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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난신-11화 (11/175)

# 11

운산은 내공과 외공 수련을 효율적으로 하여 균형있는 고수를 만들어야겠지만, 우천은 내공에 좀 더 비중을 두어 내공의 고수로 만들면 성장이 더욱 빠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공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운이 곧 그들의 맥에서 손을 떼고 먼저 운산의 등을 짝 하고 때렸다.

“야, 가부좌 틀어봐.”

“예엣? 왜 그러십니까?”

“짜식이, 대사형이 틀어보라고 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그냥 하는 거야. 해봐.”

자운의 말에 운산은 찜찜한 마음이 드는 와중에도 가부좌를 틀었다. 자운은 그런 운산의 등 뒤로 가서 앉았고, 그의 등에 손바닥을 대었다.

“지금부터 내 기운이 네 몸속으로 들어갈 거다.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그리고 이거 물어.”

자운이 운산에게 천으로 묶은 나무토막 하나를 내밀었다. 입에 물기 딱 좋은 크기. 운산이 자운에게서 나무토막을 받아들며 묻는다.

“이게 뭡니까?”

“아아, 별거 아닌데, 지금부터 할 게 좀 아파서. 엄살이 심한 너희들이 비명이라도 지르면 큰일이거든. 그래서 물고 있으라고.”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나무토막을 빼앗아 강제로 입에 물렸다.

이어 자운의 손바닥에 웅혼한 내공이 감싸고 돌았다. 내공은 장심을 향해 뭉치고, 가장 먼저 뻗어 나간 내공이 운산의 맥을 휘감았다.

앞으로 몰아칠 노도와 같은 내공에서 얇고 약한 운산의 기맥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 엄청난 해일이 기맥 속에서 굽이치기 시작했다.

해일은 거대한 내공의 파도가 되어 거침없이 운산의 몸속을 헤집는다.

운산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커억!’

입에는 다행히 천으로 감싸인 나무토막을 물고 있었기에 비명이 새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속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 온몸의 육본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듯하다.

‘어, 엄살이 안 심해도 이 정도면 죽겠습니다, 대사형!!’

자운에게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으나 이를 악물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운이 무지막지한 내공으로 운산의 몸을 벌모세수해 주고 있는 것이다.

노도와 같이 휘몰아치는 내공이 운산의 몸을 주천하기 시작한다.

그 순서는 황룡문의 내공심법과 같은 순. 익숙한 순으로 내공이 돌아가고, 운산은 자신의 몸을 천천히 관조했다. 자운의 내공이 온몸으로 스며들어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낸다.

내보내지 않는 것은 내공이 힘으로 찍어 눌러 태워 버렸다.

‘이것이 대사형의 내공.’

도대체 얼마나 끝도 없는 내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인가?

그로서는 감히 측량도 할 수 없는 내력의 깊이였다.

자운의 내력이 운산의 몸속에 불순물을 걸러내고, 사지백해로 뻗어 나갔다. 이것을 행하는 자운 역시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그의 볼이 잘게 떨린다. 내력이 충분하다고는 하지만 아기도 아닌 다 자란 운산의 몸을 벌모세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운의 내력이 막혀 있는 얇은 기맥을 모두 뚫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임독양맥. 자운의 내공은 임독양맥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빠져나와 자운의 팔을 타고 단전으로 돌아갔다.

‘임독양맥은 스스로 뚫어야 하는 일이지.’

임독양맥을 뚫을 수 있다면 대번에 고수가 될 것이 분명하나 잘못 건드리면 폐인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혈맥이다.

그렇기에 자운은 임독양맥을 건드리기보다는 그저 내버려두는 것을 택했다.

모든 내공이 자운의 몸속으로 돌아오고, 자운은 큰 숨을 내뱉었다.

“푸하! 힘들다.”

자운은 곧 운산의 등에서 손을 떼며 손을 탈탈 털었다. 그리고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 우천을 바라보았다.

“너도 해달라고?”

“예? 에… 꼭 그런 건 아니고, 할 수 있으면…….”

우천의 모습에 자운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막 운공에 빠져든 우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 맥을 잡아봤는데, 넌 할 필요 없는 거 같더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놈은 맥이 좁고 약했어. 넌 튼튼하고 불순물도 얼마 없었으니까 한 반년 정도만 하면 알아서 사라질 거다.”

그게 정말이냐는 듯 바라보는 우천의 등을 짝 소리가 나게 때렸다.

“정말이니까 너도 할 것 없으면 운공이나 해.”

운산이 깨어난 것은 두 시진이 조금 못 흘러서였다.

“어때?”

자운의 질문에 운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원래 다 그런 거야. 잘 모르겠는 거야. 그럼 아무 무공이나 하나 펼쳐 봐.”

자운의 말에 운산이 검을 뽑아 황룡문의 무공을 펼쳤다. 허공에 검이 수놓아지고, 운산의 내력이 검로를 쫓는다.

한차례 바람이 불었다. 검과 함께 바람이 대번에 쏘아진다. 내공이 이전과는 다르게 물 흐르듯 움직인다. 끊어짐도 없었고, 내공의 수발이 한결 편해진 느낌이다. 운산이 감탄을 터뜨렸다.

“아!”

“어때? 나쁘지 않지?”

운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 좀 힘든 거니까 앞으로 칼질 열심히 해라.”

‘너희가 칼질을 열심히 해야 내가 좀 편해진다.’

속마음은 숨기고 득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자 운산이 감격한 표정을 했다.

“대사형…….”

운산이 감동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자운의 콧대가 한껏 높아졌다.

