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64화 (64/175)

# 64

그의 몸속에 침투경이 침입해 있고, 그 침투경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는 것을. 물론 무당을 지키려는 마음이 과해 그 침투경을 모두 자신이 직접 맞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지금도 치열하게 싸우고는 있지만, 검도자가 조금씩 승기를 잡아가고 있으니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검도자가 깨어나기는 할 거야.”

“그렇군요. 그럼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혹시 예측할 수 있으십니까?”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검도자 혼자서 하면 삼십 주야 정도 걸리겠지. 내가 도와주면 보름 정도 걸리겠지만 이건 뭐 아무런 이변도 없을 때 이야기지. 무림에는 이변이라는 게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니까.”

자운이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를 마쳤다. 청수 진인이 자운을 바라봤다.

“무량수불. 천 대협, 빈도가 천 대협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뭐? 혹시 검도자를 도와달라는 거야?”

자운의 말에 청수 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도호를 외웠다.

청수 진인의 모습에 자운이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박수를 짝 하고 쳤다.

“그 정도야 해주지.”

자운이 고개를 빙글 돌리며 한마디 더 던졌다.

“이걸로 너네 빚이 두 개다.”

* * *

자우는 그날부터 태허 진인을 도왔다. 자신의 내기를 불어 넣어 태허 진인의 몸속에 들어온 침투경을 제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태허 진인 역시 그 일을 하고 있었던 데다가 자운의 힘이 더해졌으니 그 속도는 한층 빠르게 진일보했다.

‘하아, 정말 끝도 없이 많구나.’

하지만 이놈의 침투경이 끝도 없이 많은지라 제압을 해도 해도 어디선가 또 기어나온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침투경을 몸으로 맞은 것인지 셀 수조차 없었다. 자운이 한숨을 쉬며 또 하나의 침투경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이놈은 단번에 달려들며 죽자고 날뛴다. 그러니 천천히 제압해 발악하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단번에 터뜨려야 한다.

‘정말 적성 놈들, 더러운 무공을 쓰는구나.’

칠적의 무공은 세상에 알려지기를 금강불괴지신을 이루는 무공이라고 하는데, 이런 무시무시한 침투경까지 가지고 있었다.

자운이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하나의 침투경을 제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일각 정도. 자운이 신중하게 기운을 움직여 또 하나의 침투경을 제압했다.

그렇게 치료를 들어가기를 칠 주야. 그동안 침투경의 숫자는 현저히 줄어 자운이 처음 알아채었을 때에 비해서 절반 정도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아무런 이변도 없이 이 상태가 치 ㄹ주야 정도만 더 지속된다면 무리 없이 모든 침투경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운이 말한 바대로 무림이라는 곳은 이변이 워낙 많다. 태허 진인을 치료하는 중에도 역시 이변이 벌어졌다.

쾅―

거대한 기파가 무당의 산문을 뒤집어 놓는다. 단번에 무당산 자락이 뒤집어지며 땅이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갈라졌다.

천둥 같은 소리가 천지를 양단해 버릴 듯 울리고, 모래 먼지가 하늘을 집어삼킬 듯 솟구쳤다.

그 속에서 칠적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엄청난 속도로 하늘에서 떨어져 무당산 산문에 떨어진 것이 분명한데, 그의 몸에는 흠집 하나 없다.

마치 금강불괴지신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하다.

무당의 산문에서 그가 푸흐흐 하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약속대로 내가 돌아왔다.”

무당을 지워 버리기 위해서.

칠적이 주먹을 뻗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뒤집어지고, 세찬 경력이 직선으로 날아갔다. 폭풍처럼 질주하는 권풍은 무당 장로의 검을 때렸다.

무당의 장로가 검을 들어 권풍을 막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평범한 청강검이 연검이라도 된 것처럼 휘어지고, 그 휘어짐을 이기지 못한 청강검이 쩡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갔다.

“크윽.”

무당의 장로가 형편없이 바닥을 뒹굴었다.

“흐흐흐흐, 이렇게 또 한 놈을 죽이는구나.”

칠적이 단번에 튀어나갔다. 그의 주먹에서 강력한 힘이 감돈다.

그대로 이어진다면 저 주먹은 무당 장로의 안면에서 터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주먹을 그대로 맞은 장로는 머리가 그대로 폭발하며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청암(靑巖)!”

청수 진인인 자신의 제자를 이름 부르며 튀어나갔다. 그의 몸이 천화포접공의 묘리를 따른다.

천화포접공은 무당산 자소궁의 구궁팔괘에 속하는 단련법의 하나로 전진과 후진 도약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그 묘리를 따르면 평범한 보법이라 할지라도 배의 묘리를 낸다.

또한 그의 손에서 펼쳐진 검은 사상류검이었다.

태극검(太極劍), 양의검(兩儀劍). 삼절검(三絶劍)과 함께 무당의 사대검법이라 손꼽히는 사상류검(四象流劍)이 화려하게 터져 나온다.

그의 검에서 빛이 맺히며 강기가 튀어나왔다.

선명한 감각이 사상류검의 묘리를 따라 흐르고, 무당의 장로를 공격하려는 칠적의 등을 따라 흐르고, 무당의 장로를 공격하려는 칠적의 등을 때렸다.

쩌저저정―

쇳덩이와 쇳덩이가 충돌하는 소리. 과연 이것이 인간의 피륙과 검이 충돌하는 소리란 말인가.

놀랄 법도 하건만 청수 진인은 침착했다.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등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고통에 칠적이 장로를 죽이려다 말고 청수 진인을 바라보았다.

