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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2229화 (1,986/2,000)

2229화.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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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요지승경의 분위기는 팽팽하게 당겨진 실과 같았다.

마족과 요족 대군이 압력을 가하자 백운 도조 등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창오진군 등은 떠나고 이원구와 적융이 배반해 도조의 수만으로 따졌을 때 천정이 열세였다.

각 종문 수사들 중 대라경 이상의 중견 실력자들도 거의 다 떠나고 남은 이들도 고민이 많은 얼굴이었다. 이대로라면 천정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할지 의문이었다.

“지존 대인, 형세가 불리하게 돌아갑니다.”

“상관없습니다.”

백운 도조가 전음으로 하는 말에 고혹금은 여전히 덤덤하게 답했다. 그걸 본 백운 도조 등도 마음을 정했다.

오랜 세월 천정을 다스려 진선계를 통치한 그가 상관없다면 대응책이 있다는 소리였다.

“전주의 지략에 탄복했습니다.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천정의 전력을 와해시키고요.”

고혹금은 윤회 전주를 칭찬하며 입을 뗐다.

“도의에 어긋나는 행실에 사람이 따르지 않는 걸 어쩌겠습니까. 당신 자신의 업보입니다.”

냉소를 지은 윤회 전주가 소매를 펄럭였다.

만장 높이에 수십 장 폭을 지닌 암홍색 빛기둥이 천정 수사들을 향해 퍼져나갔다!

고혹금은 수결을 맺은 손에서 가느다란 금빛을 방출해 웅장한 암홍색 빛기둥을 막았다.

치직!

가벼운 소리와 함께 암홍색 빛기둥이 녹아 사라지고, 가느다란 금빛도 어둑하게 변해 종적을 감추었다.

윤회 전주가 공격을 시작하자 마주와 백택 등도 명을 내려 마역과 만황계역 대군이 홍수처럼 천정 대군을 향해 쏟아져 내리게 했다.

“출격!”

수적으로 밀리는 백운 도조 등도 공격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쌍방의 격돌에 조용하던 요지승경 안이 요란한 빛과 소리로 가득 찼다.

각기 다른 영역들이 중첩되면서 경천동지할 폭음과 함께 요지승경의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갔다.

공간은 거울처럼 깨져 공간 난류가 들이치고, 모든 것이 사라진 잿빛 허공만이 전쟁의 여파를 견뎌냈다.

천궁 대륙이 하늘부터 땅까지 진동하고 있었다.

천정이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동안 다스리며 대륙을 견고하게 다져 와서 부서지지는 않았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수사들은 더욱 거리를 벌렸다.

그때 쌍방의 도조들이 움직였다.

마역에서는 마주를 제외한 네 명의 도조들이 빛줄기로 변해서 돌진했고, 만황계역에서는 백택 등 3인이 번개처럼 나섰다.

상반되게 이원구와 적융은 윤회 전주 옆에 서서 고혹금을 노려보며 움직임이 없었다.

“마역 쪽은 여연 수사와 은명 도조에게 맡겨도 되겠습니까?”

고혹금이 진여연과 은명 도조에게 말했다.

“소녀 천정칠군의 일인으로 천정을 위해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의 수가 많고 마주도 있으니 우리 두 사람만으로 충분치 않을 겁니다. 지존께서 조만간 나서주셔야 합니다.”

진여연이 앵두 같은 입술을 달싹였다.

“알겠습니다.”

고혹금이 미소 지었다.

남색 빛줄기로 변한 진여연이 마역의 네 도조들을 향해 날아올랐다.

팟!

그녀의 손짓에 화려한 남색 고리가 떠올랐다.

남색 고리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여든한 마리의 용 모양 빛을 퍼트려 진한 물의 파동을 지닌 남색 진룡(眞龍)을 만들어냈다.

81마리 남색 용들이 교차하며 커다란 진법을 형성해 마역의 네 도조를 둘러싸려 했다.

은명 도조도 두 손을 떨쳐 검은 그림자들을 불러냈다.

검은 그림자들은 실체가 있지 않았지만 환영도 아니면서 사람의 마음이 가는 대로 모습이 바뀌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검은 그림자들이 마역의 네 도조를 향해 쇄도했다.

