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106화 (106/175)

# 106

쩌저저저적-

바닥이 갈라지고, 환신방의 건물이 자운의 기운에 의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인간의 것이 아닌 듯 보이는 허공섬물의 신기, 건물이 허공중에서 부서져 내리기 시작한다.

마치 압축이라도 되는 듯 건물이 공처럼 둥글게 말려 들어갔다.

빠직-빠직

빠그덕-

자운이 허공섬물을 풀었다.

콰앙-

산산이 조각난 건물의 잔해가 바닥에 떨어지고 바닥이 크게 진동했다. 사람이라면 감히 가질 수 없는 엄청난 힘을 자운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 짙은 공포감이 어리었다.

“어떻게 될지는 알아서 상상들 하고. 그럼 나머지는…….”

자운이 검을 휘둘렀다. 공간이 수십 개로 쪼개졌다.

키이이잉-

그 공간에서 모두 참격이 뻗어나갔다.

수십 수백에 이르는 참격이 사방을 휩쓸었다.

일진광풍이 참격에 동반되어 불어왔다. 그 바람에 치마가 휘날린 취록이 비명을 질렀다.

“꺄악!”

자운이 비명에 응수해 주었다.

“볼 것도 없으니 가리지 마.”

콰과과과과-

일진광풍이 끝났을 무렵,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운과 취록, 그리고 죄가 없다 말하던 몇이 전부였다.

자운이 마지막으로 그들을 향해 경고를 남겼다.

“기억해. 너네들이 언제 이렇게 될지 모른다는 걸.”

화르륵-

자운의 손끝에서 화마가 피어오르고, 화마는 곧 환신방 전체를 집어 삼켰다.

* * *

소식을 들은 운산이 침울하게 말했다.

“우리 정말 대사형을 구하러 가야 할까요?”

괴걸왕과 우천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

제4장 훌륭한 전낭이지.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일성이 주 호탕한 목소리로 웃었다. 그 웃음이 얼마나 큰지 동공을 지탱하고 있는 열두 개의 기둥이 흔들릴 정도였다.

웃고 있으나 일성의 눈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적이 고개를 납작 엎드렸다.

“일적. 나는 지금 아주 재있어. 아주 재있단 말이지요.” 반어법인가…….

그가 자신의 입술을 질겅질겅 씹으며 일적에게 혼잣말을 하듯 말을 던졌다.

하지만 심령으로 일성에게 복종되어 있는 일적은 알 수 있다.

그의 주인은 지금 진정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부하들이 죽어나갔다는 보고를 들으며 몸이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과연 적성의 주인, 천살의 힘을 이어받은 이들은 감정과 감각부터가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

일성이 매섭게 눈빛을 빛내며 일적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말이야. 너무 즐거워서 이런 즐거움을 나 혼자 경험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이걸 좀 나눠주던가 해야지, 안 그렇습니까?”

그의 손에는 또 다론 보고가 들려 있었다.

바로 적성의 영역으로 넘어온 무림맹의 구출대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들이 아무리 은밀하게 넘어왔다고는 하나 사방이 적이다.

그런 곳에서 정보가 전혀 새지 않을 수는 없었고 그 정보가 일성에게까지 전달이 된 것이다.

보고에 포함된 이름 중 두 개가 일성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황룡문 문주 검운산.

황룡문 장로 우천.

둘 모두 난신의 사제.

그가 씨익 하고 웃는다. 그리고는 일적을 향해 보고서를 가볍게 던졌다.

팔랑팔랑 날아간 보고서가 정확하게 일적의 앞에 떨어지고, 그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난신에게도 알려줘야지요, 이 즐거움을. 내 즐거움을 좀 나눠줘 야겠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한참을 웃음을 터뜨리던 그가 일적에게 명을 내렸다.

“죽여 버리세요. 전부.”

“존명!”

* * *

무림맹의 구조대에 대한 소식은 이미 자운에게도 들어가 있었다.

바로 그의 옆에 취록이 불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무림맹의 구조대가 지금 적성의 땅에 들어와 있다고?”

취록이 자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자운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내가 알아서 기어 나갈 건데 왜 지들이 들어와서 날 찾는다고 난리래?”

“걱정이 되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그녀의 말에 자운이 호들갑을 떨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걱정? 누가? 지들이 날?”

사실 말하고 보니 별로 가망성은 없어 보인다. 지금의 자운을 보고 있자면 혼자서 천하를 정복해 버릴 것 같지 않은가. 다행인 점은 이 사람이 적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하긴. 그건 좀 가망성이 없기는 하네요.”

사실 이미 구조대도 왜 이곳에 들어왔는지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자운은 전혀 구해줄 필요가 없어 보였으니까.

