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66화 (66/175)

# 66

자운이 말과 동시에 주먹을 휘둘렀다. 칠적이 막기 위해 두팔을 교차하고, 자운의 주먹이 쉭 하고 사라진다.

주먹은 허초, 진력을 담아 펼쳐 내는 것은 각법이었다.

자운의 발끝이 칠적의 두 팔 사이를 파고들어 가 놈의 턱을 때렸다.

땅―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칠적의 몸이 한순간 흔들린다. 타격은 없었지만 턱을 맞았기 때문에 울림이 뇌로 전달된 것이다.

“크윽.”

놈이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자운을 노려보았다.

“이놈.”

자운이 뒤로 빠지며 이죽였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네가 심즉살의 경지라도 되냐? 얍, 죽어라! 하면 내가 죽어줄 것 같냐?”

“개자식아!”

이번에는 통했다. 턱을 맞고 뇌가 흔들린 터라 한순간 판단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놈의 허리가 회전했다. 대포와 같은 주먹을 쏘아내기 위한 준비동작이었다.

화를 내는 칠적을 보고 자운이 웃었다.

“거봐. 막 던지면 하나는 통한다니까.”

다시 한번 포탄 같은 주먹질이 튀어나온다. 자운이 대경실색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온몸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권역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그가 손을 털었다.

두 주먹이 선명한 불꽃에 휩싸인다.

염룡교의 수법!

자운의 주먹을 막기 위해 칠적이 뻗은 주먹을 회수하고 쌍장을 교차했다.

까앙―

금강불괴지신에 이른 몸에 자운의 주먹이 충돌하고, 때린 자운이 오히려 주르륵 밀려났다.

“미친. 몸이 쇳덩이구나.”

“흐흐흐. 내 몸은 그 어떤 것으로도 부술 수 없다.”

“염병하지 마. 엿이나 먹으렴. 넌 내 칼만 가져오면 끝이야.”

자운이 말을 하며 청수진인을 흘깃 보았다. 자운의 눈빛에 청수 진인을 흘깃 보았다. 자운의 눈빛에 청수 진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제자를 시켜 검을 가져 오라고 한 뒤다.

자운이 다시 칠적을 바라보았다.

“그전에 너는 끝나겠지.”

자운이 피식 웃는다.

“느려터진 게 말이 많네. 내가 그때까지 도망만 다니면 너, 나 잡을 수 있어?”

자운의 말에 칠적이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파괴력은 칠적 쪽이 위지만 움직임은 자운 쪽이 빨랐다.

자운이 작심하고 도망만 다닌다면 칠적으로서도 잡기 어려울 것이다.

하나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도망을 가는 것보다 빠르게 권역으로 그곳을 뒤덮어 버리면 되니까.

“네 녀석의 움직임 하나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그가 주먹을 꾹 말아 쥐고, 자운이 웃었다.

“그럼 해볼까?”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운이 사라진다. 마치 불어온 바람에 호롱불이 꺼지는 듯한 움직임. 재빠른 자운의 신형이 사방에 내달린다.

자운의 신형을 기감으로 쫓은 칠적이 자운을 향해 주먹을 뿌렸다.

쾅―

쾅쾅―

다른 무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권강이 천지사방을 난도질하고, 무당의 무인들에게 대재해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방으로 뻗어 나오는 권격을 피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이다.

그것을 보다 못한 무당의 장로들이 움직였다.

그들이 오행진을 펼친다. 그 중간에는 청수 진인이 검을 들어 진을 통제하고, 오행진이 움직여 권강을 막아낸다.

다음으로 움직인 것은 일대제자들이었다.

오행진을 이용해 막아내고 분산시킨 권격을 일대제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내었다. 본래 순수한 칠적의 권격은 일대제자들이 막아내지 못한다. 무당의 장로라고 해도 감히 검을 맞대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의 위력이니 말이다.

하지만 오행진에 의해 힘이 약해진 권격이라면 일대제자로서도 조금 힘이 들더라도 처리할 수 있었다.

