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
“적성이라는 새끼들이 정말 나쁜 놈들인지 말이야. 사실 나쁜 새끼들이 아닌데 우리랑 대치하고 있는 거라면 그건 그 거대로 별로 좋은 건 아니잖아? 그래서 좀 알아봤는데, 이런 사파를 거점으로 선택하는 문파라면 확실히 좋은 새끼들은 아니야.”
자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조금 비약으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개새끼들을 부리는 건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겠지.”
자운이 주먹을 으스러질 듯 강하게 움켜쥐었다.
“놈들이 더 큰 개새끼라는 이유. 그거 하나뿐이지.”
* * *
콰앙-
거칠게 발로 찬 문이 안으로 날아갔다. 단순한 발길질이었지만 자운이 내공을 담아 찬 것이다.
그 위력이 작을 리가 없었다.
콰과과과-
목문이 바람을 밀어내고 사방을 휩쓸었다.
콰앙- 우지끈-
그 기둥과 충돌한 기둥이 그 자리에서 와르르 하고 무너져 내렸다.
자운이 부서진 대문을 뒤로하고 그 안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흉흉한 기세의 무인들에게 한마디씩 했다.
“어이. 안녕들 하신가?”
나름대로 괜찮은 인사라고 생각했다.
발에 차여 날아간 문짝이 흉측하게 기둥에 처박혀 있다. 자운이 그 모습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환신방의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취록이 뒤따랐다. 혹시나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지금 취록의 앞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운이다.
그와 함께 있는 한 절대로 위험할 일이 없었다.
눈앞의 남자는 염라대왕이라도 코털을 잡아 뽑아 버릴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주변에서 흉흉한 기세가 느껴졌지만 자운은 여유를 잃지 않는다.
이런 기세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가볍게 받아 넘기고 있었다.
“하하. 난 꽤 괜찮은 인사라고 생각했는데 너넨 아닌 모양이네.”
자운이 씨익 하고 웃으며 높은 곳에 앉아 있는 환신방주 조일융올 바라보았다.
“이, 이놈!”
자운이 벌여놓은 만행을 바라보며 그가 소리쳤다. 자운이 웃으며 맞받아친다.
“왜, 저놈아!”
그리고는 씨익 하고 웃었다.
“아. 이게 아닌가.”
조일륭의 옆에는 조천룡이 서 있었는데 부러진 왼팔에 부목을 댄 채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가 부러지지 않은 오른팔을 들어 자운을 가리켰다.
“아, 아버지. 저놈입니다. 저놈이 제 팔을!”
자운이 놈의 눈을 마주보며 웃어 보인다.
“아아. 시킨 대로 잘 전했나 보네. 확실히 전력을 다해서 날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네.”
조일융이 버럭 하고 소리쳤다.
“이놈! 널 찢어 죽일 것이다. 그 오만한 태도가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보도록 하지!”
자운이 시끄럽다는 듯 귀를 막았다.
“찢어 죽여? 누구를? 설마 나를.”
그 자리에서 배를 잡고 박장대소하는 자운 그 모습이 사뭇 오만하기도 하고 장난스럽기도 하여 종잡을 수가 없다.
“아아. 간만에 정말 크게 웃었다. 미안한데 여기서 나를 찢어 죽일 수 있는 실력자는 없어.”
자운이 허리춤에 있는 황룡신검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때렸다.
툭툭-
“물론 칼을 뽑을 필요도 없지.”
자운이 다시 손을 뻗어 조일융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명백한 도발!
“와봐.”
조일륭이 소리 쳤다.
“놈을 죽여!”
사방에서 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운이 그 기세를 느끼며 웃었다. 적성이 펼친 천라지망도 농락하고 유유히 빠져나와 버린 그다.
환신방의 전력은 비유하자면 자운에게 있어 유흥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자운이 철혈난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환신방의 제자들이 불나방처럼 자운에게 달려든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자운이 오른발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는 발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간단하고 가벼운 움직임이었으나 그 속에 담긴 힘은 적지 않았다.
쩌저저적-
발끝에 담긴 진각이 넓게 뻗어나갔다.
쩌저저저저적-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돌을 깎아 만들어둔 바닥이 갈라졌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 사이로 세찬 기파가 뻗어 나온다.
진각에 담긴 기운이 바닥을 가르고도 남아도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 기파에 자운을 향해 뛰어오른 이들이 단번에 쓸려 나갔다.
“으아아아악!”
죽은 이는 아무도 없었으나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이리저리 넘어지고 부러지고 찢어진 상처를 입은 이들이 대다수였다.
사람 사이에 깔려서 끙끙거리고 있는 이도 있었다.
자운이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인신매매, 뇌물, 사체, 나는 이런 것 몰랐다 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 앞으로 나와라.”
