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100화 (100/175)

# 100

이적이 번개를 네 갈래로 뿜어내었다.

콰지지지직?

번개에 맞은 고목이 넘어지며 불타올랐다.

세 마리의 환룡이 없어지고 마침내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환룡이 다시 늘어났다. 지워도 지워도 끝이 없다.

어떤 환룡이 진짜인지 알 수 있는 이는 자운 말고 없을 것이다.

이적이 번개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창처럼 자운을 향해 쏘아낸다. 환룡을 제거할 수 없다면, 자운을 제거해 버리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당해줄 자운이 아니었다.

쾅쾅쾅?

자운의 검이 강기를 머금고 뇌전을 쳐 내었다. 뇌전이라고는 하나 그 근본은 뇌기. 더 강한 힘으로 눌러 버리면 뇌기라 할지라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자운이 뇌기를 걷어내고, 환룡이 이적을 덮쳤다. 이적이 쌍장을 교차했다.

두 팔에 강기를 두껍게 발라 환룡을 막아낸다.

콰앙?

지축이 흔들리며 환룡의 머리와 이적의 쌍장이 충돌했다.

“미안한데 끝이 아니야.”

콰앙?

이번에는 암룡과 패룡!

치명적인 기습을 가하는 암룡과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패룡이 동시에 나타났다.

두 마리의 용이 이적의 몸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적이 온몸으로 뇌전을 뿜었다.

사방이 감전이라도 된 듯 파직거리며 타들어갔다.

나무가 쓰러지며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자운은 전혀 덥지 않아 보였다.

이미 수화불침의 경지에 다다른 신체에 불의 화끈함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운이 불길 속을 평온하게 걸었다.

술친구에게 말을 건네듯 친근하게 이적을 향해 묻는다.

“어때? 견딜 만해?”

이적이 자운의 물음에 빠드득 이를 갈았다.

지금 견딜 만하냐고 물었던가?

무림의 절대자 중 하나라는 자신이 이토록 치욕스럽게 밀렸다. 확실히 저 다섯 마리나 되는 용은 너무도 강력했다. 이적이 아니라 일적이라 할지라도 저 다섯 마리를 쉬이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노옴!”

하지만 자운의 말은 이적의 자존심을 무참히 뭉개 버렸다.

그가 일어나며 온몸으로 번개를 터뜨린다.

꽈르릉?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지더니 이적의 몸에 휩싸였다

고 모습은 흡사 뇌제, 번개의 제왕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운이 다섯 마리의 용을 휘감은 용제의 모습이라면, 이적의 모습은 번개의 황제였다.

두 황제의 충돌. 번쩍하는 순간 자운의 몸이 공간을 갈랐고, 이적의 번개가 사방을 잠식했다.

이적이 손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단번에 바닥을 향해서 내리 긋는다.

꽝꽝꽝꽝?

수십 다발의 변개가 하늘에서 떨어지며 땅이 음푹음푹 파여 들었다.

하지만 단 한 발의 공격도 자운은 맞지 않았다.

자운에게 번개가 닿으려는 순간, 호룡이 자운을 보호했기 때문이다. 자운이 이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왜 대답이 없어? 견딜 만하냐고 물었잖아.”

여유작작해 보이는 모습. 이적은 그런 자운의 모습에 화가 났다.

“언제까지 네놈이 여유를 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이적이다! 나는 이적이야!”

자운이 마주 소리쳤다.

“그래서 죽어야 하는 거다, 병신아!”

호룡이 자운의 부름을 받고 질주했다.

콰과과과과?

연달아 바닥을 때리는 호룡. 이적이 호룡의 움직임을 피하기 위해 종횡무진 움직였다.

그 빠르기가 마치 번개와 같다.

하지만 이동 속도라면 자운도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비룡!

비룡이 날았다. 이전에 비해 훨씬 빨라진 속도였다.

이적에 비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코앙?

이적의 신형과 비룡이 충돌하고, 이적이 훨훨 날았다.

허공으로 떠오른 이적을 향해 다른 네 마리의 용이 움직였다.

패룡의 머리가 틀어박힌다.

콰앙?

“으아악!”

뼈가 나가는 고통에 이적이 비명을 질렀다. 이어 단단히기 금강불괴에 비견되는 호룡의 꼬리가 놈을 후려쳤다.

퍼억?

단번에 바닥으로 추락하고, 환룡이 네 마리로 불어나며 그를 휩쌌다.

그리고는 다시 허공으로 말아 올린다.

그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 것은 바로 암룡이었다.

다른 황룡들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기다란 뿔이 나 있던 암룡. 그 뿔이 이적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허헉!”

아니, 그 찰나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비트는 바람에 어깨가 꿰뚫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자운이 바닥으로 추락한 이적을 향해 걸어갔다.

“아직 견딜 만하지?”

자운의 히죽 웃었다. 이적이 구멍이 난 오른쪽 어깨를 부여 잡으며 자운을 노려보았다.

피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온다.

쿨럭쿨럭 흘러내린 피가 바닥을 축축하게 적셨다.

“그러니까, 이것까지 상대해 봐라.”

휘우우우우우?

자운의 몸이 빛난다 싶더니, 한 마리의 황룡이 더 솟구쳤다.

황룡문의 내공은 양의 기운을 띤다. 그리고 그 양의 기운을 집중하면 불을 일으키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불의 집합체. 이번 황룡의 몸은 색이 좀 블그스름했다.

자운이 씨익 웃었다.

“소개하지. 황룡무상십이강의 그 여섯 번째, 염룡이다.”

우우우우?

화르륵?

염룡의 울음소리와 함께 그의 입에서 불길이 쏟아져 나왔다.