그것이 무당에게 있어서는 다행이라면 다행. 그런 무당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운의 신형이 허공중을 계속해서 질주했다.

빠르게 바람이 자운의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발끝을 지나는 거대한 기운이 느껴진다. 자운이 조금 더 빠르다고는 하나 간발의 차이.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늦춘다면 권격에 먹이가 되고 말 것이다.

“이놈, 정말 내빼는 재주 하나만큼은 천하일절이라고 할 만하구나.”

자운이 웃으며 바닥을 박차고, 신형이 빙글 돌아 칠적의 뒤에 나타난다.

“칭찬은 고마운데, 주먹질도 좀 해.”

자운이 칠적의 뒤에서 주먹을 뻗었다. 칠적이 기운을 끌어올려 금강불괴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권강이 넘실거리는 자운의 주먹이 충돌했다.

꽈앙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운의 몸이 튕겨 나갔다.

충돌의 여파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자운의 힘을 역이용해 내뺀 것. 그와 동시에 칠적의 몸 역시 두 걸음 정도 밀려난다.

아무리 금강불괴지신이라고는 하지만, 지근거리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내력이 집약된 권강과 충돌했다.

무사할 리가 없다.

놈이 신음을 흘렸다.

“으윽.”

자운이 두 손을 털어 손에 남은 통증을 완화했다.

“아, 젠장! 네 몸뚱이 너무 단단해서 안 되겠다.”

이대로 간다면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검이 오든가 해야 놈과 결판을 볼 수 있을 것이 분명한데, 검을 가지러 간 제자는 황룡신검을 만들어 오는지 너무 늦는다.

‘그보다 황룡신검이 저 몸뚱이에 통하기는 하려나?’

신검의 예기가 여타 명검이라 불리는 것들에 비해서는 배 이상 날카로운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금강불괴지신과의 충돌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자운이 머리를 굴리며 훌쩍 뛰었다.

방금 전까지 자운이 서 있던 자리 위로 화가 머리끝까지 뻗은 칠적의 몸이 지나갔다.

육탄돌격.

칠적이 익히고 있는 무공은 금강불괴신공이 아니다.

단지 부가적인 힘으로 금강불괴의 힘이 있을 뿐, 그가 익히고 있는 마공의 이름은 금강지존공. 금강불괴에 이른 신체를 이용한 육탄돌격이 주가 되는 무공이었다.

“너 돼지 오줌통으로 만든 공 같다?”

육탄돌격을 하며 몸을 굴려오는 그의 모습은 마치 공과 같았다.

자운이 뭐라 이죽이든 말든 칠적은 자운을 죽여 버리려는 듯 돌진했다.

“아, 젠장. 칼도 없는데 귀찮게 하네.”

자운이 다시 검결지를 말아 쥐었다. 용린벽을 세우려는 것.

이전에는 흘릴 시간이 없어 단지 막아낸 것이지만, 이번에는 용린벽을 이용해 재밌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좀 아플 거다.”

자운의 손끝에서 용의 비늘이 일어나 그의 앞을 막아섰다.

약간은 비스듬하게 세워진 용린벽.

자운이 용린벽의 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용린벽과 칠적이 충돌하는 순간…….

콰앙―

자운의 몸이 한차례 크게 흔들린다.

그리고 자운이 이화접목의 수법을 이용해 여력을 끌어당겼다. 용린벽과 충돌하고 사방으로 뻗어 나가려던 힘이 자운의 손끝으로 모여들었다.

연달아 자운이 뻗어낸 것은 권군적룡주(拳君赤龍主).

현 황룡문에 존재하는 최고의 권법이다.

자운의 손끝에서 붉은 용이 튀어나온다. 여의주를 문 붉은 용. 용은 강기요, 여의주는 강환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회전하며 압축된 강기는 공과 같은 모습을 띤다.

그것이 바로 강환. 강환과 금강불괴신공이 충돌했다.

쾅―

한순간 금강불괴가 휘청하고, 칠적의 허리에 피가 흘렀다.

