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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2205화 (1,962/2,000)

2205화. 대도(大道) 쟁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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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져 내린 바닷물이 하늘을 가리자 대륙은 물론 무용종 수천수만의 제자들도 마른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에 대혼란에 빠졌다.

희 동자 등 세 대라들도 경악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은 정신을 차리고 수결을 맺어 급히 남색 빛으로 무용종을 감싸 해수로부터 보호했다.

하지만 인근의 거주민들은 물론 천해대륙 생물들은 천재지변에 몰살을 당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한립이 무용종 상공에 나타나 그걸 보고 인상을 구겼다.

“천지윤전(天地輪轉), 음양오행! 물이여 멈춰라!”

낭랑한 그의 목소리가 하나의 피동이 되어 용연선역 전체를 울렸다.

사람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는 신의 계시처럼 들렸다.

용연선역을 범람하려던 남색 물, 구름 그리고 물 속성 원기들이 정지해 거대한 물방울로 변했다.

“가라!”

한립의 손짓에 거대한 물방울이 대륙을 벗어나 해역으로 향했다.

허공에서 술법을 펼치던 희 동자 등만 피를 토하고 물길에 휩쓸려 바다까지 끌려갔다.

콰콰콰콰콰콰!

거대한 물덩이가 바다로 들어가자 그제야 그 안의 용족들이 앞다투어 튀어나와 겁먹은 개처럼 흩어져 달아났다.

그러나 해수면 위에 등장한 한립은 기뻐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자신의 능력이 강해진 것은 알지만 풍청수를 이리 쉽게 죽였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물의 법칙에 오랫동안 몸담고 도조경의 위치를 지켜온 그가 이렇게 죽었다고?

하지만 풍청수를 죽일 때 터트린 몸은 환술이 아니었다.

눈을 빛낸 한립은 방대한 의식을 퍼트렸다.

그가 선역 전체에 미리 펼쳐 놓은 금색 뇌전 그물이 콰르릉, 하고 터지면서 풍청수가 비틀거리며 빠져나왔다.

파리한 얼굴과 떨어진 수행은 방금전 공격을 당해서인지 아니면 불시에 뇌전 공격을 당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

곧이어 한립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분신신통이었을 줄이야. 눈을 속이고 천라지망을 펼쳐두지 않았으면 놓칠 뻔했습니다?”

냉랭히 소리친 한립이 실체화된 금색 영역을 방출했다.

웅웅웅!

영역 상공에 거대한 금색 대문들이 떠올라 다른 선역들과 수많은 하계를 연결했다.

그중 가장 큰 금색 문 안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 무한한 금빛이 흐르고 있었다.

대라 후기에 이를 때 나타난 천도 시간법칙이었다.

수결을 맺은 한립의 손짓에 금색 문을 통해 시간법칙이 공간을 넘어 시간영역과 융합되었다.

여러 선역과 하계의 시간이 혼란스럽게 변하며 천지영기가 미친 듯이 몰아쳤다.

세상이 종말을 앞둔 것 같은 모양이었다.

용연선역의 시간법칙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금색 영역을 향해 달려들어 선역 전체의 천지가 변화했다.

천도의 문에서도 굵직한 금빛이 영역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풍청수는 기함할 만한 변화에 남색 영역을 불러내 여러 공간의 문을 불러내고 자신도 힘을 빌려 오려고 했다.

하지만 인근에 뇌전들이 콰르릉 일어나 천해대륙을 덮은 금색 뇌전그물들이 물의 법칙을 부르는 힘을 차단해 버렸다.

풍청수의 영역도 공간의 문이 떠있고 혼란스러웠지만 전부 금색 뇌전 때문이었다.

그의 안색이 급변했을 때 금색 영역이 진동을 멈추고 떨어져 내렸다.

긴장해 몸이 굳은 풍청수가 기합을 넣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바다에 있는 물의 원기라도 빌려 금색 영역에 대항한 것이었다.

다음 순간 금빛과 남색 빛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맞닿았다.

한립과 풍청수가 맞붙어서 법칙 대 법칙의 힘으로 제대로 힘을 겨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바로 대도(大道) 쟁투였다.

진선계 3대 지존법칙인 시간영역은 이미 천지대도에 근접한 힘을 지녔는데 물의 영역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삽시간에 용연선역 전체에 지진이 일고 하늘이 무너지고 바다가 갈라지는 괴현상이 발생했다.

거대한 공간균열들이 용연선역 중앙에서 갈라져 선역을 일고여덟 개로 가르고 말았다.

용연선역의 풍부하던 수원은 공간균열들로 쏟아져 내려가고, 경계의 작은 땅들은 공간균열에 잡아 먹혀 하계로 추락했다.

