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
그렇기에 그들은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사람이 없는 곳을 선택했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구석에 있는 곳이라 그런지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장소에 있는 곳이라고는 태허 진인과 청수 진인, 그리고 자운뿐. 청수 진인으로서도 비무에는 최대한 보는 사람이 없을수록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곳에 가는 것을 찬성했다.
비무의 결과가 어떻든, 소문이 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청수 진인이 검을 뽑았다.
스르릉
“헤해헤. 비무다. 비무야.”
그가 자운을 향해서 환하게 웃는다.
자운 역시 그를 향해 웃어 주었다.
“그래. 비무다. 비무구나!”
어딘가 사악해 보이는 미소, 청수 진인이 자운과 태허 진인의 얼굴을 한 번씩 보더니 비무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는 즉시, 태허 진인의 몸이 펑하고 쏘아진다.
쾅-
자운을 향해 단번에 날아드는 그의 움직임에 자운이 손을 움직였다.
“어딜!”
자운의 손에서 일어난 경기가 태허 진인의 주먹을 밀어낸다.
쾅-
땅이 흔들리고, 태허 진인의 몸이 뒤로 날았다.
허공중에서 제비를 돌듯 빙글빙글 움직이는 태허 진인의 몸!
무당에서 자랑하는 보법!
제운종(蹄雲從)이 분명했다.
“헤헤헤. 형은 역시 강하구나!”
태허 진인이 감탄을 하며 자운을 향해 쏘아졌다. 제운종에서 일변하는 보법!
허공을 밟아서 몸을 튕기고 자운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검에서 펼쳐져 나오는 것은 역시 무당의 절기라 할 수 있는 검범이었다.
“헤헤. 칠십이초유지유검(七十二招有支有劍)이야.”
무당의 심공이라 할 수 있는 양의 신공의 기운이 검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절초가 펼쳐진다.
점은 선을 이루고 선은 면이 되어 빽뺵하게 자운을 압박한다.
자운이 그 자리에서 빠르게 몸을 뒤집었다.
휘리릭- 휘리릭-
몸이 날듯 뒤로 물러나지만, 검으로 이루어진 벽은 그보다 빠르게 성큼 하고 자운을 향해 다가왔다.
“부수는 수밖에 없나?”
스르륵-
자운이 황룡신검을 뽑았다. 단전이 꿈틀거리고, 남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내력이 검을 타고 좌르륵 흘렀다.
황룡검탄(黃龍劍彈)!
일직선으로 검을 내리그음과 동시에 검이 꿈틀하고 옴직였다.
황금빛 서기가 황룡올 이루고, 대포처럼 벽을 향해 쏘아진다.
퍼엉-
검벽이 흔들리고, 황룡이 울었다.
우우우우-
두 개의 검은 계속해서 힘겨루기를 하더니 이내 동시에 폭발을 해버린다.
콰앙-
자욱한 먼지가 일어나고, 거대한 기운이 동심원을 그리며 허공에서 퍼져 나갔다.
“역시 굉장하구나. 헤헤헤.”
“내가 나이가 몇 개인데 이것도 못 막겠냐.”
자운이 손을 뻗었다.
한손으로 펼치는 염룡교!
화르륵-
불꽃이 주먹을 휘감고 그대로 염룡교가 뿌려진다.
“어? 주먹? 그럼 나도 주먹!”
태허 진인이 웃으며 마주 주먹을 뻗었다.
아니, 주먹이 아닌 장법이다!
면장과 더불어 무당 장법의 최고로 꼽히는 십단금(十斷錦)!
공간이 열 번 갈라졌다.
동시에 바람이 세차게 염룡교를 향해 쏘아진다.
“미친. 십단금이라니, 저게 날 죽이려고!”
염룡교을 그대로 흔들었다. 손끝에서는 화염이 뿜어지고, 자운이 검초를 도초로 변화시켰다.
염룡교를 휘감은 수도(手刀)가 그대로 직도황룡을 내리긋는다.
화염이 일곱 갈래로 늘어났다.
십단금과 충돌하는 일곱 개의 염룡교!
쾅 하는 폭음이 연달아 일곱 번 들렸다.
하지만 아직 세 번의 십단금이 남은 상황, 그런 상황에서도 자운의 얼굴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바람은 불을 더욱 크게 하지!”
마지막 일곱 번째 염룡교가 십단금의 바람과 충돌하며 화르륵 커졌다.
화마의 벽이 자운의 앞에 펼쳐진 듯한 모습!
불은 바람을 태운다!
남은 세 개의 십단금이 그대로 화마에 휩쓸려 사라졌다.
자운이 손을 거두는 순간, 화마의 벽이 사라지고 그 사이를 헤집은 자운의 검이 뻗어진다.
보법은 광룡폭로.
발에 닿는 모든 바닥이 무자비하게 터져 나가고, 자운의 검이 빙글빙글 돌았다.
회전하던 검을 그대로 위로 쏘아 올리는 자운의 손길!
그 모습은 똬리를 틀고 있던 황룡이 허공을 향해 승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황룡등천(黃龍燈天)이다!”
우우우우-
황룡이 울고, 강맹한 데다 속도까지 가미된 공격에 태허 진인이 펄쩍 뛰며 물러났다.
동시에 칠성둔형(七星遁形)을 펼쳐 몸의 존재감을 흐리게 한다.
허공중에 녹아들 듯하는 그의 움직임.
하지만 은형술은 무당에만 있는 보법이 아니었다.
자운의 발이 바닥을 헤집는다.
광룡폭로에 의해서 생겨난 모래와 돌 조각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 모습은 마치 용이 구름을 뒤집어쓰는 듯하다.
운해황룡(雲海黃龍)!!
휘리리릭-
자운의 몸 역시 운해황룡 속으로 녹아내렸다.
