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
바람 갈라지는 소리가 나며 두 마리의 용이 머리를 움직였다.
검의 형상을 한 혀가 이기어검이라도 되는 듯 자운의 의지에 따라 삼공을 포박한다.
자운이 쌍두룡과 호룡을 제외한 모든 용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열한 마리의 용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던 내기를 세 마리에 불어넣었다.
호룡의 벽이 더욱 단단해지며 쌍두룡의 움직임은 더욱 날카롭고 쾌속무비해졌다.
그 힘 역시 당연히 강해졌다.
쩌엉-
칠룡의 혀가 공간의 벽을 때리자, 한순간 공간의 벽이 출렁였다.
‘이때다!’
자운이 놓치지 않고 팔룡으로 출렁이는 공간을 찔러 넣었다.
키이이이잉-
무언가가 뒤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공간이 뒤틀리는 소리였다. 공간이 비집어지고, 그 속으로 삼공에게 이어지는 통로가 만들어 진다.
자운이 황룡신검을 뽑아 들었다.
“먹어라!”
쩡-
공간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며 칠룡과 팔룡이 만들어낸 공간으로 황룡검탄이 날아들었다.
콰우우우우-
“크윽! 이놈이!”
그는 황급하게 공간의 벽을 닫으려 했으나 자운이 쏘아 낸 황룡검탄이 더 빨랐다. 그가 공간을 닫으려 했을 때는 이미 황룡검탄이 그의 몸을 때리고 있는 순간이었다.
“크윽!”
삼공이 신음을 홀리며 뒤로 날아갔다. 그의 손에는 공간을 닫기 위해 집중시켜 둔 힘이 남아 있었다.
삼공은 이 힘을 공간을 닫는 것이 아니라 자운을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
부서진 공간 사이로 참공인이 날아들었다.
쾅!
폭음이 울리며 자운의 몸과 삼공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드드드득-
자운의 등판이 바닥을 긁었고 땅이 벗겨졌다.
삼공 역시 자운과 마찬가지로 형편없이 바닥을 굴렀다. 그가 처음으로 떨어진 자리에는 하늘에서 거대한 망치로 때려 만든 듯한 구멍이 나있었다.
팽팽한 내력의 겨루기는 결국 종장을 찍지 못하고 무승부로 끝이 났다.
매개체가 되던 자운의 황룡검탄과 삼공의 손가락 끝에 걸린 참공인이 동시에 터져 나간 것이다.
“크으. 아이고 허리야.”
자운이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거대한 석재를 치우며 몸을 일으켰다. 자운이 바닥을 구르면서 생긴 힘에 의해 무너진 석재였다.
석재를 한쪽으로 치우고 나니 자신과 마찬가지로 몸을 일으키는 삼공의 모습이 보인다.
삼공이 자운을 향해 버럭 하고 소리친다!
“이 개 같은 자식아! 경로사상과 노인공경도 모르는 것이냐!”
대마두의 입에서 경로사상과 노인공경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는 말인가.
자운이 한참 격전 중이라는 것도 잊고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그답게 이죽이며 삼공을 조롱했다.
“경로사살? 노인공격? 얼마든지 해주고 있잖아! 뭐가 문제라는 거지?”
“'이이이이이! 이 경로사상도 덜 배운 놈아!”
쾅-
바닥이 꺼지며 삼공이 튀어 나왔다. 자운 역시 마주 소리를 지르며 놈을 향해 튀어 나간다.
“그래 바로 그거! 경로사살! 늙으면 뒤져야지!”
자운의 몸 주변을 열한 마리의 황룡이 휘감았다.
찬연히 빛나는 황룡 무리가 자운을 휘감자 자운의 눈 역시 호박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금안을 번득이며 날아드는 자운의 신형, 그의 손끝이 쾌속하게 허공을 갈랐다.
용구절천수!
손가락이 용의 아가리라도 된 것처럼 으르렁거리며 삼공의 몸을 물어뜯으려 한다.
삼공이 다리를 틀었다.
휘리릭-
단번에 보법이 일변하며 자운의 공격을 피해내는 삼공의 움직임, 그의 다리가 뱀처럼 꿈틀거렸다.
쉭쉭쉭-
뱀 움직이는 소리가 나며 삼공의 몸이 자운을 향해서 파고든다. 자운이 고개를 숙였다.
삼공이 자신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오자 마주 쇄도하는 것이다.
쾅-
어깨와 어깨의 충돌, 자운의 몸이 뒤로 두 걸음 정도 물러났다.
삼공 역시 뒤로 두 걸음 정도 물러났다.
삼공의 입가에는 피가 주르륵 하고 흐르고 있었다. 내상을 입은 것이다. 자운의 어깨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삼공과는 다르게 외상을 입은 것이었다.
“교육도 덜 받은 놈. 어떻게 노인공경과 경로사상을 모른다는 말이냐!”
자운이 쓰라린 어깨를 한번 매만지더니 곧 으쓱해 보인다.
“사실 그거 교육받을 시간에 잠잤어.”
명백한 사실이었으나 삼공이 듣기에는 조롱이었던 모양이다. 삼공의 미간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이놈, 네놈이 끝까지 날 놀리는구나!”
삼공의 손으로 공간이 우겨져 들어간다. 콰드득 하는 소리가 들리며 사방이 무너져 내렸다.
