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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2004화 (1,761/2,000)
  • 2004화. 대황자의 복수

    *

    사심마저 얼이 빠진 순간, 액회는 한립과 석참풍 사이의 일은 신경 쓰지 않고 푸른 연기로 변해 그 옆을 스쳐 지나갔다.

    사심이 말리려 했지만 한발 늦어 액회는 수정관 옆에 도착해 유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쉭!

    그때 돌연 하얀 뼈 창이 그의 손목을 향해 오차 없이 찔러 들어왔다.

    바로 곤옥이었다.

    “네 녀석이 죽고 싶구나!”

    연달아 두 번이나 곤옥에게 같은 수법으로 당한 액회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먹을 쥐고 주먹 끝에서 파직 거리는 뇌전 소리를 냈다.

    펑!

    액회의 주먹을 맞은 백골 장창은 반대로 돌진해 곤옥의 가슴을 불가사의한 속도로 찔렀다.

    곤옥은 피할 틈도 없이 뒤로 붕! 날아올랐다.

    일격에 곤옥을 쳐낸 액회가 다른 손으로 번개처럼 관 속의 유골을 잡아채려는데 금색 빛기둥이 그의 머리로 떨어졌다.

    쿠앙!

    그러나 액회는 코웃음을 치며 주먹의 방향을 틀어 금빛 빛기둥과 충돌하게 했다.

    금빛 파동이 사방팔방으로 퍼지고 동작을 멈춘 액회의 발이 콰직, 하고 손바닥만큼 바닥을 파고들었다.

    몸을 다시 가누기 전에 굵직한 금색 꼬리가 그를 향해 떨어졌다.

    펑!

    이에 액회가 튕겨 나갔고, 이어서 금빛이 사라지며 허공에 나타난 것은 황금용 형태의 괴뢰였다.

    순금으로 만든 것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용은 한 쌍의 산호를 뿔로 달고 빼곡하게 비늘이 덮여 있었다.

    화아아앗.

    요란하게 빛난 수정관 주위에는 황금용을 시작으로 황금 호랑이, 황금 거북, 황금 새가 떠올라 엄청난 기세를 뿜어냈다.

    사심이 마지막 황금 새 위에 타고 수정실이 연결된 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창백한 얼굴로 입가에 피가 맺힌 그녀는 다시 날아드는 액회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였다.

    “천강사상전괴(天罡四象戰傀)는 과연 남다릅니다! 사 성주가 부상을 입지만 않았어도 경계를 했겠으나 지금 몸 상태로 얼마나 위력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액회가 차갑게 웃음 짓고 흐릿하게 변해 달려들었다.

    공중에서 액회는 사람 키만 한 검은 중검(重劍)을 꺼내 들었는데, 도신이 반듯하지 않고 구불구불해서 검은 용을 닮아 있었다.

    검은 칼날에 하얀 문양이 별 모양을 이루고 2백 개의 별빛을 반짝였다.

    “만룡검(蠻龍劍)!”

    얼굴이 어두워진 사심은 열 손가락을 튕겨 네 마리 사상 괴뢰들을 모조리 진격하게 했다.

    그들이 격전을 펼치자 연달아 폭음이 울리고 혈호가 노한 바다처럼 파도쳐 동굴 전체가 흔들거렸다.

    한립은 그들의 싸움을 보며 동공을 수축했다.

    “이 도둑놈! 심장을 내놓거라!”

    노호성이 들리고 눈이 핏빛으로 문든 석참풍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가슴에 뚫린 상처가 봉합된 그는 검은 문신이 새겨진 팔에서 사나운 기운을 방출하고 있었다.

    석참풍은 이전보다 더 커진 몸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번득 한립 앞에 이르러 주먹을 날렸다.

    촤악!

    손바닥에서 대량의 검은 빛이 터져 나와 거목 크기의 검은 주먹 허상을 이루고 한립의 머리를 내리쳤다.

    한립도 주먹을 뻗어 검은 주먹 허상을 공격했다.

    펑!

    검은 주먹 허상이 깨져 얼굴에 이상한 핏기가 오른 석참풍이 뒤로 물러났지만 한립도 그 충격에 세 걸음이나 물러나야 했다.

