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99화 (99/175)

# 99

“각오한 일이었소. 하지만 난신도 우리의 힘을 얕보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다섯은 잠시 눈빛을 교환하더니 차례로 쏘아져 나왔다.

조금의 시간차를 둔 공격, 하나씩 차륜전과 비슷한 형식의 합공을 하려는 것이다.

합공을 차륜전 형식으로 당하게 되면 상대의 기운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떨어진다. 이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포영매를 비롯한 다섯의 단은 자운의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자운은 이미 예전의 자운이 아니었다.

쾅?

진각이 밟히고, 바닥이 한차례 크게 출렁거렸다. 자운의 몸이 빙글 회전하며 적을 향해 쏘아진다.

상상을 초월한 진각과 신법에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던 독고청이 헛바람을 들이켜며 기겁했다.

“허업!”

난신의 무위가 생각보다 대단했던 것이다.

진각으로 인해 바닥이 바다의 파도처럼 움직였다. 그 흔들림을 버텨낼 수 없었던 이들이 뛰어올랐다.

회전하던 자운의 몸이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공중에서 방향 전환이 힘든 점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이럴 수가!”

그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자운의 검은 이미 독고청의 지척에 닿아 있다.

독고청이 죽음의 위기를 직면하며 검을 내밀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운의 검을 흘려내려 한 것이다.

하지만 충돌하는 순간 느꼈다.

쩌엉?

자운의 검을 혼자서는 절대로 막을 수 없음을.

그런 독고청을 구한 것은 포영매였다.

독고청의 검과 자운의 검이 충돌하는 순간, 그 사이에 자신의 검을 찔러 넣은 것이다.

두 개의 검에 자운의 검이 막혔다.

자운은 재미있다는 듯 씨익 웃으며 검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는 다시 섬전과 같이 꽂아 넣었다.

쩌엉?

포영매와 독고청의 검이 크게 휘청거렸다.

가볍게 당겨서 찔러 넣은 듯한 움직임이었는데, 그 힘이 상상을 초월하였던 것이다.

“크으으윽!”

“큭!”

둘이 신음을 흘렸다.

자운이 둘을 향해 검을 찔러 넣는 동안, 자운의 후방을 노리는 이들이 있었다.

무외강과 우선적이었다.

취록이 비명을 질렀다.

“뒤, 뒤요!”

자운이 피식 실소했다.

“나도 알고 있으니까 소리 지르지 말라고.”

이미 기감과 감각을 섞어 넓게 퍼뜨린 자운은 둘의 움직임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외강의 도와 우선적의 쌍검이 연달아 빛을 토했다.

세 번의 불꽃이 떨어졌다.

쩡쩡쩡?

둘의 몸이 주르륵 밀려나고, 자운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반발력을 이용하여 몸을 높이 띄운 것이다.

허공에서 일곱의 삼십단을 내려다보던 자운이 검을 내리 그었다.

쏘아내는 것은 황룡검탄, 가미된 것은 직도 황룡이었다.

일곱 개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가 모두 황룡검탄으로 변해 각기 한 명단 한발씩 날아갔다.

선명히 유형화된 강기에 그들의 병기에서 역시 강기가 불타올랐다.

뛰어난 기교로 빗겨내는 것이 나닌 이상 강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강기밖에 없었던 탓이다.

쾅쾅?

그들의 신형이 흔들렸다.

자욱한 먼지가 일어나고, 충격에 땅이 움푹움푹 파였다.

약 십여 장의 바닥이 뒤집어지기도 했다.

“과연 난신!”

제목충이 탄성과 함께 창을 휘둘렀다

위위위윙?

창이 진동하며 바람을 불러와 모래먼지를 걷어내었다. 그 순간, 제목충은 헛바람을 들이쉬는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난신이 나타난 것이다.

“크으윽!”

그가 창을 어지럽게 움직였다. 단번에 일곱 개의 분영, 그것이 난신을 찔렀다.

