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
지켜보고 있던 황룡문도들이 허!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이미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 아니다. 절대의 경지마저도 아득하게 초월해 버린 전투가 그들의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이 공간에 저렇게 자유롭게 개입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이던가?
‘정말 엄청나군.’
우천이 혀를 내둘렀다.
‘얼마나 해야 저 정도가 되는 거지?’
운산의 고개가 갸웃하고 움직인다. 자운과 그들 사이의 격차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평생을 정양하는 것으로는 도무지 좁혀지지 않을 듯하다.
‘평생 그 이상을 수련해야 한다는 건가.’
푸욱 하고 한숨이 내쉬어 진다.
운산과 우천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 삼공과 자운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둘 다 까마득한 높이로 떠올라 있었다.
물론 저만한 경지에 오른 이들이 싸우는데 높이는 무관 하다.
허공답보로 허공을 밟고 날아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이 고, 여차하면 비룡의 머리에 타고 움직이는 수도 있었다.
“그 속에서도 그런 공격을 날리다니, 과연 제법이구나.”
삼공이 길러 내린 자신의 수염을 한쪽 팔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 말에 자운이 이죽거리며 답한다.
“벌써부터 답하면 곤란해. 아직 시작도 안 했는걸.”
그런 자운의 말에 응수라도 하듯 열한 마리의 황룡이 울었다.
우우우우우-
그 울음소리에 사방의 공기가 진동하고, 진동이 멈추는 순간 삼공의 몸이 튀어나왔다.
타핫!
발을 구른 삼공의 몸이 높게 치솟았다. 공기가 한순간 밀려나며 삼공의 몸이 자운의 지척에 다다른다.
그의 손에 생성된 참공인이 번득였다.
자운이 참공인을 향해 검강이 넘실거리는 황룡신검을 마주 응수한다.
쾅-
내력과 내력이 충돌하며 뜨거운 바람이 사방으로 나부꼈다.
바람에 삼공과 자운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나부낀다.
옷자락 역시 펄럭였다. 검과 맞대고 있는 참공인에서는 계속해서 불똥이 터져 나온다.
“크윽.”
참공인에 비해서 검강은 한 수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자운의 손을 타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참공인의 엄청난 힘에 손바닥이 벗겨져 상처가 난 것, 이 구도를 오래 유지하면 불리해진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한 자운이 다른 한 손 가득 내력을 집중시킨다.
손가락이 용의 아가리 마냥 움직이더니 주먹이 쥐어지고, 화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운의 손이 화염에 휘감기었다.
화르르륵-
허공에 화염의 선이 그려진다.
선명한 포물선과 함께 삼공을 향해 낙하하는 염룡교!
터져 나온 공력에 붉은 꼬리가 새겨지는 것이 마치 유성과 같은 움직임이다.
염룡교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삼공의 몸을 때리려는 순간!
“홍! 어림도 없지!”
삼공이 어깨를 틀었다. 염룡교의 내력이 그대로 허공을 격해 삼공을 지나치고, 뒤에 있던 건물 중 하나에 화르륵 하며 불이 붙었다.
화마는 순식간에 세를 불리며 목조 건물 하나를 모두 태워 사라지게 만든다.
하지만 자운이 노린 것은 염룡교로 삼공의 몸을 후려치는 것이 아니었다.
후려친다면 좋았겠지만 후려치지 않아도 별 상관은 없었다. 잠시간의 틈을 만들어 참공인과 맞대고 있는 검을 빼내는 것, 그것이 자운이 바라는 것이었다.
검을 빼낸 자운의 몸이 회전을 동반한다.
그의 몸이 팽이처럼 빙글 하고 회전하더니 황룡신검 가 득 내기를 휘감았다.
어깨를 움직였던 삼공의 미간이 꿈틀하고 움직인다 싶을 때!
허공을 가르는 황룡의 움직임 !
황룡검탄이 연달아 세 발 쏘아졌다.
우우우우우!
콰득- 콰득-
콰드득-
삼공의 몸이 크게 휘청하며 아래로 추락한다. 한쪽 어깨를 황룡검탄에 허락한 것이다.
두 발째까지는 막아내었지만 세 발째를 막아내진 못한 그의 몸이 황룡검 탄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했다.
콰앙-
땅이 깊게 파이며 황룡검탄의 금색 꼬리가 길게 내려꽂혔다.
후드득, 와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돌무더기가 삼공이 추락한 곳 위로 떨어져 내리고, 삼공이 그 속에서 먼지를 털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옷을 상하게 한 자운이 상당히 마옴에 들지 않는 것인지 그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거리고 있었다.
“이놈, 감히 나에게 수치를 주다…….”
말을 채 끝마치지 못한 그가 헛바람을 들이쉬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곧이어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성추의 수법으로 떨어진 자운의 신형이 쾅 하고 내려선다.
사방으로 바위가 비산했다.
거대한 충격 때문에 땅이 속살을 드러내며 뒤집어지거나 쩍쩍 갈라졌다.
“홍! 누가 그런 공격에 당할 줄 아느…….”
쿠웅-
이번에도 그가 말을 채 끝마치지 못하고 허공에서 발을 굴렀다.
유성추를 통해 떨어져 내린 자운이 신형을 일으키지도 않고 앉은 자리에서 패룡을 쏘아보낸 것이다.
쿠우우우웅-
패룡이 지나간 자리로 허공이 쩍 하고 갈라졌다.
