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
자운이 여력을 검끝으로 모아 황룡의 형상으로 뭉쳤다.
쾅-
황룡검탄이 직도황룡의 수법으로 쏘아진다.
일곱 갈래의 변화가 담긴 황룡검탄!
여기까지가 반 호흡!
삼공이 허공에서 답보를 펼쳐 내며 황룡검탄의 일곱 갈래를 모조리 피해내었다.
콰드등-
폭음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일곱 갈래의 황룡검탄이 자기들끼리 허공에서 충돌했다.
그 힘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삼공이 입가로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자운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자운의 호흡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반 호흡으로 일곱 갈래의 황룡검탄을 쏘아내었으니 아직 반 호흡이 남았다.
자운이 남은 호흡 중 일부를 사용하여 내력을 다리로 이 끌었다.
허공에서 참공인으로 두 주먹을 감싸 깍지를 끼고 자운을 향해 떨어지는 삼공!
그 모습은 낙뢰와 같다.
쾅-
비룡의 신형이 휘청하며 자운 역시 삼공을 향해 뛰어올랐다.
삼공의 모습이 낙뢰라면 자운의 형상은 그야말로 승천하는 용. 두 다리로 집중시킨 내력 덕분에 자운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넌 저승에 가라!!”
“내가 네 부하냐, 네 말을 듣게! 네가 가라! 지옥으로 꺼져 버려!”
참공인의 망치가 자운의 신검을 때리고, 신검이 지잉 하고 울며 황룡을 쏟아내었다.
폭룡검(爆龍劍)!
쾅쾅쾅-
검속에 내재되어 있던 수십 마리의 용이 튀어나왔다.
그 크기는 뱀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작았으나 그 형상은 확실한 용이었다.
수십 마리의 용이 허공중에서 삼공을 향해 터져 나가며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
우우우우우-
콰쾅쾅쾅-
허공중에서 연달아 폭음이 울려 퍼진다. 삼공이 몸을 뒤집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가 폭발 속에서 벗어나 몸을 뒤집는 동안, 자운은 그 틈을 이용하여 호흡을 다시 끌어당겼다.
이번에는 처음 끌어당긴 호흡보다 더욱 깊게 끌어당긴 다.
끌어당긴 호흡을 두 다리에 집중하고, 비룡을 움직여 자신의 발판으로 만든 후 박찬다.
쐐애애액-
자운의 움직임에서 화살이 날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뽑아 든 검을 적의 심장에 겨누고, 자운의 몸이 빙글빙글 돌았다.
쿠르르릉-
주룡이 일으킨 벼락은 자운의 검이 머금었고, 바람은 자운의 몸 주변을 회전하며 힘을 드높인다.
“당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자운을 확인한 그가 자운과 마찬가지로 호흡을 들이쉬었다.
후우우우웁-
거대한 기세가 손끝에서 휘몰아치고, 지금까지 보인 적 없는 크기의 참공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쿠드드드드드등-
허공이 보기 흉할 정도로 무너졌다. 무너지는 공간에서 인력이 발생하며 자운의 몸을 빨아들인다.
마치 별을 집어삼킨다는 우주의 포식자 흑혈(黑穴)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저 인력에 이끌려 흑혈 속으로 딸려 들어간다면 아무리 자운의 육체라 할지라도 한낱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될 것이 분명했다.
‘크으으윽.’
자운이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비틀었다.
자운의 몸이 조금씩 비틀어지고, 삼공 역시 자운의 몸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두 손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참공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한참 힘겨루기가 이루어지는 순간, 번쩍하는 섬광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우웃! 빛이!’
둘의 싸옴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운산과 우천이 눈을 감았다.
엄청난 빛 때문에 더 이상 눈을 뜰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그들이 눈을 떴을 때, 자운의 옷자락은 휘날리고 있었다.
펄럭펄럭-
그의 몸이 길게 포물선을 그리고, 용제와 같이 휘감았던 열한 마리의 황룡은 더 이상 자운의 옆에 없었다.
자운의 몸이 아래로 훨훨 떨어진다.
우천이 떨어지는 대사형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대사형!”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운의 몸이 바닥에 처박히고, 운산과 우천이 동시에 대사형을 외치며 자운을 향해 달려나갔다.
하지만 다른 황룡문도들은 감히 그들과 같은 행동을 하지 못했다. 허공중에 무시무시한 힘을 보인 삼공이 서있었기 때문이다.
“크크크큭.”
그가 진한 웃음을 흘렸다. 목에는 가래가 낀 듯 걸쭉한 음성이었으나 분명 기쁨의 음성이었다.
“대사형!”
그의 귓가로 파리들의 앵앵거림이 들려온다.
‘그래. 파리는 치워야겠지.’
