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 * *
자운이 계획한 일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무림맹에서도 대외적으로 내어 놓을 활동의 결과가 필요했으니 일이 빠르게 진행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을 것 이다.
절대고수들은 빠르게 전장으로 투입되었다.
독왕과 태허 진인이 투입된 곳은 사천과 청해 사이의 전장이었다.
어떻게 놓고 본다면 자운 일행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그들이었던 것이다.
“홀홀홀. 이놈들, 그간 당한 것을 모조리 갚아주마!”
독왕이 암기를 쫘악 하고 뿌렸다.
허공중에 수십 개의 침이 솟구치고, 독왕의 손짓에 따라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꽃비가 내리는가?
만천화우(滿天花雨)가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져 적들을 꿰뚫었다.
단번에 넓은 범위의 적들이 침에 당해 쓰러진다.
독왕이 다시 손을 허공으로 휘젓자 암기들이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과연 절대의 영역에 들어선 고수, 그가 펼치는 것은 만천화우뿐만이 아니었다.
당금의 그가 독왕이라는 무림명을 달수 있게 된 것은 암기술이 아니라 바로 용독술 덕분이었다.
독을 하독하는 순간 눈앞의 적들이 한줌의 혈수로 변해 사라졌다.
당가에서 자랑하는 독은 어지간한 내력으로는 해독제를 먹을 시간도 없이 그대로 적을 녹아 사라지게 만들었다.
자신의 앞에서 적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에 독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하하!”
지금까지는 매번 전장에 나설 때마다 칠적들을 견제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통쾌한 감각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런 감각을 경험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 할 수 있었다.
자연 입에서 웃음이 넘쳐흘렀다.
태허 진인이 웃음을 터뜨리는 독왕의 옆에서 검을 휘둘렀다.
“나쁜 놈들!”
자운에게 요상한 수법을 배워서 그대로 따라 한다.
이형환위(移形換位)로 적을 농락한 후에 뒤통수를 후려 버리는 것이다.
“캐엑!”
그의 수도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적이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검에 맞은 것도 아니고 장에 맞은 것도 아니다.
수도로 뒤통수를 맞다니, 살아는 있겠지만 아마도 치욕스러워서 두 번 다시는 일어나고 싶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헤헤헤. 나쁜 놈들! 나쁜 놈들!”
무인들의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허 진인이 적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캐에엑!”
그의 주변에는 항상 뒤통수를 맞고 굴러다니는 무인이 다섯 정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적성의 무인들은 태허 진인의 옆으로 가는 것을 꺼렸다.
칼을 맞거나 제대로 된 공격을 당해서 저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뒤통수 치기에 뒷머리를 잡으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니, 그런 모습은 절대로 사양하고 싶었다.
적들이 오지 않자 직접 움직인 것은 태허 진인이었다.
“헤헤. 이 나쁜 놈들아! 안 오면 내가 잡으러 간다!”
당연히 한 명도 오지 않았고 태허 진인이 성큼성큼 다가갔다.
다가오는 만큼 뒤로 물러나는 적들. 누구 하나 감히 태허 진인을 향해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다.
“어어?”
아무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지 않자 태허 진인이 볼을 부풀리며 적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단번에 보법을 밟았다.
휘익-
솟구치는 태허 진인의 몸, 그의 몸이 다시 나타난 곳은 바로 적들의 한가운데였다.
“헤헤헤. 이 나쁜 놈들아!”
뻐억-
“케에에엑!”
전장에는 당가의 독에 당해서 쓰러진 사람보다 뒤통수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다가 적에게 당한 이들이 더 많다는 후문이 돌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후문일 뿐이었다.
* * *
주선과 괴걸왕이 투입된 정장은 감숙과 섬서의 사이였다.
적성과 무림맹의 전투가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자운이 알지 못하는 다른 한 명의 절대고수가 더 투입되었다.
바로 소림의 신승(神僧).
신승이 일약 절대고수로 떠오른 것은 약 삼 년 전이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평범한 불목하니 인 줄 알았던 이가 소림의 위기에만 모습을 보인다는 신승이었던 것이다.
그런 신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림은 적성에게 패했다.
그리고 연전연퇴를 거듭해 밀리고 밀려 청해까지 밀리게 되었다.
여기서 더 이상 밀릴 수는 없었다.
“내 오늘 살계를 열어 부처님께는 갈 수 없겠구나.”
그가 말을 마치며 불호를 외고는 한 손 백보신권을 뿜어내었다.
콰과과과-
소림의 백보신권이 사방을 흔들며 적을 습격했다.
“크아악!”
“크헉!”
“으아아악!”
백보신권의 권역에 휘감긴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신승이 뿜어낸 백보신권이다. 여타의 백보신권에 비해서 훨씬 강했으며 영향을 미치는 범위 역시 다른 이들보다 훨씬 넓었다.
신승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등에 매고 있던 거대한 봉을 풀었다.
두께가 족히 성인 남성의 손바닥 크기이고 길이는 성인 남성의 키보다 조금 작은 철봉. 신승이 철봉을 휘두르자 바람이 일어났다.
획획획획획-
“아미타불.”
불호를 외며 철봉을 휘둘러 적성의 적들을 쳐낸다. 철봉에 당한 적들이 곤죽처럼 무너져 내렸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리.”