다행히 대부분이 바다와 섬이어서 대규모의 사상자는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버티던 남색 영역에도 달걀처럼 균열이 생겨 깨져나갔다.

맹렬히 몸을 떤 풍청수는 영역과 함께 활력을 잃어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부서진 남색 영역에서 눈을 찌를 듯한 빛을 방출해 금색 영역과 대치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 남색 빛이 금빛에 잡아먹히고, 왈칵 피를 토한 풍청수는 운석처럼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한립의 안색도 약간 창백해져 있었다.

대라 최고봉의 수행으로 이런 수준의 영역을 오래 유지하는 게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반드시 이겨야 했기에 조금의 여지도 줄 수 없었다.

급히 추락하는 풍청수를 쫓은 그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다섯 개의 선명한 금빛이 금색 영역 안에서 튀어나와 하나의 거대 주먹을 응결했다.

대오행멸절권이었다.

번득 풍청수를 따라잡은 금빛 주먹이 풍청수를 으깨려는데, 풍청수가 정혈을 뱉으며 힘겹게 수결을 맺었다.

그러자 요란한 남색 보물이 어디선가 날아들었다.

비경 속에 떠있던 남색 태양이 거대한 창으로 변한 것이었다.

빛을 만발하는 남색 창은 풍청수가 지닌 것보다 강한 법칙의 힘을 발산했고, 청죽봉운검 이상의 보물이었다.

“2품 선기!”

눈을 가늘게 뜬 한립은 상대가 아껴둔 필살기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풍청수의 손짓에 따라 남색 창은 하늘을 가르는 빛줄기처럼 날아들어 금색 주먹을 막았다.

쿵!

금색 거대 주먹이 산산조각이 나서 수많은 금빛으로 흩어지고 남색 창은 파죽지세로 그 금빛을 뚫고 한립을 찌르려 했다.

“겨우 대라급이 도조와 겨루려 한 대가다!”

입가에 피가 맺힌 풍청수가 광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한립은 자신을 향해 접근하는 남색 창을 보면서도 가만히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풍청수가 흠칫 놀랐다.

남색 창이 백 장 거리로 가까워졌을 때 두 눈에서 성대한 금빛을 방출한 한립으로 인해 금색 영역이 크게 흔들렸다.

곧이어 기세등등하던 남색 창이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추고 말았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한 풍청수의 시선을 받으며 남색 창 표면이 금빛에 둘러싸여 부서져 나갔다.

“제길!”

겁에 질린 풍청수가 남색 영패를 꺼내 비틀었다.

동시에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전신에 남색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풍청수의 몸이 바르르 떨리며 수백 개의 똑같이 생긴 분신들로 변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차갑게 미소 지은 한립이 수결을 맺었다.

콰르릉!

천해 대륙 주변의 뇌전 그물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뇌전이 떨어져 분신들을 쫓았다.

금빛이 떨어질 때마다 파칙!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신들이 모조리 타 죽고 천지간에 남은 건 풍청수 본체뿐이었다.

뇌전들에 둘러싸여 금색 뇌전 고치 모양이 된 몸으로 풍청수가 몸을 비틀었다.

“지존께서 진언문을 멸하시며 네 놈을 놓쳤구나!”

“내 네 놈을 죽여 고혹금에게 나의 반려인 남궁완을 풀어주지 않으면 천정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할 것이다!”

한립은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대오행멸절권이 변한 금색 주먹 허상이 어느 때보다 더욱 커다란 모습으로 훼멸의 기운을 담고 풍청수를 향해 날아갔다.

바로 그때, 용연선역이 뒤흔들리고 무시무시한 힘이 금색 뇌전 그물 위로 떨어졌다.

풍청수보다 훨씬 강한 힘에 금색 그물이 웅웅 울어대며 변형되었다.

파득!

그물 한쪽이 찢겨나가는 동시에 풍청수 아래쪽 바다가 힘차게 일어나 뇌전 고치가 된 풍청수를 삼키고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금색 주먹 허상은 허공을 때려야 했다.

쿠쿠쿠쾅!

수백 리에 이르는 금색 태양이 떠올라 수백만 리의 모든 것을 재로 만들었다.

한립은 그러든 말든 어두운 얼굴로 몸을 돌려 금색 그물 바깥을 쳐다보았다.

무시무시한 힘이 사라지고 풍청수의 기운도 사라졌다.

코웃음을 친 그는 재빨리 수결을 맺어 금색 뇌전 그물을 72자루의 청죽봉운검으로 되돌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게 했다.

3품 선기인 청죽봉운검들은 놀라운 속도로 선역 각지에 이르렀다.