“내 몸에 상처를 만들어?”

칠적의 미간이 꿈틀한다. 깊은 상처가 아니다. 그저 베인 듯이 보이는 상처. 피도 그리 많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금강불괴가 깨졌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왜? 맞으니까 아프냐?”

자운의 말에 놈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냐, 그래. 많이 아프구나. 너도 좀 많이 아파라.”

자운이 그 자리에서 내뺐다. 자운이 서 있던 자리에 유성이 충돌하듯 칠적이 찍어 내렸다.

쾅―

깊은 구멍이 파이고, 그 구멍 속에서 다시 칠적이 솟구친다.

허공으로 쏘아진 포탄이 자운을 노리는 듯하다.

자운이 허리를 비틀었다.

그 모습이 운룡제팔식과 몹시 닮았으나 사실은 다른 무공이다. 운해황룡의 다른 모습으로서 정말로 구름 속을 노니는 황룡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자운의 몸이 아홉 번 틀어지며 칠적의 공세를 피해내었다.

“무식하게 좀 달려오지 마. 그리고 난 아픈 건 정중하게 사양할게.”

입으로는 농을 던졌지만, 자운의 근육은 쉴 새 없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긴장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아, 정말 죽겠다. 도대체 칼은 언제 오는 건지.’

자운이 혀끝을 차며 다시 허리를 비틀었다.

그가 염룡교를 연달아 뿌린다. 염룡교가 수준 낮은 권공은 아니지만, 놈에게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룡교를 뿌리는 이유는 놈의 시야를 멀게 하기 위함이었다.

염룡교가 터지기 한순간 전, 주먹이 밝은 색으로 백열하며 염화(炎火)가 피어오른다.

그 염화를 넓게 퍼뜨려 놈의 시야를 흩뜨려 놓는 것이다.

“크윽. 이놈,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생각이냐?”

자운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답했다.

“뭘 당연한 걸 물어보냐. 내 칼이 올 때까지 도망갈 건데, 왜? 좀 쉬게?”

자운이 칠적을 향해 말했다.

“너 하나 잡아 죽일 때까지는 못 쉬겠다.”

다시 한 번 돌진하는 칠적. 자운이 손을 흔들었다. 두 손에서 수십 다발에 이르는 염화가 피어오르고, 놈의 시야를 흔들었다.

“그럼 평생 못 쉰다. 불쌍하네.”

자운이 허리를 틀었다. 그곳으로 놈의 주먹이 스치고 지나간다.

파바밧―

두 발이 움직이고, 연달아 퇴법이 뻗어 나왔다. 퇴법으로 놈의 목을 꺾어 버리려는 것이다.

자운의 발끝이 놈의 목을 걷어찼다.

“커억―”

놈의 움직임이 한순간 멈칫한다. 목은 대나무와 같이 속이 비어 있다. 그래서 강한 힘으로 때리게 되면 그 충격이 속에서 울린다.

아무리 단련이 되어 있다고 하지만, 목에서 계속해서 울리는 충격에는 칠적도 한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생각대로네.”

칠적이 몸을 멈칫한 순간을 타 자운이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하나 욱신거리는 것은 자운의 발끝도 마찬가지.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남는 것은 하나다.

체력의 고갈. 더 체력이 많은 쪽이 이기게 될 것이다.

자운이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이죽거렸다.

‘아, 늙어서 체력이 약한데 말이지. 오래 못 버티려나.’

자운의 속마음과는 달리 몸은 아직 멀쩡하기 그지없다.

놈이 자운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무식하게 육탄돌격을 하던 것과는 분명하게 달랐다. 놈이 누런 이를 드러내보이며 씨익 웃는다.

“정말로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놈이구나.”

자운이 웃었다.

“역겨우니까 그거 치우라고 했잖아.”

“놈!”

그가 두 손을 뻗었다. 그의 등 뒤에서 마신상이 떠오른다.

네 개의 발을 가진 마신상. 저것은 아수라인가?

아수라가 아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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