그래도 중이라고 적들을 죽이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 괴걸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것도 미친놈이야.”
말을 하며 용두괴장을 연신 쉬지 않고 움직인다.
퍼엉-
그의 괴장에 당한 이들의 몸뚱이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괴걸왕의 용두괴장에 담긴 내력을 이겨내지 못했던 탓이었다.
그런 그의 옆에서는 주선이 이리저리 활보하고 있었다.
“으흐흐. 아, 좋다!”
술을 쭈욱 들이견다.
“푸우우!”
입으로는 주전을 뿜어낸다. 물론 반절은 마셨고 반절만 내뿜어내었다.
주전이 부챗살 모양으로 넓게 뿜어져 나갔다. 앞에 있던 적들이 그대로 어깨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 위를 하얀 소, 누렁이가 밟고 지나간다.
“크억!”
“어어억!”
음머~
밟힌 이들이 비명을 질렀지만 누렁이는 태연하게 다음 적들을 밟았다.
그 위에서 주선이 계속해서 술을 마시며 중얼거렸다.
“역시 사람은 술기운으로 패야 해.”
다론 이가 들으면 뜨악할 만한 소리를 잘도 하며 입으로는 술을 뿜어댄다.
푸욱-
주전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날아들었다.
단번에 적들을 꿰뚫는다.
부챗살 모양으로 퍼져 나간 주전으로 인해 그녀의 앞이 텅텅 비었다.
그 사이를 종횡무진 누렁이가 누볐다.
파바바밧-
누렁이의 발길질 하나하나가 예사로운 것이 아니어서 그에 밟힌 고수들의 가슴이 그 자리에서 함몰된다.
콰직-
“커헉!”
주전에 당해 죽은 이들은 자신보다 더 강한 무인에게 당했다는 긍지라도 있었다.
하지만 소에게 밟혀 죽은 이들은 그런 거 없다.
그냥 개죽음, 아니, 소죽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연 소죽음을 당하기 싫은 이들은 그녀의 곁으로 모여들지 않았다.
적들이 신승과 괴걸왕 주변으로만 몰리는 것이다.
잔뜩 심통이 난 그녀가 젊어 보이는 아미를 모으며 의쳤다.
“나도 젊은 남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다!”
누렁이를 타고 적들에게로 돌진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지금의 적성에는 없는 절대고수의 난입, 그것은 무림맹 측에 있어서는 크나큰 도움이었다.
동시에 적성에게 있어서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자운이 그 과정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씨익 하고 웃었다.
황룡문의 제자들을 향해 눈을 빛내며 그가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일을 시작해야지.”
그날, 전장의 혼란을 틈타 무림맹의 무상부가 사천 땅에 숨어들었다.
향하는 곳은 사천의 강시당!
그 선두에는 괴걸왕에 의해서 새롭게 황룡난신(黃龍亂神)이라는 별호를 얻은 자운이 서 있었다.
* * *
자운이 이끄는 무상부에 속한 황룡문의 모든 제자들이 사천 땅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삼 일 정도가 더 지났다.
절대고수들이 투입된 전장은 그야말로 무림맹의 독천하라고 할 수 있었다.
콰과과과과-
그들이 거칠 것 없이 전장을 휩쓸었다.
단번에 사천 땅의 절반과 섬서를 회복했다.
무림맹으로서는 권토중래(捲土重來)한 것이다.
아직도 무림천하의 많은 부분이 적성의 손에 남아 있었지만, 이 속도라면 오래지 않아 적성을 몰아낼 듯했다.
무림의 많은 이들이 희망에 부풀었다.
누군가는 이제 곧 전쟁이 끝날 것이라 예상했고, 희망적인 소식들이 무림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조심스럽게 적성의 비장의 수단을 예측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워낙 많은 이들이 희망적인 소식을 전했기 때문에 그도 의 이야기는 곧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콰앙-
전장이 흔들린다.
거구의 노인이 혹포를 휘날리며 전장에 내려선다.
노인의 몸에서 뿜어지는 기세에 대지가 전율했다. 기세가 하늘을 흔들었고 대지를 진동시켰다.
콰과과과과과과과-
엄청난 기파가 사방으로 뻗어갔다.
제11장 심판은 내가 한다.
투콰과과과과-
절대고수들에 비해서 절대로 밀리지 않는 기세, 아니, 절대고수들에 비해서 기세가 강했으면 강했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괴걸왕과 주선, 신승이 그를 바라보았다.
“홀홀. 당신은 누구요.”
괴걸왕이 물었고, 신승은 떨리는 손을 숨기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사내의 투기에 몸이 떨리는 것이다.
그가 다른 이들에 비해서 머리 두 개가 더 있는 거구를 들며 신승과 괴걸왕, 그리고 주선을 내려다보았다.
“이 세대의 고수들인가?'
유부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목소리에 괴걸왕이 흠칫한다.
주선이 누렁이에서 내려섰다.
누렁이를 뒤로 보내는 주선, 이자는 누렁이를 타고 상대할 자가 아니다.
본신의 힘으로 온 힘을 다해서 싸워야 한다.
“본 공은 적성의 삼봉공 중 이공이라 하네. 이 시대의 고수들을 만나서 반갑구만.”
이 시대의 고수들이라니, 마치 이 전의 시대에서 올라온 고수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