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8화. 오행인공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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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왼 뇌옥책은 은색 공간의 문을 열어 사내 둘과 여인 하나를 불러냈다.
통천검파의 복색을 한 통천검파 수사들이었다.
누런 얼굴의 노인, 붉은 머리 청년 그리고 미간에 녹색 수정돌이 박힌 매혹적인 여인이었고 다들 태을경 중기의 수행을 지니고 있었다.
“뇌 수사, 공간법보 속에 도윤진인과 다른 동문들을 숨겨 들어오다니 그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교삼이 입을 열었다.
“사마외도(邪魔外道)가 금원선역의 보물을 얻게 둘 것 같더냐! 너흰 모두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뇌옥책이 답하기 전에 혐오스럽다는 얼굴도 대전 안을 훑은 도윤진인이 서늘하게 소리쳤다.
도윤진인의 소매 속에서 세숫대야 크기의 옥원반이 날아올라 금색, 녹색, 남색, 붉은색, 노란색의 다섯 개 법보로 갈라졌다.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은 경계하며 물러서는데 기마자는 소매를 털어 또 다른 오색 원반을 불러냈다.
도윤진인의 것과 똑같이 생긴 옥원반이었다.
그걸 보고 입꼬리를 끌어올린 도윤진인이 수결을 맺어 난해한 주문을 외웠다.
파앗!
오색 원반에서 눈부신 금색, 녹색, 남색, 붉은색, 노란색 빛이 흘러나왔다.
반대로 기마자는 자신의 오색원반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안색이 달라졌다.
쿠르릉!
제단 인근에서 빼곡하게 주술문양들이 새겨진 다섯 개의 거대한 옥기둥이 솟아올랐다.
뇌옥책, 소안천이 각각 금색과 남색 옥기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황안(黃顔) 노인과 홍발(紅髮) 청년 그리고 묘령의 여인이 노란색, 붉은색, 초록색 옥기둥에 앉았다.
문중만이 도윤진인 뒤쪽에 남아 있었는데 옥기둥을 차지하고 앉은 다른 동문들을 보는 눈빛에 질투와 불만이 담겨 있었다.
뇌옥책 등 다섯 명은 자리를 잡자마자 수결을 맺어 옥기둥 속으로 다채로운 법결을 던져넣었다.
다섯 개의 옥기둥에서 문양들이 빛나면서 굵직한 빛기둥을 응집해 쏘아 올렸다.
웅장한 오색 빛기둥이 사방으로 몰아쳐 대전 내부에 폭풍이 불었고 도병들은 그 바람에 휩쓸려 호되게 벽에 부딪혔다.
한립 등 다른 수사들도 폭풍의 힘에 연달아 물러서며 궁전 벽에 딱 달라붙어 서서 사태를 주시했다.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기마자였지만 아직까지도 오색 원반을 발동하지 못해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헛꿈 꾸지 말아라! 네 오행륜반(五行倫盤)은 지금의 오행인공대진(五行湮空大陣)을 조종하지 못하니.”
도윤진인이 냉소를 흘렸다.
“진안들을 복구하면서 진법의 구조를 바꾸었구나!”
기마자의 얼굴에 창백해졌다.
“하하, 그걸 알았다고 해도 늦었다! 태세선부가 나타났으니 천정이 끼어들 게 뻔한데 준비도 없이 왔을까!”
도윤진인은 웃으면서 수결을 맺는 속도를 높였다.
오색 옥기둥의 빛이 서로 연결되어 가고 있었다.
“오행인공대진! 안 돼요, 어서 저들을 막아야 합니다!”
교삼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대경실색해 소리쳤다.
암홍색 빛을 일으킨 그녀는 폭풍을 뚫고 오색 빛기둥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립과 호삼은 오행인공대진이 뭔지 들어본 적 없었으나 교삼이 놀라는 것을 보고 급히 따라갔다.
도윤진인은 같잖다는 표정으로 금색 부적을 쥔 손을 저었다.
화르르!
순식간에 세월신등의 화염이 다시 왕성해져 아홉 줄기의 화염룡을 만들어 한립 등 세 사람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전보다 몇십 배로 커져 거의 산만한 화염룡들을 본 세 사람은 얼른 피했고 교삼은 괴이한 미소를 머금고 황토색 인장을 화염룡들 사이로 날려 보냈다.
쿠쿵.
교삼이 주문을 외며 손을 뻗자 황토색 인장에서 놀라운 압력이 폭발하며 현묘한 노란색 주술문자들을 쏟아냈다.
주술문자들이 하나씩 흡수될 때마다 인장의 크기가 무럭무럭 자라 대전의 절반 가까이를 채우고 옥기둥을 향해 날아갔다.
대형 인장에 비하면 기둥들은 젓가락 같았다.
“황천후토인(皇天后土印)……. 좋은 보물이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
도윤진인은 담담히 수결을 맺은 손을 노란 옥기둥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노란 빛기둥이 갈라져 황토색 거대 인장을 때렸다.
푸식!
