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63화 (63/175)

# 63

이런 상황에서 현천칠성검이 다시 무당으로 돌아온 것은 무당에 큰 힘이 되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그건 당연히 돌려줘야 하는 거고, 혹시나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다음에 황룡문이 필요하다면 힘이나 한번 보태줘.”

“사해가 동도이고 황룡문 역시 정도의 문파가 아닙니까. 이번일이 아니더라도 무당은 황룡문을 도왔을 것입니다.”

자운이 속으로 웃었다.

‘웃기고 있네. 기껏해야 생색이나 내고 말았겠지. 어쨌든 확실하게 빛을 지워두었으니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겠지’

속마음은 속으로 숨기는 것이 더 좋다.

자운은 속에서 나온 말을 밖으로 그래도 나랑 꺼내지 않고 그를 향해 마주 웃어 보였다.

“그럼 다행이고. 아, 그리고 말이야, 내가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이건 좀 가벼운 거라 무당에서 해줬으면 하거든.”

자운의 말에 청수 진인이 반문한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별건 아니고, 혹시 무영비객이라고 아는가 모르겠다. 섬서 쪽에서 유명한 좀도둑이긴 한데, 좀도둑이라 무당의 장문인 귀에까지는 안 들어갔으려나?”

다행히도 청수 진인은 무영비객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자운이 단순한 좀도둑으로 취급하고 있는 무영비객은 사실 무림에서는 꽤 유명했다.

섬서 지방에서 날리는 도둑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리저리 와전되어 소문이 곳곳으로 퍼져 나간 탓이다.

“저 역시 무영비객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한데 그는 오래전 태원삼객의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까?”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한데, 내가 이번에 태원삼객의 안가를 찾아내었거든? 거기에 수십 개 문파의 비급이 쌓여 있더란 말이지. 내가 위치 알려줄 테니까 무당이 책임지고 각 문파로 반환해 줄 수 있는 거지?”

할 수 있다마다.

그렇게 하면 자운의 이름도 올라가겠지만, 그걸 말아서 행한 무당의 이름 역시 올라갈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청수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일이 아니군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 듯합니다. 무량수불.”

자운이 빙긋 웃었다.

“그럼 다행이네. 그보다 남은 밥 좀 있으면 먹어도 되려나. 여기까지 오면서 밥을 제대로 못 먹었더니 배가 좀 고픈데…….”

자운이 능청스럽게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제6장

만족스럽게 배를 채운 자운이 자신의 배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 배부르다. 역시 있는 집 반찬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자운의 입에서 대무당이 한순간에 있는 집으로 추락해 버렸다. 하나 청수 진인은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여유있게 자운을 향해 농을 던졌다.

“그렇지요. 원래 있는 집이 더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량수불.”

자운이 제법인데 하는 눈으로 청수 진인을 바라보고, 청수 진인은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히 도호를 외웠다.

“그런데 말이야, 아까부터 날 힐끔힐끔 보는 게 뭐하고 싶은 말이라고 있어? 밥 먹다가 체할 뻔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속 시원하게 털어놓아 보지.”

자운의 말에 청수 진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허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 없으면 말고. 내가 지금 배가 불러서 부탁하면 들어줄지도 모르는데, 나중에는 들어줄지 모르겠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말하지?”

말을 마친 자운이 손을 털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하고 움직여 보인다.

자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갈 기미가 보이자, 청수진인의 얼굴이 조금 딱딱하게 변했다. 자운이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부탁할 거 있으면 숨기지 말고 말해. 나 그렇게 입이 싼 놈 아니니까 어디 가서 소문내고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자운의 말에 청수 진인이 길게 한숨을 내쉰다.

“후우. 무량수불, 천 대협께는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사실 제 사부님께서는 기식이 엄엄한 상태이십니다.”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알고 있다.

검도자(劍道子) 태허 진인이 홀로 칠적을 막아내고 주화입마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운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턱짓으로 청수 진인에게 계속 이야기를 해보라는 행동을 취했고, 자운의 행동을 알아들은 청수 진인이 다시 한숨을 내뱉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외상은 이제 어느 정도 괜찮아지신 듯한데 내상의 문제인것인지 저희들로서는 어찌하여 사부님이 깨어나지 않으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자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나보고 한번 봐달라 이거지? 근데 너네 좋은 약 두고 뭐할 거야? 태청신단이라든지 그런거 한 알쯤은 꿍쳐 두고 있을 거 아냐?”

자운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청수 진인. 그들이라고 하여 태청신단을 써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물론 무당에는 현재 태청신단 두 알이 있습니다. 본래는 세 알이 있었지요.”

“별로 효과가 없었던 거네.”

자운의 말에 청수 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청신단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태허 진인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거신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렇습니다. 저희들로서는 영문을 알지 못하고, 유명한 의원들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거로군.”

청수 진인은 거기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단지 도호를 외울 뿐.

“무량수불.”

