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145화 (145/175)

# 145

독기가 와서 부딪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호룡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자운은 호룡 속에 몸을 숨기고 반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이 이어졌고, 독의 기둥이 사라지는 순간!

자운이 주룡을 이용해 뇌격을 불렀다.

쿠르르릉-

하늘에서 뇌성이 울리며 떨어진 번개가 남우의 몸을 때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남우가 허공에서 벼락을 맞고는 비명을 질렀다 옷이 검게 타버렸다.

남우가 식식거리며 타버린 자신의 옷을 바라보았다.

“너 이게 얼마짜리 옷인지는 알고있냐?”

“내가 알 바야?”

“저건 끝까지 밉상이라니까.”

남우가 툴툴 거리며 재가 되어 사라지는 옷을 털어내었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항복하지 그래?”

“홍. 웃기는 소리 하네.”

“그러다가 너 정말 쌍코피 터진다.”

말을 하면서도 진기는 끊어짐 없이 물처럼 흘렀다. 팽하게 당겨진 진기에 열한 마리의 황룡이 울음을 터뜨린다.

우우우우-

다른 사람이 본다면 기겁할 만한 광경이었으나 남우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를 보호할 만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우는 전혀 다른 것으로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저건 지 스승의 경지를 아득히 뛰어넘었구만.’

황룡검존이 강했다고는 하나 자운만큼은 아니었다. 지금의 자운과 비교할 만한 인물은 역대의 황룡문 역사를 통틀어도 개파조사를 제외한다면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괴물이 되었어.’

하지만 자신 역시 뒤지지 않는다. 이백 년을 살아온 저력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쿠드드드드둥-

독정기를 끌어 올리자 사방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대지가 출렁거렸다.

“끝을 보자고.”

그의 말에 자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그래야겠지?”

우우우우-

황룡들이 울부짖고, 한동안 긴장감이 사방을 강하게 압박했다.

누구 하나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틈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자운도 움직이지 않았고 남우도 움직이지 않았다.

둘 다 엄청난 기세를 휘감고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서로에게 틈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당장에 달려들 것이 다.

둘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쁜 놈. 이백 년 만에 봤으면 좀 져 주면 안 되냐.’ 남우가 속으로 자운을 향해 툴툴거렸다.

자운은 전혀 다른 것 때문에 이 승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감히 나에게 설사약을 먹여?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라고 하였지만 내 복수는 관 짜고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안 끝나.’

정말로 치졸하고 독한 생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 노려보기를 한참!

먼저 움직인 것은 자운이었다.

‘이대로라면 대치 상황이 안 끝나겠지. 그럼 틈이 없다면 틈을 만들어주마!’

화라라라락-

열한 마리의 황룡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시선을 분산시켰다.

남우가 그 시선 분산에 그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는 듯 대항한다.

“홍.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나오시는구만”

화아아아악-

남우가 독기를 사방으로 퍼뜨렸다.

파지지지직-

쿠웅-

콰아아앙-

사방으로 퍼진 독기와 황룡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적을 혼란시키고, 눈을 매혹하며 동시에 이루어지는 힘겨루기.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자운이 그 사이에서 온몸에 금광을 두르고 남우를 향해 돌격했다.

“으아아아아악!”

남우가 주먹을 말아 쥐며 소리쳤다.

“와라!”

둘의 신형이 산봉우리의 정상에서 충돌했다.

번쩍-

남우의 신형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썩은 고목이 남우의 등과 충돌해서 그대로 부러진다.

자운 역시 뒤로 튕겨져 나갔다.

아주 훨훨 날아간다.

자운이 날아가며 소리쳤다.

“이놈아! 내가 이겼지!”

그가 허공에서 몸을 몇 바퀴 회전시키더니 그 자리에 착 하고 내려섰다.

자운의 눈두덩 양쪽이 모두 먹물이라도 찍어 바른 듯 거무죽죽하게 물들어 있었다.

“웃기시네! 내가 이긴 거야.”

남우가 자운의 말에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그의 코에서는 쌍코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이번에도 서로의 모습을 보며 파안대소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푸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제9장 반격이 꽤나 뜨끔할 거다.

한바탕 신나게 몸을 푼 두 사람이 봉우리를 내려와 독곡으로 돌아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의 움직임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두 세력은 어깨동무를 하고 돌아오는 두 사람의 모습에 그만 긴장이 탁 하고 풀려 버렸다.