이어서 한립은 청죽봉운검들에서 금색 뇌전빛을 일으켜 뇌전 파문 속에 걸리는 것이 없는지 주의 깊게 살폈다.

다음 순간 표정이 달라진 그가 번쩍 뇌전빛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용연선역 끄트머리의 해역에 청죽봉운검 한 자루가 서 있었다.

그 위로 한립이 나타나기까지는 거의 시간차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의식을 퍼트린 그는 시간영역을 퍼트리고 한 마리 거대한 짐승처럼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아래쪽 해역의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해저에 남색 빛에 둘러싸여 숨어 있던 풍청수가 영역의 위력에 걸려들었다.

그러나 인근 바다에서 노한 파도와 같은 거대한 힘이 다시 한번 나타나 먼저 풍청수를 보호했다.

새로 등장한 훨씬 선명하고 맑은 남색 영역 안에는 출렁이는 물결과 안개 그리고 빙산 등이 모여 세상천지 물의 근원이 되는 것들을 담고 있었다.

이런 물의 영역과 충돌한 시간영역은 경천동지할 굉음 대신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지만 질긴 벽을 만난 것 같았다.

시간영역의 엄청난 위력에 남색 영역이 움푹 들어가면서 물빛이 흔들거렸다.

“누가 몰래 손을 쓰는 겁니까! 나오세요!”

소리를 지른 한립이 수결을 바꾸자 시간영역에 금색 문들이 나타나 주변의 세계에서 시간의 힘을 끌어모았다.

남색 영역이 풍청수의 것보다 강해도 그는 없앨 자신이 있었다.

“한 수사, 이러지 마시지요. 우리는 수사와 대적할 마음이 없습니다. 남궁완 수사를 내어 드리겠습니다!”

그때 새로운 목소리가 남색 영역 안에서 들려왔다.

궁장 차림의 여인을 감싼 남색 빛이 영역 안에서 흘러나와 두 영역의 교차점까지 이동했다.

궁장 여인은 남궁완이었다.

“완이!”

몸을 떤 한립은 급히 시간영역의 위력을 거두어 남궁완이 다치지 않게 한 뒤, 금빛으로 그녀를 시간영역 안으로 끌어들였다.

영역의 힘으로 살펴본 결과 남궁완은 무사했다.

그저 혼백이 봉인 당한 것인지 깊은 잠에 빠진 게 다였다.

평범한 봉인술이라 쉽게 풀 수 있겠으나 강적을 앞두고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

일단 그녀를 화지공간으로 들여보낸 한립은 시간영역을 거두지 않고 백 리 규모로 축소했다.

이에 맞서던 남색 영역도 거리를 두고 물러났다.

“하하! 당신이 한립, 한 수사겠군요. 진언문의 의발을 이어받아 시간법칙을 대성하다니 축하드려 마땅한 일입니다.”

남색 영역 안에서 물빛 머리에 같은 색깔의 의복을 걸친 예쁘장한 소녀가 나타났다.

동글동글한 눈에 오뚝한 코와 조그만 입술이 앙증맞은 소녀였다.

몸에 걸친 물빛 의복은 소박했고, 백옥 같은 손목은 물론 신을 신지 않아 드러난 뽀얀 발목에도 방울 달린 남색 고리들이 걸려 있어 맑은 소리를 냈다.

특이한 점은 곱게 땋은 머리 사이로 두 개의 작은 용 뿔이 솟아 있고 진령혈맥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한립이 미간을 좁혔다가 다시 폈다.

“당신은 누굽니까?”

소녀를 주시하던 한립은 어투에서 서늘한 기운이 한결 사라진 채였다.

그의 손짓에 용연선역 각지에 분포되어 있던 청죽봉운검들이 소매 속으로 돌아들어 왔다.

“소녀는 진여연이라 해요. 물의 본원 도조이지요. 한 수사는 편하게 여연이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물빛 머리 소녀가 맑게 웃음 지었다.

상대의 신분을 어느 정도 예측했던 한립도 물의 본원 도조란 말에 동공을 수축했다.

“제가 한 수사의 반려를 데리고 있기는 했지만 명에 따른 것이었고, 방금 전 반려를 돌려드렸으니 저를 적대시하지는 마세요.”

진여연은 입을 비죽이면서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도 천정 휘하에 있는 겁니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끔 천정을 위해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지만요. 고혹금의 실력과 세력을 수사도 아시겠지요? 소녀가 어찌 그런 존재에게 밉보일 수 있겠습니까.”

눈을 반짝인 한립의 질문에 진여연은 웃으며 바로 답했다.

전혀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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