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91화 (91/175)

# 91

그가 반사적으로 머리를 틀었다.

휘익―

칼바람이 자운의 볼을 때렸다. 볼에서 피가 흐른다. 그 너머로 놈의 손이 드러났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괴물 같지 않는 놈이 없네, 칠적이라는 것들은.”

‘피하지 않았으면 머리가 통째로 터져 나갈 뻔했다’

자운의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

엄청난 빠르기에 당황한 것이다. 삼적이 자운과 얼굴을 마주한 채로 씨익 웃었다.

“제법이군. 또 피해보게.”

그의 몸이 휘익 사라졌다.

‘바람을 다스리는 무공인 줄 알았더니 사실 바람은 극쾌의 산물일 뿐이었던 거냐!’

바람이 다가왔다

오는 즉시 피해야 한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다가는 그대로 꿰뚫릴 것이다.

자운이 호룡을 휘감은 채로 놈의 공격을 피했다.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칼바람이 호룡을 때렸다.

티디디딩―

호룡과 칼바람이 연달아 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속도를 어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 것은 자운이다.

자운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비룡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비룡의 움직임이 쾌속무비하게 허공을 갈랐다.

둘의 속도는 그야말로 박빙. 허공이 터져 나갔다.

콰과과광―

허공중에서 둘이 충돌한 소리였다.

번쩍하고 벼락이 떨어지더니 어느 순간 자운의 몸은 십 장 밖을 갈랐다.

공간이 쩌억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우우웅―

자운의 검이 검명을 터뜨리며 울었다. 누구라도 그 엄청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살아생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할 정도의 내공이기도 했다.

세 마리의 용이 검명에 따라 울었다.

우우우우우―

검명과 용음이 섞여 계속해서 허공에 울린다.

“와봐, 이 새끼야!”

자운이 기합처럼 소리를 쳤다.

삼적이 얼마든지 달려가 주겠다는 기세로 방향을 몰았다

정면에서 자운을 향해 짓쳐들어 가는 삼적의 신형. 둘의 신형이 벼락처럼 빠르게 내달렸다.

번쩍하는 순간, 자운의 어깨가 삼적을 들이박고 있었다.

쾅―

삼적이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바닥이 움푹 파였지만 그 속에 이미 삼적은 없다. 몸을 일으킨 삼적이 다시 움직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싸움이 아니다.

둘은 이미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둘 모두 사람의 인지를 벗어난 속도이기는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자운이 한 수 뒤졌다.

패애앵―

삼적의 구구도에서 바람을 휘감은 도강이 솟구쳤다.

평범한 도강과는 그 힘부터 달리한다.

벼락이 떨어지는 순간, 그의 도강이 허공을 가르고 반경 십장을 날카롭게 때렸다

구구도에서 뿜어진 칼바람이 도강을 타고 사방을 찢었다.

자운이 황룡신검을 움직였다. 용린벽이 펼쳐지고, 용린벽앞을 호룡이 막았다. 호룡과 용린벽이 연달아 추돌한다.

콰과과과―

푹음이 일고, 가까워졌던 두 사람의 신형이 다시 멀어졌다.

삼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충돌 후 십오 장은 떨어졌을 법한 곳이었다.

그가 그곳에서 꼿꼿이 허리를 세우며 어깨에 떨어진 돌조각을 털어버렸다.

자운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거기서부터 이십여 장 정도 떨어진 곳의 허공이었다.

자운의 아래에는 비룡이 서 있고, 자운은 그 위에 서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오가는 공방의 교차. 한 번의 충돌에 몇십 합의 교차가 일어나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만 아는 사람은 자운과 삼적뿐일 것이다.

자운은 내력을 폭발시켰다.

콰아아앙!

엄청난 내력이 자운의 검을 타고 흘렀고, 자운이 그것을 내질렀다.

삼적은 피하지 않았다. 그가 몸을 움직였다. 어깨의 움직임에 따라 바람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그의 주변으로 태풍이 치솟았다.