피비비빙?

난신의 신형이 허공에서 녹아 사라진다.

“이형환위!”

그가 소리치고, 자운의 울림이 허공중에 들려왔다.

“미안한데, 그거보다 위다.”

이내 모든 바람이 사라지고, 자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순간, 포영매를 비롯한 오 인은 모두 기겁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앞에 자운이 하나씩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형환위보다 위라고 하더니, 환자결의 극의를 말하는 분신이던가.

이형환위를 연달아 펼쳐 모습을 만들어내고, 진상과 허상의 구분이 사라지는 경지. 소림의 연대구품을 극성까지 익히면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그 경지에 오른이는 소림사를 통틀어 단둘이었다.

첫 번째가 달마대사이고, 두 번째가 몇 백 년 전 신승이라 불리던 한 불목하니에게서 재현된 것이다.

그 후로 분신이라는 경지는 단 한 번도 재현된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소림의 연대구품에 비해 수가 넷 정도 부족하기는 하지만 분신이 재현된 것이다.

그들이 각기 병기를 이용해 자운의 신형을 찔렀다.

어떤 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모두 처리해야 했다.

자운의 신형이 모두 연기처럼 스르륵 사라진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포영매의 앞이었다.

‘다섯이 아니라 여섯이었나!’

분신의 수는 다섯이 아니라 여섯이었던 모양이다. 포영매가 놀라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자운의 손이 뻗어진 속도가 그것보다 빨랐다.

우득?

자운이 포영매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강력한 힘을 이용해 단번에 꺾어버린다. 포영매는 제대로 한방 한번 해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목이 꺾여 쓰러졌다.

“일단 한 놈.”

자운이 남은 이들을 바라보았다.

취록은 굉장히 놀란 상태였다.

강기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고수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이다. 사실 자운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취록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무위가 들어 있었지만, 취록이 보기에 자운의 움직임은 너무나 간단했다.

그러니 적들이 너무 쉽게 쓰러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확실히 적들과 자운 사이에는 그 정도의 격차가 있었다. 하늘과 땅이라 비교한다면, 그들과 자운의 격차가 설명될 것이다.

자운이 우득우득 하고 손가락을 꺾었다.

뼈 부딪치는 소리가 울린다.

“가르침이 필요하다면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내려주겠다. 하지만 셈은 해야지?”

자운의 몸이 다시 튀어나갔다.

자운의 몸에서 뿜어진 기세에 독고청을 비롯한 사 인이 날아갔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포영매의 시체 또한 그 기세에 날려가 모습을 감추었다.

“크윽!”

날아가던 사 인이 몸을 뒤집으며 신형을 바로 세웠다.

기세만으로 사람을 날려 버리다니, 저건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괴물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자운이 그들의 표정에서 그것을 읽어내고는 씨익 웃었다.

“머릿속에 패배감이 들어온 이상, 너희는 이미 진 거야.”

콰앙?

자운이 제목충의 머리를 밟았다. 그의 목이 우득 꺾어지고 머리가 터져 나갔다.

사방으로 뇌수가 비산하고 피가 흘렀다.

그의 손에 들린 창대가 자운의 발에 무참히 으스러졌다

튀는 뇌수를 자운이 옷을 흔들어 막았다.

한 방울의 피도, 한 조각의 뇌수 조각도 자운을 향해서는 튀지 않았다.

“그전에도 이미 졌겠지만.”

이제 남은 적은 셋이다.

자운이 그 셋을 노려보았다. 단번에 명을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콰앙?

자운의 몸이 날았고, 그의 검이 허공에서 춤췄다.

이거어검, 그리고 자운의 두 손에 겸결지가 맺혀 들었다.

총 세 개의 검이 그들을 하나씩 노리는 것이다.

그들의 목이 단번에라도 잘려 나갈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한줄기 뇌전이 허공을 갈라 자운의 가슴팍을 때렸다.

