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신공-2235화 (1,992/2,000)

2235화.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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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겁니까?”

한립은 입을 열지 않고 의식을 통해 직접 윤회 전주와 소통했다.

“우리는 어떤 의미로 보면 같은 사람이다. 그러니 서로의 법칙이 더욱 쉽게 공명을 하는 것이지. 게다가 연신술 7성은 본래 타인과 의식을 연계할 수 있으니, 우리 둘의 영역이 융합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윤회 전주 역시 의식을 통해 답했다.

한립은 윤회 전주가 그에게 연신술을 내주었던 숨겨진 의도를 알아차렸다.

“난 네게 악의가 없다. 모든 건 고혹금에게 대항하기 위해서였지. 나를 도와 고혹금을 없애주어 내 원한을 풀어주기만 한다면 앞으로 윤회전을 내줄 수도 있다.”

윤회 전주가 그의 경계심을 느끼고 즉시 해명했다.

“오늘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중 일은 나중에 이야기하지요.”

한립이 고개를 저었다.

마음이 통하는 상태라 윤회 전주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쉽게도 그는 권력에 큰 열망을 갖지는 않았다.

게다가 고혹금은 시간법칙을 둔 대도쟁투 때문이라도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세상천지에 시간도조는 오로지 하나였기에!

게다가 그의 어깨에는 미라노조의 유언도 있지 않은가.

수결을 맺은 한립은 시간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검 형태의 금빛을 사방으로 쏘아 고혹금의 영역을 헤집었다.

금빛 속에는 불길, 물줄기, 금속, 나무, 모래 등 다섯 가지의 허상이 떠서 극히 강대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한립의 마음을 읽고 안심한 윤회 전주도 즉시 윤회영역을 강화했다.

굵직한 암홍색 빛이 그의 영역에서 뻗어 나가 한립의 영역 안의 검빛을 감쌌다.

한립과 윤회 전주는 온 힘을 다해 서로의 법칙을 융합했다.

쿠르릉!

금색 검빛이 봄비를 맞은 새싹처럼 무럭무럭 자라 검날과 손잡이 등이 생생하게 보였다.

수십 배로 커진 금색 거검들은 윤회법칙을 상징하는 암홍색 문양을 품고 있었다.

쇄애액!

고혹금의 금색 영역이 찢어지면서 웅장하던 영역이 찢어진 천처럼 나부꼈다.

놀란 마주도 바로 영역을 펼쳐, 은색 거인들로 사방의 금색 영역을 공격했다.

마주의 매우 고강한 수법을 한립, 윤회 전주가 법칙 융합을 한 것과 비교하자 갑자기 약해보였지만 그래도 지존법칙 중 하나라 모종의 공명 현상을 일으켰다.

고혹금의 금색 영역이 급격히 흔들리며 붕괴될 것 같았다.

안쪽에서 금빛이 출렁이며 찢어진 구역을 복구하려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한립과 윤회 전주가 의기투합해 더욱 영역에 힘을 실었고 검빛은 더욱 만발했다.

쿠쿠쿠쿠쿵!

드디어 금색 영역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무수히 많은 금빛 알갱이로 흩어졌다.

그렇게 드러난 고혹금을 본 한립 등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고혹금의 허리 아랫부분이 놀랍게도 혼돈 소용돌이 안에 녹아들어 상반신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남아 있는 상반신에도 피부 가득 문양이 가득해 공포스러웠다.

윤회 전주와 마주가 고혹금의 모습에 놀란 눈빛을 했고, 한립은 놀란 와중에도 이상하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대라의 경지에 이른 후, 시시각각 머리 위에서 그를 내리누르던 중압감이 있었다.

마치 그가 더 높이 날아오르지 못하게 막는 벽이 있어 시간도조가 되는 길을 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혹금이 이미 시간도조였기에 시간법칙을 익히는 그의 앞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그 중압감이 사라졌다.

“설마…….”

한립은 한 가지 추측을 하고 격동했다.

“늦었다. 이제 나는 대도로 돌아가 어떤 법칙도 침투할 수 없는 혼돈법체(混沌法體)가 될 것이다. 너희가 나를 어쩔 것이냐? 으하하……. 하하하하!”

늘 단정하던 고혹금은 미친 사람처럼 두 팔을 붕붕 휘두르면서 웃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세계의 근원과 같은 힘이 폭발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웅장한 기세를 드러냈는데, 그 안에 각기 다른 법칙 파동이 섞여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시간법칙이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법칙들이 혼재해 있었다.

“고혹금은 미쳐버린 것 같습니다.”

눈을 부릅뜬 마주가 중얼거렸다.