노란 빛기둥이 닿은 인장은 표면의 빛이 꺼지고 급격히 크기가 줄어 노란 옥기둥에 앉은 황안 노인 머리 위로 끌려가 힘없이 배회했다.
“어떻게!”
“쯧, 너희가 가져간 선기들은 본래 오행대진의 일부분이다. 다시 전부 되돌려 놓게 하겠다!”
놀란 교삼을 시작으로 그곳에 있는 이들을 서늘하게 훑은 도윤진인이 한 손을 뒤집어 오색 원반을 내리쳤다.
웅!
오색 빛기둥들이 선회하면서 흡인력을 발생시켰다.
웅산의 대황고검이 그가 술법을 펼쳐 막았음에도 쉭하며, 금색 빛기둥으로 빨려 들어갔다.
남안의 남색 보따리도 빛을 만발하면서 그녀의 통제를 벗어나 남색 빛기둥으로 날아갔다.
남원자의 저물대에서 녹색 빛이 번뜩인 후 나타난 지팡이도 오행인공대진을 향해 쇄도했다.
‘이런…….’
손가락이 뜨끈해진 한립은 하얀 불구슬이 나와 빨려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 손바닥을 펼쳤다.
금색 거대 손이 나타나 불구슬을 잡아채려 했지만 하얀 불구슬은 여덟 줄기의 불기둥을 뿜어 거대 손을 깨트려 버렸다.
하얀 불구슬은 지체하지 않고 붉은 빛기둥 속으로 날아갔다.
다섯 개의 선기의 힘에 빛기둥이 더욱 놀라운 법칙 파동을 발산하고 있었다.
도윤진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금색 부적을 놓고 정혈 몇 방울을 뱉어 오색 원반에 흡수시켰다.
풍차처럼 돌아가는 그의 양손에서 법결들이 오색 원반으로 들어갔다.
그의 술법에 오색 빛기둥이 다섯 빛깔을 지닌 원형 보호막으로 변해 제단과 주변 사람들을 품었다.
이 모든 과정이 복잡해 보여도 몇 초 만에 이뤄져 한립이나 다른 이들이 막을 틈이 없었다.
이제 세월전 바깥도 변하고 있었다.
거대한 봉우리에 있는 진안 다섯 개가 굉음을 내며 빛기둥을 방출해 하늘을 꿰뚫었고 이로 인해 구름층이 출렁이고 7층 공간 자체가 흔들렸다.
공간의 천지원기가 밀물처럼 다섯 빛기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런 막대한 역량에 인근 허공이 깨지고 붕괴했다.
그리고 폭풍이 멈춘 세월전은 모든 원기 파동을 오색 보호막으로 흡수해 나갔다.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운 빛의 오색 보호막은 평범한 금제 같아 보였는데 이상하게 한립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의 저물법기 속에서 통천검진의 진법도가 돌연 빛을 발하며 마치 겨뤄보자는 듯 오색 보호막을 향해 낮게 진동했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오행인공대진에 대해 아시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진법입니까?”
그는 교삼을 향해 질문했다.
목소리가 그와 교삼, 호삼 사이에서만 맴돌았다.
“상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이한 진법 중 하나에요. 진작 실전되어서 아는 사람이 드문데, 완전해 보이지는 않으나 선기들의 힘이 더해져 우리 능력으로는 막기가 어려울 거예요.”
“그럼 어쩐단 말입니까? 그냥 저들 손에 죽기라도 해야 한단 말입니까!”
교삼의 대답에 호삼이 초조하게 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죽기 살기로 막아 봐야죠!”
무거운 얼굴로 교삼이 말했다.
호삼은 입만 벙긋거리다 말았으나, 한립은 그리 절망하지 않고 도처를 살피면서 머리를 굴렸다.
도윤진인은 다짜고짜 여기 있는 모두를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기마자와 다섯 요마들이 가만히 당해줄 리 없었다.
“기마자 수사, 세월신등만 손에 넣으면 오행인공대진은 알아서 통제하겠다더니 어찌 된 일입니까.”
다른 쪽에서 백골요마가 전음으로 차갑게 묻고 있었다.
응비요마가 그나마 평정을 유지하고 있을 뿐 다른 네 요마들은 노기 어린 시선을 보내는 중이었다.
기마자는 대진을 통제해 한립 등을 몰살시키고 그들이 지닌 보물의 절반을 요마들에게 내주기로 약속했었다.
얼굴에 먹구름이 낀 기마자는 답하지 않았고 곁에선 웅산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남원자와 남안은 제단에서 멀찍이 거리를 두고 대전 입구까지 다가가 기마자 등은 물론 한립 무리와도 거리를 두었다.
그 사이 원형 보호막 안에서 술법을 마친 도윤진인은 약간 창백한 얼굴로 오색 보호막을 향해 뜨거운 눈길을 보냈다.
한립 등 대전 안 존재들을 향해 섬뜩한 미소를 지은 그는 수결을 맺은 손을 휘저었다.
파앗!