등에 매달려 있던 취록이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뇌기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악!”

자운이 온몸에 힘을 끌어들여 자신을 휘감은 뇌기를 몰아내었다. 다행히 빨리 몰아내었기에 취록의 상처는 크지 않은 듯 보였다.

뇌격이 적중한 가슴을 내려다보자 옷이 모두 타버렸다.

화상은 입지 않았으나 살 역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제법 아픈 일격 이었다.

“칠적이냐?”

자운의 말에 자운의 눈앞에 내려서는 사내, 그가 키득키득 웃으며 자운을 바라보았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지. 난신, 초면에 반갑군.”

자운이 웃었다.

“내 손에 모가지가 절단 나러 와주다니, 나도 반갑기 그지없군.”

말을 하며 취록을 내려놓았다. 삼 년간의 폐관으로 실력이 많이 상승되었으나, 칠적에 속하는 이를 상대하면서 취록을 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최대한 피해 있어. 놈들한테 잡히지 말고.”

자운의 말에 취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여자인가?”

자운이 고개를 흔든다.

“정보통일 뿐이야.”

그 말에 취록은 멀어지는 와중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상하는 것을 느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말이지, 자네의 말 중에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네.”

그의 손가락 끝이 번득였다.

자운이 고개를 틀었다.

피이잉?

자운의 귀 아래로 지지직거리는 뇌전이 지나갔다.

“뭐지?”

자운 역시 손가락 끝에 바람을 압축시켜 쏘아 보냈다.

이적이 자운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비틀어 자운의 지풍을 피해내었다.

“내 목을 바치는 게 아니라, 네 목을 거두어가려고 왔거든.”

그는 말을 하며 뭐가 그리 웃긴지 계속해서 키득거렸다.

자운 역시 그에 맞장구를 쳐 주듯 피식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 자운의 웃음이 이적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가 버럭 화를 내며 온몸으로 뇌기를 터뜨렸다.

“뭐가 좋다고 웃는 거냐!”

줄기줄기 뻗어진 뇌기가 이적의 몸을 중심으로 자운을 향해 쏘아졌다.

자운이 손을 휘둘렀다.

마치 장막을 걷어내는 듯한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그 움직임에 뇌전이 경로를 바꾸고, 이적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아니, 별건 아니고, 네가 웃겨서 말이야.”

“……?”

자운이 검을 꾸욱 움켜쥐었다. 그의 몸이 황금색으로 빛이 나는가 싶더니, 빛이 다섯 줄기로 갈라졌다.

환한 빛이 이적을 비롯한 모두의 시야를 가리고, 이내 빛이 사라졌다 싶은 순간 그들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황룡이었다.

그것도 모두 다섯 마리나 되는 황룡. 자운이 씨익 웃었다.

“아직도 네가 웃을 수 있는지 그게 궁금해서 그냥 웃었을 뿐이야.”

자운의 말에 칠적의 입가에 걸린 웃음이 사라졌다.

동시에 다섯 마리의 황룡이 울었다.

우우우우우?

자운의 신형이 놈을 푹풍처럼 몰아쳤다.

자운이 부리는 황룡의 수는 무려 다섯. 패룡, 호룡, 비룡에 이어서 두 마리가 더 깨어난 것이다.

암룡(暗龍)과 환룡(幻龍)이었다.

암룡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한 사람의 살수와 같았다. 은밀하게 몸을 숨기고 존재감을 녹여내며 허공중으로 사하진다 싶더니, 적절한 시기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다.

암룡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자 이적이 허리를 비틀었다

“크으으윽!”

간발의 차로 암룡이 비켜나가고, 다시 그를 노리는 것은 환룡이었다.

환룡은 그야말로 환검과 같다.

한 마리처럼 보였으나 잠시 후면 두 마리로 늘어 있고, 두 마리가 다시 네 마리로 늘었다.

어느 것이 진상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모두 진상이 아니라 저 중 셋이 허상이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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