    주먹 허상은 석참풍이 이전에 보여준 실력을 월등히 벗어나는 수법이었고, 매서운 괴력이 몸에 꽂히는 것처럼 뻗어 나와 진극막으로도 완전히 막을 수가 없었다.

    석참풍 위로 ‘자소’의 두 괴뢰가 나타나 날개 괴뢰는 네 장의 날개에서 하얀 깃털들을 발사하고, 짐승 괴뢰는 소녀의 입을 벌려 열댓 개의 은색 비녀 같은 것을 내뿜었다.

    그러나 석참풍은 조소하며 전신에서 검은빛을 일으켜 새까만 수정막으로 몸을 보호했다.

    수많은 빛이 그를 향해 떨어졌으나 검은 수정막은 끝까지 버텨냈다.

    웃음을 흘린 석참풍은 번개처럼 두 손을 뻗어 팔에서 뻗어 나간 검은빛을 이용해 두 괴뢰를 갈랐다.

    그걸 본 ‘자소’가 놀라 괴뢰들을 물리려 했지만 검은빛의 검들이 먼저 도달했다.

    촤앗!

    단단한 두 괴뢰의 몸이 검은빛의 검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잘려나갔다.

    “이런…….”

    자소의 안색이 급변하고 한립도 눈에 이채를 띠었다.

    이때 액회와 싸우던 사심이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자소, 석참풍 보다 심장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 남의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돼!”

    그 말을 들은 자소는 한립을 돌아본 뒤 멈칫하며 바로 공격을 하지 못했다.

    웅.

    그 모습을 본 사심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수결을 맺었고 미간에 금빛 문양이 떠오른 자소는 갑자기 표정이 냉랭해졌다.

    그녀는 곧바로 금색 구슬 2개를 던져 커다란 괴뢰들을 불러냈다.

    금색 갑옷을 입고 한 손에는 거북 등딱지 무늬가 있는 금색 방패를, 다른 손에는 커다란 금색 검을 든 괴뢰들이었다.

    이전 괴뢰들보다 기운이 강해 사심의 사상괴뢰와도 차이가 크지 않아 보였다.

    “자소 낭자, 저는 심장을 훔쳐 무언가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적이 아니에요! 공격을 멈추세요!”

    한립이 급히 해명을 해보았으나 자소는 못 들은 듯 열 손가락을 튕겨 금갑괴뢰 두 마리가 공격하도록 했다.

    머리를 노리고 베어오는 거검을 본 한립은 그 매서운 기세에 전율하며 옆으로 미끄러지듯 피했다.

    두 괴뢰도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붙으면서 왼쪽과 오른쪽에서 교묘하게 거검을 교차했다.

    동시에 손에 든 방패까지 무기처럼 이용해 퍽퍽 내리쳐서 여러 곳에서 공격이 날아들었다.

    그때 석참풍이 뛰어들며 공중에서 검은빛이 어린 손을 새까만 짐승의 발톱으로 변화시키고 한립이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을 막아섰다.

    표정이 서늘해진 한립은 심장을 품속에 넣어 버리고 빙글 돌며 두 주먹을 힘껏 내질러 하얀 주먹 허상들을 내뿜었다.

    수많은 하얀 주먹 허상들이 새처럼 날아올라 퍼퍼퍼펑, 하는 충돌음이 터져 나왔다!

    두 괴뢰는 주먹 허상에 수십 번 맞고 사시나무 떨듯 떨다가 튕겨 나갔고, 검은 짐승 발톱도 부서졌다.

    팟!

    그러는 사이 한립도 몸을 떨며 한 걸음 물러섰는데, 바로 등 뒤에서 어느새 석참풍이 나타나 손에 든 검은 칼로 뒷목을 노렸다.

    인상을 찡그린 한립이 앞쪽으로 상체를 숙였지만 두 다리는 굳게 바닥에 닿아 있었다.

    검빛이 그의 목이 있던 자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석참풍은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깜짝 놀라며 뒤로 피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한립이 상체를 튕겨 올리며 그의 측면으로 오른 팔꿈치를 날렸다.

    지척에서 날아온 팔꿈치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던 석참풍은 기합을 넣으며 검은 문신에서 뿜어져 나온 빛으로 짐승 발톱 형태를 취해 막았다.

