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124화 (124/175)

# 124

강시의 가슴팍이 드러나고 운산이 가슴팍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한 장력을 쏟아 부었다.

외부에서의 공격이 아니다.

퍼엉-

강시의 내부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운산의 내력이 강시의 내부를 무지막지하게 헤집었다.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

속에서부터 적의 장기를 철저하게 파괴하는 수법을 운산이 사용한 것이다.

키에에엑-

강시가 처음으로 비명 같은 음성을 질렀다.

입에서 녹색 피를 토해낸다.

케엑. 케에에엑-

고통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운산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다른 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중수법!모두 내가중수법을 사용해! 효과가 있다!”

운산의 말을 들은 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내가중수법을 펼쳤다.

그 모습을 보던 자운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잘했어. 하지만 아직도 부족해.”

내가중수법을 이용하는 것이 맞지만 단순한 내가중수법만으로 강시를 파괴하는 것은 어려웠다.

내가중수법을 이용해 노려야 하는 부위가 있었다.

그 부위를 찾기 전까지는 강시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말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운이 그들의 싸옴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내가중수법까지 알아내었으니 그 뒤도 알아낼 것이다.

“자. 빨리 알아내 보라고.”

내가중수법을 이용한 싸움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전투는 확실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이전처럼 공격이 통하지 않아 쩔쩔매는 경우가 사라졌다.

하지만 강시들은 몸이 망가지는 것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잠시간 멈칫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전이 놈들을 쓰러뜨릴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쉬워지기는 했지만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다는 말이었다.

쾅-

우천이 내가중수법을 이용해 강시의 가슴팍을 후려친 후에 검을 휘둘러 밀어내었다.

키에엑-

강시가 비명을 지르며 멈칫했지만 그뿐이었다.

다시 몸을 일으켜 운산을 향해 뛰어온다.

‘놈의 움직임을 막을 수만 있으면 될 텐데.’

우천이 놈의 움직임을 살폈다. 내장이 녹아버렸을 텐데 아직까지도 멀쩡하게 움직인다.

“후우.”

운산이 한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막을 수가 없는 것일까.

앞이 암울해졌다.

그런 그의 눈에, 여전이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는 강시의 관절이 들어왔다.

관절은 인간을 움직이게 해주는 중요한 기관이다. 아무리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관절을 움직이지 못하면 행동 할 수 없다.

‘혹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시의 약점은 관절이 아닐까.

운산이 그랬던 것처럼 우천 역시 뛰어들었다. 검을 이용해 강시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고 용린벽을 펼쳤다.

손으로 내가중수법을 펼친다.

향하는 곳은 강시의 관절!

쾅-

강시의 관절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강시의 몸이 그대로 허물어졌다.

한쪽 다리의 관절이 폭발한 강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듯 꿈틀거렸다.

하지만 한쪽 다리가 부서졌기 때문인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우천이 쾌재를 불렀다.

“관절이다! 내가중수법으로 관절을 공격하면 놈들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어!”

말을 하며 강시의 다른 한쪽 무릎을 움켜쥐었다.

“이제 넌 걸어 다니지 못할 거야. 장애로 만들어주마.”

콰앙-!!

제13장 네 팔을 자른 사람이 바로 내 사부다!

강시들과의 싸움은 아주 쉬워졌다. 강시의 숨통을 끊어 놓을 방법은 없었지만 두 팔과 두 다리를 분질러 버리는 것으로 놈들이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운이 그 모습을 보고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잘했군.”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강시를 이용한 실전 대련. 황룡문의 제자들은 그것을 훌륭하게 이겨내었다.

자운이 막 그들을 향해 박수를 쳐 주려는 순간, 거대한 기운이 강시당의 전체를 짓눌렀다.

쿠웅-

“으윽.”

“크으으으으.”

황룡문의 제자들이 여기저기서 고통에 신음을 홀렸다. 자운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자신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기세를 홀리는 이를 찾았다.

허공중에 떠 있는 이.

적포를 입은 노인이 자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해야. 네놈이 바로 난신이라 불리우는 아해더냐?”

자운이 손을 흔들었다.

강시당을 짓누르는 기세가 손짓에 와해되어 날아갔다.

그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날 알면서도 찾아온 걸 보면 죽으러 온 모양이네. 그래, 적성이야?”

자운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성 중에서는 칠적보다 강한 이가 없는 걸로 아는데 넌 누구지?”

그 말에 노인이 웃는다.

그는 바로 삼공이었다. 이백 년 전 황룡문주에게 한쪽 팔을 잃은 사내, 자운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사실 익숙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가 자신의 사부에게 팔을 잃은 사내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백 년이나 되는 세월을 사람이 살아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칠적이었지.”

“칠적이었다고?”

미묘한 과거형의 말이 자운의 귀에 거슬렸다. 과거에 칠적이었다면 지금은 칠적이 아니란 말인가?

자운이 손가락으로 삼공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네가 일성이냐?”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삼공의 몸에서 기운이 뿜어져 자운을 때렸다.

