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123화 (123/175)

# 123

깡깡깡깡깡-

그대로 검들이 모조리 튀어나왔다. 강시가 만들을 향해 괴성올 질렀다.

카아아아악-

시체 썩는 냄새가 나며 강시의 팔이 만돌을 후려친다.

퍼억-

만돌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왼쪽 어깨가 부서진 듯 아파왔다. 선명하게 남아 있는 강시의 손자국, 아무래도 왼팔은 움직이기 힘들 듯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고수가 되었는데, 벌써 죽으라는 말인가.

검을 움켜쥐고 검에 기운을 불어 넣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최대한으로 날카롭게.

단번에 강시를 베어 버릴 수 있게!

그가 검에 내력을 불어 넣는 동안 강시가 만돌을 향해 뛰어왔다.

카아아아악-

다른 이들 역시 모두 강시를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도와줄 여력은 없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강시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가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강시가 손을 휘두르는 것이 눈에 보인다.

키야아아악-

“하압!”

기합성과 함께 만돌이 고개를 숙이며 튀어나갔다. 강시의 손이 그의 머리 위를 지나가고, 단번에 강시의 품 안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기운을 집약시킨 검을 휘둘렀다.

“죽어어어엇!”

회심의 한 수였다. 이 한 수가 먹히지 않으면, 지금 다시 다가오는 강시의 손에 의해서 머리가 터져 죽을 것이 분명했다.

강시의 몸과 검이 충돌한다!

‘제발 죽어라! 하늘이여!’

까아앙-

하지만 강시는 죽지 않았다.

작은 생채기조차도 나지 않았다.

하늘이 그를 배신했다.

그의 눈에 다가오는 강시의 손이 유독 거대하게 보였다.

이제 죽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

그가 체념하고 눈을 감았다.

생각했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그 순간, 픽 히는 소리와 함께 강시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죽음이 다가오지 않자 의문스러웠던 만돌이 눈을 떴다.

눈앞에 황룡포를 휘날리며 서 있는 사내, 그는 바로 자운이었다.

자운이 강시의 몸을 밀어낸 것이다.

가볍게 손을 뻗어 강시를 때렸는데 강시가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쾅-

하지만 곧 강시는 몸을 일으킨다.

자운의 장에도 전혀 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자운이 씨익 하며 웃었다.

그가 만돌을 향해 말한다.

“다시 해보도록 해.”

자운이 휙 하고 움직였다.

또 다른 이가 위험에 처해 있다가 자운의 손에 살아났다.

그를 핍박하던 강시 역시 단 일 수에 나가떨어졌지만 곧 일어난다.

자운은 그에게도 만돌에게 했던 것과 같은 말을 하며 일으켜 세웠다.

“다시 해보도록 해.”

그리고는 또 다른 사람을 구하러 갔다.

태원삼객 중 첫째라 할 수 있는 적상지가 검을 휘둘렀다.

강기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검기지경에는 능히 끝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의 검에서 황금색 검기가 솟구친다.

동시에 회오리치는 검기가 뿜어져 강시의 몸을 난타했다.

타다다다다-

강시의 몸이 강풍에 휘날리는 나뭇가지처럼 휘청거렸다.

펑펑펑-

강시의 몸이 뒤로 밀려난다.

또한 모래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허억. 허억.”

그가 거친 숨을 쉬며 전방을 주시했다.

강시가 쓰러졌을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수십 발의 검기가 적중하는 것을 분명 확인 했다.

최소한 행동불능의 상처 정도는 입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발 쓰러져라.’

숨이 이미 턱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어긋나 버렸다. 모래먼지 속에서 강시가 스으옥 하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동시에 자신을 밀어낸 이에 대한 적의를 맹렬하게 불태웠다.

“카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치며 그를 향해 달려든다. 적상지가 거친 호흡을 이끌고 다시 몸을 움직였다.

놈을 막아야 한다.

쾅-

검과 강시의 팔이 충돌한다.

적상지가 그 짧은 틈을 노려서 손을 내밀었다. 손에서 강력한 기운이 맴돌았다.

용구절천수(龍口絶天手)!

일전에 태원삼객이 황룡문에 가지고 왔던 무공이 터져 나왔다.

예전과 다르게 훨씬 매끄러운 공격, 용의 아가리가 하늘을 끊어낸다.

쾅쾅쾅-

강시의 가슴팍이 그대로 함몰되었다.

평범한 무인이었다면 가슴이 함몰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박살이 나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강철과 같은 강도를 지닌 것이 강시인지라 함몰되는 정도에서 그쳤다.

“크윽.”

되려 공격을 한 적상지가 신음을 홀렸다. 묵직한 강철을 때린 듯 손을 타고 엄청난 반탄력이 전해진 것이다.

손이 시큰거리며 아팠다.

조금만 더 반발력이 강했더라면 손의 뼈가 상할 뻔했다.

강시가 함몰된 자신의 가슴을 도외시하고 마구 손을 혼들었다.

캬아아아악-

그를 찢어버려야 적성이 풀리는 듯한 움직임으로 계속해서 적상지를 향해 덤벼든다.

자운이 적상지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렇게 해서는 안 되지.”

자운 역시 강시를 상대해 본 경험이 있었다. 물론 이백 년 전의이야기였다.

적성은 이백 년 전에도 다른 문파를 이용해 강시를 만들었고 그 강시를 전쟁에 앞세웠다.

