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69화 (69/175)

# 69

허공담보를 밟고 있는 지금만 하더라도 온몸이 쑤시고 욱신거린다.

권우(券雨)가 조금만 더 이어졌더라도, 자운이 권강에 얻어맞고 뻗어버렸을 것이다.

자운이 몸을 비틀어 바로 옆에 있는 봉우리 위에 내려섰다.

방금 전에 서 있던 봉우리보다는 조금 작았으나, 충분히 발을 딛고 설 만하다.

계속 허공답보를 밟고 있을 수도 없었으니 자운이 먼저 내려서고, 그 뒤로 칠적이 내려선다.

칠적역시 편치는 않아 보이는 모습이다. 그의 가슴팍이 심하게 헐떡거리며 호흡이 틀어져 있었다.

"너도 무사해 보이지는 않는데?"

자운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허나 날뛰는 호흡은 쉬이 가다듬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향한 기 싸움.

그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자운 역시 그의 말으로 받아쳤다.

둘은 천천히 호흡을 가르고, 자운이 검을 움직였다.

그 순간, 포탄과 같은 권격이 튀어나온다.

쩡―

자운이 만든 용린벽과 포탄이 충돌하고, 죄수가 염룡교의 수법으로 움직였다.

붉은 화인이 솟구치며 대기가 덥혀져 한순간 아지랑이가 치솟았다.

동시에 시야가 어지럽혀지고, 자운이 그 틈을 놓치않고 날아들었다.

섬광과 같은 빠르기.

가히 분광(分光)에 비교될 정도의 빠르기였다.

자운의 앞에서 빛살이 갈라진다.

자운이 황룡신검으로 빛마저 베어버리며 내달렸다.

그의 몸이 칠적의 앞으로 이르기까지 반의 반 호흡.

자운의 검이 빗살처럼 허공으로 솟구쳤다.

내려올 때는 황금색 검강과 함께다.

허공중에서는 빛이 번쩍이고, 황룡이 검을 따라 찍어 누른다.

패룡이 검을 휘감아 거마혼을 씹어 삼킨 것.

거마혼이 번쩍하며 패룡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거마혼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인지 패룡이 흔들거린다.

자운의 검이 놈의 심장을 노렷다.

이전에 직도황룡으로 상처를 입힌 곳.

그곳을 다시 노리는 것이다.

금강불괴는 쉬이 깰 수 없다.

하나 깰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한 점을 집중해서 공격하는 것이다.

천년의 물방울은 바위도 뚫는 법이다.

자운의 검이 수십 번 놈의 왼쪽 가슴을 때렸다.

철과 철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그 충돌의 개수만큼 울리며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까가강―

놈이 두 주먹으로 자운의 검을 쳐 내었다.

"흥. 어림없다."

자운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검강을 집중시킨다.

한순간 검환으로 밀어버리기 위한 것.

자운의 검은 놈의 심장 지근거리에 붙어있었다. 자운이 웃었다.

"글쎄? 이래도?"

심장에 검환을 맞는다면 아무리 금강불괴라도 무사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검환은 그의 살을 찢고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검환이 심장에 닿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슴이 함몰되어 죽을 수가 있다.

"크윽. 놈."

칠적이 욕지기를 뱉으며 황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허리가 비틀릴 수 없는 각도로 기기묘묘하게 틀어지고, 검환이 놈의 좌측 어깨를 때리고 지나갔다.

콰과과과과―

검환은 뒤로 밀려나며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고, 봉우리의 한쪽이 움푹 내려앉았다.

거대한 바위들이 봉우리 아래쪽으로 굴러 내려간다.

자운이 뒤로 튕겨 나오며 거친 호흡을 정돈했다.

그리고는 욱신거리는 자신의 좌수를 내려다보았다.

"후욱! 후욱! 괴물 같은 놈! 그 거리에서 그걸 피해?"

칠적이 찢겨져 나간 좌측 어깨를 지혈하고 감싸며 자운을 노려본다. 지혈해 두기는 했지만, 격하게 움직인다면 언제 다시 상처가 터질지 모른다.