“천마법칙은 변화무쌍하고 사람의 이성을 잃게 하니 나와 근 형이 막고, 하란과 구령 수사는 진여연을 상대하면 될 듯합니다.”

마역의 네 도조 중에서 말라비틀어진 시체처럼 생긴 사내가 매혹적인 여인과 백의 뚱보 여인에게 말했다.

“진여연은 천정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강한 여인이라 이름나 있죠. 오늘 그 실력을 확인해 봐야겠네요.”

매혹적인 여인이 진여연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팔을 휘저었다.

수백 개의 흑자색 빛이 뻗어 나가 통나무 굵기의 덩굴로 변해 그 끝에 집채만 한 흑자색 꽃봉오리를 맺었다.

매우 아름다운 꽃송이였지만 꽃잎에 날카로운 바늘이 달려 보는 이의 마음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수백 송이의 흑자색 마화(魔花)가 진여연이 만든 남룡대진(藍龍大陣)으로 쏘아져 나갔다.

둘의 충돌로 남색빛과 보랏빛이 만발하고 잿빛 허공이 극심하게 흔들거렸다.

백의 뚱보 여인은 힐끗 은명 도조를 보고 못마땅한 눈빛이었으나 그녀가 천마법칙을 상대로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콧방귀를 뀐 그녀는 뚱뚱한 몸을 굴려 검은 폭풍 덩어리를 만들어내 무수히 많은 검은 바람기둥을 그 안에서 발사했다.

이어 짐승의 울음소리와 함께 비대한 검은 짐승이 검은 폭풍 속에서 몸을 드러냈다.

핏빛 눈이 9개나 박힌 사자의 머리에 도마뱀을 닮은 몸, 그리고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통보다 큰 날개를 지닌 괴수였다.

검은 괴수의 날갯짓에 검은 폭풍이 배로 불어나 진여연의 남룡대진을 강타했다.

네 명의 도조들은 거의 천외역에 닿을 정도로 높이 올라가 싸웠기에 그들의 전투는 아래쪽 대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간시(干尸) 사내와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황삼 사내도 은명 도조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문을 외워 별안간 만 장 가까이 커진 간시 사내는 말라비틀어져 있던 피부가 누렇게 차올랐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노란 물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와 시체의 진물처럼 역한 느낌을 주었다.

만장 간시가 두 손으로 허공을 쥐자 노란 손톱빛이 튀어 나가 하늘을 뒤덮은 검은 그림자들을 갈기갈기 찢었다.

간시 사내는 백의 뚱보 여인처럼 천마의 통제를 받지 않고 몸을 반짝거리면서 아무렇지 않게 은명 도조를 향해 접근했다.

황삼 사내는 그보다 더 빨라서 장검을 뽑아 회백색 검빛으로 허공을 갈랐다.

은명 도조 앞에 천 장에 달하는 회백색 검빛이 소리 없이 나타나 그의 머리를 찔러 들어왔다.

강렬한 기운을 발산하는 검빛은 죽음의 기운이 진득하게 묻어 있었고, 주변의 모든 것이 회백색 빛에 물들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미간을 찡그린 은명 도조는 그 사망 검빛을 경계하는지 발아래로 육망성진(六芒星陣)을 펼쳤다.

은명 도조가 번득 사라지고 육망성진의 여섯 모퉁이에서 동시에 6명의 은명 도조 신영이 나타났다.

6개의 신영은 같은 모습에 같은 기운을 지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었다.

황삼 사내의 텅 빈 눈에 파문이 일더니 손목을 털었다.

회백색 검빛이 6개로 갈라져 여섯 명의 은명 도조에게 날아갔다.

6명의 은명 도조가 수결을 맺어 억만 귀물들이 울부짖는 듯한 귀곡성이 울리게 했다.

하나씩 나타난 검은 통로에서 거의 무한한 역외천마들이 쏘아져 나와 황삼 사내와 간시 사내를 막고 있었다.

각각의 역외천마가 대라경의 기운을 내뿜으며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편, 백운 도조, 난쟁이 노인, 설의 사내는 만황계역의 세 도조들을 향해 날아갔다.

번쩍번쩍하는 강렬한 빛에 가려 그들의 신영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굉음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이 분명했다.