콰아아아―

귀를 찢어버릴 듯한 폭음이 울렸다. 둘의 추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절대로 피하지 못할 것만 같은 공세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 공격을 누군가는 피해내고, 절대로 막아내지 못할 공격을 막아냈다.

둘의 공방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싸움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파바바바―

자운의 검에서 검강이 파도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 자리에서 그 싸움을 지켜보던 이들은 하나같이 장담할 수 있었다.

저렇게 많은 양의 검강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그에 대응이라도 하듯 삼적의 구구도에서도 도강이 쏟아졌다.

파도처럼 쏟아져 나오는 도강. 두 개의 파도가 충돌했다.

쏴아아아―

폭음은 없었다.

마치 물결이라도 된 것처럼 두 개의 파도가 맞물려 들어가 섞였다. 도강과 검강이 섞여들고, 뒤늦게 폭음이 터졌다.

콰과곽―

흡사 그것은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의 파도를 보는 듯했다. 절벽을 깎아버릴 수 있는 거력을 가진 파도가 연달아 굽이쳤고,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사방의 기운이 모두 그곳으로 빨려들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라도 저 속에 들어간다면 쉽게 생사를 장담하기는 힘들 것이 분명했다.

그런 누군가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삼적과 자운이 그 속에서 충돌했다.

불똥이 튀고, 벼락이 떨어졌다.

쾅쾅쾅!

콰지지지직―

내공이 약한 이들은 뻗어져 나오는 충격파만으로 내상을 입으며 뒤로 물러났다.

어지간한 고수는 사십 장, 아니 오십 장 안에서도 쉬이 버티지 못한다.

그 정도로 둘의 싸움은 대단했다.

후끈한 열기를 실은 바람이 주변으로 불었다. 후끈하다 못해 뜨거울 정도였다.

자운이 뿜어내는 극양의 공력을 바람을 닮은 삼적의 공력이 밀어내며 생기는 일이었다.

얼마나 둘의 몸이 소용돌이 속에서 전투를 거듭했을까.

그 전투를 바라보는 누구도 감히 쉬이 소리를 내지 못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로 그 속에 눈을 집중했다. 집중한다고 해서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빛이 번쩍하고 터졌다.

도강과 검강의 소용돌이가 사리지고, 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온몸의 옷이 걸레조각이 되어버린 삼적과 자운이었다.

다행히 자운의 몸에 치명상은 없었다. 옅은 상처가 있기는 했지만 목숨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치명상이 없는 것은 삼적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적의 신형이 빛살이 되었다.

예의 인지를 벗어난 움직임이 자운을 덮쳐 왔다.

검이 허공에서 수직으로 자운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자운을 그대로 일도양단해 버릴 기세. 세상이 기울어졌다.

공간이 그대로 두 쪽으로 잘려 나간 것이다.

하지만 자운은 이미 잘려나간 공간 속에 없었다.

자운의 몸이 십 장을 날아 뒤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거기까지 필요했던 것은 단 두 걸음이다.

자운의 검이 삼적의 머리통을 노렸다. 단번에 머리를 잘라내 버릴 기세로 검이 움직였다.

패애애애액―

엄청난 바람 소리와 함께 황룡신검이 놈의 머리를 잘라냈다.

하지만 허상. 잘라낸 머리가 흔들리듯 사라진다.

자운이 그것을 보고 소리쳤다.

“이형환휘! 빌어먹을!”

자운이 소리치는 틈을 타서 놈이 날아들었다. 단번에 자운을 향해 도강을 줄기줄기 뿜어낸다.

하지만 자운은 빨랐다.

비룡의 머리 위에 훌쩍 올라탄 자운이 몸을 틀어가며 모든 도강을 피해내었다.

“요리조리 정말로 잘도 피하는구나!”

삼적의 몸이 솟구쳤다. 자운의 몸을 맞출 수 없으니 높은 곳으로 올라가 일대를 박살내어 버릴 생각이 분명했다.

