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
황룡검탄이 단번에 허공을 가른다.
슈우우우욱-
쾅쾅쾅-
황금빛 궤적이 허공에 가득히 포물선을 그리며 단번에 삼공을 때렸다. 삼공의 양손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손가락 끝으로 황룡검탄의 목을 움켜쥔다.
“크으으으으으윽.”
황룡검탄을 뻗어내고 있는 자운이 검에 힘을 더했다. 가득히 검력이 들어가고, 다가가려는 황룡검탄과 막아서려는 삼공의 싸움이 이어졌다.
쿠드드드드득-
둘의 싸옴에 대기가 진동한다.
이것은 평범한 싸움이 아니었다.
단순히 황룡검탄의 진격과 그것을 막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그것을 통제하고 있는 삼공과 자운의 내력 대 결이라 봐도 무방했다.
쿠드드드득-
둘은 모두 이백 년을 넘게 살아온 초인, 그 초인들이 뿜어내는 내력은 절대로 적지 않았다.
사방이 쩍쩍 갈라지고, 대기에마저 균열이 생기는 듯했다.
“크윽.”
운산을 비롯한 황룡문의 사람들이 뒤로 물러섰다. 저 주변으로 다가가는 순간, 뿜어지는 기파에 온몸이 조각조각 나버릴 것이 분명했다.
자운의 몸 주변을 휘감고 있는 황룡들이 연달아 울음을 터뜨렸다.
우우우우-
황룡을 이용해 삼공을 공격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위험해지는 것은 삼공뿐만이 아니다.
‘나도 위험해진다.’
자운이 이를 으득 하고 악물었다.
삼공 역시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계산을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자그마한 충격이라도 가해진다면 둘 다 위험해질 것이 분명했다.
‘저 미친 새끼.’
이건 그야말로 같이 죽자는 꼴이 아닌가. 서로 같이 죽는 꼴은 볼 수 없다는 일념이 더해졌다.
‘꼭 죽여주마.’
자운이 신검을 움켜쥔 손 가득 힘을 불어넣었다.
제2장 경로사살? 노인공격?
우우우웅-
거대한 힘이 주입되자 자운의 손에 들린 신검이 잘게 몸을 떨었다. 동시에 자운 역시 몸속에서 전율이 치솟는 것을 느낀다.
적은 강하다. 열한 번째 황룡인 주룡을 깨운 이후로는 칠적이라 할지라도 자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 더 이상 세상에 적수가 없을 것이라 느꼈는데 그런 자운을 맞상대할 만한 이가 아직도 세상에 남아 있는 것이다.
자운이 느끼는 감정을 삼공 역시 느끼고 있었다. 이백 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오며 그와 자웅을 겨룰 만한 강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난신이라는 자가 자신과 자웅을 겨룰 만한 실력을 보이고 있으니 몸이 희열에 잘게 떤다.
‘가자.’
자운이 황룡신검을 향해 말을 걸었고 황룡신검이 응답이라도 하듯 몸을 떨었다.
“차합!”
큰 기합성과 함께 자운의 몸이 쭈욱 하고 날아오른다. 그런 그의 뒤로 금빛 호선이 따라붙었다. 온몸으로 금광을 뿌리며 움직이는 자운의 모습은 그야말로 금빛 유성이었다.
쾅-
자운의 검이 삼공의 참공인을 내려친다.
참공인이 이리저리 휘둘러지며 자운의 검을 막아내었다.
자운은 황룡신검을 움직여 놈을 압박함과 동시에 열한 마리의 황룡을 움직였다.
우우우우-
황룡들이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삼공을 공격해 들어간다.
그 공격이 빽빽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에 삼공에게 달아날 틈이란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바라보는 이들의 착각.
삼공 주변의 공간이 흔들린다.
한순간 삼공의 몸이 흐릿해진다 싶더니 자운이 부리는 황룡의 사이로 몸을 유유히 움직였다.
자운이 암룡을 쏘았다.
파악-
삼공의 신형에 틀어박힌다 싶은 순간, 삼공이 이형환휘를 펼쳐 오여 장 밖으로 몸을 내뺐다.
자운이 그 모습을 보고는 코를 씰룩이며 이죽였다.
“내빼기는.”
자운이 비룡의 머리를 밟고는 삼공올 향해 따라붙었다.
날아가는 그의 등 뒤로 바람이 휘감긴다.
바람이 휘감기는 것은 뒤를 향해서 뻗어내린 자운의 손, 휘감긴 바람은 마침내 구슬의 형태로 모습을 변태한다!
풍왕신탄(風王神彈)!
구슬의 형상을 한 바람이 자운의 손을 떠나갔다.
신탄은 주변의 바람을 끌어들이며 그 모습을 불려 나간다. 회전을 통해 그 크기가 커지는 신탄의 모습은 그야말로 용권풍!
대막의 모래사막에서나 볼 수 있다는 용권풍과 같은 신탄에 황룡문도들이 입을 떡하니 벌렸다.
우천이 운산을 향해 묻는다.
“사형은 저 크기의 절반이라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절반?
사분지 일도 자신이 없다.
