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55화 (55/175)

# 55

그의 말에 몇몇이 동조하며 빗자루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옳소! 옳소!”

“거기다 이런 비질로 도대체 황룡문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판단한다는 거요! 웃기는 소리 하고 있군! 다들 안 그렇소?”

몇몇은 괜히 다른 이들을 선동하기도 했다. 그 선동에 넘어간 몇몇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빗자루를 내팽개쳤고, 대충 비질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몇은 충실하게 비질을 하고 있었다.

홍수안은 그들을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감히 그들을 향해 무언가를 하지는 못했다. 그들 중 하난가 그와 비교해도 실력이 뒤지지 않는 척우경이었기 때문이다.

맹호복자(猛虎伏子)로 이름을 날린 척우경. 그가 전장에 나서서 보이는 매서움은 마치 맹호(猛虎)와 같지만, 일상에서의 행동은 고수의 티가 나지 않는 복자(伏子)라 하여 불리는 무림명. 그의 실력은 홍수안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묵묵하게 비질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몇은 한 시진을 충실하게 비질을 했다. 그런 그들을 보고 홍수안이 투덜거렸다.

“젠장. 그렇게 하면 뭐가 된다고. 무림에서 중요한 건 실력이야, 실력.”

그의 말에 누군가가 답한다.

“그렇지. 당연히 실력이지. 하지만 문파에서 중요한 건 실력보다는 문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지. 안 그래?”

조롱을 하고 시비를 거는 듯한 말투에 홍수안이 발끈하여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어떤 새끼야!”

자운이 친절하게 웃으며 답해주었다.

“나란 새끼다. 왜?”

“처, 철혈난신!”

자운을 알아본 그가 말을 더듬었다. 독왕조차도 한 수 접어줄지도 모른다는 철혈난신에게 어떤 새끼라고 하다니, 단칼에 목이 날아가도 할 말이 없으리라.

하지만 자운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자운의 품에는 당과가 가득 들려 있었다.

“청소들 열심히 하고 있었나? 상을 주려고 이렇게 당과를 가져왔는데.”

그 말에 홍안도가 중얼거렸다.

“우리가 무슨 여섯 살 먹은 꼬맹이인 줄 아시오? 당과라니? 그리고 이런 청소로 문파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알아본다는 말이오?”

그 말에 자운이 피식 웃었다.

“그러지 마라. 여섯 살짜리가 우리 문파의 안주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 말에 뒤따라오던 운산이 크게 소리쳤다.

“대사형!”

무슨 일인가 싶어 뒤늦게 합류한 설혜가 자운의 말을 듣고는 운산을 향해 감정이 전혀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문주, 변태?”

운산이 소리쳤다.

“아닙니다!!”

자운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알았다, 알았어. 지금은 아니니까 그만하도록 하고. 그리고 문파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알아보냐고?”

자운이 휙 당과를 던졌다. 서른 개나 되는 당과가 허공을 날아 그들의 앞에 떨어졌다.

정확하게 그들에게 배정된 청소할 부분이었다.

한 평 남짓한 크기로 청소할 곳이 배정되었고, 당과가 그 안으로 정확하게 떨어진 것이다.

허공섭물의 조절이 신기에 이른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에 그들이 입을 떡 벌렸다.

이전에 빗자루 서른 개를 한 번에 당기는 모습을 보았으나, 이것은 그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놀라는 그들을 뒤로하고 자운이 천천히 말했다.

“주워 먹어.”

자운의 말에 홍수안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아무리 무림에 이름 높은 철혈난신이라고 하나 이건 너무 하는 것 아니오!”

“왜, 니들이 깨끗하게 청소했으면 먹을 수 있는 거 아냐?”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자운이 피식 웃었다.

“니들이 왜 못 먹는지 말해줄까? 제대로 청소를 안 해서 그래. 저기 먹는 애들도 있잖아.”

자운이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맹호복자 척우경을 필두로 한 몇이 당과에 묻은 모래를 털어버리고 입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물론 니들 말대로 억지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자운이 단호하게 소리쳤다.

“니네 문파가 될지도 모르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문파의 청소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문파에 가입하겠다는 거냐. 아까 네가 말했지,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고. 그리고 나는 답을 해주었다.”

문파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문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자운의 말에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운이 맹호복자와 당과를 먹은 다른 이들을 보고 말했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황룡문의 문도다. 그리고 니들은 아니야.”

자운이 마지막으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꺼져!”

* * *

자운이 만족스러운 눈으로 서류를 넘겼다. 본래는 운산이 확인해야 하는 서류인데, 문파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총관과 문주만으로 모든 서류를 처리하기에는 조금 힘들어졌다.

그래서 자운도 역시 서류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자운이 처음 황룡문으로 돌아왔을 때에 비해 그 규모가 상당히 성장했다.

지금 황룡문의 제자는 오십에 다다르고 있고, 이대로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세 자릿수에 다다를 것이다.

자운이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쁘지 않은 속도네. 역시 개새무적 고수가 있는 문파는 성장 속도도 다르구나.”

자운이 서류를 탁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 그를 운산이 붙잡았다.

“대사형.”

자운이 고개를 홱 돌려 귀찮다는 눈으로 운산을 바라본다.

“아, 왜? 할 거 다 했으니 이제 좀 가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건 불공평한 노동이 분명하다고. 할 일 다 했는데 이게 뭐야? 나에게도 휴식을 달란 말이지.”