“이 대사형의 위대함을 좀 알겠냐?”

“존경합니다, 대사형!”

운산이 자운을 끌어안으려 했다. 그런 운산의 행동에 자운이 기겁하며 물러섰다.

“이놈이 징그럽게 왜 이래!”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때리려는 요량. 하지만 운산은 계속 해서 감격한 눈빛으로 자운을 향해 걸어갔다.

“야, 인마! 오지 마라. 남자 놈한테 취향 없다. 취향 없다고!”

운산과 자운이 한참 그것으로 실랑이하고 있는 동안 뒤늦게 운기에 빠져들었던 우천이 깨어났다. 그리고는 운산과 자운을 향해 묻는다.

“뭣들 하고 계신 겁니까?”

“닥쳐! 아무것도 아니니까!”

운산에게 향하던 주먹질이 대번에 우천에게로 방향을 바꾸었다. 자운의 주먹질을 그대로 맞은 우천이 뒤로 벌렁 넘어졌다.

“크엑!”

비명을 지르는 우천을 뒤로하고 운산을 간신히 떼놓은 자운이 물었다.

“그것보다 흑령문이 뭐하는 곳이냐?”

제6장

자운이 황충에게서 가지고 온 돈을 운산과 우천 앞에 던져 주었다.

터엉―

묵직한 금자가 그들의 앞으로 떨어지며 마루가 한 차례 잘게 떨렸다. 운산과 우천은 처음에는 이게 무엇인가 하는 눈빛을 보이다가 자루를 열어보고는 기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무슨 돈입니까!?”

“금자다, 금자!”

우천에 비해서 운산이 조금 더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운산은 우천을 바라보며 누구를 닮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착각이겠지.’

아니길 빌었다.

“뭐긴, 누런 벌레한테서 가지고 온 거지.”

자운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 돈을 다 가지고 왔다고요?”

“아니. 그럴 리가? 아쉽게도 기명 전표는 내가 쓸 수가 없어서 현금만 들고 나왔지.”

자운이 손바닥을 탁탁 치며 말했다.

“자, 그걸로 지금부터 문파를 복구하도록 한다. 알겠냐?”

“이걸로요?”

자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무너진 담벼락도 새로 만들고 문파 정비도 좀 하고, 총관 같은 것도 좀 받아들여.”

운산이 눈앞에 있는 돈을 눈으로 대충 헤아려 보았다. 이정도면 자운이 말한 정도의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은 것은 무너져 내린 건물들과 그 이후의 유지비. 그것들을 보충하면 될 터였다.

“이 돈을 다 쓰면 유지비는 어디서 구합니까?”

“왜, 그거 있잖아. 흑우파한테 넘겨받은 영업장들. 정리할거 정리하고 나서 몇 개 남진 않겠지만, 그 정도면 뭐 어느 정도는 충당이 되겠지. 나머지는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정확하게 말하면 넘겨 받은 것이 아니라 빼앗은 거지만 운산과 우천은 딱히 그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하지 않았다. 많은 날을 함께 보낸 것은 아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자운의 성격이 눈에 보이기 때문. 우천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럼 문주는 대사형이 하는 건가요?”

우천의 물음에 운산 역시 자루에서 돈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다시 단단히 묶다가 고개를 들어 자운을 바라보았다.

자운은 우천의 물음에 턱을 잡았다.

“흠.”

솔직히 문주 자리에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리저리 귀찮은 일처리를 도맡아야 할 테니 별로 하고 싶은 일도 아니다. 자운이 눈으로 찬찬히 우천과 운산을 바라보았다.

만약 다른 녀석에게 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운산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데…….

‘이놈, 너무 약해.’

자운이 입맛을 쩝 다셨다. 일파의 문주라고 하기에는 운산의 실력이 형편없었던 것. 자운이 입맛을 쩝쩝 다셨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 귀찮은 일을 도맡아해야 할 듯하다.

자운이 큰 소리가 나도록 손바닥으로 탁자를 때렸다.

짝―

“문주는 모르겠고, 당분간은 내가 문주 대리를 하도록 하지. 문주야 문파가 안정된 후에 뽑아도 늦지 않을 거야.”

‘너 강해지고 나면.’

자운이 운산을 보며 속마음은 숨기고 말했다.

고작 문도 셋. 여기서 문주를 정한다는 것도 조금은 웃긴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마친 자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산이 자운을 바라보았다.

마치 뭐하러 가느냐고 묻는 듯한 표정. 자운이 우천을 불렀다.

“우천아, 너 저번에 내가 준 흑우파 사업장, 그거 분류할 건 다 분류했지?”

우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불법적인 도박장이나 사채 같은 건 따로 분류를 했고, 관의 허락이 떨어진 도박장이나 기루는 그대로 놓아두었습니다.”

자운이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넌 나랑 같이 좀 가자. 운산 너는 그거 계획 좀 세워놓고.”

“어디를 말인가요?”

같이 가자는 말에 우천이 물었다.

“그놈들이 그냥 사라져 하면 곱게 사라지겠니? 가서 좀 털어줘야 사라지지.”

자운이 두 주먹을 흔들었다.

사실 불법적인 도박장 따위를 뿌리 뽑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놈들은 질길 뿐만 아니라 사파 하나 둘 과는 꼭 인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자운과 우천이 지금 찾아가는 도박장은 아니었다. 몇 개의 도박장을 정리하면서 느낀 것인데, 흑우파가 사라져 버린 지금 그들은 배 째라는 식으로 장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주먹 몇 번 휘두르면 사라질 것들이 사람 귀찮게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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