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인간의 육신으로 금강(金鋼)하고 불괴(佛塊)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금강불괴신공이었다.
금강불괴를 달리 경지라 부르지 않고 신공이라 부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일반적으로 무공이 아무리 강해져도 금강불괴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강불괴는 그 공능을 가지는 무공을 익혀 극에 달해야만 오를 수 있는 무공의 단계이지 경지가 아니었다.
하여 금강불괴의 공능을 가진 무공을 익히지 않고는 금강불괴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면 금강불괴의 무공을 익히지 않고는 금강불괴에 달하는 강도를 가질 수 없는 것인가?
황룡문의 개파조사가 고민한 것이 이것이다.
황룡무상강기 속에는 무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그중 금강불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오랜 참오 끝에 만들어진 무공. 자신의 몸을 금강불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기의 강도를 금강불괴로 만들어 몸 주변에 두르는 것이 황룡문의 개파조사가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우우우―
자운의 머리 위에서 두 마리의 황룡이 나지막이 울었다. 그 목을 타고 내려가 보면 자운의 몸을 줄줄이 휘감고 있었고, 꼬리는 자운의 등 속으로 숨어 있는 것인지 자운과 하나가 되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마리의 황룡이 내뿜는 위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하나는 호룡이다.
패(?)의 무리가 담겨 있는 패도일변도의 무공.
두 번째 용이 울었다.
호룡, 그 패도적임은 패룡에 비해서 부족함이 있으나 강도 하나는 황룡무상십이강 중 최고라 할 수 있었다.
자운이 호룡을 몸 주변에 휘감았다.
자운이 두 마리의 황룡을 부리자 칠적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호룡이라 할지라도 내 주먹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가 주먹을 뻗었다.
단번에 거마혼의 주먹이 공기를 밀어내고 자운의 지척으로 쇄도한다.
그 속도를 말로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찰나. 인간의 인지를 벗어난 속도가 자운의 앞에 풍압을 몰고 오고, 자운이 호룡을 움직였다.
쾅―
호룡과 거마혼의 주먹이 충돌한다. 하나 호룡은 흔들림이 없다.
유유히 자운이 몸을 보호하며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뿐이다.
“막을 수 있는데, 이제 어떡하냐?”
자운이 웃었다.
그와 동시에 패룡이 튀어나간다.
쾅―
패룡의 움직임이 기기묘묘하게 틀어지며 놈의 거마혼을 휘어감았다. 칠적이 패룡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주먹을 움직인다.
거마혼의 주먹이 패룡과 충돌하고, 자운을 향하는 주먹은 호룡이 모두 막아내었다.
황룡 두 마리를 부리며 거대한 마신을 압도하는 자운의 모습, 그것은 그야말로 천신이었다.
먼 곳에서 두 마리의 황룡과 마신을 지켜보던 청수 진인이 도호를 외운다.
“무량수불. 이것이 진정 인간들의 싸움인 것인지…….”
쾅―
이 먼 곳까지 충돌하는 굉음이 들려온다. 두 마리의 황룡은 한 사람을 에워싸고 움직이며 거마혼을 압도하고 있었다.
칠적이 양손을 쉴 새 없이 움직여 보지만, 두 마리의 황룡을 모두 상대하는 것은 무리. 이것이 적성이 두려워했던 황룡무상십이강의 힘이었다.
“크윽.”
신음을 흘리는 칠적을 자운이 조롱했다.
“왜? 손발이 어지러워지나 보지?”
자운이 웃으며 말했다. 웃으며 말하고 있으나, 그의 내력은 쉼없이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자운이 손을 들었다.
“이제 그만 끝을 봐야지?”
자운이 단번에 자신을 끝내 버리겠다는 듯 말하자 놈의 얼굴이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이노옴! 나는 칠적이다, 칠적!!”
자운이 마주 소리쳤다.
“그래서 죽어야 한다!”
