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101화 (101/175)

# 101

제1장 아. 개고기가 정말 맛있어.

타닥타닥-

새빨간 불이 뱀과 같이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거기서 전해진 온기가 밤의 서늘함을 날려 버렸다.

운산과 우천이 하나의 나무에 서로 등을 기댄 채로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괴걸왕이 습기에 차 축축하게 젖은 발싸개를 말리고 있었고, 주위에는 철혈난신 천자운을 적지에서 빼내기 위해 결성된 일종의 결사대가 각자 몸을 누인 채로 쉬고 있었다.

이곳은 적지다.

최대한 무인의 티를 내지 않아야 하고, 평범한 사람과 같이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평범한 상단으로 위장을 했다.

장가상단(長家商團)이라고 써진 깃발이 밤바람에 휘날리었다.

그 깃발 아래에서, 결사대의 인원 전부가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괴걸왕의 손에 들린 한 장의 전서구 때문이었다.

전서구는 무림맹에서 날아온 것이었는데, 그들이 적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목적이 되는 사람, 자운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괴걸왕이 계속해서 그 내용을 소리 내어 읽었다.

물론 이 밖으로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기막을 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산에서 이적과 충돌, 압도적인 무위로 이적을 누른 후에 종적이 묘연해졌다.”

괴걸왕이 전서구 읽는 것을 끝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만큼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적성은 무림에서 철혈난신이라 불리는 천자운울 잡기 위해 상당한 인원을 투입하여 여산 전체에 천라지망을 펼쳤다.

그 안에 들어간 고수의 수와 이름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였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이적이라 불리는 칠적 중 서열 이 위가 투입 되었다.

입 놀리기 좋아하는 호사가들과 발 빠르기로 유명한 매담자들은 이번에야말로 난신이 적성의 손에 명을 달리할 것이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운은 홀연히 천라지망 속에서 빠져나왔다.

물론 명올 달리한 것은 자운이 아니라 이적이었다. 칠적 중 서열 두 번째라는 그를 압도적인 무위로 누르고 천라지망을 빠져나온 것이다.

그러자 호사가들과 매담자들은 그가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삼 년이라는 시간을 주목했다.

누군가는 기연을 얻었을 것이라 했으며, 누군가는 우화등선 직전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떠들어대었다.

많은 소문과 억측들이 난무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운의 무공이 절대자의 반열을 넘어 고금제일을 논할 정도로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홀홀홀.”

어처구니가 없는지 괴걸왕도 웃음을 흘리며 운산과 우천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모닥불을 웅시하고 있었다.

침묵을 깬 것은 괴걸왕이었다.

“이것 참, 자네들의 사형은 그야말로 괴물이 되었어.”

물론 속마음은 숨겼다.

‘원래부터 괴물이었지만…….’

괴걸왕의 말에 운산과 우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말을 하며 운산이 허공을 응시했다.

구하러 가기 직전에는 분명 대사형에게 자신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지 도움만 받아왔기에, 그 은혜를 갚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대사형이라는 존재는 어느새 아득히 자신들을 또 추월해 있다.

한편으로는 참 자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잡아도 따라잡아도 멀어지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목표, 그것이 자운 인 것이다.

허공중에서 빛나는 북두의 별처럼 말이다.

“무림의 홍복이라면 홍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게야. 홀홀홀.”

괴걸왕이 개고기를 뒤집었다.

들개를 잡은 것인데 기름이 좔좔 하고 흐른다. 개방의 거지들이 개고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과연 거짓이 아닌 듯, 그가 개고기를 보며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놈, 참 잘 익었구만.”

넓적다리가 쭈욱 하고 찢어진다.

개고기 특유의 살결이 괴걸왕의 손에 따라 갈라졌다.

갓 익혀낸 것이라 겉면에서는 아직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뒷다리 두 개를 찢어 든 그가 개다리를 운산과 우천을 향해 내밀었다.

“한 점 들겠는가?”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개고기를 받아 든다.

운산이 개고기를 베어 물었다. 육즙이 입안 가득 배어 나왔다.

운산은 고기를 베어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천은 고기를 계속해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고기를 먹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자 괴걸왕이 발끝으로 우천의 허벅다리를 툭 하고 찔렀다.

“자네는 뭐하나? 개다리 놓고 제사 올리나?”

그의 말에 우천이 화들짝 놀라며 운산과 괴걸왕을 번갈아 가며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냥, 회의감이 좀 들어서요.”

괴걸왕이 어느새 개 앞다리를 꿀꺽해 버리고는 볼 가득 고기를 담은 채 우천을 바라보았다.

“우겅우겅. 무승 회의강 말하는 거싱가?”

입안 가득 고기가 차 있는지라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고 침과 기분 나쁜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

운산이 질겁하며 뒤로 물러섰고, 괴걸왕은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다시 고기를 베어 물었다.

