기 때문이 아니었다.
상위의 사공과 마공이 가지는 차이에서 오는 두려움, 그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다.
땅에서 죽은 자들의 손이 올라오는 것처럼 묵광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꿈틀거리는 묵광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한편의 지옥도.
그 속을 아무 일 없다는 듯 당평청 이 태연하게 거닐었다.
땅에서 묵광이 솟구치고, 솟구친 묵광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과 충돌했다.
쾅-
충격이 사방으로 튀고, 바닥을 적시고 있는 묵광은 당평청의 움직임에 함께 따라붙었다.
쾅쾅쾅-
그에 질세라 사일귀 역시 연속에서 벽력을 떨어뜨린다.
묵광과 벽력의 싸움이 한동안 이어졌다.
둘의 모습이 지(之) 자를 그리며 움직였다.
파바바밧-
무광이 번득인다 싶으면 허공에서 벼락이 떨어졌고, 벼락이 떨어진다 싶으면 묵광이 치솟았다.
끝이 나지 않을 듯한 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벽력도마의 무공은 패도적인 기세에 어울리지 않게 쾌속무비한 경향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몸속에 담아두고 있는 뇌기가 지대한 영향을 끼쳐서이다.
그에 비해서 묵광이 번득이는 사령지존공의 무공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빠르기뿐만이 아니라 묵직한 검술로 이어지는 연환은 사일귀의 손발을 어지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쿵쿵쿵쿵-
사방으로 벼락과 묵광이 쏟아져 내렸다. 벽도문을 둘러싸고 있는 진법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다행히 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간다면 한 시진 이내에 깨어질 것이 분명했다.
벽도문 내부를 울리는 큰 소리에 벽도문의 무도들이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들은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냈다.
벼락이 떨어지고 묵광이 소용돌이치는 곳.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당평청과 비무를 하고 있는 사일귀였다.
아니, 도대체 저것을 비무라고 할 수 있을까.
매 공격과 공격이 상대의 사혈과 요혈을 파고드는, 그런 것을 과연 비무라고 해야 하는가.
이것은 마치 절대고수들이 벌인다는 생사결과 비슷하지 않은가.
쿠드드드드둥-
벼락이 떨어졌다.
평호진이 뒤로 물러났다. 감히 자신들이 감당할 만한 기세가 아니었다.
“모두 뒤로 물러나라. 문주님의 기세에 휘말리면 뼈도 못 추릴 거야!”
그의 말을 들은 문도들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이제 끝내어야겠군.’
문도들이 물러서는 것을 확인한 사일귀가 단전을 일깨웠다.
단전을 부드럽게 주무르자 뇌기가 그의 의지를 타고 두 팔로 이동한다.
두 팔로 부여잡은 도 가득 뇌기가 머금어진다.
푸른 섬광이 도의 위에 자리하고, 도를 감싼 것은 바로 도강이었다,
선명하게 뇌기가 피어오르는 도강은 그 존재만으로도 적을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당평청 역시 강기의 지경은 이전에 넘어선 고 수!
그의 검에서 솟구치는 묵광이 더욱 짙어졌다.
본래의 색이 그저 묵광이었다면 이제 띄는 색은 흑묵색, 검은 기운이 묵광의 주변으로 풀풀 흘러나왔다.
사령마기를 응집하여 만든 사령마강은 베지 못하는 것이 없고 강기를 상대할 수 있는 신검이라 할지라도 사령마강에는 베여 나간다는 말이 있었다. ,
그것은 사령마강이 빠르게 소용들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용돌이치는 사령마강의 기류에 휘말리면 신검이라 할지라도 우그러들어 부서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사령마강을 막기 위해서는 비등한 수준의 강기를 검 위에 덧바르는 수밖에 없다.
“가겠습니다.”
당평청의 말에 사일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평청이 검을 높게 치켜든다.
우우우우-
악마가 우는 소리가 나며 그의 양옆으로 기운이 화악 뿜어졌다.
동시에 당평청의 등 뒤에 나타나는 묵색의 거신상!
검을 들고 있는 거신의 상이 당평청의 뒤에서 선명한 형체를 이루었다.
마지 지옥을 다스리는 왕이라는 염왕의 현신을 보는 둣한 느낌!
‘엄청나군. 하지만 지지 않는다.’
거기에 대응이라도 하듯 사일귀의 도에서도 뇌전이 튀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직-
뇌전이 사방으로 튀어오르며 기세를 뿜어낸다.
한참 동안 이어진 기세의 싸움 끝에 당평청이 먼저 움직였다.
쿠웅-
그가 걸음을 내딛올 때마다 거신 역시 움직인다.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움직임이 벽력문도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온다!’
사일귀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나는 순간, 거신의 묵검이 하늘을 갈랐다.
콰아아앙-
동시에 뇌전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묵광과 뇌전의 섬광이 사방을 유린하고, 한순간 밝은 빛으로 터져 나온다.
‘크윽, 눈이.’
보고 있던 벽도문의 총관 평호진이 뒤로 물러나며 눈을 가렸다.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섬광이 눈을 때렸던 것이다.
그런 섬광 속에서 눈을 뜨고 있을 수는 없었다.
“크으으윽.”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연무장을 환하게 채웠던 빛이 사라지고, 그 속에서 자욱한 연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가 궁금증을 가지고 손을 움직였다. 평호진의 손에서 일어난 바람이 눈앞을 가리고 있던 연기를 모조리 날려 보낸다.
그러자 드러나는 연무장 내부의 모습, 왈칵하는 소리와 함께 당평청이 피를 토해내었다.
내상을 입은 것이다.
‘문주님이 승리했구나!’
그가 쾌재를 부르는 순간, 멀쩡하게 서 있던 사일귀가 무릎을 꿇었다.
“쿨럭. 쿨럭.”
그리고는 당평청 것의 족히 두 배는 될 법한 피를 토해낸다.
누가 보아도 내상의 경중을 간단히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토해낸 피에서 내장 조각이 섞여 나왔다.
사일귀가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소매로 훔쳐 낸다.
“내가 졌소.”
그의 말은 하대에서 반공대로 바뀌어 있었다.
패배를 인정하는 그의 말에 당평청이 검을 검갑 속으로 갈무리하며 묻는다.
“나의 배에 올라 보겠습니까?”
둘의 눈이 허공중에 교차하고, 한참을 당평청의 눈을 응시하던 사일귀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