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5화. 이상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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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의 맨 끝에서 따라오던 웅산도 제단 위 금색 고검을 보고 눈빛에 강한 열망의 빛이 떠올랐다.
그는 얼른 다른 이들을 살피고는 가쁜히 뛰어올라 금색 기운을 방출했다. 금색 기운이 거대 손으로 변해 유성처럼 고검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웅 수사!”
그의 행동에 놀라 뇌옥책과 문중이 기겁해 말리려 했지만 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검에서 금빛 검기가 뻗어 나와 금색 거대 손을 가르고, 화가 난 듯 웅웅 울며 사방팔방으로 수정검기를 발산했다.
매서운 검기의 공격에 일행은 급히 방어막을 펼쳤다.
남원자는 용 문양 8개가 새겨진 남색 구슬을 입에서 뿜어 구슬이 변한 보호막으로 자신과 남안을 감쌌다.
교삼도 하얀 방패를 방출해 호삼과 함께 보호막 속에 숨고 뇌옥책과 문중도 힘을 합쳐 금색 깃발들을 불러내 주위를 둘러쌌다.
깃발에서 뿜어져 나온 금색 빛의 진법이 두 사람을 보호했다.
“소 선자, 어서 이 안으로!”
뇌옥책이 곁에서 다른 방도를 강구하려는 소안천을 부르며 수결을 맺었다.
금색 빛의 진법이 옆으로 늘어나 그녀까지 감싸고 타원형으로 모양이 바뀌었다.
소안천은 고민했지만 피하지 않고 금빛이 그녀를 보호하게 둔 채 남색 깃발을 불러냈다.
남색 파동이 또 다른 빛의 장막을 만들어 또 하나의 보호막을 이루어 세 사람을 보호했다.
기합을 넣은 한립은 구백여 개의 현규를 밝혀 진극막을 형성하고 소매 속에서 청죽봉운검 36자루를 불러내 금색 검기의 장막에 뇌전을 방출했다.
모두 준비를 마쳤을 때 날카로운 수정검기들이 몰아쳤다.
카카카캉.
불똥이 튀고 청죽봉운검이 이룬 검기의 장막이 흔들렸다!
이에 한립은 뒤로 밀려나면서도 두 손을 펼쳐 굵직한 금색 뇌전을 검진에 불어넣었다.
허물어져 가던 검진은 안정되었지만 그래도 수정 검기 몇 개가 검진의 틈을 뚫고 그의 몸을 베었다.
진극막이 광채를 내면서 거울처럼 매끄럽게 변해 펑, 펑 검기들을 막아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수정검기들에 밀려 이미 광장 바깥의 금색 돌무지까지 도달해 있었다.
한립은 그나마 멀쩡했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남 씨 오누이 주변의 구형 보호막은 갈라져 없어지기 직전이었고 안쪽에서는 언뜻 피가 튀는 듯했다.
놀란 그들은 남색 수정실을 쏘아 보내 보호막에 주입해 여덟 용 허상들이 울음을 터트리게 했다.
그들의 남색 보호막도 그대로 밀려나 광장 밖으로 벗어났다. 게다가 남원자는 팔 한쪽이 팔꿈치까지 잘리고 남안도 어깨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놀란 얼굴을 했다.
선기 팔룡수주(八龍水珠)를 방출하지 않았으면 수정검기를 과소평가하다 목이 잘릴 뻔했다.
호삼과 교삼의 하얀 보호막도 수정검기에 금이 가 부서질 위기였다.
위기의 순간 교삼이 두 손을 보호막에 얹고 폭발적으로 암홍색 빛을 흘려보내 붉은 윤회법칙을 불어넣었다.
두 사람은 뒤로 밀려나면서도 뜨거운 눈빛으로 금색 제단을 보고 있었다.
한편 뇌옥책도 문중과 중얼중얼 주문을 외며 두 손을 풍차처럼 돌려 보호막에 금빛을 던져 넣었다.
거대한 금색 검 허상이 떠올라 수정 검기들의 기세를 꺾었다.
‘웅산은?’
시야가 트인 한립은 주위를 살폈다.
고검에 가까이 있던 웅산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는데 그를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다.
수정검기들은 금빛으로 온몸을 감싼 웅산을 안개처럼 투과해서 어떤 상해도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저건 무슨 비술이지?”
눈을 가늘게 뜬 한립이 웅산을 지켜보는 동안 그의 몸에서 금빛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웅산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 고검을 향해 다가가 십 장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금색 화염은 그걸 감지한 듯 화륵! 타올라 수정검기에 달라붙었고, 배로 커진 수정검기들은 더 넓은 범위까지 뻗어 나갔다.