“그냥 말입니다. 대사형을 정말로 우리가 구하러 가야 하는 걸까요?”

괴걸왕의 손이 뚝 하고 멈췄다. 확실히 그 정도의 신위를 보인 사람을 구하러 가야 하는 걸까.

아니, 구하러 간다는 단어부터가 무언가 잘못되어 보이지 않는가. 그냥 가만히 두면 알아서 찾아올 사람으로 보인다.

우천이 답을 원하는 듯 괴걸왕을 바라보았다.

괴걸왕이 슬며시 고개를 돌리며 입안에 가득 차 있던 고기를 꿀꺽하고 삼켰다.

그가 답을 하지 않자 우천이 다시 묻는다.

“정말로 구하러 가야 하는 걸까요?”

괴걸왕이 그대로 뒤돌아 앉았다. 그리고는 개고기를 뜯으며 우천의 눈을 피했다.

동시에 딴소리를 늘어놓았다.

“홀홀홀. 오늘 따라 개고기가 정말 맛있구만.”

“괴걸왕 어르신…….”

“음음, 고기가 정말 맛있어. 누가 구운 것인지 기가 막히네.”

고기는 괴걸왕이 구운 것이었다.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하러 갈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야. 이 닭꼬치 정말 맛있는데?”

감숙과 여산의 사이에서 자운이 닭꼬치의 고기를 쭈욱 뽑아내며 말했다.

취록이 그 모습을 보고 자운을 향해 낮게 속삭였다.

“어휴. 그만 좀 해요. 여기가 적진이라는 걸 잊은 거예요?”

자운이 고기를 씹으며 그녀의 말에 히죽 하고 웃었다.

“알아. 알고 있으니까 이러는 거야.”

그의 말에 놀란 것은 그녀였다.

“알면서도 지금 이렇게 눈에 띄게 행동한다는 말인가요?”

자운이 고기를 씹어 목으로 넘겼다.

“낄낄. 응. 내가 이적을 죽이는 거 봤어, 못 봤어?”

압도적으로, 절대의 경지에 오른 고수를 눌러 죽이는 자운의 모습을 그녀는 똑똑히 봤다. 여섯 마리에 달하는 황룡을 수족처럼 부리며 몸에 휘감은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제(天帝)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봤어요.”

“봤으면서 걱정을 하는 거야? 난 지금 놈들을 유인하고 있는 거야.”

“유인이요?”

자운이 다 먹은 꼬치를 가볍게 삼매진화로 태워 버렸다. 나무로 만들어진 꼬치라 그런지 화르륵 하고 단번에 재가 되어 사라진다.

사람의 손에서 갑자기 불이 솟구치는 신기에 시장바닥을 거닐던 이들의 시선이 한순간 자운에게 집중되었다.

자운이 무림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자운에게서 멀어진다.

무림인의 주변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덕분에 자운의 주변이 확하고 비었다. 그 탓인지 자운과 취록에게로 더욱 많은 시선이 집중된다.

그 속을 걸으며 자운이 취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놈들의 시선을 끌수록, 적들이 몰려올수록,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무림맹이 편해질 테니까. 원래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어차피 걸렸다면 확실하게 해줘야지.”

취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자운이 그런 취록을 보며 씨익 하고 웃어 보인다. 무언가 장난기 넘치지만 불길해 보이는 웃음, 그 웃음에 취록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뭐, 뭔가요, 그 웃음은?”

자운이 가볍게 자신의 코끝을 만진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

“문제라니요?”

그가 웃음을 유지한 채로 검지를 뻗어 취록을 지목했다.

“너. 짐덩이가 달려 있다는 거지.”

자운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한순간 짐덩이로 전락하자 취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운이 손을 들어 그런 취록의 머리를 헐클어뜨렸다.

“뭐. 그래도 소중한 정보통이니까 그 정도는 감내해야겠지.”

취록의 표정이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더욱 구겨졌다.

객잔의 방을 두 개 잡은 자운과 취록이 여장을 풀었다.

얼굴은 물론이고 몸매 또한 빠지지 않는다.

누구를 설명하는 것인가 하면, 바로 취록을 말하는 것이다.

그녀가 얼굴이 잘 비치는 소형 동경을 내려다보며 푸욱 하고 한숨을 쉬었다.

‘내가 좀 부족한가?’

절대로 아닐 것이다. 나이가 좀 많기는 했으나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대체로 하오문의 여자 지부장이 그러하듯, 취록의 외모 역시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였다.

하지만 자운은 그녀를 아이 취급했다. 그 나이대의 남자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이 아닌 것이다.

마치 수십 살 먹은 할아버지가 손녀의 재롱을 바라보듯 자운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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