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삼적의 구구도가 환한 빛을 토했다. 태풍과 같은 바람이 도에서 쏟아진다.
태풍 속에서 강기가 휘날렸다.
자운이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비틀었다.
황룡신검을 이용해 용린벽을 펼친다.
용린벽과 강기의 태풍이 연달아 충돌했다.
따다다다당―
곧 몇 번의 충돌이 거듭되며 황룡신검이 깨어지고, 자운의 몸이 호룡을 휘감았다.
호룡이 몸을 휘감은 후에 자운은 더 이상 몸을 빼지 않았다.
두 다리에 힘을 굳건하게 두고 버틴다!
콰앙―
태풍과 황룡이 충돌했다. 태풍은 그 자리에서 호룡을 밀어버리려는 듯 용을 썼고, 호룡은 밀리지 않기 위해 태풍을 씹었다.
일어날 리 없는 불가사의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 틈을 타서 육적이 자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자운이 육적을 방어하기 위해 패룡과 비룡을 연달아 쏘아 보냈으나, 두 마리의 용은 그대로 삼적의 손에 막혔다.
삼적의 구구도가 연달아 두 번이나 빛을 발한 것이다.
쾅―
폭음이 일며 자욱하게 먼지가 일었다.
그 먼지를 가르고 유성이 떨어졌다.
육적의 손에서 펼쳐지는 칠성락이 연달아 호룡을 두드렸다.
태풍과 같은 강기와 칠성락을 모두 견뎌내는 것은 아무리 호룡이라 해도 무리다.
호룡이 신음을 내며 무너졌다.
우우우―
거대한 강기가 자운의 옆으로 몸을 눕혔고, 유성이 자운의 복부를 때렸다.
“캐핵!”
자운의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날았다.
교룡번신의 수법으로 충격을 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엄청난 충격이 몸을 타고 전해졌다
그 사이를 공수탈백의 수법으로 육적이 파고들었다.
단번에 자운의 품 안으로 들어온 육적이 주먹을 뻗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성추가 펼쳐진다.
거대한 추가 떨어진 것처럼 자운의 몸이 휘었다.
낫 형태로 허리가 휘고, 그대로 땅으로 처박히는 자운.
자욱하게 먼지가 일었다.
삼적이 먼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이제 끝이다!”
삼적의 구구도가 번득이고, 자운의 목을 향해 구구도가 단번에 젖혀드는 순간, 허공에서 괴장이 날아왔다.
쐐애액―
파악―
괴장과 구구도가 충돌하고, 그 사이로 강룡십팔장이 날아왔다.
우우우우―
“개자식들아, 죽이긴 누굴 죽이냐!”
걸걸한 목소리, 정파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 운산과 우천이 지원 요청을 한 개방이 드디어 도착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인물, 그는 바로 괴걸왕이었다.
제8장 당한 놈이 병신이지
용두괴장 때문에 바닥에 처박힌 삼적이 몸을 일으켰다. 자운의 목을 끊을 수 있었는데 실패했기 때문인지 그의 몸에서는 으스스한 기운이 흘렀다.
“개방.”
그가 몰려와 사파인들을 때려죽이는 거지들을 보고는 말했다. 이빨이 으드득 갈렸다.
천고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사이 자운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가슴팍에는 유성추에 당한 선명한 권인(拳印)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갈비뼈가 두어 대는 부러졌는지 호홉이 힘들었다.
“하아! 하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잘했다.”
자운이 걸왕의 어깨를 잡고 일어나며 말했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걸왕이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작게 중얼거렸다. 자운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네 눈에는 지금 이게 괜찮은 걸로 보이냐. 이백 년 동안 구경도 못한 염라대왕의 턱수염이 눈에 보였다.”
다행히 염라의 얼굴을 다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자운이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삼적을 노려보았다.
“이제 머리 숫자도 같아졌네.”
절대고수가 둘, 둘. 이대 이다.
자운의 황룡신검에서 화악 금빛 강기의 물결이 타올랐다.
“다시 한 번 붙어보자, 이 씹어 먹을 것들아!”