전쟁에서 만난 강시는 무서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강시를 상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알게 되었다.

자운이 시선을 돌려 우천을 찾았다.

우천 역시 강시를 상대하고 있었다.

강기지경에 올랐기 때문인지 적상지에 비해서는 한결 쉽게 강시를 상대하는 것이 분명했다.

쾅-

강시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실력으로는 우천이 훨씬 압도적이다.

하지만 강시의 몸은 너무도 단단했다.

전투가 길어지자 우천은 지쳐가고 있었다.

황금색 섬광이 허공을 갈랐다.

투콰앙-

그대로 폭발하며 강시의 몸이 뒤로 또 밀려난다.

“죽어라!”

우천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내리그었다.

선명한 황금색 강기가 허공에 십자를 그리고 쏘아진다.

쾅쾅-

폭발과 함께 또 뒤로 밀려나는 강시의 몸.

하지만 이번에도 강시는 멀쩡했다. 몸에 흠집이 나기는 했으나 사람에 비유한다면 생채기 정도였다.

또한 고통까지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곧바로 우천을 향해 달려든다.

우천이 한숨을 쉬었다.

“이 시체는 왜 죽여줘도 죽지를 못하냐!”

쾅!

다시 검강이 떨어져 내렸다.

강시가 주먹을 내밀어 강기를 막았다.

우천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동시에 그를 향해 강시의 손이 날아든다.

촤악-

손의 끝이 반짝하고 빛나며 손톱이 뿜어졌다.

우천을 향해 날아온다. 우천이 기겁을 하며 피했다.

강시의 손톱은 검과 같이 날카로워서 닿으면 베인다.

촤악-

우천의 옷 앞섬이 후두둑 하고는 떨어져 내렸다.

강시의 공격에 당한 것이었다.

다행이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우천이 찢겨 나간 옷을 매만지며 강시를 바라본다.

“괴물 같은 놈.”

괴물 같은 놈이 아니라 괴물이다. 놈은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어떤 무인보다도 상대하기 어려웠다.

사람은 공격을 하면 상하기라도 한다.

하지만 저놈은 그런 것도 없었다.

때려도 죽지 않고 쳐도 상하지 않는다.

자운이 운산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중얼거리며 시선을 우천에게로 돌렸다.

“강기가 강하기는 하지만 강시에게 완전히 통하는 것은 아니지. 다른 방법이 필요해. 자, 누가 제일 먼저 찾아내려나.”

운산 역시 힘겹게 강시를 상대하고 있었다.

쾅쾅쾅-

강기를 휘둘러 강시를 밀어내고 몸을 뺀다. 머리 바로 위로 강시의 손톱이 지나갔다.

그가 발을 움직였다.

강시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는 것이다.

파앗-

강시가 풀쩍 뛰어 그의 다리를 피했다. 운산이 남은 다리 하나를 이용해 그대로 강시를 걷어찼다.

쾅-

강시의 몸이 날아가 건물에 처박혔다.

건물이 와지끈하며 무너져 내린다.

그 건물의 잔해 속에서 바위가 들썩였다.

운산이 방금 전까지 상대하던 강시가 생채기 하나 없는 모습을 몸을 일으켰다.

키이이이익-

운산을 향해 무어라 말하는 듯한데 전혀 알아듣지를 못하겠다.

“뭐라고 하는 건지 못 알아듣겠으니 좀 죽어라.”

운산이 검을 찔러 넣었다.

점을 만들 듯 쾌속무비하게 찔러 들어가는 운산의 검, 강시가 검을 피했다.

슥-

곧바로 운산의 팔을 움켜잡았다.

강력한 힘으로 운산의 팔을 부러뜨리려는 것이다.

“빌어먹을!”

운산이 다른 손으로 강시의 손을 때렸다.

텅-

강력한 반탄력이 몰려 들어오며 운산과 강시가 동시에 뒤로 날아갔다.

“크으옥!”

운산이 발로 바닥을 박차 몸을 지탱했다.

그대로 날아갔다가는 그 역시 강시처럼 건물에 몸이 처박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몸은 사람이다.

강시와 같은 강철 몸뚱이가 아니었다.

그 정도의 충격을 받으면 온전히 서 있을 수가 없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다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강시를 보며 운산이 머리를 굴렸다.

강시에게는 강기를 이용한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통한다고 해도 고작해야 생채기가 나는 정도, 그렇다면 외부에서의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외부? 그렇다면 내부는?’

문득 강시의 속도 겉처럼 강철과 같이 단단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강시가 달려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금강불괴를 이루게 되면 강기가 통하지 않고 내외가 모두 단단해진다.

하지만 강시는 금강불괴를 이룬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약물로 만든 것이다.

그런 것이 과연 속까지 단단할 수 있을까?

‘어차피 이대로 시간을 끌어 봐야 불리해지는 것은 내쪽이야.’

자운은 도와줄 생각이 없는 듯 보였으니 이 난관은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한다.

운산이 검을 움켜쥐었다.

강시를 향해 손을 뻗으며 달려나갔다.

‘시험해 보자.’

팔을 타고 강력한 경력이 흐른다.

화르르륵-

내기가 몸속에서 순화하는 것이 불처럼 느껴졌다.

손 밖으로 내기를 뿜어내지 않는다. 속으로 갈무리해서 기운을 뭉친다.

강시가 손을 뻗었다.

운산이 검을 이용해 강시의 팔을 쳐내었다.

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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