금빛 속에서 웅산이 신음을 흘렸다.
교삼과 호삼, 뇌옥책 3인도 화염검기 속에서 모습이 가려져 어떤 상황인지 보이지 않았다.
안전한 곳까지 물러났던 한립과 남 씨 오누이도 검기의 폭증에 다시 휘말렸다.
한립은 수정검기가 이제 진극막조차 반쯤 파고드는 것을 보고는 미친 듯이 온몸에서 빛을 방출하며 수결을 맺었다.
후웅!
진언보륜이 등 뒤에서 나타나 주변 백 장을 감쌌으나 화염검기는 그럼에도 느릿하게 움직이며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탄성을 내뱉은 그가 무언가를 깨닫고 수결을 바꾸었다.
진언보륜 옆에 단시횃불이 떠올라 불꽃 모양의 금빛을 만들어 단시화경을 이루었다.
단시횃불 덕에 단시화경의 위력도 늘어나 일대가 완전히 멈추었다.
기마자의 단시화경과 비교해도 많이 빠지지 않았다.
퍼펑!
그때 남원자 오누이 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수백 장 크기의 남색 태양이 떠오른 뒤 여덟 마리의 용들이 날아올라 달려드는 화염검기를 쳐부수고 있었다.
그 틈에 두 사람은 번개처럼 달아나 남색 태양의 범위를 벗어났다.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 그들은 얼마나 베였는지 피범벅이 된 몸으로 서둘러 단약을 챙겨 입에 넣었다.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린 한립은 제단 위의 고검과 금색 화염을 보며 눈빛에 이채가 어렸다.
금속 속성 법칙 선기인 고검과 시간법칙을 품은 금색 화염이 결합해 이런 위력을 낸 것이다.
청죽봉운검도 뇌전법칙이 생기기 전에는 시간법칙과 결합해 사용할 수 있었는데 선기가 된 후로는 시간법칙과 어울리지를 못했다.
그의 청죽봉운검도 저렇게 시간법칙의 힘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면 놀라운 위력을 낼 터였다.
이런 생각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 한립이 청죽봉운검들을 소매 속으로 불러들이고 진언보륜과 단시횃불의 위력을 방패막이 삼아 제단으로 날아올랐다.
그런데 이때 제단의 균열에서 검은 바람이 대량으로 밀려 나와 주변의 화염검기도 그걸 막지 못했다.
검은 바람에 실린 포효소리에 동굴이 울리고 모래가 후드득 떨어져 내리자 한립이 신형을 멈추었다.
제단 위의 고검과 금색 횃불이 다시금 밝은 빛을 내뿜자 화염검기들도 더는 한립 일행을 공격하지 못하고 안쪽으로 몰려들었다.
“이제 와 우릴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검은 균열 안에서 누군가 괴소를 터트렸다.
굵직한 검은 뇌전이 균열을 빠져나와 화염검기들 사이로 희미한 금색 안개가 파고들었다.
워낙 시점이 절묘해서 아무도 그걸 발견하지 못했고 다들 그저 검은 뇌전이 화염검기를 뚫고 제단 위 금색 화염에 떨어지는 것만 봤을 뿐이다.
쿠쾅!
검은빛과 금빛이 폭발해 공간을 왜곡시켰다.
금색 화염이 촤륵, 소리를 내며 아래쪽 태극문양과 연결이 끊겨 튕겨 나갔는데 마침 한립이 있는 쪽이었다.
눈을 반짝은 한립은 수결을 맺어 단시횃불에서 시간법칙 정사 여러 줄기를 뿜어 그걸 끌어왔다.
짐작과 달리 금색 화염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그에게 다가왔다.
같은 시각, 흐릿한 금색 안개가 제단 위에 올라 웅산의 모습으로 변했다.
멀리서 그를 보던 한립은 놀란 기색을 보였다.
온몸에 멀쩡한 곳이 없는 웅산은 두 다리와 왼쪽 팔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고 만신창이가 된 오른팔만 남아 있었다.
더욱 괴이한 것은 그렇게 심한 부상을 입고도 피 한 방울 떨구지 않았다.
금색 고검이 눈부신 검기를 터트려 웅산의 몸에 무수히 많은 구멍을 뚫었는데도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손을 뻗었다.
한립이 그걸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검은 뇌전이 뚫고 나오는 힘을 이용해 제단 위로 접근을 했다지만 지금 웅산의 상태로는 고검을 뽑을 수 없었다.
다들 한립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금색 고검이 맑게 울며 웅산의 하나 남은 손에 잡혀 뽑혀 올라온 것이다.
망가진 몸으로 비틀거리면서도 웅산은 금색 고검을 들고 웃음 지었다.
