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
제1장 저 미친 새끼.
바람이 불었다.
벼락이 쏟아지고 눈이 휘날린다.
하늘이 진동하며 땅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져 시뻘건 용암 이 솟구쳤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금안의 자운이 열한 마리의 용에게 휩싸여 삼공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칠룡과 팔룡은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쌍두룡이지.”
칠룡과 팔룡이 두 개의 머리를 치켜들었다. 그들의 혀는 검이다.
이기어검이 황룡의 모습으로 형상화된 것이 칠룡과 팔룡 이라 할 수 있었다.
우우우우-
자운의 부름을 받은 칠룡과 팔룡이 울음소리를 흘렸다.
기다란 목을 타고 이어지는 몸은 하나, 자운이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쌍두룡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구룡은 공간을 관측하고.”
무인에게 있어서 감각이란 총 여섯 개. 오감을 제외한 기감까지 모두 감각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육감으로 모든 사각을 점하기는 힘들었다.
그리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홉 번째 황룡, 감룡(感龍)이었다.
그리고 열 번째, 열 번째는 공간을 통제한다. 일그러뜨리며 부서뜨리고 동시에 지배하는 것이 열 번째 용인 공룡(空龍)이었다.
그리고 열한 번째.
“용은 바람을 부리고 눈을 뿌리며 벼락을 떨어뜨리고 하늘을 울린다.”
콰과과광-
하늘에서 갑자기 열 줄기에 달하는 벼락이 떨어졌다.
“또한, 하늘을 울리며 땅을 진동시키고 불을 부리지.”
호풍환우(呼風喚雨)를 비롯한 자연의 삼라만상을 조 는 존재가 용이다.
그중에서 가장 완전무결한 존재!
모든 영수들의 군주이며 왕인 존재가 황룡이었다.
십일룡은 그러한 영수들의 군주, 주룡(主龍)이었다.
자운의 몸을 휘감고, 열한 마리의 용이 천천히 울음을 터뜨렸다.
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열한 마리의 용을 휘감고 황금빛 용안(龍眼)을 번득이는 자운의 모습은 그야말로 용제(龍帝)였다.
하늘에 군림하며 용을 부리는 오연한 용의 군주.
그 모습을 본 삼공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바람이 불어오고 허전한 그의 한쪽 팔이 펄럭였다.
동시에 그가 멀쩡한 손을 허공을 향해 치켜든다.
콰직-
콰드드득-
우드득-
무언가가 뭉개지는 소리가 들리며 사방이 우그러들었다.
그렇게 우그러드는 공간이 수십 개.
그 수십에 이르는 공간이 우그러지며 대기가 흉측하게 꼬여들었다.
“과연, 그 정도는 해주어야 재미있지 않느냐!”
그가 앙천광소룰 터뜨리며 손을 자운을 향해 뻗는다.
단번에 수백에 이르는 참공인이 공간을 무시하고 자운을 향해 날아들었다.
감룡의 감각이 자운의 감각과 하나가 되었다. 사방의 공간이 감지되고 사각이 사라진다.
공룡이 공간을 통제했다.
참공인이 날아드는 공간은 삼공이 통제하는 공간이라 거기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는 없었으나 그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자운이 통제했다.
모든 공간이 참공인을 압박한다.
참공인이 그 정도로 힘을 잃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약해 졌다.
힘을 잃은 참공인이 자운을 향해 쏘아졌다.
쏴아아아아-
자운의 주위로 호룡이 휘감긴다.
우우우우-
호통이 황금빛 용안에 반응해 빛을 낳고, 참공인과 거듭 충돌을 반복한다.
콰과과과과-
호룡과 참공인이 충돌하며 자욱한 먼지가 일어난다.
그 속에서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비룡이 허공을 갈랐다.
낙뢰가 떨어지는 듯 금빛 섬광을 그리며 쏘아지는 비룡의 모습은 그야말로 벼락!
찰나의 시간, 삼공의 앞으로 이동한 비룡이 삼공을 들이박았다.
‘엄청난 속도, 하지만!’
눈앞으로 비룡이 짓쳐드는 순간, 삼공이 호흡을 들이쉰다.
단전으로 달려나간 호흡은 그 속의 내기를 일깨우고 사지 백해를 맴돌아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공간벽!
쾅-
공간이 벽이 된 듯 일어나며 비룡을 막았다. 하지만 그 얼마나 빨랐던지 차단해 벽을 만든 공간이 흔들릴 정도!
“하하하핫. 과연, 과연 생각한 대로 엄청나구나!”
그가 웃음을 터뜨리는 한편 속으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룡의 속도가 무지막지해서 공간벽을 펼치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 엄청난 속도에 그대로 충돌할 뻔했다.