기감 역시 완벽하게 감췄고 그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무당에서 태허 진인을 제외하고는 가장 고수라는 청수 진인 역시 자운과 태허 진인의 움직임을 쫓지는 못했다.
기감을 아무리 강하게 해봐야 잡히는 것이 전혀 없다.
그런 조용한 와중에,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쾅-
한순간 운해황룡의 안개가 걷히고, 자운과 태허 진인의 모습이 살짝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쾅쾅쾅-
충격이 연신 터져 나온다.
청수 진인이 뒤로 물러났다.
퍼엉-
은형술의 싸움에서 뒤진 것은 태허 진인 쪽이었다.
태허 진인이 코를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아이코. 아야!”
자운이 뻗어낸 주먹에 코를 그대로 맞은 것이다.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어, 피 난다? 형, 죽었어!”
그가 두 팔을 흔들며 자운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순간, 자운의 보법이 변했다.
운해황룡으로 휘감고 있던 먼지들이 자운의 두 다리 안으로 모여든다.
지룡천보행(地龍千步行)!
극의에 이르는 순간 모든 기운을 발치 아래에 둘 수 있으리라.
바람이 휘감기고, 모래와 돌 조각이 섞여들었다.
여의주를 갈고닦는다.
그 모습이 마침내 원을 이루었을 때, 자운이 공을 차듯 그것을 태허 진인에게 차내었다.
뻐엉-
모래바람으로 이루어진 구체가 주변의 바람을 잡아당기며 그 모습을 불린다.
태허 진인을 향해 단번에 날아든다!
“으아아아?”
태허 진인이 두 손을 휘둘렀다.
무당의 면장과 팔패장이 연달아 뻗어 나왔다.
쾅쾅쾅-
허공에서 폭발해 버리는 지룡천보행의 여의주!
자운과 태허 진인이 동시에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헤해헤. 역시 재미있다.”
태허 진인이 활짝 웃었다.
환하게 웃는 태허 진인과는 달리 자운은 매우 골똘하게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저걸 어떻게 한 대 때려주지?’
무공을 펼치는 건 완전 숙달된 고수 수준이 면서, 하는 행동은 아이다.
그래서 더욱 얄밉다.
한 대 확 쥐어박아 버리고 싶은데, 황룡무상십이강을 여기서 뿌릴 수는 없으니 단숨에 결판을 보는 것은 무리일 듯했다.
“아까 코를 한 대 때리기는 했는데 말이지.’
자운이 말을 하며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인, 한 대씩 치고받았으니 쥐어박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태허 진인의 몸이 부웅 하고 날았다. 그가 검을 펼쳐 낸다.
“헤헤. 이것도 막아봐!”
그의 손에서 검이 유려하게 움직이고, 무당의 모든 무학이 집대성되어 있다는 최고의 절기가 펼쳐진다.
바라보던 청수 진인이 경악을 토했을 정도의 절기다!
“어어! 태극혜검!”
너무 놀라서 무량수불이라고 외는 것 역시 잊은 모양이었다. 직접 상대하던 자운이 더 놀랐다.
“미친!”
비무를 하다가 태극해검을 펼치다니.
자운이 휘두르는 모든 공격이 철저하게 분해되었다. 검술이 허공으로 분해가 되는 듯 사라진다.
과연 무당의 최고 절기, 자운의 몸이 번번이 뒤로 밀려났다.
한참을 밀려나던 자운이 왼손으로 검결지를 말아 쥐고 용린벽을 세운다.
쑤욱 하고 솟아나는 용린벽, 태극혜검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무려 일곱 겹이나 겹친 용린벽을 단번에 파괴할 수는 없다.
쩌저정-
용린벽 하나가 깨지고 두 번째 용린벽 역시 깨졌다.
하지만 자운 역시 준비가 완료된 상태, 무려 일 갑자의 내력을 불어 넣은 황룡검탄이다.
신검이라는 황룡신검마저 그 기운을 모두 감당하지 못해 부르르 떨렸다.
태극해검을 밀어내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다 생각했다.
콰앙-
황룡이 뿜어지고, 태극혜검과 충돌한다.
우우우우-
지금까지 펼쳐 낸 그 어떠한 황룡검탄보다 굵고 거대하며 동시에 색이 진한 황룡이 울었다.
콰과과과-
사방으로 충격파가 뻗어 나온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자운과 태허 진인의 몸이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욱신거리는 손바닥을 쥐락펴락하며 자운이 전방을 살폈다.
자운이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별수 없나?”
속임수를 써야겠다.
자운이 황룡신검을 움켜쥐었다.
“헤헤. 형, 다시 간다!”
자운이 황룡신검을 움켜쥐는 것과 동시에, 태허 진인의 몸이 밀리듯 자운을 향해서 날아들었다.
콰과과과-
보법을 어떻게 밟는 것인지 한 번 박찰 때마다 삼 장의 거리를 쭉쪽 박차고 날아온다.
자운과 태허 진인의 사이는 약 십여 장, 태허 진인이 자운에게 당도하는 데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촌각이었다.
“더럽게 빠르네!”
자운이 욕을 성토하며 경공을 밟았다.
황룡문의 보법 중 빠르기로는 으뜸으로 치는 보법, 비룡(飛龍行)이 펼쳐진 것이다.
자운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태허 진인이 치고 오는 것만큼 빠르게 뒤로 빠져나갔다.
“으이아. 형 거기 서!”
자운이 뒤로 빠져나가자 태허 진인이 악을 쓰고 자운을 쫓았다.
‘그래. 그렇게 쫓아와라.’
자운이 히죽하고 웃는다.
무공을 아주 완숙한 무인처럼 펼치지만, 생각하는 것은 아직 아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