그리고 화염과 검이 사라진 제단의 금제가 어둑하게 변해 주변의 화염검기는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다.
이제야 호삼과 교삼 그리고 뇌옥책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삼과 교삼의 하얀 보호막은 사라진 지 오래고, 찢어진 의복 사이로 드러난 상처에는 피가 줄줄 흘렀다.
그나마 뇌옥책 등 세 사람의 금색 빛의 진은 온전했으나 검 허상이 부러져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뇌옥책과 문중은 어마어마한 원기를 소모한 것 같았다.
그들은 한립 수중의 금색 화염과 웅산이 뽑은 고검을 보고 더욱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 뭐라 말하려 했다.
콰콱!
그 순간 금색 제단이 갈라졌다.
좋지 않은 예감에 한립이 무언가 조치를 취하려는 데 갑자기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콰르르…….
금색 제단의 균열이 내부에서부터 부서지는 중이었다.
“한 수사, 웅 수사 어서 그것들을 제 자리에 돌려놓으세요! 어서!”
얼굴이 흙빛이 된 뇌옥책이 다급하게 소리쳤으나 한립은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웅산은 아예 아무 소리도 못들은 사람처럼 유유히 금색 고검을 품에 안고 핏빛 단약을 꺼내 삼키고 있었다.
고민하던 한립이 이를 악물고 금색 화염이라도 돌려놓으려는데 경천동지할 폭음이 터졌다.
금색 제단이 폭발해 돌덩이들이 튀었고, 그 위에 있던 웅산은 피할 겨를도 없이 하필 한립 쪽으로 튕겨 나왔다.
제대로 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진 웅산은 그 와중에도 오른손으로 금색 고검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그걸 본 한립은 푸른 빛을 보내 웅산이 동굴 벽에 부딪히는 것을 막아주었다.
“고맙… 습니다…….”
떠듬떠듬 말하는 웅산은 솔직히 고마워하기보다는 누가 그의 검을 빼앗을까 경계하는 기색이 강했다.
한립은 웅산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눈살을 찌푸리다 제단으로 고개를 돌렸다.
폭발한 제단 안에 숨겨진 검은 빛의 문에서 대량의 광채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떠들썩한 말소리들이 바람 소리를 타고 들려왔다.
“으하하, 드디어 나왔다! 드디어!”
“이게 얼마 만에 맡아 보는 바깥 공기입니까!”
“태세 그 자식을 찾아 심장을 파내고 억만년의 고통을 갚아줄 것이야!”
빛의 문을 빠져나온 이들은 거의 백 명에 달했고, 하나같이 흥분해 떠들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반인반수나 혹은 짐승의 형태를 하고 있었고 전부 정순한 마기를 품은 마족이었다.
한립은 그들에게 포위당하기 전에 급히 진언보륜과 단시횃불을 감추고 뒤로 물러났다.
대부분이 태을경의 수행을 지니고 있었고 몇몇은 그와 맞먹는 기운이 느껴졌다.
약간 기운을 회복한 웅산도 서둘러 한립 옆으로 피했다.
핏빛에 둘러싸인 그는 상처에 새빨간 실들이 뭉쳐 새살을 이루고 잘려나간 사지도 복구되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 모습을 되찾기는 했으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다른 일행들도 다급히 물러나 뇌옥책 무리 셋, 호삼과 교삼 그리고 남 씨 오누이 넷이 따로따로 뭉쳐 한립과 웅산에게 어쩔 거냐는 눈빛을 보냈다.
신이나 떠들던 마족들은 흥이 다했는지 그들을 향해 흉악한 웃음을 터트렸다.
“당신들이 봉인을 풀어준 겁니까?”
체구가 우람한 사내가 나서서 한립 일행을 훑었다.
고동색 피부에 두 뺨과 턱에 사자의 갈기와 같은 털이 자란 사내는 머리카락이 뾰족뾰족 바늘처럼 서 있는 사자 인간이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금원선역 사람들인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당신들은 어쩌다 여기 갇혀 있게 된 것입니까?”
눈을 굴린 한립이 포권을 하고 물었다.
“이것 참 고맙게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우리의 한 끼 식사가 될 기회를 드리지요!”
두 눈에서 요기를 번득인 갈기 사내가 잔인한 웃음을 흘렸다.
몸이 홀연히 뱀처럼 길어진 그는 잔영을 남기며 두 손에 검은 사발을 들고 한립에게 덤벼들었다.
갈기 사내는 인족 수사의 전투에 익숙했다.
강대한 육신을 지닌 그가 이렇게 빨리 움직이면 근거리에서 인족은 어떤 선기나 비술을 쓸 기회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기습한 상대는 한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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