호룡이 자운을 휘감고, 패룡이 자운의 검끝을 물었다.
자운의 검끝에서 환한 구체가 솟아오른다.
마치 용의 여의주와 같이 생긴 구체, 그것은 강환이었다.
자운이 남은 내력을 모두 집약해 만든 강환. 이 한 방에 칠적을 쓰러뜨리려는 것이다. 칠적의 몸에서도 기세가 피어올랐다.
칠적 역시 최후의 절초를 준비하려는 듯 거마혼이 움찔거린다.
거마혼이 위로 검붉은 마기가 타오르고, 하늘이 검게 타올랐다.
마치 누군가가 하늘에 불을 지른 듯한 모습. 자운과 칠적이 동시에 기합성을 내질렀다.
“죽어버려!”
“으아아아아아아!”
불타는 하늘이 거마혼의 주먹으로 빨려들어 가고, 자운의 황룡이 튀어나갔다.
호룡이 거마혼의 공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절대고수가 최후의 절초라고 말 할 정도의 공격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호룡이라도 견디기 쉽지 않다.
호룡을 타고 충격의 반발이 전해져 올 때마다 자운이 왈칵 왈칵 피를 게워내었다.
“쿨럭!”
호룡이 휘청거린다. 하지만 거마혼의 공격은 자운에게 닿지 못하고 패룡에게도 닿지 못했다.
호룡이 모두 차단해 내고 있었던 것. 패룡이 검환을 물고 자신의 앞으로 당도하자 칠적이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자운이 검환을 검으로 이끈다.
직도황룡의 초식. 검환이 일곱 개의 변환을 그리고, 패룡이 뒤를 따랐다.
단번에 일곱 갈래로 늘어난 검환이 모두 칠적의 심장을 향했다. 칠적의 심장을 파고드는 검환. 그로서도 부족해 패룡이 압도적인 힘으로 놈의 심장을 씹었다.
콰득―
패룡의 이빨에 놈의 심장이 터져 나가고, 자운이 놈의 가슴팍에 박힌 황룡신검을 뽑았다.
피가 분수처럼 치솟는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심장이 사라진 칠적의 몸이 느리게나마 움직인다. 놈의 주먹이 자운의 가슴팍에 닿는 순간, 칠적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털썩―
자운이 방금 전 칠적의 주먹이 닿았던 곳을 확인했다.
단지 닿았을 뿐인데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주먹 자국. 반의 반 호흡만 늦었더라면 이 자리에 뻗어 있는 것은 자운이 되었을 것이다.
칠적이 쓰러진 자리 뒤로 자운이 털썩 엉덩방아를 찧었다.
얼마나 싸운 것인지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거마혼의 마기에 의해 타오르던 것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자운이 허탈하게 웃으며 숨을 내쉬었다.
쓰러진 칠적을 향해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
“빌어먹을. 이 적(赤)이라는 것들은 어느 하나 약한 놈이 없어.”
자운 역시 마지막 한마디를 넘기며 뒤로 넘어갔다.
제9장
부러지다 못해 아주 조각이 나버린 팔은 응급처치를 마친 후 부목을 대어 감았다. 갈비뼈가 두 대 정도 부러졌으나, 내가요상법으로 바로잡고 지금은 단단히 고정까지 해둔 상태다. 크게 가슴이 뒤틀릴 일이 없다면 고정해 둔 것이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외에도 이리저리 찢어진 곳, 찰과상은 수없이 많았으며 부분적이나마 골절에 가깝게 금이 간 곳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칠적의 권격이 얼마나 강력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상처에서 고통이 엄습하고, 부러진 뼈는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린다.
찢겨진 근육과 뼈는 시간이 지나면 굳을 테지만, 당장에 느껴지는 고통은 자운으로서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감각이었다.
침투경도 문제였다. 자운이 내기를 움직여 하나의 침투경을 조금씩 제압할 때마다 혈관 속을 벌레가 갉아먹는 고통이 엄습했다.