이미 청수 진인의 두 번째 공격은 시작되고 있었다.

검법에서 이어지는 공격은 장법. 무당면장이라 불리는 천고의 장력이 그대로 칠적의 배에 작렬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칠적의 상체가 가볍게 흔들렸으나 끄떡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청난 경력이 되돌아와 청수 진인이 좌수를 쓰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뼈가 반대로 꺾여 버린 청수 진인의 좌수를 보며 칠적이 웃었다.

“푸흐흐. 감히 그따위 실력으로 내 금강불괴를 깨려 한 것이냐?”

말도 되지 않는 소리.

칠적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농담과 같은 소리로 들렸다. 칠적이 주먹을 뻗었다.

청수 진인이 보법을 밟았다. 현천보의 퇴보를 받아 칠적의 제공권에서 벋어났으나, 청수 진인이 생각한 것보다 칠적의 제공권은 훨씬 길다.

“흥!”

칠적이 콧방귀를 뀌며 주먹을 그대로 뻗었다. 이번에도 역시 폭풍과 같은 권법이 질주하고, 청수 진인이 온 힘을 다해 권풍을 막으며 소리쳤다.

“오행검진을 펼쳐라!”

무당에는 수많은 검진이 있다. 그중 손에 꼽는 것을 말해보라면 구궁검진과 오행검진이다.

무당의 양대 검진으로 불리며, 그 힘은 소림의 십팔나한에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청수 진인의 말에 무당의 장로들이 저마다 발을 움직였다. 칠적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일대제자들로 오행검진을 펼친다 하더라도 무리다.

최소한 장로급이 나서야 한다.

무려 장로급이 오행검진을 펼쳐다. 그 힘은 십팔나한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 분명했다.

기이한 기운이 칠적을 옭아매었다.

칠적이 자신의 몸을 옭아매는 기운을 느끼고 웃었다.

“푸흐흐.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 과연 무당이라 할 수 있지.”

그 순간, 청수 진인의 벼락과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수생목(水生木)!”

청수 진인이 진을 통제하고, 다른 장로들이 진을 구성한다. 그들이 청수 진인의 말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수십 줄기에 이르는 검강 다발이 청수 진인의 검을 향해서 날아들었다.

수십 줄기의 검강은 청수 진인의 검 위에서 단 하나의 검강으로 탈바꿈하고, 청수 진인이 그것을 이용해 오행검을 펼친다.

오행의 순리로 따르며 도를 좇는 검과 칠적의 주먹이 연달아 충돌한다.

칠적의 주먹위해서도 강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커억!”

연달은 충격 끝에 튕겨져 나간 것은 청수 진인이었다. 충돌 할 때마다 침투경이 몸속으로 파고들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엄습한 탓이다.

‘이런 엄청난 괴물과 싸우시면서 그 고통을 묵묵히 참아내셨다는 말인가.’

청수 진인이 자신의 사부 태허 진인을 생각하며 혀를 내둘렀다.

“뭘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칠적이 날아들었다. 그의 손에서 강력한 흡자결이 발생하고, 흡자결에서 뻗어 나온 운이 청수 진인을 옭아매었다.

그대로 청수 진인을 당겨 후려치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행검진이 깨졌군.. 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가 이렇게 약해서야 원…….”

무당의 장문인이 약하다?

무림의 그 누구도 그리 광오한 말은 내뱉지 못할 것이다. 하나 청수 진인은 반박할 수 없었다. 자신이 중심이 되어 이루던 오행검진이 칠적에 의해서 너무도 쉽게 깨어져 버린 탓이다.

“크윽.”

청수 진인의 몸이 줄에 매이기라도 한 듯 질질 끌려갔다.

그리고 칠적이 주먹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끌려간 순간, 무당의 장로들이 청수 진인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하나 칠적은 콧방귀로 그들을 대했다.

“흥. 부나방 같은 것들.”

그가 온몸으로 세찬 기파를 부리고, 그 기파만으로 주변 십여 장의 바닥이 뒤집어졌다.

또한 무당의 장로들이 이리저리 날려가 형편없이 처박혔다. 칠적이라는 절대의 존재 앞에서 무당은 너무도 미약했다.

“네가 무당 장문인이렸다?”

칠적이 주먹을 들었다.

“네 목을 따야겠다.”

단번에 청수 진인의 머리통을 내려치려는 듯한 행동. 엄청난 경력이 그의 주먹 끝으로 모여들고, 바람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마치 그의 주먹에서 대막의 용권풍이 생겨나는 듯하다.

청수 진인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것으로 자신의 죽음이 확정된 것이다.

‘무당의 맥이 내 대에서 끊어지는 것인가.’

분루가 흘러내린다.

칠적이 주먹을 뻗었다.

“죽어라.”

용권풍이 청수 진인을 향해 질주하고, 그 사이로 누군가가 끼어들어 청수 진인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단번에 그 자리에 있던 청수 진인이 사라지고, 칠적의 주먹이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칠적이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청수 진인과 상대를 찾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누구냐!”

그에 대한 대답이 들려온 곳은 지붕 위였다.

“누구긴 누구야, 위대하신 나님이지.”

그리고는 자운이 자신의 옆에 있는 청수 진인을 향해 말했다.

“너네 이걸로 빚 세 개째다.”

제7장

자운이 전각 지붕에서 칠적을 내려다보았다. 한눈에 보아도 우락부락하고 느껴지는 기세가 강력한 것이 놈의 무공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성 내부에서도 무려 적(赤)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다. 강했으면 강했지 약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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