“어떻게 되신 겁니까?”

남상천이 다가오며 물었다. 엄청난 기운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그가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다.

“아무 일도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그보다, 독곡은 우방인 황룡문파 함께 무림으로 나가도록 한다.”

많은 독곡 무사들이 남우의 그 말을 들었다.

그들의 숙원이던 무림진출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몇몇이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몇몇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남우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급한 판단이 아닐지요?”

남상천이 남우를 향해 묻고, 남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무림으로 나가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이전에 자운이 했던 말을 이번에는 남우가 하고 있었다.

남상천이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고히 결심이 선 모양이군.’

남우가 자운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귀주성으로 올라가면 되는 거겠지?”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황룡문을 이끌고 중경으로 향하겠어.”

귀주성은 운남과 닿아 있는 곳이었고 중경은 사천과 닿아 있는 곳이었다.

또한, 귀주성과 운남성 역시 닿아 있었다.

귀주성과 중경을 적성의 손아귀에서 구해낸다면 남는 것은 단 하나,바로 섬서를 수복하는 것이다.

성공한다면 이공이 통솔하는 적성의 무리를 무림맹과 신들 사이에 가둘 수 있었다.

“이제부터 반격의 시작이다.”

* * *

운남 땅에 들어온 적성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자운 쪽에는 절대의 고수마저 한 수 아래로 보는 고수가 둘이나 있었다.

아무리 적성의 인원들이 강하고 수가 많다고 한들 이겨 낼 수 없는 이들이 바로 자운과 남우였다.

한 손으로 열 손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다면 바로 자운과 남우였다.

한 손으로 능히 열 손을 감당하고도 남는다.

아니, 한 손까지도 필요가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손가락 하나로도 능히 열 손을 감당해 내는 것이 그야말로 괴물 같았다.

운남성의 적성을 모조리 처리한 남우는 독곡의 정예들을 이끌고 귀주성을 넘었다.

자운 역시 사천 땅으로 넘어가 중경으로 향했다.

그 후로 이어진 자운과 남우의 행보는 그야말로 쾌속질주였다.

둘을 막을 만한 고수는 사실상 귀주 땅과 중경 땅에는 없다고 해야 했다.

둘이 움직이는 순간 하나의 현이 정파의 영역으로 돌아왔다.

무림에는 난신과 독곡의 원조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남궁인이 찻잔을 비워내며 제갈운을 향해 말했다.

“허허. 난신 그 사람. 정말로 난 사람은 난 사람이군요.”

제갈운이 동의한다는 둣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독곡을 움직이다니.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림의 구성이지요.”

'제갈운의 말에는 남궁인 역시 동감하는 바였다. 그가 지금 정파의 땅으로 복속시킨 성이 몇 개던가.

사천의 절반과 운남,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귀주와 중경 역시 정파의 땅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남은 것은 우리들의 문제로군요.”

남궁인이 천하도를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자운이 무림맹의 밖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 비해 그들은 이공이라는 존재에 발이 묶여 청해 땅에서 더 이상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이공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한가 하면, 절대고수 몇이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상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움직이면 좀 달라질까?

남궁인이 설혜를 생각하며 말했다. 남궁인의 경지로는 자운의 경지도 읽어낼 수 없었지만 설혜의 경지도 거의 읽어낼 수 없었다.

자운보다 반 수 정도 설혜가 아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경지마저 읽을 수 없다는 것은 당시의 남궁인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허허허허. 무림이 정말로 괴물들 천지구나.’

하지만 설혜를 쉽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녀는 엄밀하게 말하면 무림맹에 소속된 고수가 아니라 무림맹을 원조하기 위해서 온 천산설곡의 대표였다.

그런 그녀를 함부로 부려먹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

남궁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때 이공이 습격을 한다면 정말로 큰일이 일어나지.’

설혜는 지금 무림맹 측에서 이공을 상대할 수 있는 회심의 한 수였다.

그런 그녀를 이공을 공격하기 위해 밖으로 돌렸다가, 역으로 이공에게 습격이라도 당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대 참사가 일어난다.

“이공의 문제 때문에 그러십니까?”

제갈운이 남궁인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 내었다.

그것은 비단 남궁인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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