자운이 걸음을 옮겨 삼적의 앞에 섰다. 삼적이 자신의 목을 따려 했기 때문인지 자운에 대한 적의가 그를 향해 불타올랐다.
자운의 단전에서 노닐던 세 마리의 용이 다시 솟구쳤다.
우우우우―
호룡, 패룡, 비룡이 울었다. 주인의 의지를 받은 것인지 황룡들 역시 삼적을 향한 적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걸왕은 육적의 앞에 섰다. 사실 실력을 말하자면 육적과 걸왕은 백중지세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운과의 결전으로 지쳐 있는 육적에게라면 걸왕이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 신명나게 놀아보자, 이 새끼야!”
자운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 순간, 자운의 몸이 땅에서 꺼지듯 사라진다.
파밧―
신형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단번에 솟구치는 곳은 삼적의 앞, 솟구친 그대로 검을 휘두른다.
파앗―
황룡신검이 분영을 일으켰다.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셋으로.
한 번에 셋으로 늘어난 황룡신검이 그대로 내리그어진다. 위에서 아래를 일도양단하는 직도황룡!
일곱 개의 변화가 일어났다.
세 개의 분영 속에서 일곱 개의 변화가 일어나자 그 수는 무려 스물하나에 달했다.
그 변화가 다시 또 다른 변화를 일으켰다.
직도황룡의 초식이 변화했다. 향하는 것은 황룡검탄.
단번에 스물한 개에 이르는 황룡이 솟구쳤다.
하나도 빠짐없이 삼적을 향해 쏘아진다. 그 속으로 패룡과 비룡이 섞여 들었다.
스물여섯. 어느 것이 호룡이고 패룡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크윽!”
삼적이 신음을 흘리며 몸을 바람으로 휘감았다. 어느 것이 비룡이고 패룡인지 알 수 없으니 적당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황룡무상십이강을 막을 정도의 호신강기를 바람에 겹쳐서 휘감았다
단번에 스물여섯에 이르는 황룡이 그의 몸을 무자비하게 때렸다.
쾅쾅쾅쾅쾅―
지축이 크게 흔들리고, 그의 온몸이 하늘을 날았다.
호신강기가 충격을 견뎌내기는 하지만, 그렇다해 해서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운이 어느 정도의 내공을 실은 것인지 한번 충돌할 때마다 호신강기가 출렁였다.
마침내 스물여섯 번의 충격이 모두 끝나고 그가 호신강기를 해제했을 때, 삼적은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앞에서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두 마리의 황룡을.
‘비룡과 패룡!’
그의 머릿속에 경종이 쳤다. 분명 스물여섯 번을 견뎠는데 어떻게 아직 비룡과 패룡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생각이 결론도 나기 전에 그는 다급하게 내공을 끌어올려 호신강기를 쳐야 했다.
하지만 급하게 끌어올린 내기라 호신강기가 완벽하게 이어지지 않았다.
콰앙―
콰아앙―
연달아 두 번 거칠게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의 몸이 뒤로 훨훨 날았다. 비룡과 패룡이 연달아 펼친 충격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공으로 날아가는 와중에도 그는 씨익 웃고있는 자운의 눈을 보았다.
분기가 치솟았다.
“영악한 놈!”
그가 허공에서 소리쳤다.
가장 먼저 그는 스물여섯 마리의 황룡으로 삼적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눈이 가려진 틈을 타서 그들 사이에 섞여 있던 패룡과 비룡을 빼고 황룡 검탄을 두 개 더 날렸을 것이다.
스물여섯 번의 충격이 그대로 이어졌을 것이고, 모든 공격이 끝났다고 생각한 자신이 호신강기를 해제하기만을 기다렸다가 빼두었던 호룡과 비룡을 연달아 찔러 넣었을 것이다.
자운이 이죽거렸다.
“당한 놈이 병신이지. 멍청하기는.”
자운의 이죽거림을 받은 삼적이 허공을 밟았다. 그의 몸이 빙글 돌았다.
허공을 단단히 움켜쥐고, 공간을 끌어들이듯 바람을 당겼다.
회전하는 그의 몸을 타고 바람이 휘감기었다.