"허억! 허억! 그 거리에서 내 주먹을 막은 네놈은 사람인줄 아는 거냐!"

자운의 왼팔, 그것은 놈의 주먹을 막아내는 대가로 버린 것 이었다. 뼈가 조각 나버린 듯 쉬이 움직이지 않는다. 완치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자운이 남은 내력을 확인했다. 계속해서 황룡무상강기를 운용하고, 벌써 두 번에 달하는 검환을 날렸다.

아무리 대해와 같은 내공을 지닌 자운이라 하더라도 내공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끝이 있는 만큼 그 바닥도 있는 법. 자운의 내공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칠적 역시 크게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검환을 뿌릴 수 있는 것은 이제 한 번 정도. 그 외에는 이리저리 잡다하게 내공분할을 하면 일각 정도는 더 버틸 수 있다.

그 안에 결판을 봐야 한다.

잡아먹히느냐, 잡아먹느냐.

자운의 눈이 맹수와 같이 빛이 난다. 일각 안에 끝맺음을 내기 위해 온몸의 여력을 끌어 모았다. 끌어 모은 여력이 내력과 하나가 되어 다시 퍼져 나간다.

근육이 긴장하고, 선공은 칠적이었다.

칠적의 몸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두 팔이 분영을 일으키며 단번에 자운에게로 쇄도한다.

그 속도는 그야말로 분광과 추뢰(追雷)에 비견될 정도였다.

자운이 대경실색하며 놀라 검을 휘두른다.

“미친놈이 더럽게 빠르구나.”

하나 대경실색한 것에 비해서는 침착하게 막아나가는 자운.

황룡신검이 들어온 이상 놈의 공격을 막지 못할 것은 없다.

거마혼의 주먹이 충돌할 때마다 화룡신검이 울린다.

우우우웅―

부서질 듯 휘어지지만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 황룡신검.

신검이 그 빛을 발하며 한순간 검강을 뿌렸다. 허공중에서 검강의 비가 떨어져 내리고, 거마혼을 때렸다.

따앙― 따다다당―

황룡신검 덕분인지 더욱 예기가 가미된 검강은 그대로 거마혼을 베어버릴 것 같았으나 베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순간이나마 거마혼이 흔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자운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뛰어들었다.

자운의 발끝이 병화를 일으키고, 세 번의 회전 끝에 자운이 칠적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칠적이 두 팔을 겹쳐 자운의 공세에 대비하고, 열룡교를 펼쳐 놈의 시야를 가렸다.

한순간 화려한 염화가 피어오르며 칠적의 시야가 가려진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황룡신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칠적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칠적의 몸은 뒤에 있는 바위를 박살내고서도 계속해서 밀려나 바닥에 깊은 골을 만들었다.

그 때문에 봉우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휘청거린다.

자운이 씨익하고 웃었다.

"아프냐?"

이죽인다.

"나는 안아프다."

"빌어먹을 놈, 그럼 너도 아프게 해주마."

칠적의 주먹이 뒤로 당겨졌다.

용수철 마냥 튕겨져 나오는 칠적의 주먹!

쾅 하는 소리가 함께 거마혼의 주먹이 대기를 질주했다.

주변의 공기가 밀려 나가고, 그 공간을 넘어 거마혼의 주먹이 자운을 향해 날아들었다.

자운이 회전하며 연달아 용린벽을 세웠다.

동시에 패룡을 이용하여 거마혼의 머리를 찍어눌렀다.

쾅―

자운의 몸이 뒤로 밀려나고, 반대로 칠적의 몸은 바닥에 박혀들었다.

‘크으.’ 자운은 저릿저릿한 감이 남아 있는 손을 털어 아픔을 해소하면서도 전방을 주시했다.

자욱한 모래가 일어있고, 그 속에서 거마혼이 몸을 일으겼다.

드드드드―

칠적이 봉우리에 허리까지 박혀든 자신의 몸을 빼내는 것이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갈라졌다.

칠적이 자신의 몸을 빼며 기운을 방출하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운이 가볍게 뛰어 그것을 피해낸다.