곧이어 완성되는 참공인, 자운이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며 자세를 잡았지만 사실 속은 전혀 여유롭지 않았다.
‘젠장. 저 미친 늙은이, 정말 죽지도 않고 오라지게 강하네.’
쩝쩝하고 입맛을 다시는 자운, 이런 놈이 앞으로 셋이나 더 있다는 게 끔찍하기 그지없는 사실이었다.
어떻게든 이길 방법이 없을까.
자운의 머리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사이에 참공인을 완성한 그가 단번에 허공을 때린다.
쾅-
허공이 그대로 밀려나며 참공인이 자운의 앞에서 불쑥 하고 솟아났다.
하지만 참공인은 자운에게로 도달하지 못한다!
쾅 하는 소리가 나며 참공인이 허공에서 폭발하고, 그 자리에 황금빛을 뿜어내는 호룡의 어금니가 자리해 있었다.
호룡이 어금니로 참공인을 씹어 폭발시킨 것이다.
동시에 염룡이 화염을 뿜었다.
화르르륵-
사방이 불로 타오르고, 무너진 누각 하나가 불길에 휩싸였다.
염룡이 뿜어내는 화염은 온도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주변 이 화끈하니 달아오른다.
건물 하나가 단번에 날아갔지만 삼공은 이미 공간을 이동해 몸을 뺀 지 오래였다.
다만, 그의 허전하던 왼팔 소매는 염룡의 화염에 타버려 더 이상 허공중에서 나부끼지 않는다.
자운이 검을 움직였다.
검끝을 따라 쌍두룡이 움직인다.
우우우우-
혓바닥을 뱀처럼 날름거리는 이기어검의 수법!
쌍두룡의 혀가 삼공의 심장을 찌르는 순간!
푸악-
삼공의 몸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이형환위가 펼쳐진 것이다. 삼공이 나타난 곳은 자운의 바로 뒤쪽, 그가 참공인을 맺어 단번에 자운의 몸을 갈라낸다.
흐릿-
하지만 자운의 상 역시 허상이었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자운 역시 이형환위를 펼쳐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자운이 솟구쳤다.
삼공의 바로 옆, 그의 검이 삼공의 몸을 갈랐으나 이번에도 삼공의 신형은 흐릿해지며 사라진다.
이형환위와 이형환위의 싸움.
다르게 말한다면 극에 이른 빠름 대 극에 이른 빠름이었다.
자운이 이형환위를 운용함과 동시에 열한 마리의 황룡을 움직여 놈을 압박했다.
하지만 삼공 역시 이형환위와 동시에 참공인을 맺어 자운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크윽-”
참공인이 어깨를 스치자 자운이 신음을 홀렸다 바닥에 피 몇 방울이 뚜둑 하고 떨어져 모래와 뭉쳐진다.
“킁.”
삼공 역시 전혀 상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허벅다리를 칠룡의 혀가 스치고 지나갔다.
과연, 검의 형상을 한 칠룡의 혀가 지나간 자리답게,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삼공의 허벅다리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 이놈이.”
자운이 이를 으득 갈고 삼공이 금방이라도 욕설을 터뜨리려는 듯 입을 움직였다.
삼공은 적성의 내부에서는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그와 비교를 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면 적성의 주인인 일성과 다른 봉공들이 전부, 그렇기에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힌 자운을 더욱이 용서할 수 없었다.
“개자식! 죽여 버리겠다!”
자운이 이죽였다.
“실력이 된다면 예전에 죽여 버렸겠지. 근데 그게 안 되니까 내가 지금까지 팔팔하게 살아 있는 거 아닌가?”
말을 하면서 자운이 호흡을 안정시켰다. 폐부를 타고 들어온 호흡이 온몸을 타고 뻗어나가며 급속도로 안정되기 시작한다.
후욱후욱-
단전의 기운이 사방을 돌았다.
‘만만한 게 없네. 진짜로.’
속으로는 푸념을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왜 지금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이런 개고생을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한 오십 년만 일찍 일어났어도 평화의 시대에서 절대고수로 평명거리며 살 수 있었는데.
‘이게 모두 저 개 같은 적성 때문이야.’
분노가 치솟았다.
안빈낙도는 정말 개 같은 일이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살아야 하지 않은가. 저 적성이라는 잡것들만 없었더라면 안빈낙도하면서 편하게, 황룡문을 천하제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젠장.’
어깨의 지혈이 끝났고 호흡이 안정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삼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시 노려보며 시간을 번 덕분에 그 역시 다리의 상처를 지혈했고 거친 호흡으로 들썩이던 어깨가 천천히 진정되는 것이 보인다.
“좀 죽어라!”
자운의 몸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날았다. 촤르륵 하는 소리가 나며 그의 몸을 타고 열한 마리의 황룡이 솟구쳤다.
쾅쾅쾅쾅-
허공에서 바닥을 내려찍는 용의 움직임들 삼공이 호흡 을 진정시키다 말고 몸을 움직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무리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자운이 몸을 빼는 놈을 쫓았다.
호룡의 머리를 박차고 패룡의 꼬리에서 뛰어올라 비룡의 위에 올라탄다.
비룡이 가장 빠른 쾌의 용답게 자신의 주인을 쾌속무비하게 이끌었다.
단번에 쏘아진 곳은 바로 삼공의 암, 호흡을 깊은 곳으로 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