한 줄기, 두 줄기.
휘감기던 바람은 곧 태풍이 되었다.
태풍의 핵, 그 속에 삼적이 회전하고 있었다. 삼적이 태풍을 그대로 입듯이 자운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바람을 동반한 폭탄과 같다.
자운이 호룡을 이용해 온몸을 휘감고 호룡의 아가리를 놈을 향해 쏘아 보냈다.
콰앙―
바람에 담긴 힘이 만만치 않았는지 호룡의 아가리가 단번에 터져 나갔다. 곧 재생되기야 하겠지만 자운의 몸으로 전해진 반발력은 적지 않았다.
그의 몸이 한순간 휘청했다.
‘죽겠네.’
자운이 인상을 썼다.
호룡의 머리를 터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삼적이 휘감은 바람의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전초전이라고 느껴지는 칼바람에서 그 기세가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호룡을 휘감은 자운의 몸이 놈의 바람과 충돌했다.
바람이 호룡과의 사이를 파고들며 자운의 몸을 헤집으려했다.
사나운 마귀와 같이 손톱을 세우고 그를 향해 날아드는 것이다.
자운이 머리가 재생되고 있는 호룡의 몸통을 단단히 휘감았다. 몇 겹으로 휘감은 호룡의 몸통이 피부 위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려는 삼적의 바람 역시 느껴진다.
밀리면 끝이다.
자운이 재생되고 있는 호룡을 두고 패룡과 비룡을 움직였다.
비룡이 몸이 섬광처럼 번득였다
콰앙―
삼적이 있는 부분을 후려친다. 삼적의 바람과 비룡이 힘겨루기를 시작하고, 다시 패룡이 뛰어들었다.
우우우우―
재생된 호룡이 울었다.
마치 자신의 머리를 부수어 버린 놈이 누구냐고 성을 내는 듯한 모습이다.
자운이 의지를 전달했다. 눈앞에 바람을 휘감고 있는 놈이다.
공격해라.
자운의 의지를 호룡이 받았다. 단단함 하나만은 금강불괴에 비견되는 호룡이 그대로 몸을 들이받았다.
콰아아―
지축이 한차례 크게 출렁이고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가 가셨을 때, 자운의 앞에는 깊이가 십여 장은 되어 보임 직한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자운이 그 속을 보며 소리쳤다.
“왜, 이 자식아, 아파 죽을 거 같냐?”
자운이 여유롭게 놀리기는 했지만, 그 역시 호홉을 헐떡이고 있었다. 자운이라고 해서 내공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와중에 호룡이 부서질 정도의 충격을 입었고, 같은 공격을 견뎌내기 위해서 엄청난 내공을 또 다시 호룡에 집어넣었다.
‘이젠 제발 좀 죽어버려라.’
하지만 그 외 바람과는 달리 바닥에 깔린 바위들이 들썩거렸다. 그 속에서 무언가가 걸어 나오려는 것이다.
곧 하늘을 뚫어버릴 듯 높은 바람이 솟구쳤다.
화아아악―
대막의 것과 같은 기세의 용권풍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그 바람에 휩쓸려 올라갔던 집채만 한 바위들이 자운의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호룡과 패룡, 그리고 비룡이 연달아 움직여 바위를 때렸다.
쾅쾅쾅―
조각난 바위들이 그의 머리 위로 산산이 부서져 떨어져 내린다.
자운은 바위를 하나도 피하지 않고 걸어 나오는 삼적을 바라보고 있었다. 삼적의 눈이 더욱 차갑게 변했다.
“자네 목을 오늘 아주 단단히 꺾어주지.”
놈이 이를 으득 갈았다. 자운이 검을 움켜쥐며 이죽거렸다. 옆에 있는 세 마리의 황룡이 울었다.
“내 목이나 한번 움켜쥐어 보고 말해, 개자식아.”
으르렁거리듯이 말하는 자운의 말. 놈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답했다.
“얼마든지.”
삼적의 몸이 사라졌다.
휘익―
한순간 자운의 눈마저 벗어날 정도로 빠른 움직임. 자운이 당황했다.
움직임을 놓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