자운이 탕 소리가 나게 탁자를 때렸다. 하지만 운산은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자운의 옆에 놓인 서류를 탁 쳤다.

“여기 아직 대사형 몫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자기 거 아닌 척 벗어나려 해도 소용없어요.”

자운이 침음성을 흘리며 자리에 앉았다.

“쳇. 젠장. 알고 있었냐?”

운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요.”

“아아, 빌어먹을.”

자운이 다시 서류를 넘겼다. 한참 서류를 넘기던 자운이 슬쩍 눈을 움직이며 운산을 바라보았다.

“너 이제 그거 해야 하지 않냐?”

운산이 뭘 말하는 것이냐는 눈빛으로 자운을 쳐다보며 묻는다.

“뭘 말입니까?”

“정식으로 황룡문의 문주가 되었으니 취임식을 해야지, 취임식을.”

자운의 말에 운산이 놀라 반문했다.

“취임식이요? 이제 문파의 기를 다시 잡혀가고 있는데 그런 곳에 쓸 돈이 어디 있습니까. 좀 더 문파의 내실을 다진 다음에 취임식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자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너 좋으라고 취임식 하는 줄 아냐? 물론 문파의 내실을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임식이라는 게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지.”

운산은 조용히 자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다른 문파의 사람들을 초청해서 우리 문파가 이 정도로 자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문파에 다른 문파가 옴으로 해서 우리는 이러이러한 문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무림에 대외적으로 드러낼 수 있지.”

“우리 문파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문파요?”

자운이 고개를 갸웃했다. 황룡문은 이제 커가고 있는 문파다. 물론 그들의 대사형 철혈난신의 이름이 워낙 거대하기는 하지만, 황룡문 하나만 놓고 본다면 아직 성장 중이다.

그런 성장에는 다른 문파와의 우호적 관계도 중요하다. 하지만 황룡문은 지금까지 그 어떤 문파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운산의 말에 자운이 피식 웃었다.

“물론 공식적으로야 없지만 부르면 올 문파는 많지.”

자운의 말에 운산이 의문을 보였다.

“……?”

운산의 표정에 자운이 어깨를 으쓱해 보인 후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천하도(天下圖)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의 손가락이 향해 있는 곳. 가장 먼저 그의 손가락이 향해 있는 곳은 같은 동도라고 할 수 있는 섬서의 화산파였다.

“매화검선의 죽음, 그 범인을 알아낸 게 누구였더라? 당연히 나지.”

자운이 한껏 가슴을 벌려 보인다. 자부심이 당당하게 드러나는 듯한 자세. 자운이 그런 자세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 잘나신 몸 덕분에 화산은 홍수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 아마도 어느 정도 고마운 감정을 가지고는 있을 거야. 그게 없다고 해도 흉수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나와 걸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부르면 올 수밖에 없지. 그리고 다음은.”

자운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 자운의 손가락이 누르고 있는 곳은 바로 개봉이었다.

개봉에는 개방의 총타가 있다.

“걸왕은 내가 부르면 와.”

운산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입니까?”

자운이 당당하게 고개를 흔들며 주먹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내가 부르면 온다니까. 내가 괴걸왕이랑 좀 친해졌어.”

“언제요?”

“저번에. 뭐, 내가 부르면 온다고. 그렇게 알아두고, 마지막으로 당가.”

자운이 사천 성도를 손가락으로 쿡 눌렀다. 그리고는 운산을 향해 씨익 웃어 보인다.

“네 약혼녀가 있는 곳이지. 부르면 독성이 달려온다?”

운산이 크게 소리쳤다.

“대사형!”

자운이 한 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부인해 봐야 소용없어. 이미 독성이 무림에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고. 빼도 박도 못할 거야. 나이 차? 나이 차가 걱정되어서 그래?”

자운이 빙긋 웃으며 묻자 운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아. 키워서 잡아먹으라니까. 한 십 년, 신오 년 후의 네 나이를 생각해 봐. 그 나이에 이렇게 어린 부인이라니. 이야! 너, 복 받았다.”

자운이 만족스럽게 손바닥을 짝짝 쳤다.

“자, 화산이 오고 걸왕이 오고 독성과 당가가 온다. 덤으로 네 약혼녀도 오고. 이 정도면 무림에 황룡문의 위세를 알리기에는 충분하겠지?”

“그거야 대사형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전제가 있어야겠지요.”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사실이지. 내가 이런 걸로 거짓말해서 뭐하냐.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고기가 나오냐? 아무것도 안 나오지. 그러니까 이런 걸로는 거짓말 안 해.”

할 말이 없어진 운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자운이 총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화산이랑 당가, 그리고 개방에 보낼 서신을 작성해.”

전서구가 높게 날았다.

총 세 마리의 전서구가 각기 시간의 차이를 두고 황룡문에서 날아갔고, 가장 가까운 곳은 섬서의 화산이었다.

황룡문에서 거리가 멀지 않아 가장 먼저 도달했고, 그 뒤를 이어 개봉과 성도에 각기 전서구가 내려앉았다.

쾅―

걸왕이 총타 방장의 방을 발로 차며 들어왔다. 현 개방의 방주 주걸개가 자리를 박차며 일어나 물었다.

“사제는 잡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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