자운이 비룡을 탄 채로 솟구쳤다.

황룡의 머리 위에 서서 솟구치는 자운의 모습은 그야말로 소설 속 주인공과 같았다.

구름이 발아래에 들어온다.

자운이 비룡의 머리에 서서 삼적을 노려보았다.

자운의 호홉은 이미 턱 끝에 닿아 있었다.

“허억! 허억!”

그것은 비단 자운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삼적 역시 호홉을 헐떡이고 있었다.

“후욱! 후우! 이 지독한 놈!”

자운이 헐떡이는 와중에도 놈의 말을 받아쳤다.

“너만 하겠냐.”

피슝―

피이잉―

까마득한 허공에서 둘의 몸이 또 충돌했다.

콰앙―

구름이 쩍 갈라지고, 거기서 자운의 몸이 떨어져 내렸다.

“크윽!”

자운이 떨어지는 와중에 허리를 비틀었다. 그의 몸이 빙글빙글 돌고, 시간을 벌자 비룡이 그를 다시 받쳤다.

‘역시 속도가 조금 모자라.’

자운이 입술을 씹었다.

삼적에 비해 속도가 조금 모자란다. 아까 전부터 그것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자운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든 저 속도를 죽여야 한다. 자운이 비룡을 타고 바닥으로 내려갔다.

자운이 내려서자 놈 역시 아래로 내려온다.

“속도에서 밀리나 보군.”

놈이 자운의 생각을 읽고는 이죽거렸다. 자운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방법이 없나?’

주변에 보이는 것은 모래 바닥과 그 아래에 있는 맨 땅.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잠깐, 맨땅?’

방법이 생각났다.

자운이 몸을 비틀며 광룡폭로를 펼쳤다.

발이 닿는 땅이 모두 터져 나간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사력을 다해 진각을 실었다.

무지막지한 내력이 담긴 진각이 그대로 바닥을 때리고 바위가 솟구치게 했다.

쿠드드드드―

진각을 이용해 땅을 밀어내는 것이다.

쿠드드드등―

계속해서 바위가 솟구치고, 솟구친 바위가 이어져서 만든 것은 작은 산맥을 축소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다면 아무래도 움직임은 직선 위주일 것이 분명했다.

그 움직임을 막기 위해 엄폐물로 바위를 만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던 삼적의 움직임에 바위가 터져 나갔다.

자운이 바위가 터진 부분으로 이동했다. 방금 전까지 삼적이 이곳에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삼적의 움직임을 쫓는다.

자운이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기감을 최대한으로 펼쳤다.

바위가 터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뒤!’

호룡이 움직였다.

콰앙―

호룡이 단번에 뒤쪽을 밀고 지나가고, 간발의 차이로 삼적이 빠져나갔다. 조금만 빨리 움직였더라면 삼적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깝게 되었군.’

자운이 다시 눈을 감았다.

천천히 눈을 감고 놈의 움직임을 쫓는다.

‘오른쪽, 아니, 앞!’

콰앙―

이번에 쏘아 보낸 것은 비룡이다. 놈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비룡을 쏘아 보낸 것이다.

“크윽!”

비룡에 무언가가 걸려들었다. 자운이 놓치지 않고 패룡을 움직였다.

쾅쾅―

패룡과 비룡이 연달아 놈의 몸을 들이박았다.

아무리 삼적이라고 할지라도 견디지 못할 충격을 입었을 것이다. 사람의 인지를 벗어난 속도로 달려오던 중에 반대편에서 비슷한 속도로 달려오던 비룡과 충돌했으니 말 다 한 것이다.

삼적의 신형이 허공에 훤히 드러났다.

자운이 날았다. 단번에 비룡의 몸을 타고 넘어 번뜩이는 황룡신검을 삼적의 심장에 겨누었다.

삼적이 당황한 표정으로 바람을 끌어 모았다. 호신강기를 펼치려는 것이 분명했다.

자운이 검을 높이 치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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