그때마다 자운은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며 고통을 감내해내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 어려운 일. 하지만 그 모든 일보다 지금 자운을 힘들게 하는 것은 눈앞에 있는 영감이었다.
“형, 형, 나랑 목검으로 대련하고 놀자. 응? 응?”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영감. 그는 바로 청수 진인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태허 진인이었다.
자운이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형이라 부르며 어리광을 부리는 태허 진인을 보고 벙 찐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옆에서 한숨을 푸욱 하고 내쉬고 있는 청수 진인을 바라보았다.
“아, 제발 이 영감 좀 어디로 데리고 가라.”
그 말에 청수 진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워낙 사부님께서 완강하신지라……. 아마 오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 그때까지만 좀 참아주셨으면 합니다. 무량수불.”
“씨발. 그놈의 도호는 좀 그만 외우고. 난 환잔데, 환자보고 지금 환자를 보살피라고? 그것도 머리에 병이 난 환자를?”
자운이 칠적을 쓰러뜨리고 오 주야 정도 후 태허 진인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한데 안타깝게도 몸은 정상인데 머리가 정상이지 못했다.
“헤헤헤. 형, 나랑 목검으로 비무하자, 비무. 응? 비무하자?”
주변에 모든 사람들을 형, 혹은 사형이라 부르며 놀기 시작한 것. 머리라도 맞은 것인지 그의 기억은 자신이 아홉 살 때로 돌아가 버렸다.
자운이 태허 진인을 보고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아, 제발 나가서 다른 놈들이랑 싸워! 여기 무림인 많잖아!”
자운이 버럭 소리 지르자 태허가 손을 뻗었다. 자운이 누워 있는 방문이 벌컥 열린다.
기억은 어린 시절로 돌아갔는데, 무공 하나는 몸에 익힌 것인지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그 결과로 고작 문 하나 여는 데 허공섭물까지 쓰는 것이다.
열린 문, 그 너머로 꼭 신체의 한 부위씩을 부여잡고 쓰러져 있는 무당의 제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누군가에게 맞기라도 한 듯 통증을 호소하고, 그들 중에는 태허 진인의 제자라 할 수 있는 현 무당의 장로도 있었다.
“헤헤, 다른 사형들은 너무 약해. 그래서 그러는데, 형이 좀 해줘. 형이 여기서 제일 세잖아.”
자운이 청수 진인을 바라보았다.
“야, 네가 나가서 드잡이 한번 해줘라.”
자운의 말에 청수 진인이 도호를 외우며 고개를 숙였다. 길게 기른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고, 청수 진인의 정수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자운에게 자신의 정수리를 보여주기 위해 고개를 살짝 숙인 것이다.
봉긋하게 솟아 피멍이 맺혀 있는 청수 진인의 정수리. 자운이 한심하다는 듯 쯧 하고 내뱉었다.
“맞았냐?”
그가 다시 도호를 왼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허허허허.”
사람 좋게 웃어 보이는 청수 진인을 향해 자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태허 진인을 사납게 노려봤다.
“아, 제발 너 좀 가. 드잡이하고 싶어도 내 몸이 다 나아야 할 거 아냐, 다 나아야.”
그 말에 태허 진인이 활짝 웃었다.
“정말 다 나으면 나랑 비무해 주는 거야?”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해주고말고. 내가 아주 엎었다가 바닥에 그대로 메쳐 주마.”
자운이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온몸이 피곤에 절어서 좀 자고 싶은데, 밤이고 낮이고 불쑥불쑥 찾아오는 태허 진인으로 인해 제대로 자지 못했던 것이다.
“헤헤. 그럴 줄 알고 내가 형 빨리 나으라고 약 가지고 왔어.”
태허 진인의 말에 자운의 귀가 쫑긋했다.
약이라니? 무슨 약을 말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