유명하다는 의원들이 두 손을 흔들었다면 자운으로서도 별수 없을 것이다. 하나 태허 진인은 청수 진인에게 있어 스승과 같은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쉬이 표기할 수 없을 것이다.

혹시나 조금 더 고수가 본다면 무언가 다를까 하여 자운이 무당에 온 김에 그것을 요청해 보려는 것이었다.

자운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배도 부르겠다. 그럼 밥 먹은 값을 해야겠지?”

긍정의 의미. 자운의 말에 청수 진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감사드립니다, 천 대협.”

자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의원들이 손을 흔들었다면 나라고 뾰족한 방법이 없을 듯 하나 일단은 좀 보고 그때 이야기를 해보자고.”

청수 진인의 말대로 태허 진인의 외상은 이제 거의 완쾌가 된 상태였다. 그러니 문제가 있다면 내상. 자운이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태허 진인의 맥을 잡았다.

‘후우. 난다 긴다 하는 의원 놈들도 포기한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자운의 내기가 움직여 태허 진인의 맥을 타고 흘러들어 간다.

자운의 의지대로 태허 진인의 몸 곳곳을 누비는 진기. 하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크게 내상을 입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런 거지? 다른 문제가 있는 건가?’

자운의 미간이 꿈틀 움직였다. 그러니 보고 있는 청수 진인으로서도 간이 철렁한다.

“뭔가 문제라도 있소?”

자운이 내기를 거두어들였다.

“아니, 딱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야.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탈이지.”

자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는 해야겠지만, 아무래도 내상이 없는 것 같다고.”

자운의 말은 청수 진인으로서 쉽게 믿기 힘들었다.

내상이 거의 없다니, 그럼 외상도 거의 모두 치료가 된 마당에 왜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말인가.

자운이 다시 태허 진인의 맥을 잡았다.

“일단 다시 한 번 자세히 봐야겠으니 말 시키지 말고 기다려.”

의지를 집중해 내기를 움직인다. 그리고 천천히 세심하게 태허 진인의 몸속을 관찰했다.

자운의 내기가 태허 진인의 내기를 거스르지 않고 움직였다. 그렇게 태허 진인의 몸속을 돌아다니기를 잠시, 자운의 내기에 무언가가 걸렸다.

‘어? 이게 뭐지?’

그것은 너무도 미약한 기운이어서 자운도 온 신경을 집중해서 확인하지 않으면 알아 볼 수 없는 기운이었다.

분명 태허 진인의 몸속에 있는 기운이 분명한데, 태허 진인의 기운과는 그 기세가 너무도 다른 기운의 조각. 자운이 천천히 그것을 살폈다.

진기를 움직여 그것을 건드는 순간, 놈이 미친 듯이 날뛰며 발악을 하기 시작한다. 자운이 황급하게 식은땀을 흘리며 진기를 더욱 불어넣었다.

그리고는 날뛰는 놈을 제압하기 시작한다.

‘빌어먹을, 뭐 이런 게 다 있어?’

일각 정도의 시간이 걸려 자운은 그것을 제압할 수 있었고, 그것의 정체 또한 알아낼 수 있었다.

‘침투경의 기운이구나.’

아마도 칠적과의 전투에서 태허 진인의 온몸으로 파고들었을 것이다. 미세한 조각으로 나누어져 있기에 엄청난 기감을 가진 고수가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있는 것을 알 수조차 없다. 그러니 평범한 의원들이 이 조각을 알아챌 리가 없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이런 조각이 수십, 수백 개나 태허 진인의 몸속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처음 한 방은 모르고 맞았다지만, 그 후에는 왜 이렇게까지 많은 침투경을 몸속으로 끌어들인 거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래지 않아 결론이 났다. 자운이 태허 진인의 몸속으로 흘러들어 간 자신의 기운을 거두어들여 단전 속으로 갈무리하고는 청수진인을 향해 말했다.

“이봐, 칠적과 태허 진인이 싸웠던 자리 좀 볼 수 있을까?”

자운의 말에 청수 진인이 물었다.

“무량수불,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지요. 혹 무언가 알아내신 겁니까?”

자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렇기는 한데 일단 좀 확실하게 보자고.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안내해 봐.”

청수 진인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엄청난 힘의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 것은 느끼지 않아도 눈으로 본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땅거죽이 모두 뒤집어지고, 초목이 사방팔방에 쓰러져 있다. 아무래도 복원되기 위해서는 반백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처절하네, 처절해.”

자운이 손을 뻗어 바닥을 가볍게 쓸었다. 뒤집어진 바닥이기 때문에 땅 속에 있던 흙이 겉으로 드러나 있다. 전해진 이야기에 의하면 태허 진인이 몸으로 막았기에 그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 소문이 사실인 건 확실한데.”

그 침투경을 무공을 이용해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고 뻗었다면 주변은 더 초토화가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피해는 무당에 넓게 퍼졌겠지.

그러니 태허 진인은 몸으로 모든 침투경을 받아내었다.

자운의 말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청수 진인이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빈도가 우매하여 천 대협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구려.”

자운이 청수 진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태허 진인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