자운이 그런 그를 보며 씨익 하고 웃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빙글 하며 눈의 형태를 따라 움직인다.
“글쎄? 끝이 아닐 텐데?”
동시에 비룡보다는 조금 부족하지만, 날카로운 혀를 날름거리는 쌍두룡이 솟구쳤다.
칠룡과 팔룡!
둘의 혀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칠룡과 팔룡의 혀는 뱀처럼 길다. 하지만 뱀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혀가 검이라는 점이었다.
스스스숫-
두 개의 검이 그대로 삼공이 있는 곳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크윽!”
삼공이 빠르게 공간을 격리하며 천근추의 수법으로 아래를 향해 떨어져 내린다.
삼공이 조금 전까지 서 있었던 자리 위로 쌍두룡의 기다란 혀가 지나가고, 삼공의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쿵-
천근추의 수법을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축이 크게 흔들렸다.
“제법이구나. 하지만 그뿐이다!”
화르르륵-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사방에서 공간이 모여들었다.
동시에 수십 개의 공간이 압축되기 시작한다.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참공인을 다시 재현하려는 것이다.
자운이 비룡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공간을 이동하는 재주는 없지만, 그 못지않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재주가 있다고 말한 자운이다.
“쏘기 전에 막아버 리면 그만이지. 안 그래?”
자운이 히죽이며 비룡과 함께 날아들었다.
하지만!
참공인이 완성되는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콰아앙-
폭풍과도 같은 참공인이 자운을 향해서 몰아쳤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다시 한 번 참공인을 만들어낸다.
자운이 호룡을 둘렀다. 이번에는 시간이 부족해 공룡을 이용해 참공인의 힘을 약화시키지 못했다.
한 발 한 발이 호룡의 위로 떨어져 내릴 때마다 호룡이 크게 출렁인다.
오래 견디지는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호룡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 다!’
그의 내력이 호룡을 휘감는 순간, 다시 한 번 만들어진 수십 발의 참공인이 호룡을 때린다.
그러기를 몇 번!
지금 자운을 휘감고 압박하고 있는 참공인의 숫자는 백을 훌쩍 넘었다.
자운이 참공인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상황을 냉정하게 살폈다.
‘이 모든 걸 몸으로 뚫고 나가는 건 무리지.’
그렇다면, 지금 밖에서 참공인을 통제하고 있는 삼공을 공격하여 정신을 흐리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정신이 흐려진 틈을 타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먼저 염룡!’
그의 부름을 받은 염룡이 길게 울며 화염을 사방으로 뿌린다.
우우우우-
참공인이 화염 속에서도 이리저리 움직였다. 하지만 그 속도는 이전과 비교하면 현저히 느려진 것이 눈에 보인다.
“날뛰어라, 패룡!”
콰드드득-
자운의 명을 받은 패룡이 참공인의 속에서 날뛰었다.
콰드득-
쿠드드드득-
패룡이 날뛸 때마다 사방이 갈라졌다.
땅이 쩌저적 하고 갈라지며 거대한 용이 지나간 자리를 만들었다. 날뛰는 패룡과 충돌하는 참공인의 속도가 조금씩 더 느려졌다.
대신 호룡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은 이전보다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겠군.’
그가 참공인의 사이를 노렸다.
황룡신검이 예리하게 빛나는 순간, 번쩍하는 굉음과 함께 허공으로 황룡검탄이 쏘아진다.
자신이 만들어낸 참공인의 벽 속에서 황룡검탄이 쏘아지자, 삼공의 시선이 한순간이나마 그쪽으로 향했다.
“저 속에서 저것을 쓴 것인가?”
그 순간!
칠룡과 팔룡이 두 개의 머리를 꿈틀거리며 날아왔다.
황룡검탄에 시선이 팔린 그를 향해 날아드는 것이다.
콰우우우우-
거대한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그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이놈이?”
미간이 꿈틀하고, 한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대기가 주르륵하고 기울어졌다.
공간을 통째로 움켜쥐고 기울여 버린 것이다.
공간이 기울어지는 바람에 그를 향해 날아오던 쌍두룡이 전혀 다른 곳을 때린다.
콰과광-
강시당의 가장 큰 건물인 사층 누각이 쌍두룡과 충돌하여 무너져 내린다.
삼공의 움직임에 한순간 빈틈이 생기자 자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참공인의 다발 속에서 몸을 뺐다.
콰과과과-
건물의 구조가 되었던 석재와 목재 파편들이 아무렇게나 튀어 올랐다.
자운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석재와 목재 파편을 모두 피해낸다. 삼공 역시 자운이 그랬던 것처럼 목재와 석재들을 피해내었다.
간간이 무시할 만한 크기로 날아오는 것은 손을 뻗어 부수었다.
후드득-
부서진 돌가루가 아래로 후드득하고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