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105화 (105/175)

# 105

“클클클. 좋네. 내 조 방주가 적성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 노구를 움직이도록 하지.”

그가 발을 끌었다.

뒤를 이어 다른 한 명의 삼십단인 조흥구와 다섯의 백홍이 움직였다.

중금탁의 몸이 날았다.

휘익 하고 날아오른 그의 손가락 끝에 강기가 모여들었다.

“이놈아. 이것도 받아보거라.”

손가락에 딱 맞는 대나무를 끼운 듯 그의 손에서 강기가 쑤욱 하고 솟아났다.

그 수가 아홉, 아홉의 강기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이 벼락이 떨어지는 모습과 같다.

자운이 고개를 들었다.

중금탁은 자운의 당황한 모습을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그런 중금탁을 향해 자운이 마저 미소를 지어 주었다.

“얼마든지 받아줄게.”

자운 역시 떳떳하게 손을 세웠다.

황룡문의 조법, 황룡의 손이 자운의 손을 감쌌다. 날카로운 발톱이 자라나고, 중금탁의 지강과 충돌한다.

파지직-

사방으로 불똥이 튀었다.

“커헉!”

거대하기 그지없는 자운의 내력이 듬뿍 들어간 지강이다. 삼십단이 강하다고는 하나 자운에게는 고만고만한 경지, 그런 삼십단이 자운의 강기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뒤이어 자운이 허공을 휘저었다.

“커어억!”

“쿨럭!”

“케엑!”

“크악!”

“흐어억!”

“푸협!”

중금탁을 따라 자운을 향해 허공을 젖혀가던 조흥구와 다섯의 백홍이 그대로 입에서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자운이 떨어져 나간 일곱을 내려다보았다.

“너네들도 설마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거야?”

중금탁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눈썹을 꿈틀하고 움직였다.

“네, 네가 누구라는 말이냐?”

이마가 찢어진 것인지 흘러내린 피가 눈을 흐릿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운의 얼굴이 잘 구별이 가지 않았다.

중금탁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 준 것은 조흥구였다.

조흥구가 이를 으득하고 갈며 자운을 향해 크게 소리 쳤다.

“철혈난신!”

자운이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빌어먹을. 그 별호는 어떻게 좀 안 되나?”

부정은 하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적성에서 가장 큰 적으로 정한 남자인 것이다.

칠적이 덤빈다고 하여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사람, 그가 바로 자운이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살아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적성의 인물들보다 더 겁을 먹은 이들이 둘 있었다.

바로 환신방의 방주와 소방주인 조일융과 조천룡이었다.

그들이 비명성에 가까운 괴성을 질렀다.

“히익!”

그들이 그러든지 말든지, 중금탁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철혈난신, 당신과 같은 강자의 손에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것도 홍복인가? 훌홀홀.”

자운이 중금탁의 말에 눈을 크게 치켜떴다.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이렇게 무인의 혼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적성의 인물들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적성의 놈들 중에서는 제법 기개가 있는 놈이었네.”

하지만 그뿐이다.

적을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무인의 혼을 가지고 있을 뿐 악인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었으니까.

눈앞에 있는 자는 분명한 악인이었다.

그것을 중명할 수 있는 것은 중금탁이 내뿜고 있는 기운이었다.

마공 중에서도 특히 퀴퀴하고 음울하다.

색공을 통해 다른 사람의 정을 취하여 쌓은 내공인 것이다.

자운의 생각은 정확했다. 중금탁이 주화입마에 들어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몸속의 내력이 쉬이 융합이 되지 않으니 주화입마에 들었던 것이다.

물론 손가락 하나를 씹어 먹음으로써 강력한 고통으로 몸으로 들어오던 입마를 몰아내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기를 합일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지금 그 목숨도 여기서 끝날 것이다.

눈앞에는 자운이 있으니까.

자운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나쁜 새끼긴 한데. 무인의 혼을 봐서 특별이 칼을 써주지.”

우우옹-

황룡신검이 울었다.

자운이 검을 뽑자 중금탁이 비틀거리면서도 자세를 잡았다.

손가락 끝에서 주욱 하고 강기가 솟구쳤다.

자운이 그를 향해 턱을 까닥였다.

“와봐.”

“으아아아아아!”

제3장 너넨 안 오냐?

아홉 개의 손가락이 마기를 이끌었다.

화아악-

공기가 밀려나며 그 사이의 공간을 마기가 질주한다. 자운이 황룡신검을 움직였다.

부드럽게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황룡신검, 검에 닿은 공간이 터져 나갔다.

콰과과과과-

사방으로 폭죽이라도 터진 것처럼 불똥이 튀었다. 동시에 강맹한 내기가 중금탁의 몸을 때렸다.

부웅-

그의 몸이 내기에 밀려 허공을 날고 척추가 접혔다.

입에서는 각혈이 흘러내렸다.

“쿨럭!”

단번에 날아가 기둥까지 처박힌다!

쿠웅-

기둥을 타고 그의 몸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자운이 그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물론 한 손으로 검을 가볍게 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놈!”

