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룡난신-38화 (38/175)

# 38

"그, 그거야 황룡문의 이름이 점점 커지고 있고, 문주님께서 무림에 이름을 날리는……."

땅―

자운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때렸다. 은은한 울림이 탁자를 타고 뻗어 나가고, 자운이 손을 뗐을 때는 탁자에 선명한 장인이 남아 있었다.

손금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장인. 가볍게 때린 것 같은데 상상도 하지 못할 위력이다. 이 탁자가 평범한 나무로 만든 것이 아니라 단목으로 만든 것임을 안다면 그들은 더욱 놀랐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자운의 행동에 우천과 운산이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이래? 거짓말하지 말자고. 응?"

자운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나만 한 고수가 문주로 있는 문파가 어디 없을까? 그리고 황룡문의 이름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자운이 피식 웃었다.

"이름이야 얼마 전에 내가 난장판을 한번 만드는 바람에 충분히 유명해졌지만, 그래 봐야 문주를 포함해서 문도가 셋 밖에 없는 문파야. 너희처럼 이름을 날리는 놈들이 기어들어 올 만한 문파는 아니라는 거지."

자운이 자신이 만든 장인(掌印)을 손끝으로 만졌다.

아직도 장인에 남아 있는 내력의 열기가 손가락을 타고 들어온다. 어느새 자운의 앞에 놓여 있는 차는 싸늘하게 식어 있고, 갈다 만 먹은 굳어가며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다.

태원삼객이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무언가 전음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양. 전음이라 함은 최소 삼십 년 이상의 내력이 필요로 한 수법이다.

그 수법을 어렵지 않게 펼치는 것으로 보아 태원삼객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일류를 조금 넘어섰나?'

자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바라보았고, 그들은 곧 결정을 내린 듯 자운을 바라보았다.

"이것을 봐주시겠습니까?"

그들의 말에 자운이 눈을 치켜떴다.

태원삼객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장석지가 손을 들었다.

그의 손을 타고 내공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휙휙휙―

그의 손이 허공에 연달아 수영(手影)을 그리며 뻗어 나갔다. 용이 움직이는 듯한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팔을 타고 흐르고, 그의 손가락이 용의 아가리라도 된 듯 허공을 물어 뜯는다.

용구절천수(龍口節天手).

분명한 황룡문의 무공이었다. 자운의 미간이 꿈틀 움직였다.

“그거 본 문의 무공인 거 같은데?”

태원삼객이 익히고 있는 내공심법이 황룡문의 것과 달라 미묘하게 차이가 나기는 했으나 그 형만은 분명한 용구절천수였다.

장석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건 황룡문의 무공입니다.”

“당신들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자운이 확인했을 때, 그것은 황룡문에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무공이다. 한데 황룡문과 전혀 관계가 없는 태원삼객이 용구절천수를 익히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무공을 얻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 였습니다.”

그는 품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놓았다.

그것은 색이 조금 바래기는 했으나 분명 용구절천수의 비급이었다.

그들은 무림인으로서 다른 곳에서 잠시나마 의탁하기도 하고 빈객으로 지내기도 하며 지내왔다. 알려진 이름과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밥을 굶은 일은 없었고 돈 또한 풍족하게 벌어왔다.

그리고 어느 날 한 가지 일을 하는 과정에서 무공서를 습득했는데, 그것이 용구절천수였다.

그 인물이 어찌해서 용구절천수의 비급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태원삼객은 용구절천수를 익혔다.

변변한 수공이 없었기 때문에 용구절천수는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 또 하나의 활로가 되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구절천수는 절대로 쉬운 무공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내공심법이 달랐고, 또한 그 속에 숨어 있는 무리는 황룡문의 여타 무공을 익히지 않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용구절천수에 흥미를 느낀 그들은 그것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공에 대해서 알아보던 도중 용구절천수가 황룡문의 무공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절망했었다.

당시의 황룡문은 거의 망했다고 봐야 좋을 문파. 그대로 둔다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일 문파였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용구절천수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자운이라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파격적으로 황룡문에 닥친 위험을 밀어내고 또한 황룡문의 이름을 화산에서 천하에 각인시켰다.

그로 인해 그들이 결국은 용구절천수를 익히기 위해 황룡문에 몸을 의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용구절천수라……. 확실히 황룡문에서도 수준이 낮은 비급은 아니지.”

말하자면, 보법에 있어서 운해황룡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수공이었다. 한데 이것이 어찌해서 이들이 임무를 맡았던 이의 품속에 있었을까?

당신들이 했다는 그 일, 무슨 일이었지?“

“양천 땅에서 이름을 날리는 도둑놈을 잡는 일이었습니다. 무영비객(無影飛客)이라는 놈이었는데, 무공은 별거 없지만 일신의 경공과 은신술이 대단하여 잡기 어려운 놈이었지요.”

“그 대단한 놈을 당신들이 잡았다? 아, 물론 당신들의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은신술이 대단하다며?”