* * *

“그래? 이적까지 죽었다고?”

무림의 사분지 삼을 집어삼킨 적성의 주인 일성이 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 말에 일적이 고개를 끄덕인다.

발견해 낸 이적의 신형은 처참했다. 상대도 되지 못하고 그대로 명을 달리한 것이다. 온몸에는 상처가 나 있었고, 뼈가 부러진 곳이 총 스물일곱 곳, 어깨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의한 관통상이 있었다. 분명한 것은 검으로 인한 관통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일적이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주인의 기분이 어떨까?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 점을 알기에 일적은 더욱 고개를 깊이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적의 예상과는 달리 일성은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하하핫! 이적이 죽었다고요? 내 앞에서도 키득키득 웃음을 흘리던 그 영감이 그렇게 처참하게 죽었다는 말이지.”

확실히 자신들의 주인은 범인과는 다르다.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감정이 일반인들과는 달랐고, 그 표현 역시 달랐다.

그의 주인은 너무나도 기뻐 미치겠다는 얼굴로 사람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살기를 표출하고 있었다.

이것이 일성.

적성의 수장이라 불리는 일성의 모습이었다. 그가 손을 뻗었다. 일적의 뒤에 있던 수하 중 하나가 단번에 그의 손으로 빨려들어 갔다.

“으아아아아악!”

사내가 비명을 지르지만, 이내 곧 일성의 손에 잡혔다.

사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주인이 지금까지 그들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항하지 못했던 것은 뼛속 깊이 새겨져 있는 공포심 때문이었다.

또한 반항을 해도 소용이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득?

사내의 목이 일성의 손에서 꺾어졌다.

일성이 그대로 목을 뜯어 바닥에 던져 버린다.

뜯겨진 몸통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와 일성의 다리를 적셨다.

“아아!”

그가 희열에 차 탄성을 터뜨린다.

“참으로 따뜻하군. 그 난신이라는 자의 피는 이보다 더 따뜻하겠지?”

일성이 키득 웃었다. 그리고는 눈앞의 일적을 내려다보았다.

“일적, 사실대로 말해 봐. 너라면 그를 상대할 수 있어?”

일적이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없습니다.”

이적을 아주 손쉽게 요리한 난신이다. 그러니 이적과 실력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일적이라고 한들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그렇군요. 역시 일적은 솔직해서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분들을 모셔야겠군요.”

“그분들이라고 하시면…….”

일적의 말에 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삼공을 불러올 생각입니다.”

삼공, 달리 적성에서 부르기를 삼봉공(三奉工)이라고도 하며 나이는 이백 살이 넘은 노괴물들이다.

또한 지난 이백 년 전 적성이 무림을 상대로 벌였던 싸움에서 살아남은 전대의 칠적이며 당금 칠적의 스승이기도 한 이들이다.

일성이 일적의 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은거동으로 들어가 삼공을 데려오세요.”

일성의 말에 일적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잠깐.”

물러나는 일적을 불러 세운 것은 일성의 목소리였다.

“봉공 중 삼공에게 전하세요.”

일성이 피를 콸콸 쏟아내고 있던 이의 몸속으로 내력을 불어 넣었다. 이내 살 타는 소리가 들려오며 속이 다 익어버린 듯 목이 뜯어져 나간 사내에게서는 더 이상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뜨거운 기운에 의해 속이 익어버린 것뿐만이 아니라 몸속의 모든 혈액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사내의 몸이 모두 익어버리자 일성은 더 이상 흥미가 없다는 듯 그대로 던져 버렸다.

일성의 손에서 벗어난 몸은 그대로 날아가 바닥을 구르고 있는 머리 위에 떨어져 내렸다.

풀썩!

“철혈난신을 산 채로 잡아오라고요.”

일성의 말에 일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성께서 우리를 부르신다고 했느냐?”

일공의 말에 일적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예, 사부님.”

그 말에 일공이 몸을 일으킨다. 이백 살이나 된 노인답지 않게 탄탄한 체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공이 일어나자 이공과 삼공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또 이 무거운 노구를 움직여 봐야겠구먼.”

이공의 말에 삼공이 픽 웃었다.

“이 사람들아, 그래도 자네들은 지금 당장 움직이는 일은 없지, 난 난신인가 뭔가 하는 아해를 잡으러 가야 한다네.”

자운이 이백 살이 넘은 것을 아는 사람은 없으니, 그들의 기준에 있어서 자운은 그야말로 꼬마라고 할 수 있었다.

삼공의 빈 왼 소매가 펄럭인다.

왠지 상처가 욱신거리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난신인가 뭔가 하는 아해가 황룡문의 태상호법이라고 했느냐?”

삼고의 말에 일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문주 대리였다가 지금은 태상호법이라고 합니다.”

일적의 말에 삼공이 혀를 찼다.

“끌끌, 그렇군. 확실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야.”

그의 팔은 이벽 년 전 황룡문의 문주에게 잃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황룡문의 태상호법을 잡으러 가게 된 것이다.

그가 인연이라는 말을 계속하자 일공이 한마디를 덧붙여 주었다.

“악연이겠지.”

이공 역시 한마디를 덧 붙였다.

“그것도 그 아해에게 있어선 최악의 악연이겠지. 클클클클.”

이백 년의 세월을 특수한 사건으로 인해 늙지 않은 자운과 설혜가 아니라, 정말로 본신의 무력을 통해 이백 년을 살아남은 노괴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삼공, 황룡문에 지독한 악의를 가진 이가 자운을 노리고 움직였다.

삼공이 저 먼 곳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아해야, 기대하거라. 내 친히 네 팔을 뜯어 다리를 씹어 목을 효수할 것이야.”

삼공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튕기듯 사라졌다.

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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