쾅-

촤르륵-

자운의 몸에 호룡이 휘감기며 놈의 공격을 막아낸다.

여섯 마리의 용이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기습이라니 비겁한데.”

“네가 감히 그분의 이름을 입에 올릴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나?”

삼공이 자운을 향해 말했다.

“못할 것도 없지.”

콰앙-

다시 자운을 향한 공격, 자운이 호룡을 이용해 이번에도 공격을 막았다.

“진정하라고. 아까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해보지.”

자운의 말에 그가 이죽였다.

“나는 이백 년 전의 칠적 중 한 명이었다. 지금은 적성의 봉공이 되었지. 그리고 너와 같은 황룡문의 개종자를 보면 욱신거리는 곳이 있구나.”

그가 허전한 자신의 어깨를 잡았다.

자운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과거의 기억, 자신의 사부의 손에 팔이 잘려 도망간 칠적이 떠올랐다.

“네놈, 오적이냐?”

자운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당황에 떨렸다.

그의 말에 삼공의 눈에 이채가 발한다.

“호오. 네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여섯 마리의 황룡이 울었다.

우우우우-

“왜 모르겠어.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뭐?”

이번에는 자운의 말에 삼공이 의문을 표했다. 그 자리에 있었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라는 말인가?

“넨 팔을 자른 사람이 바로 내 사부다!”

그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운의 몸이 아래로 내리꽂혔다.

이공의 무공이 멸공지력이었다면 삼공의 무공은 참공인(斬空印)이다.

공간을 넘어서 상대를 가격하는 무공으로서 어찌 보면 격산타우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닿아 있는 무공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무공이 자운의 몸을 때렸다.

아니, 몸을 때리기 직전 호룡이 받아내었다.

하지만 워낙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던지라 막았음에도 자운의 몸이 아래로 내리꽂힌 것이다.

쾅-

지축이 크게 진동했다.

약 오 장 가량의 바닥이 깊게 패이고, 자운이 돌가루를 떨어뜨리며 그 속에서 일어났다.

입가로 흐르는 비릿한 피를 닦아내며 냉철한 눈으로 삼공을 노려본다.

“왜, 다른 한쪽 팔마저 잘리고 싶어서 왔나?”

“이놈! 네놈이 바로 그놈의 제자라니, 스승의 죄를 제자가 대신 갚게 되었구나!”

쾅-

공간이 다시 한 번 크게 출렁였다.

참공인은 보이지 않는다. 느낄 수 있는 것은 공간을 지각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자운의 감각을 타고 공간이 출렁이는 것이 들어 왔다.

자운이 펄쩍 날았다.

허공으로 솟구치고, 방금 전에 자운이 있던 구덩이 위로 참공인이 작열한다.

쾅-

유성이 떨어진 것처럼 바닥이 또다시 깊게 패였다.

약 오 장 넓이의 구덩이가 단번에 십여 장으로 넓어졌다.

단순히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오여 장의 구덩이가 생긴다.

그 초월적인 싸움에 황룡문의 제자들이 뒤로 물러섰다.

휘말리는 순간 죽는다.

그 증거로 내가중수법에 관절이 상해 움직이지 못하던 강시들이 참혹하게 짓이겨졌다.

강기에도 견딘다는 강시들이었는데 아주 박살이 나 곤죽이 되어 있었다.

시체지만 본래는 사람이었던 자들이다.

내장기관이 튀어나오고 썩은 살이 사방으로 비산해 있는 모습은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이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지금 중한 것은 그것보다 허공에서 진행되는 싸움이었다.

여섯 마리의 황룡을 오연히 몸에 휘감은 자운의 모습은 그 야말로 황룡난신이라는 별호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절대로 밀리지 않는 삼공 또한 굉장하다 할 수 있었다.

쉬이익-

참공인이 허공을 가른다.

자운이 호룡을 몸에 둘렀다.

쾅-

호룡이 크게 흔들리기는 했으나 견뎌내었다 이어 움직이는 것은 염룡!

화르륵-

염룡이 불을 뿜었다.

대기 중의 산소를 모두 태워 버릴 듯 뜨거운 불을 뿜어낸다.

“재미있군.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멸사탕마의 불인가?”

마기에는 치명적인 불꽃이다.

삼공의 근간 역시 마기, 이미 마를 초월한 지 오래라고는 하지만 저 불꽃은 위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삼봉공의 무공은 모두 공간 자체에 관여를 한다.

그중 삼공이 쓰는 것은 공간에 전혀 구애를 받지 않는 것, 삼공의 몸이 이동했다.

스르륵-

신법을 사용해 이동했다기보다는 그냥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공간을 세 개로 나눈 후 이동한 것이다.

자신이 서 있던 공간을 첫 번째, 화염이 미치는 공간을 두 번째, 화염이 미치지 않고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을 제외한 공간을 세 번째로 두고 첫 번째에서 세 번째로 이동했다.

마치 순간이동과 같은 움직임!

‘미친.’

적성에는 어디 하나 정상적인 놈들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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