자운을 쓰러뜨리고 기분이 좋아진 그가 손을 들었다.
그 순간!
핑-
머리가 어질해지며 가슴팍에서 피가 솟구친다.
쩌억-
심장이 쩍 하고 벌어지며 피분수가 쏟아졌다. 한순간 눈앞이 흐릿해지며 온몸을 휘감고 공중에서 있게 해주던 내력의 흐름이 사라졌다.
‘어?’
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삼공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져 그대로 거꾸로 처박혔다.
퍼석-
그의 머리가 터져 나가고, 뇌수가 사방으로 산산이 비산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산과 우천은 자운의 어깨를 잡고 흔들기에 정신이 없다.
“대사형!”
자운의 어깨가 몇 번 흔들리고 자운의 음성이 들려왔다.
“흔들지 마라. 머리 띵하다. 아… 죽겠네, 진짜.”
자운이 머리가 띵한 듯 골을 잡으며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 새끼는 죽었냐?”
자운의 말에 운산과 우천은 그제야 바닥으로 추락한 삼공을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자운의 시선 역시 그들의 시선을 좇아 움직인다.
흥건하게 흘러나오는 피, 그 위에 삼공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놈의 심장은 무언가에 관통이라도 당한 듯 뻥 뚫려 있었다.
황룡신검에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는 것으로 보아 놈의 심장을 관통한 것은 신검이 분명했다.
삼공의 죽음을 확인한 자운이 온몸의 긴장이 풀린 듯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푸하!”
그리고는 피로가 누적된 숨을 뱉어놓는다. 정말로 힘들었다. 열한 마리의 황룡무상십이강이라면 일성도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백 년의 세월을 넘어온 괴물들이 존재할 줄이야.
‘그러고 보니 나도 정상은 아니군. 크크크크.’
입가에 괜히 자조적인 웃음이 걸린다. 상대방을 이백 년을 넘게 산 노괴물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지금 자운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결국은 괴물 대 괴물의 싸움이라는 말이지.’
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밤 동안 계속 이어진 사투의 끝에 어느새 새벽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환한 햇살이 자운의 얼굴 위로 가득 번져 나간다.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날 살려두었나?’
그답지 않게 하늘을 향해 질문이라도 던지는 자운, 하지만 하늘은 답을 해주지 않았다.
자운 역시 하늘이 대답을 해줄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자운.
‘천명 같은 개소리하고 있네. 난 그냥 내가 잘나서 살아 있는 거야.’
자운이 드러누운 자리에서 눈을 감았다.
“아. 피곤하다. 좀 자자.”
제3장 주변을 좀 파괴한다는 게 흠.
자운이 삼공과의 치열한 싸움을 끝내었을 무렵, 무림맹의 맹주인 남궁인과 문상 제갈운 사이에서는 심각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아침 해의 여명이 밝아올 무렵이 되도록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 이야기는 지금 정도무림의 존망을 걸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였기에 쉬이 끝낼 수 없었다.
“이공이라는 존재가 그토록 강력하다는 말인가?”
남궁인의 말에 문상 제갈운이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려 절대고수 셋이 덤벼들고도 그를 이겨내지 못했다.
아니, 가지고 놀 듯이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신승이 목숨을 잃었고, 간신히 도주해 온 괴걸왕과 주선의말이었다.
절대고수들은 대부분 자신의 무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 때문에 쉬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더 특별히 무위에 자신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한 이들이 바로 괴걸왕과 주선이었다.
그런 괴걸왕과 주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말은 현 무림맹의 맹주인 남궁인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그를 상대할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허어. 하필이면 그와 같은 자가 지금 무림에 나오다니. 문상께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있겠는가?”
제갈운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부터 그자들이 세상에 나왔더라면, 어쩌면 이미 천하는 적성의 손에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어찌해서 처음부터 나선 것이 아니라 지금이 되어서야 움직인 것일까?
오랜 장고 끝에, 그는 나름대로 진실에 근접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난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말에 남궁인 탁 하고 탁자를 때렸다.
“문상은 지금 삼공이 나선 것이 무상 때문이라는 말씀이 신고?”
제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삼공은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칠적들이 모두 무상의 손에 힘을 잃은 후였습니다.”
사실 일적이 살아 있을 때부터 움직이기는 했지만 삼공 들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은 칠적이 모두 사망한 후였다.
그러니 제갈운은 그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사실 그 결론은 진실과 매우 근접하게 닿아 있었다.
제갈운의 말에 남궁인이 천천히 입술을 곱씹었다.
생각해 보자 제갈운의 말이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았던 것이다.
“으음.”
그의 입을 비집고 침음성이 흘러나온다. 삼공이라는 괴물 같은 이들이 자운 때문에 나왔다고는 하나, 그가 없었더라면 무림은 이미 적성의 손에 떨어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