조흥구가 그런 자운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다.

제 딴에는 패나 치밀하게 이루어진 암습이었고 이 한 수로 자운의 목숨을 빼앗지는 못해도 치명상은 입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앙-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이것 봐라?”

자운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조흥구의 검은 황룡신검에 의해서 막혀 있었다.

밀고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지라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데도 자운의 황룡신검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너무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자운이 몸을 빙글 하고 돌렸다. 그리고는 조흥구를 향해 웃음 짓는다.

그 모습이 마치 죽음을 예고하는 사신의 웃음과 같아 조흥구는 빠르게 몸을 빼려 했다.

“누구 마옴대로 도망가려고?”

뚜둑-

자운의 손이 그의 목을 움켜쥐고 꺾어버린다!

단번에 그 자리에서 목이 꺾여 절명하는 조흥구, 삼십단에 속하는 강자였지만 감히 자운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올 때는 네 마음이라도 갈 때는 아니란다.”

자운이 목이 꺾인 조흥구의 시신을 그대로 한쪽으로 던져 버렸다.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는 자운의 곁으로 감히 다가올 수 있는 무사들은 없었다.

그것은 배홍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삼십단에 속해 있는 실력자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죽었는데, 그들이 자운을 어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으으…….”

누군가가 침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자운이 다시 중금탁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강력한 충격에 의해 뼈가 뒤틀어진 듯 신음을 계속해서 흘리고 있었지만 정신을 차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자운이 그대로 기절한 중금탁의 가슴팍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피가 솟구치고, 자운이 무감각하게 황룡신검을 뽑으며 중얼거렸다.

“다음 생에는 적성으로 태어나지 마라.”

그 소리가 백홍들에게는 유부에서 흘러나오는 음성과 같아 그들이 몸을 흠칫하고 떨었다.

아니나 다를까, 중금탁의 가슴팍에서 검을 뽑은 자운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너넨 안 오냐?”

아무리 백홍이라 할지라도 자운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단번에 다섯의 백홍목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적성 내부에서 꽤나 강자로 평가받는 그들이었는데, 자운이 도대체 얼마나 강해진 것인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백홍과 삼십단을 모두 처리한 그가 조천룡과 조일융을 내려다보았다.

두 부자는 자운의 시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오들오들 떨기 시작한다.

그들을 향해 자운이 가슴팍이 다 드러나도록 팔을 활짝 벌렸다.

마치 환영한다고 말하는 듯한 행동, 그 행동과 다르게 자운의 목소리에서는 차가움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예의 장난스러움이 사라지지 않은 채로 차가움이 묻어나자듣고 있던 취록의 몸에서 소름이 돋아났다.

하물며 자운의 기세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부자는 무슨 감각을 느끼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차앙-

두려움에 미쳐 버린 것일까!

조일융이 검을 뽑아 들었다.

“이, 이놈! 다가오지 마라!”

자신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환검을 펼쳐 보인다. 단번에 검이 다섯으로 늘어난다.

다섯 개의 검이 자운의 요혈과 사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화라라락-

다섯 개의 검이 지척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운은 피하지 않았다.

“죽어!”

검들이 자운에게 닿으려는 찰나, 자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손을 뻗었다.

콰과광-

손끝에서 내기의 폭풍이 터져 나오며 환검을 때렸다. 단번에 환검이 수십 개로 조각나 터져 나간다.

콰왕-

검의 파편들이 그대로 주인에게로 돌아가 조일융을 찔렀다.

“으아아아악!”

허벅다리에 수십에 이르는 검편이 박힌 그가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지른다. 자운이 그를 향해 저벅저벅 다가갔다.

그의 아들 조천룡은 이미 광인이 되어 버린 듯 공포에 눈을 까뒤집고 침을 질질 홀리고 있었다.

“으. 더러워라.”

자운이 놈을 벌레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발끝으로 툭 하고 찼다.

“으어어어!”

자운의 발끝에 놈은 자신의 아비 곁으로 뒷걸음질 쳤고, 자운이 장력을 연달아 두 번 뻗었다.

퍼석-

퍼석-

두 부자의 몸이 그 자리에서 생기를 잃었다. 장력에 맞고 숨이 끊어진 것이다.

자신들의 주인이 죽어버리자 환신방의 제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운이 그들을 향해 마지막이라는 느낌을 담아 말했다.

“다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지. 나는 환신방에서 벌인 악행과 관련이 없다, 하는 녀석들은 지금 당장 앞으로 나와라.”

자운의 목소리가 떨어지고 얼마 후, 몇몇의 무사들이 쭈뼛 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자운이 그들의 얼굴을 기억해 두겠다는 듯 하나하나 얼굴을 확인한다.

“너네들이 정말로 환신방에서 벌인 악행과는 무관하다는 거지?”

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자운이 폭풍 같은 기세를 그들을 향해 내뿜었다.

“너희들의 얼굴을 기억해 뒀다. 훗날 내가 다시 이곳에 왔을 때, 너희들이 그대로 악행을 벌이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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