"개자식이 정말로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이구나."

"그건 네 생각이고."

"나는 칠적이다. 나의 판단이 곧 적성의 판단이다!!"

놈의 포효가 사방을 휩쓸었다. 바람마저 한순간 이동을 정지하고, 하늘 중의 구름이 갈라진다.

거마혼 역시 포효를 허공으로 내질렀다.

콰우우우우우―

그 소리에 자운의 귀가 한순간 움찔한다. 내공을 이용해 보호하지 않았다면 고막이 터져 피가 흘렀을 것이다.

"빌어먹을 놈이 목청은 더럽게도 좋네. 그것보다 방금 전에 네가 했던 말, 하극상이다?"

칠적은 자운의 말을 무시하고 두 주먹을 가슴께로 모았다. 그리고는 한순간에 뿜어낸다. 그의 주먹을 따라 거마혼의 주먹 역시 움직이고, 천지를 박살 내어버릴 듯한 권격이 자운을 향해 몰려들었다.

권격의 폭풍이라 할 수 있는 공세가 쏟아진다.

자운이 용린벽을 세웠다. 용린벽이 바닥에서 쑤욱 올라와 권격과 충돌한다.

그것은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해서 권격이 날아왔다. 거마온이 날리는 거대한 주먹은 한 발 한 발이 엄청났고, 그것을 막아낸 용린벽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있었다.

쾅―

또 하나의 용린벽이 날아갔다. 자운이 용린벽을 수도 없이 세우고, 그 수가 기백을 넘어갔을 모렵, 단전에서 무언가가 고동을 친다.

두근―

단전이 출렁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단전 안에 있는 다른 무언가가 고동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동으로 인해 단전이 출렁이는 것이다.

자운은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다.

여의옥(如意玉).

패룡이 깨어난 이후 새로 생긴 여의옥이 출렁이고 있었다.

'이거였나.'

두 번째 여의옥이 깨어나는 조건. 그것은 아무래도 용린벽이었던 모양이다. 용린벽을 세우는 자운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황룡신검으로만 세우는 것이 아니다.

허공섭물을 이용해 박살 나 움직이지 ㅇ낳는 자신의 좌수를 움직였다.

끼기긱―

허공섭물에 의해서 움직이는 좌수가 용린벽의 초식을 따라 검결지를 내리그었다.

좌수의 검결지와 우수의 신검이 함께 그려내는 용린벽은 자운의 눈앞을 가득 메운다.

그 위로 수십 발에 달하는 권격이 떨어져 내렸다. 네 개의 팔이 분광 일으키며 자운을 공격한다. 거마혼의 팔이 수십 개는 되어 보이는 모양새였다.

악신에 물든 천수여래와 백식관음이 저러할까?

용린벽이 연달아 충돌하고 깨어졌다. 그에 따라서 자운의 단전 속에 있는 여의옥의 진동 역시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한순간, 자운의 몸을 휘감고 있는 패룡이 울음을 터뜨렸다.

우우우우―

무언가를 감지한 것일까?

그 용음과 함께 금이 가기 시작하는 여의옥.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새의 알이 깨어지듯 여의옥에 금이 가고, 정신없이 용린벽을 세우던 자운이 쾌재를 불렀다.

이제 되었다.

이룡이법, 호룡이 깨어나는 것이다.

쩌억―

알이 갈라졌다. 감히 마주할 수 없는 밝은 빛이 자운의 몸에서 뛰어나왔다. 사방을 수놓는 빛무리가 자운의 몸을 둘러싼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굉음이었다.

한순간, 천지를 양단할 듯한 굉음이 자운의 몸속에서 터져 나왔다.

거대한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고, 발을 딛고 있는 대지가 출렁였다.

자운의 몸이 황금빛 서기에 휩싸인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용 한 마리.

호룡이 고고하게 머리를 들고는 거마혼을 바라보았다.

칠적의 미간이 파르르 떨린다.

“호룡인가?”

자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갈았다.

“호룡이 나왔으니 넌 이제 죽었다,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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