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89화 (89/175)

# 89

웃으며 말하는 자운을 보고 삼적이 이마를 찌푸렸다.

“자네는 처음부터 적성에 들어올 생각이 없었군.”

파악?

자운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지고, 허공중에 자운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래, 조까, 새끼야. 일성의 자리를 준다고 해도 안 간다.”

파아악?

다음 순간!!

삼적의 머리 위로 거대한 검강이 떨어졌다. 삼적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붉은색 강기가 그의 구구도를 휘감는다.

구구도의 톱날이 날카롭게 번뜩인다.

까앙?

톱날 사이에 끼인 황룡신검. 삼적이 그래도 검을 부숴 버리겠다는 듯 구구도를 비틀었다.

카앙?

자운이 허공에서 몸을 회전했다. 삼적은 자신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구구도가 회전하는 순간을 노려 발끝으로 놈의 가슴팍을 차버리려 했는데, 손바닥으로 자운의 발을 막아낸 것이다.

“꽤나 단단한 검이군.”

삼적이 얼얼한 손바닥을 털며 말했다.

“어. 신검이거든.”

그사이 신색을 회복한 육적이 자운의 뒤로 날아가 섰다.

“빌어먹을, 불리하게 되었네.”

여유롭게 말하는 표정과는 달리 속은 검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칠적 중 둘이라니, 절대의 경지로 무림을 오시할 만한 이들 둘 사이에 끼어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자운의 검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패액?

자운이 돌아보지도 않고 뒤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상대하기 쉬운 육적의 목을 베어버리려는 것이다.

육적이 검을 마주쳤다.

카앙?

자운의 검과 육적의 검이 충돌했다. 자운의 무릎으로 육적의 복부를 때렸다.

“크윽.”

육적의 입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이 튀어나왔다. 자운이 웃었다.

“지랄. 앞으로 몇 대는 더 맞아야 한다.”

자운의 몸이 연달아 박투술을 펼쳐 낸다.

황룡문에서 전해지는 이백팔 박투술이 연이어 그의 몸 위로 펼쳐졌다. 때론 용의 머리와 같이, 때론 꼬리와 같이, 비늘과 같이, 손과 같이!

그리고 용의 여의주와 같이!

콰앙?

이백팔 박투술 중 열 개가 넘어가는 기술이 육적의 몸을 때렸다. 하지만 호신강기로 몸을 단단히 보호한 육적의 몸에는 상처 하나 남지 않았다.

“굉장하군.”

삼작이 그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자운의 뒤에는 이미 삼적이 없었다. 삼적이 다시 나타난 것은 자운의 뒤쪽. 그의 구구도가 바람을 일으켰다.

대막의 용권풍이 도신을 타고 쏘아졌다.

자운이 소리쳤다.

“미친!!”

자운이 황룡신검을 땅에 박아 넣었다.

푸욱?

신검의 절반이 바닥을 파고들어 가고, 자운이 허공의 바람을 움켜쥐었다.

바람을 압축하고 압축해 쏘아내는 용의 숨결!

풍룡신탄이 자운의 손에서 쏘아졌다.

두 개의 용권풍이 충돌하며 옆에 서 있던 나무가 바람에 휩쓸려 와지끈 하고 무너졌다.

“크으윽!”

자운이 바람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서 바닥에 박힌 황룡신검을 꽉 잡았다.

황룡이 수놓아진 옷이 미친 듯이 휘날렸다.

그 사이로 육적이 파고들었다.

유성과 같이 길게 꼬리를 남기는 공격이 자운의 시야에 들어온다. 자운이 고개를 숙였다.

후웅?

거칠게 바람이 찢겨지는 소리와 함께 유성이 자운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자운이 그대로 황룡신검을 뽑았다.

황룡신검을 뽑자 그의 몸이 바람에 휘날려 뒤로 멀어졌다.

멀어지는 와중에도 자운은 황룡검탄을 육적을 향해 날렸다.

우우우?