“혼돈의 힘을 체내에 받아들이다 견디지 못하고 실성한 것 같군요. 이대로 가다간 혼돈법칙을 장악하고 말 거예요. 그가 혼돈법칙을 장악한 후에는 우리 셋이 힘을 합쳐도 그의 적수는 못될 겁니다.”

윤회 전주의 전음이 한립과 마주의 머리에 울렸다.

말을 마친 그는 고혹금을 향해 달려들었고, 흠칫 놀란 한립과 마주도 그를 따라붙었다.

그들을 바라본 고혹금은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저었다.

혼돈 소용돌이가 맹렬히 떨리고 수백 수천 개의 갈색 화살 허상들이 쏘아져 나왔다.

각각의 길이가 백 장에 달하는 화살들이었다.

화살에 속한 네 가지 법칙 중에서 두 개는 분명하게 구분이 되는 시간법칙과 공간법칙이었고, 나머지 두 개는 하나로 융합된 바람법칙과 뇌전법칙이었다.

바람법칙의 속도에 시간법칙과 공간법칙이 더해지니 갈색 화살 허상들은 불가사의하게 움직여 세 사람 앞에 나타났다.

앞 다투어 달려들던 한립 일행은 화살 허상에 부상을 당하기 직전이었다.

“멈춰라.”

마주가 한립과 윤회 전주 앞으로 나서 수결을 맺고 허공을 가리켰다.

전방 수만 리 허공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은빛이 나타나 갈색 화살 허상들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화살 허상은 네 가지 법칙이 동시에 폭발해 응결된 공간을 깨부수고 날아들었다.

그 시간의 틈에서 한립과 윤회 전주는 영역의 힘을 이용해 금색 검빛을 일으켰다.

이어 하늘을 가득 채운 금빛과 암홍색 빛이 갈색빛과 교차해 하늘도 놀랄 것 같은 폭음을 터트렸다.

허무(虛無)로 돌아간 인근 공간이 출렁이자 혼돈 소용돌이도 영향을 받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금색 검빛들은 빠르게 갈색 화살 허상들을 갈랐지만, 그만큼 검빛들도 상했다.

한립과 윤회 전주가 동시에 수결을 맺어 선령력과 법칙의 힘을 미친 듯이 영역으로 주입했다.

쿵!

그들의 영역은 빠르게 퍼져나가 고혹금을 둘러싸고 거대한 검빛 허상으로 상대를 노렸다.

동시에 고혹금 옆 허공에 마주가 나타나 손을 까딱였다.

이미 텅 비어버린 공간에 은빛 균열들이 나타나 공간균열과 비슷한 광경을 만들었다.

이런 은색 균열들이 내뿜는 공간법칙의 위력은 어떤 공간균열보다도 강했다.

공간이 부서져 허무로 돌아갔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허무 공간이야말로 또 하나의 더욱 견고한 공간이었다.

그런 허무 공간을 갈라서 만든 공간균열의 위력이 강한 것은 당연했다.

마주의 손짓에 수많은 공간균열이 고혹금을 향해 다가갔다.

세 사람의 맹공을 받은 고혹금은 얼굴에 어린 광기가 더욱 심해졌다.

그는 스스로 왼쪽 팔을 길게 그어 대량의 피를 아래쪽 혼돈 소용돌이로 흘려보냈다.

웅웅!

은은하게 핏빛을 두른 혼돈 소용돌이는 더욱 빠르게 커졌다.

고혹금이 멀쩡한 오른손으로 수결을 맺어 휘두르자, 혼돈 소용돌이에서 불타오르는 돌덩이들이 나와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면서 유성처럼 금색 검빛과 은색 공간균열로 떨어졌다.

불타는 돌덩이들은 9가지나 되는 각기 다른 법칙의 힘을 품고 있었다.

카카캉!

불타는 돌덩이와 검빛, 공간균열의 충돌에 일대가 바글바글 끓는 불바다가 되었다.

9가지 법칙의 힘이 교차하니 검빛과 공간균열도 그 안에서 흩어져 잡아먹혔다.

공간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힘에 맞아 세 사람은 휘청거리며 튕겨 나갔다.

그 모습에 고혹금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양손을 펼쳤다.

그러자 진동하는 혼돈 소용돌이 속에서 집채만 한 뇌전들이 빠져나와 세 사람을 쫓았다.

여러 법칙의 힘이 혼합된 것이 아니라 혼돈의 기운만 충만한 뇌전빛 안에는 저마다 미세한 세계(世界)를 품고 있었다.

“저건 혼돈신뢰(混沌神雷)! ……피하세요!”

안색이 급변한 윤회 전주가 한립과 힘을 합칠 틈도 없이 양손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앞에 나타난 육도윤회반이 여섯 줄기의 암홍색 빛 속에서 칠흑과 같은 구멍을 만들어 윤회 전주를 감싸고 뒤로 물러났다.