오색 보호막 표면에 동글동글한 얼룩이 지더니 수많은 빛구슬이 떠올라 엄청난 기세를 담아 대전 안의 모두에게 날아갔다.
빛구슬 속의 오색 빛은 금목수화토, 오행법칙의 힘을 품고 있었다.
다섯 가지 법칙은 격렬하게 충돌하면서도 폭발하지 않고 콰릉 벼락 치는 소리를 내며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검은 기운을 불러낸 응비요마, 동사요마, 백골요마, 혈수요마, 귀배요마는 흉악한 짐승 형상을 품은 영역을 펼쳐 타원형의 빛의 진법을 완성했다.
그 위에 자리 잡은 검은 짐승 다섯 마리의 허상은 역령들이었다.
다섯 요마들은 이밖에도 다채로운 빛깔의 마기(魔器)들을 백여 개나 불러내 진득한 마기 파동을 빛의 진법에 더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탓하듯 그들의 사상역마진이 기마자와 웅산을 바깥으로 배척하고 있었다.
기마자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차갑게 웃고는 홀로 열댓 장의 금빛 영역을 방출해 웅산까지 보호했다.
짙은 영역 탓에 내부가 잘 보이지는 않아도 보광이 반짝거리는 게 따로 방어선기도 방출한 듯싶었다.
쏴아아.
남 씨 오누이는 함께 수련한 물 속성 법칙으로 방어에 자신이 있었기에 따로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오색 빛구슬의 위력을 감지하고는 안색이 달라져 서로의 영역을 교차하고 남색 법칙정사들을 마구 뿜어내 주변을 물의 소용돌이처럼 둘렀다.
소용돌이치는 물줄기 속에서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인 뱀인 남색 삼지창을 든 반인반수의 역령 두 마리가 떠올라 그들을 호위했다.
한립 쪽도 진작 방어태세를 마쳤다.
영역을 방출한 호삼은 천호화혈도를 불러내 정혈을 흡수시켰다.
백배는 불어난 핏빛 장도가 눈부신 빛을 뿜어 세 사람 주위에 장도 허상들로 이루어진 혈홍색 장막으로 변했다.
암홍색 영역을 펼친 교삼은 앞뒤 양옆에 각각 동, 서, 남, 북이라 적힌 같은 색깔 패루를 방출해 그것들에서 발산된 빛으로 세 사람을 보호했다.
한립의 금색 광채로 이루어진 열댓 장 크기의 시간영역이 가장 안쪽에서 그들을 덮었고, 동시에 그의 머리 위로 현천호리병박이 떠올라 녹색 광채를 풀어놓고 청죽봉운검 36자루가 주위를 맴돌며 방어용 검진을 펼쳤다.
그들이 막 방어막을 겹겹이 완성했을 때 오색 빛구슬이 허공을 뒤덮고 날아들었다.
콰쾅쾅쾅쾅.
불안정하던 빛구슬들은 그들의 방어수단과 충돌해 터졌다.
눈을 찌르는 오색 빛이 삽시간에 대전을 가득 채워 영역들과 보호막, 선기 등을 가려버렸고 대전 주위의 금색 보호막만 그대로였다.
한립 무리도 오색 빛에 둘러싸였다.
호삼이 펼친 혈홍색 막이 가장 먼저 얇은 창호지처럼 뚫리고 본체로 돌아온 빛이 어둑해진 천호화혈도가 웅, 울고는 그의 품속으로 돌아갔다.
그의 영역도 오색 빛과의 충돌로 폭발해 사라졌다.
경련을 일으킨 호삼은 끅, 핏물을 토하고 비틀거렸다.
오색 빛은 미친 듯이 전진해 교삼의 암홍색 영역을 공격했다.
휭휭-
호삼의 방어수단이 쉽게 뚫린 것에 눈을 크게 뜨고 있던 교삼은 기합을 넣어 암홍색 법칙 정사들로 여섯 개의 구멍을 만들어냈다.
수정실들이 회전해 만든 칠흑 같은 구멍 안에는 빛이라고는 없어 어디로 이어지는지 보이지 않았다.
암홍색 영역의 표면이 뜯겨나가기는 했지만 호삼의 영역에 비해 잘 버텼고 여섯 개의 구멍들이 커다란 바람 소리를 내며 오색 빛을 적잖이 흡수해주었다.
하지만 오색 빛의 양이 너무 많아서 암홍색 영역도 몇 호흡을 버티다 쿵, 갈라져 사라졌다.
다음으로 그 안의 패루들이 빛의 장막을 만들고 강대한 빛의 힘을 발휘해 격렬하게 떨리면서도 오색 빛에 저항했다.
그러나 이것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빛을 잃고 붕괴했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교삼은 선혈을 토해냈다.
성난 파도처럼 패루를 덮치고 다가오는 오색 빛을 본 한립은 미간을 좁혔다.
그의 양손이 빠르게 움직이고 이백여 개의 시간법칙 정사가 체내에서 뻗어 나가 영역 안에서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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