한 마리의 선명한 황룡이 울며 튀어나왔다.

연이어 호룡, 패룡, 비룡이 지치지도 않는다는 듯이 튀어나갔다.

황룡검탄과 유성이 충돌하고, 호룡과 패룡, 비룡이 연달아 육적을 덮친 순간!

그것을 쳐 낸 이가 있었다.

어디선가 맹호와 같은 바람이 불어왔다.

구구도가 일으킨 바람이었다. 아무래도 삼적의 무공은 바람을 통제하는 도법이 분명했다.

맹호의 바람이 풍벽을 형성하며 호룡, 패룡, 비룡을 차례로 밀어내었다.

풍벽에 밀려난 삼적이 자운의 몸으로 돌아와 그를 휘감았다.

“굉장한 무공을 익혔군.”

그가 자운의 무공을 향해 순수하게 감탄했다.

자운 역시 그의 무공에 대해서는 놀라고 있는 차였다.

“피차일반.”

“다시 한 번 해보지.”

자운이 다시 달려들었다. 육적과 삼적 역시지지 않겠다는 듯 몸을 움직였다.

이 대 일의 칼부림이 시작되었다. 바람과 바람이 쏘아지고, 그 속에 유성이 떨어지며 황룡이 울었다.

쾅쾅쾅―

바닥이 움푹움푹 파여 나갔다.

때론 아무것도 없는 허공중에 폭음이 터질 때도 있었다.

자운은 허공답보가 아니라 비룡의 머리에 올라타고 움직이는 중이었다. 비룡의 이동속도는 섬전에 준할 정도였기 때문에 경공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 자운의 양옆을 호룡과 패룡이 감싸고돌았다.

셋의 몸이 연달아 스치고 지나가고, 무언가가 잘리고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걱―

자운의 허리가 피로 물들었다. 육적의 팔이 뒤틀어졌다.

삼적은 귀 아래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크으!”

“쿨럭!”

삼적이 신음을 흘렸고, 육적이 피를 토했다. 복부에 사어를 입은 자운의 경력이 그의 단전을 헤집었던 탓이다.

자운 역시 비룡의 머리 위에서 굽혔던 허리를 펴며 말했다.

“아이고, 죽겠다.”

등이 축축하게 식은땀으로 젖어들어 갔다. 실수했으면 정말로 죽을 뻔했다.

삼적의 눈에서 붉은 광채가 흘러나왔다.

그가 상처를 입은 부분은 목이다. 지금은 고작 상처에 불과했지만, 섬칫한 감각에 목을 비틀지 않았으면 황룡신검은 자신의 목에 박혀 있었을 것이다.

“이놈, 살려두지 않겠다.”

“내가 할 소리를 니들이 하면 난 어쩌냐.”

처억 황룡신검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삼적이 신경질적으로 손을 허공에 찔러 넣었다.

패애액―

자운이 그 자리에서 피했다. 그의 뒤에 서 있던 다른 사파인들이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거대한 장력에 휩쓸려 날아갔다.

바람을 다루는 무공을 익힌 것인지 그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단번에 뒤쪽의 수십 사파인들이 전멸했다. 자운이 그 모습을 보고 혀끝을 찼다.

“쯧. 아까부터 말하는 거지만 조준을 잘해야지.”

사실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방금 전의 공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강기가 스며든 바람이 자운의 볼을 스친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운의 왼 볼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처가 깊지 않으니 피를 대충 닦아내기만 해도 될 것이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네.”

삼적이 자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검강과 도강이 연달아 충돌했다. 바닥이 움푹움푹 파이며 유성이 떨어져 내린다.

자운이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비틀었다. 지금은 여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지만, 상대는 절대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자운의 신형이 주르륵 밀려났다. 내력이라고 한다면 누구에게든 절대로 질 리가 없는 자운이지만, 상대가 둘이다 보니 내공이 밀렸다. 둘의 내공을 모두 감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육적과 삼적이 동시에 하늘을 날았다.