동시에 패룡의 뒤에서 기척을 숨기고 있다 드러나는 암룡!
주름의 번개가 암룡의 뿔 위로 떨어져 내리고,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뇌전이 뿔에 휘감겼다.
“개잡놈이!”
삼공이 참공인을 반달 형태가 아니라 방패형으로 둥글게 만들었다.
그리고 뇌전이 가미된 채로 찔러 오는 암룡의 뿔을 막아 낸다.
콰지지직-
사방으로 뇌전이 비산하고, 강력한 돌풍이 자운의 밀어 올렸다.
주룡이 불러들인 돌풍은 자운의 몸을 밀어 섬 공의 앞으로 보낸다.
쾅-
염룡교가 쏟아지는 자운의 주먹이 그대로 방패형 참공인을 때렸다.
지이잉-
참공인이 크게 진동하며 삼공의 몸이 뒤로 물러났다. 왈칵하는 피가 삼공의 입에서 솟구치고, 삼공은 피를 닦아낼 생각도 하지 않고 손가락 끝으로 공간을 우그러뜨린다.
우드드득-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며 삼공의 손가락이 자운의 가슴팍을 후려 쳤다. I
삼공이 그랬던 것처럼 자운의 몸 역시 뒤로 주르르 밀려 나며 피를 왈칵 하고 토해내었다.
“쿠엑!”
비명이 들리고,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자운의 몸을 비룡이 받아내었다. 비룡의 꼬리가 크게 움직이며 건물 하나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자운이 주룡을 움직였다.
콰드드둥-
허공을 가르는 낙뢰가 운의 손가락 끝에 이끌려 삼공
을 향해 쏟아진다.
삼공 역시 손을 움직여 자운을 향해 참공인을 뻗어낸다.
반달형이 아닌 검의 형태!
기다란 검의 형태를 한 참공인이 자운의 가슴팍을 가르고, 삼공의 머리 위로 낙뢰가 떨어졌다.
콰과과과과광-
사방이 뒤집어짐과 동시에 눈앞이 한순간 깜깜해졌다.
낙뢰에서 뿜어지는 엄청난 섬광이 한순간 눈의 시력을 뺐어간 것이다.
자운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축축함이 느껴지는 것이 피가 났음이 분명했다.
자운의 손가락이 빠르게 자신의 가슴팍을 짚었다.
다행히 한순간 허리를 비틀었기 때문에 상처가 크지는 않았다.
“크으으윽. 이 빌어먹을 새끼가…….”
삼공의 음성이 들려왔다. 약간 헐떡대고는 있지만 삼공 역시 큰 문제는 없는 듯했다.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자운과 삼공의 경지에 오른 이들에게는 눈을 대체할 감각이 얼마든지 있었다.
자운과 삼공이 서로 동시에 기감을 넓혔다.
무인의 여섯 번째 감각이라 할 수 있는 감각이 확 하고 넓어지며 서로의 영역을 만들어낸다.
자운의 영역에 삼공의 영역이 비집고 들어왔다.
타핫-
자운이 기합성과 함께 몸을 날렸다.
허공으로 솟구친 자운의 몸에서 쌍두룡이 뛰어나와 삼공의 영역을 향해 쏟아진다.
콰드드득-
땅이 깊게 패어들며 속살을 드러냈지만, 그 자리에 삼공의 몸은 없었다.
자운이 허공에서 몸을 옮겼다. 그가 내려서는 곳은 강시당의 건물 중 하나, 자운이 그 처마 위로 사뿐히 내려섰다.
‘눈이 떠지네.’
다행히 낙뢰의 섬광이 앗아갔던 시각이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다.
자운이 눈을 천천히 뜨며 빛에 적응하는 순간, 삼공의 공간이 자운의 공간으로 밀고 들어왔다.
콰드드득-
공간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자운이 다급하게 눈을 뜨며 헛바람을 내질렀다.
“허업!”
부웅-
삼공의 거대한 주먹이 자운의 지척에서 휘둘러졌다. 빠르게 호룡이 삼공의 주먹을 막아냈지만, 황급히 움직인 것이라 힘이 부족했다.
쾅-
호룡의 몸이 출렁하고 움직이며 자운에게 그대로 충격이 전달되었다.
“커헉!”
자운의 몸이 뒤로 날았다. 삼공이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자운을 향해서 날아든다.
“놈! 놓치지 않겠다!”
어둠이 사라지고, 자운이 날아가던 와중에 삼공의 몸을 살폈다.
삼공의 몸은 낙뢰에 맞은 듯 여기저기가 그슬려 있었다. 입고 있는 옷 역시 불에 타서 일부분이 사라져 있었고, 몸 위로는 탄내 진동하는 연기가 흘러나온다.
‘괴물 같은 새끼.’
벼락을 맞아도 죽지 않다니. 주룡이 일으킨 벼락은 내력을 이용해 만든 것이라 일반적인 벼락에 비해서 훨씬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힘이 절대로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맞고도 저렇게 쌩쌩하게 움직인다는 것이
괴물 같았다.
자운이 욕지기를 뱉으며 단전을 자극했다.
자운이 기운을 움직였다.
단전에서 꿈틀거린 기운이 단번에 팔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팔을 휘감은 기운이 검을 향해 도달하고, 검 끝에서 찬연한 빛무리가 솟구쳤다.
황금빛 검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