운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사이 완전히 용권풍의 형상을 이룬 풍왕신탄이 그대로 삼공의 몸을 후려쳤다.
쾅-
대기가 한차례 크게 휘청하며 삼공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자욱한 모래먼지가 일고, 자운이 모래먼지 안을 노려보며 내려섰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시야를 어지럽히던 모래먼지가 사라지자, 드러난 것은 쌍장을 교차해 풍왕신탄올 막아낸 삼공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닌지 풍왕신탄과 충돌한 두 팔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참공인을 형성해 벽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워낙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진 공격인지라 그로서도 완전히 풍왕신탄을 막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 크기의 풍왕신탄을 큰 상처 없이, 조금 달아 오른 정도의 상처만으로 막아내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자운이 바닥에 침을 퉤 하고 뱉었다.
“괴물 같은 놈. 그걸 그렇게 쉽게 막아내다니.”
삼공이 이죽였다.
“내가 급하게 막는 것이었다면 네놈도 급하게 펼쳐 낸 것이니 막치 못할 이유가 무에 있을까.”
그의 말에 지켜보던 황룡문도들은 더욱 경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의 공격이 급하게 펼쳐 낸 것이라니, 제대로 펼쳐낸 풍왕신탄은 도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말인가.
머릿속에서 온갖 의문이 들었다.
삼공의 몸이 천천히 허공으로 치솟는다. 허공답보라기보다는 천상제와 같은 느낌.
아무런 예비 동작이나 발구름도 없이 허공으로 솟구치는 삼공을 자운이 쫓았다.
자운이 강하게 바닥을 내리찍으며 몸을 날렸다.
쾅-!
두 손이 바닥을 향하게 하고 비룡의 머리 위에 발을 딛고 삼공을 향해 날아가는 속도는 그야말로 섬전에 가까웠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지켜보던 황룡문도들이 헛바람을 머금었다.
삼공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손을 움직여 공간을 말아 쥐었다.
그의 양손에서 참공인이 비틀려 형성된다.
과드드드득-
허공의 조각이 하늘을 부숴 버릴 기세로 맹렬하게 뿌려졌다.
모든 참공인의 조각들이 자운을 향해 날아온다. 자운이 호룡을 일으켰다. 비룡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자운의 몸 주변으로 호룡이 휘감긴다.
콰다다다다다다!
쾅쾅!
콰과과과광!
여러 개의 폭발이 동시에 일어났다. 하늘에서 불기둥을 뿜으며 염룡이 울었고, 그것을 필두로 황룡무상강기가 움직였다.
자운이 타고 있는 비룡과 자운을 보호하고 있는 호룡을 제외한 무려 아홉 마리의 용이 움직인다.
우우우우-
황룡이 우는 소리가 하늘에 가득히 펼쳐지고, 아홉 마리의 용이 연달아 삼공의 몸을 두드린다.
쾅콰쾅-
투두두두두두두-
하지만 공간 자체를 둘러서 공격을 막아내는 삼공의 방어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힘을 한곳에 집중시켜 뚫을 필요가 있었다.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쾅쾅-
단순한 충돌로 인하여 발생한 충격일 뿐인데도 사방의 바닥이 패어 들었다.
건물 하나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이게 사람의 싸움이라는 말인가.’
운산과 우천이 경악하며 황룡문도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섰다.
싸움이 격해질수록, 그들은 뒤로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
운산이 자운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얼추 이백 보, 아니, 삼백 보 이상은 차이 난다.
그것도 그냥 걸어서가 아니라 경공으로 삼백 보 이상이 차이가 난다.
‘이 거리가 대사형과 나의 거리다.’
실력 차이, 여실히 실감할 수 있었지만,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된 것이다.
‘대사형. 저도 언젠가는 대사형이 도달해 있는 그 경지에 도달할 것입니다.’
운산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싸움은 더욱 격해졌다.
쿵쿵쿵-
황룡으로 아무리 두드려도 견고한 벽은 부서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금강불괴에 비견될 정도의 벽인가?’
아니, 그 이상이다.
금강불괴라 할지라도 황룡무상십이강 중 아홉의 공격을 받아내고는 무사하진 못한다.
그럼에도 멀쩡하다는 것은 금강불괴보다 몇 배나 단단한 공간의 벽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자운이 뒤로 물러났다.
단번에 오여 장의 거리를 뒤로 물러서는 자운, 하지만 자운이 물러나자마자 삼공 역시 움직였다.
더 높이 뛰어올라 단숨에 그 거리를 좁혀 들어온다.
쾅-
삼공의 몸이 천근추의 수법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흡사 유성과 같았다.
콰드드드등-
그 충격에 땅이 크게 출렁이며 파도친다. 그가 내려서는 곳마다 일대가 출렁이며 바닥에 큰 구멍이 파여들었다.
실제로 저렇게 내려서는 것에 깔리기만 해도 어지간한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할 것이다.
상대가 자운 정도 되니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피해내는 것이었다.
자운이 지금까지 싸워온 적 중에서 가장 강한 이가 바로 삼공이다.
자운은 자세를 낮추고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튀어올랐다.
그 뒤를 칠룡과 팔룡이 검의 형상을 한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따라붙었다.
쉭쉭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