천정은 도조들끼리의 싸움에서는 마역과 만황계역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내고 있었지만 그 이하의 수행을 지닌 수사들은 쌍방의 전력 차이가 너무 났다.

천정 수사들은 어쩔 수 없이 한곳에 모여 방어진법을 펼치고 힘겹게 적을 막고 있었다.

역전을 꾀할 기회가 없다면 그렇게 힘을 소모하다 모두 죽게 될 터였다.

“전투에서는 윤회전이 승기를 잡은 것 같군요. 그나저나 윤회 전주가 고혹금을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창오진군 등이 멀리 서서 전투상황을 관찰했다.

“고혹금을 이대로 두면 진선계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은 분명한데 말입니다.”

풍 씨 도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도 윤회 전주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고혹금을 제압하면 진선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고, 후에 우리에게도 다른 길이 생길 겁니다. 소문으로 듣자니 윤회 전주의 성품이 나쁘지 않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 거만한 요족과 마족들이 그와 힘을 합치지도 않았을 테고요.”

휘, 손을 저어 방음 결계를 친 견사음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풍 씨 거한은 눈만 반짝이고 대답 없이 창오진군을 쳐다보았다.

“견 수사, 윤회전을 위해 아주 열과 성을 다하십니다?”

잠시 침묵하던 창오진군이 웃음을 흘렸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까도 남몰래 윤회 전주를 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들이 광장에서 벗어나게 유도한 것을 압니다. 최근 대량의 선원석을 들여 천음선역(天陰仙域)의 천만리 산맥을 구해 종문을 세울 준비를 하신다고요? 내 추측이 맞다면 그 자금은 윤회전이 대준 걸 겁니다.”

창오진군의 말에 견사음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풍 씨 도조는 놀란 눈으로 그런 견사음을 보고 있었다.

“뭐, 견 수사뿐 아니라 요지승경을 떠나기로 결정한 종문의 상당수가 미리 윤회전에 매수를 당했겠지만요.”

“그게 사실입니까?”

창오진군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풍 씨 도조는 또 깜짝 놀랐다.

“그런 수작을 부려 놓지 않았다면 윤회 전주의 몇 마디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분고분 물러났겠습니까?”

“한 번에 대량의 종문을 매수하는 윤회전의 재력이 가늠되지도 않는군요. 아마 그간 여러 경로로 쌓아둔 가산을 전부 털어 넣었을 지도요.”

풍 씨 도조가 엄지를 들어 올렸다.

“두 분이 알아차리셨다니 저도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창오 수사의 말대로 윤회 전주가 미리 접촉해와 두 분을 회유해 달라 했습니다. 두 분이 돕겠다고 약조하시면 제가 받은 보수와 같은 액수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견사음이 웃으며 털어놓았다.

“윤회 전주가 저를요? ……고혹금이 하늘을 거스르는 짓을 벌이니 천하 창생을 위해서라도 도와야겠지요. 돕겠습니다!”

고민하던 풍 씨 도조가 과감히 선언했다.

“역시 대의를 아는 분이군요. 천정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까지 나서면 반드시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견사음이 좋아하며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선 창오진군은 싫다고도 그렇다고 돕겠다고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창오 수사와 윤회 전주 사이에는 원한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적인 복수를 할 때가 아니에요. 고혹금이 이번에 빠져나간다면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릅니다.

이건 아마 모르실 텐데, 윤회법칙을 수련한 윤회 전주는 윤회와 환생을 통제할 수 있는 ‘육도윤회반’이라는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오 수사가 이번 일을 돕는다면 육도윤회반을 발동해 목숨을 잃은 수사의 제자가 다시 태어나 수사의 문하로 들어갈 수 있게 돕겠다고 하더군요.”

견사음은 창오 수사를 향해 말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이번만은 창오진군도 격동해 물었다.

“하하, 윤회 전주의 신분에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윤회 전주 말로는 환생한 제자는 전생의 기억은 잃겠지만 수련의 근간이 되는 자질은 유지할 수 있을 거랍니다.”

“기억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자질만 그대로라면. 윤회 전주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 저도 돕지요.”

창오진군은 한결 편해진 얼굴로 답했다.

이렇게 세 사람은 한곳에 모여 언제 나서면 좋을지 상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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