자운이 돌아보며 말했으나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단 한 사람도 나오지 않자 자운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긴. 이런다고 나을 리가 있나. 더군다나 자파의 일인데 몰랐다고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
자운아 주먹을 쥐었다.
“그러니 이제 진짜로 한번 해보자.”
조일융과 조천룡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절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학살, 단 한 사람에 의한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거기다 웃기기까지 한 것은 상대에게 스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상대는 그냥 의협심이 넘치는 애송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고수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올려다볼 수도 없을 정도의 고수였다.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기에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가 손을 뻗을 때마다 환신방의 제자들이 픽픽 쓰러져 나갔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인정할 수 없는 현실에 자신의 손등을 꼬집어보자 고통이 느껴진다.
이것은 분명히 현실이다.
아수라장을 바라보는 조일융의 눈에, 자운의 뒤에 있는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자운이 종횡무진 움직이고 있어 누구도 그녀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는 분명 자운의 일행이 분명했다.
“이익! 여자를 인질로 잡아! 여자를 인질로 잡아서 놈을 멈추게 해!”
명을 받은 부하 몇이 움직였다.
검을 들고 취록을 향해 다가간다. 하지만 조일융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비록 자운에 비해서 새 발의 피라고는 하지만 취록 역시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오문의 지부장까지 올라갔던 그녀다. 비록 넘치게 강하지는 않을망정 자신의 몸을 지킬 정도의 무공은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허리끈을 풀었다.
촤라락-
그녀의 허리끈이 뻣뻣하게 일어났다.
허리끈으로 위장한 연검이었던 것이다!
“어딜 감히 다가오는 거야?”
그녀가 소리를 치며 연검을 뿌렸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린 연검이 단번에 셋이나 되는 적을 베어내었다. 나름대로 일류에는 올랐다고 자부하는 그녀다. 수가 너무 많으면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자신의 주변으로 다가오는 적들 정도는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자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제법인데!”
“그럼요. 단순한 정보통이 아닌 건 잘 아시겠죠?”
이적과 싸울 때 들었던 말인데, 꼭 이렇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취록의 말에 자운이 인정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넌 단순한 정보통이 아니야!”
“그럼요?”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자운이 씨익 하고 웃으며 농담을 준비 했다.
“훌륭한 전낭 겸 정보통이지. 알다시피 내가 돈이 좀 없잖아?”
아아, 이 사람은 정말 안 될 사람이야.
취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심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막 던지는데, 그게 상처가 된다.
취록이 푸욱 하고 고개를 숙였다.
왜 이런지는 모르겠다.
그 순간, 자운이 지풍을 뻗었다.
퍼억-
취록의 뒤에서 그녀를 노리던 적 하나가 단번에 머리에 구멍이 난 채로 넘어진다.
“그러다 다친다.”
인질로 잡으려 했던 여자까지 한 무공을 한다. 조일융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결과다. 그 결과로, 자신의 제자들이 더 빨리 쓰러지고 있었다.
제자들이 쓰러지는 모습이 마치 파도와 같다. 손을 뻗을 때 마다 한 무리의 제자가 쓰러졌다.
그렇다고 그 속도가 빠르지도 않았다.
마치 조일융을 놀리려는 듯, 느긋하게 자신의 제자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조금씩 쓰러뜨렸다.
그런 그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별당에 묶고 있던 적성의 객들이었다.
“홀홀홀. 힘들어 보이는구만.”
모두 적성에 속해 있는 고수들이었는데 그 수는 일곱으로, 다섯은 백홍에 속하는 이들이었고 둘은 삼십단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사실 삼십단에 속하는 이들은 무림에서도 꽤나 알아주는 고수에 속한다.
절대자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무림 서열 백 위 안에 들어가는 고수들과 비교를 한다면 능히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들이 바로 삼십단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둘이나 환신방에 와 있다?
그것은 환신방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증명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환신방은 무림맹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감숙과 지척에 닿아 있었고 근처에는 뱃길까지 있었다.
전략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곳이 바로 환신방.
조일융이 그들을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이들의 힘을 빌릴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 당장은 후에 무엇을 들어주는 한이 있어도 힘을 빌려야 할 것이다.
“저기. 저놈을 죽여주십시오!”
삼십단 중에서도 십 위 안에 들어가는 십절마조(十絶魔爪) 중금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실력이 되는 아해로구나.”
그의 손가락은 단번에 사람의 몸을 열 조각으로 잘라 버릴 정도로 빠르다.
손가락이 열 개라면 열한 조각으로 잘려야 하는데 열 조각으로 잘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손가락이 아홉 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무공을 익히다 주화입마에 들게 되었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손가락 하나를 씹어 먹는 고통을 주어 벗어난 이력이 있는 그는 당연히 손가락 하나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