그의 말에 장석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가 숨어 있는 안가를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운이었지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는데, 거기서 그의 비밀 안가를 발견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이걸 찾았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이거 말고 다른 비급은 혹시 없었어?”

장석지가 고개를 흔든다.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 비급은 이것 단 하나뿐이었다. 아무래도 그곳은 무영비객이 훔친 비급을 모아두는 안가가 아니라 재화를 모아두는 안가였을 것이다.

“그 자리에는 많은 재화가 있었지만, 무공은 이것 단 하나였습니다.”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날리는 도둑들은 대부분 자신이 훔친 것을 종류별로 보관해 둔다.

한데 이것을 비급을 모아두는 곳에 가져가지 못했다면 아마도 근처에서 훔치고 이송하는 도중이었을 것이다.

‘그 근처에 황룡문과 관계된 것이 있나?’

잘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이 비급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운은 비급을 들어 넘겼다.

이것은 분명한 진본이다. 부정할 수 없는 진본. 초조한 표정으로 자운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태원삼객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좋아, 일단은 합격.”

자운이 비급을 품으로 갈무리하며 말했다.

“지금부터 이 둘이 너희에게 황룡문의 기본 심법과 검법을 알려줄 거다. 그리고 그것들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었을 때, 그때 내가 직접 용구절천수를 수련시켜 주도록 하지.”

자운이 말을 마치며 손가락으로 지풍을 쏘아 보냈다.

핑― 핑― 핑―

세 줄기의 지풍이 허공을 가르며 그들의 귀 아래 머리카락을 잘라 내린다.

탁자 위로 떨어져 내리는 그들의 머리카락. 자운이 몸을 돌리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했다.

“명심해. 배신은 죽음이야.”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탁자 위에 남긴 장인(掌印)을 손가락으로 한번 꾸욱 누르고 나갔다.

태원삼객의 시선이 단번에 그쪽을 향하고, 선명하게 남아있는 장인이 눈에 보인다.

배신을 하면 언제든 이런 지풍과 저런 장인을 남겨주겠다는 말.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자운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잘 해보도록 해.”

‘배신하는 순간, 예라고 답한 그 입을 세로로 찢어주지.’

방을 나온 자운을 총관이 따랐다.

‘양천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있을 곳은 아닌데?’

애초에 산서가 바로 섬서의 옆이라고는 하나, 황룡문이 산서까지 뻗어 나간 적은 없었다. 한데 섬서와 가까운 곳이 아니라 오히려 하북에 가까운 양천에서 황룡문의 비급이 발견되다니…….

자운이 고개를 갸웃하고 움직였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하오문을 통해서 정보를 알아보든지 그렇지 않으면 직접 가든지 해야겠다.

“여기, 부탁하신 정보입니다.”

자운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총관이 자운을 향해서 문서 하나를 들이민다. 하오문에 부탁해 둔 정보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이렇게 나온 모양이다. 자운이 그것을 받아 들며 총관에게 말했다.

“매번 고마운데, 수고를 한 번 더 해줘야겠어.”

하오문의 사람들은 대부분 눈치가 빠르다. 총관은 이번에 자운이 부탁할 것이 무엇인지 대번에 알아채었다.

“양천에서 황룡문과 관계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바로 그거야. 가능하겠지?”

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오문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그렇지. 그럼 믿고 기다리겠어.”

자운은 그에게 아무렇게나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눈앞에 넘겨받은 자료를 살펴보았다.

사실 황룡문의 검은 특별한 방법으로만 제작할 수 있다.

지금 자운의 허리춤에 있는 것은 그 특별한 방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모양만 대충 흉내 낸 검이었다.

그리고 그 특별한 검의 제작법을 알고 있는 대장장이, 그것이 자운이 하오문에 부탁했던 정보다.

지금 자운의 손에 그것이 들려 있다. 본래 황룡문에는 검을 제작하는 철기방이 있었다.

한데 그것이 시간이 지나며 황룡문이 점점 약해짐에 따라 황룡문에서 분리 되었다.

그리고 황룡문에서 분리된 철기방은 무림으로 흘러들어갔고, 당금 황룡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철방이 되었다.

하지만 대장장이의 기술은 대대로 이어지는 법이다. 황룡문의 검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대장장이. 자운이 서류를 넘겼다.

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내용, 자운이 그것을 소리 내어 읽었다.

사천성(四川省) 중강(中江) 평가철방(平家鐵房).

자운이 서류를 덮었다. 탁 소리가 나게 서류가 덮이고, 자운의 시선과 남서쪽을 향했다.

그쪽은 사천성이 있는 방향이었다.

“사천에도 한번 다녀와야겠네.”

사천성 성도에는 만독(萬毒)의 조종이라 불리는 가문이 있다. 다른 오대세가에 비해서 그 폐쇄성이 짙으며 사천의 패자라 불리는 가문, 사천당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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