파바밧―

허공을 걸어서 단번에 자운을 향해 떨어진다. 그것은 마치 먹이를 한입에 삼켜 버리려는 듯한 범의 움직임처럼 보였다

황룡신검이 햇살에 번득였다.

자운의 몸이 회전하며 허공으로 솟구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육적과 삼적, 땅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자운의 신형이 충돌했다.

회전하는 자운의 몸 주변을 세 마리의 황룡이 타고 돌았다.

쾅쾅쾅―

충돌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며, 자운의 몸이 다시 아래로 추락했다.

그대로 등부터 바닥으로 떨어져 처박힌다.

쾅―

땅이 한차례 출렁하더니 자운이 떨어진 부분이 움푹 파여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육적과 삼적이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삼적의 몸을 비룡이 후려쳤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든 비룡 때문인지 삼적은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처박혔다.

그의 몸이 빠르게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육적은 패룡과 충돌했다. 무지막지한 힘의 일격이 그대로 패룡을 때렸다. 육적은 삼적과 달리 호신강기를 이용하여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온전히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갈비뼈 하나는 부러졌을 것이다.

자운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와중에도 허장성세를 부렸다.

“맛이 어떠냐, 이 빌어먹을 놈들아!”

육적과 삼적 역시 몸을 일으켰다. 사적의 좌수는 이리저리 뒤틀려 있었다.

비룡과 충돌하면서 비틀어진 모양이다. 아무래도 좌수를 당분간은 쓰지 못할 것이다.

지금 좌를 쓰지 못하는 자운과 같은 형세가 되었다.

육적은 자운의 예상대로 갈비뼈가 부러진 듯 가슴팍을 부여잡으면서 거친 호홉을 몰아쉬고 있었다.

호홉이 거칠기는 자운 역시 마찬가지. 아무리 진정을 시켜보려 해도 쉬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

방금 전 충돌, 그 충돌에 단번에 백여 합이 오갔다. 범인들의 눈으로는 쫓을 수도 없을 정도의 공방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운이 맞은 것은 일곱여 대. 직접적으로 치명상이라 할 만한 것은 아니었으나 몸에 남은 타격은 꽤나 강했다.

삼적이 공격을 당한 것은 두 대 정도, 육적 역시 네 대 정도의 공격을 당했다.

자운이 머리가 띵한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정말 죽겠다. 헉! 헉! 헉! 헉!”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죽을 것 같았다. 조금씩 입은 상처로부터 피가 흘러나갔다. 이대로 반나절 정도를 더 싸우면 탈진이나 과다 출혈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기 전에 네놈들이 좀 뒈져줬으면 하는데 말이지.”

삼적이 부러진 좌수를 강제로 틀어 뼈를 맞추었다.

우드득―

섬뜩한 소리가 여기까지 생생하게 들려온다. 육적 역시 거친 호홉 속에서 몸을 일으켜 자운을 향해 걸어왔다.

“우리 역시 같은 마음이네. 후우! 후우!”

삼적이 구구도에 묻은 피를 털어버리며 말했다.

“난 안 죽어. 안 죽는다고, 이 새끼야!”

자운의 황룡신검이 움직였다.

호룡, 패룡, 비룡이 연달아 검신을 타고 삼적을 향해 쏘아졌다. 자운은 반대 방향으로 날았다.

호룡과 패룡, 비룡을 이용해 삼적을 묶어두고, 그사이에 삼적에 비해서는 비교적 상대하기 쉬운 육적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삼적이 그런 자운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몸을 움직였다.

피슛―

그의 몸이 바닥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호룡과 패룡, 그리고 비룡이 애꿎은 바닥을 연속으로 때렸다.

그 충격이 바닥을 타고 퍼져 나가 진각이라고 밟은 것처럼 바닥이 크게 출렁였다.

삼적이 다시 나타난 곳은 육적과 자운의 사이였다.

삼적이 자운을 향해 구구도를 뿌리며 말했다.

“영약하군.”

“똑똑하다고 해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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