한립과 마주는 혼돈신뢰의 위력이 어떤지 잘 몰랐지만 윤회 전주가 기겁하는 것을 보고 서둘러 피하며 각자의 방어술을 펼쳤다.

양손을 펼쳐 꿈틀거리는 허무 공간으로 몸을 두른 마주는 반투명한 고치로 변신했다.

고치 내부는 이공간으로 분명히 안쪽이 두 눈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극히 먼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결을 맺은 한립은 영역을 급격히 수축해 겨우 열댓 장 크기로 줄여 아주 진한 색깔의 견고한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금빛이 번쩍인 뒤 상서로운 금빛 구름, 불후금운이 떠올라 그를 감싸 안았다.

한립이 막 대비를 마쳤을 때 전방 허공에 시공간 한계를 뛰어넘은 것 같은 혼돈신뢰가 나타나 영역과 충돌했다.

세상이 삽시간에 혼돈으로 물들고 세상을 멸할 것 같은 격동적인 힘이 뇌전빛에 스며들어 허무 공간을 다시 한번 무너트렸다.

한립 스스로 더없이 튼튼하다고 여기던 영역은 잠깐도 버티지 못했고, 뇌전빛은 불후금운으로 쇄도했다.

금색 구름이 부들부들 떨리며 북북 찢겨 점점 희박해져 갔다.

불후금운도 눈 깜짝할 사이에 아주 얇은 한 겹밖에는 남지 않았다.

가슴이 서늘해진 한립은 그제야 혼돈신뢰의 위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윤회 전주가 혼돈신뢰를 보자마자 부리나케 달아난 까닭을 깨달은 것이다.

이건 도저히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공격이 아니었다.

기합을 넣은 그는 전력으로 대오행환세결을 운용해 시간법칙의 힘을 불후금운 속으로 들이부었다.

이어서 다섯 개의 몽롱한 금빛이 그의 몸에서 빠져나와 진언보륜, 광음정병, 환진사루, 단시횃불, 동을신목으로 변해 강대하기 짝이 없는 시간법칙을 방출했다.

인근 허공이 왜곡되며 금색 소용돌이를 이루어 시공간 통로처럼 시간법칙의 힘을 퍼트리며 접근하는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었다.

한립의 몸에 검은 문양과 비늘이 떠올라 머리 12개, 팔 36개가 달린 천살마신으로 변신했다.

혼돈신뢰는 멈추지 않고 격노한 파도처럼 금색 소용돌이 위로 떨어졌고, 휘청거리는 금색 소용돌이는 폭풍을 만난 돛단배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게다가 한립이 어떻게 금색 소용돌이에 힘을 실어도 혼돈신뢰의 뇌전빛은 집어삼키지 못했다.

혼돈신뢰가 금색 소용돌이 주변부를 터트려 진언보륜 등의 시간 물건들이 떠올랐다.

수많은 혼돈신뢰가 다섯 가지 시간법칙 물건들을 향해 작열했다.

콰차착!

시간법칙 물건들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색이 창백해진 한립은 울컥 피를 토하고 분노했다.

“이럴 수가!”

진언보륜 등 시간물건들을 응결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이 보물들과 함께 얼마나 많은 강적을 처리했는데 이렇게 쉽게 부서질 수 있단 말인가!

다른 때였으면 어차피 부서진 것 시간을 들여 다시 응결하면 되겠지만 고혹금과 결전을 벌이는 중인 지금은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사라진 것과 같았다.

금색 소용돌이의 붕괴에 한립을 둘러싼 불후금운도 광채를 잃고 더욱 얇아졌다.

훼멸의 힘이 그 사이로 스며들어 그의 몸을 침식하고 있었다.

천살마신으로 변신한 상태인데도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모골이 송연해진 그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 없이 남아 있는 시간법칙을 전력으로 운용하며 천살진옥공을 펼쳤다.

하늘을 찌를 듯한 검은 빛이 그의 몸에서 폭발해 압도적인 힘으로 훼멸의 힘을 밀어냈다.

바로 그때 불후금운이 모두 흩어지며 대량의 혼돈신뢰가 몰아쳤다. 괴성을 지른 한립은 36개의 팔을 고공을 향해 휘둘렀다.

금색 주먹 허상이 함유한 힘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혼돈신뢰는 작은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

한립 위로 대량의 혼돈신뢰가 쏟아졌다.

콰콰콰콰콰…….

36개의 팔이 모조리 터져 피와 살 그리고 비늘들이 난무하고 살점이 얼마 남지 않은 몸에 새까만 뼈가 드러났다.

뼈에 천살의 몸에 가장 강력한 기운이 축적되어 있고, 마지막 남은 시간법칙으로 골격 안쪽을 지키지 않았으면 이마저도 전부 터져나가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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