“그것보다, 넌 도대체 정보를 어디서 얻는 거야? 아직도 하오문이랑 연락이 되는 건가?”

그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루에서 자운과 있었던 일 이후로 그녀와 하오문의 관계는 끊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독자적인 노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누군지 아시는 거예요? 당연히 독자적인 비선망을 준비해 두었지요.”

자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네. 역시 내 정보통.”

자운의 나이는 올해로 이백하고도 서른한 살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손녀뻘도 안 되는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취록으로서는 전혀 달랐다.

그녀의 나이는 서른을 훌쩍 넘는데, 지금 이 나이 먹도록 남자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은 손에 꼽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나 동네의 어른들이 머리를 쓰다듬어 준 이후로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러니 그녀의 볼이 불그스름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요?”

“응?”

“정보통 말고 또 뭐냐고요.”

그녀의 기대를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자운이 당당하게 한마디 했다.

“훌륭한 전낭이지.”

그녀의 기대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취록이 속으로 자운의 욕을 했다.

‘아아. 젠장.’

옆에 있다 보니 말투까지 닮아가는 모양이다.

* * *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들어갔다.

운산과 우천이 멍한 눈으로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로 적성의 영역에 들어온 지 딱 보름째 되는 날이었다.

무림맹에서 보내온 정보에 의하면, 자운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제 곧 자네들은 대사형을 만나겠구만. 홀홀흘.”

괴걸왕의 말에 운산과 우천이 고개를 끄덕인다. 삼 년 동안의 폐관수련이 도대체 얼마나 그를 강하게 바꾸어 놓은 것인가.

상상도 할 수 없다. 당금의 절대고수 중 하나라는 칠적의 일 인을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들려오는 소문이 어느 정도 과장이 되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아니라면 가지고 놀았다는 소문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운은 가지고 놀았다고 소문이 났다.

“어찌 보면 자네들의 대사형은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사내일지도 모르겠구만.”

‘괴물이 더 괴물이 되어버렸군.’

그가 괜히 모닥불의 장작 하나를 발로 찼다. 괴물이 더 괴물이 되어버리다니, 앞으로 더 고생길이 심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들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운산과 우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천하제일인일지도 모르지요.”

무림에는 수많은 은거기인이 있어 누가 최고라고는 단정 짓기 어렵다. 이번의 적성만 해도 그렇다.

절대의 경지에 오른 고수가 단번에 일곱이나 튀어 나왔다. 적성의 주인이라는 일성은 그들보다 강력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리 은거기인이라 할지라도 절대의 경지를 뛰어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그 수는 극히 한정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절대의 경지에 오른 무인을 가지고 논 것이 자운이다.

이미 그는 천하제일인이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홀홀홀.”

괴걸왕이 웃음으로써 그의 말에 동의했다.

하늘을 바라보자 만월이다.

‘조금이라도 쫓아갔다 생각하면, 어느 순간 또 아득히 멀어지시는군요, 대사형은…….’

그렇게 그들이 침묵에 잠길 무렵이었다.

괴걸왕의 미간이 꿈틀하고 움직인다.

어둠이 일렁이는 숲 전방을 주시한다.

무언가가 있다. 그것도 주 세찬 기파를 속에 가둬두고 있는 무언가가 말이다.

자연스럽게 기도가 날카로워지는 수밖에 없었다.

괴걸왕의 기도가 날카롭게 변하자 덩달아 검을 잡은 것은 운산과 우천이었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들이 검을 잡는다.

영문을 모르는 다른 인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괴걸왕이 어둠 속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와라.”

어둠이 쫘악 하고 갈라졌다.

그렇게 말고는 달리 표현할 수 없었다. 어둠이라는 존재가 주인에게 복종이라도 하듯, 바다가 갈리지는 것과 같이 어둠이 갈라졌다.

그 속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온다.

“과연. 괴걸왕이로군.”

괴걸왕은 단 한 번도 본 적 이 없는 얼굴이었다.

정보를 다루는 개방의 정점에 위치한 이가 바로 괴걸왕이었다. 그런 그가 모르는 절대의 고수가 있다면 그것은 단 한 명뿐이었다.

“홀홀홀. 일적인가?”

괴걸왕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말고 달리 원하는 사람이라도 있던가?”

“홀홀홀. 자네 같은 털 숭숭한 남자 따위를 기대하지는 않았지.”

“안타깝군. 칠적에는 여자가 없어.”

둘 사이에 강력한 기파가 쳐졌다.

기세와 기세가 충돌하며 사방으로 불똥이 된다.

파지직- 파지직-

구조대는 대부분 고수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 절대고수의 기세는 감히 그들이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운산과 우천을 비롯하여 다른 구조대의 인물들이 몇 걸음씩 물러났다.

운산은 아홉 걸음을 물러났으며 우천은 열두 걸음을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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