    콰직!

    왼손과 팔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튕겨 나가는 석참풍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석참풍은 몸을 비틀어 두 괴뢰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괴뢰들은 석참풍은 공격하지 않고 쿵, 바닥을 박찬 뒤 한립을 공격했다.

    석참풍을 쫓다 막힌 한립은 어쩔 수 없이 두 주먹을 훅훅 날렸다.

    금갑 괴뢰들이 휘두른 금색 검이 갈라지며 폭음을 터트린 후 두 괴뢰는 어깨를 맞대고 서서 방패를 들어 올렸다.

    쾅! 쾅!

    한립의 주먹에 방패는 깨지지 않았지만 두 괴뢰의 육중한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 찰나, 괴뢰 사이에서 번득 장창이 빠져나왔다.

    금색 붕새 도안이 새겨진 딱 달라붙는 금색 갑옷을 입은 자소가 장창을 들고 그를 공격하고 있었다.

    눈을 번득인 한립이 두 손을 모아 금색 장창의 날을 잡아 세웠다.

    기합을 넣은 자소는 갑옷에서만 5, 60개의 성규를 밝히고 물러서며 장창을 빼앗으려 했지만 장창은 강철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자소 낭자, 저를 모르십니까?”

    한립은 딱 장창만큼의 거리를 두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전음으로 물었다.

    그러나 멍한 눈빛의 자소는 그의 전음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비술을 쓰려는지 면사로 가린 얼굴에서 핏빛이 일었다.

    그걸 본 한립은 탄식하며 손을 놓아 장창과 그 주인인 자소가 빠져나가게 해주었다.

    그때, 자소 뒤에서 석참풍이 번득 타나나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 칼로 한립이 아닌 자소의 머리를 내리쳤다.

    까만빛이 번득인 칼에서 고대 짐승 허상이 떠올랐고, 그 어마어마한 힘에 전방에 공간균열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소가 속수무책으로 검은 칼에 당하기 직전이었다.

    자소의 위기에 한립의 동공이 맹렬히 수축했다.

    퍼퍼퍼퍼펑!

    475개의 현규를 동시에 밝힌 그는 하얀 유성우처럼 자소 옆으로 쇄도해 날아가 까만 칼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 순간, 까만 칼이 살짝 방향을 틀어 그의 목으로 떨어졌다.

    크항!

    동시에 검에 어린 짐승 허상이 입을 쩍 벌리고 그의 머리를 물어뜯으려 했다.

    급히 숨을 들이마신 한립은 주먹으로 까만 칼을 쳐내는 동시에 체내에서 요란한 금빛을 일으켜 금색 원숭이 허상이 검은 짐승 허상을 상대하도록 했다.

    쿠앙! 쿠쾅!

    금빛, 하얀빛, 검은빛이 터져 나와 동굴 전체가 울렸다. 엄청난 폭음에 사심과 액회마저 그쪽을 쳐다보았다.

    삼색 빛이 현란하게 겹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할 수 없는데, 인근 벽으로 석참풍이 튕겨 나와 부딪혔다.

    그는 까만 칼이 갈라지고 몸의 검은 문신은 어둑해져 황망한 눈빛으로 입가에 흐르는 피도 닦을 새 없이 허겁지겁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어딜!”

    쉭!

    한립이 극도로 노한 얼굴을 하고 하얀 환영처럼 튀어나와 주먹을 휘둘렀다.

    눈부신 별빛이 태양처럼 터져 나와 허공이 부들부들 떨렸다.

    기겁한 석참풍은 전신의 별빛과 검은 문신을 밝혀 까만 수정막을 일으키고 회색 방패를 소매 속에서 꺼내 거기서도 36개의 성규를 밝혔다.

    휘익.

    회색 방패는 곧장 열 배로 커져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석참풍이 대비를 마쳤을 때 한립의 주먹이 닿았다.

    파삭!

    회색 방패는 한방에 가루가 되어 쪼개졌다.

    ‘윽!’

    이마에 굵은 식은땀이 어린 석참풍이 두 손을 들어 무언가를 하려는데 머릿속에 송곳이 꽂히는 것 같은 충격이 전해지며 일순 마비가 되었다.

    그가 멈칫하는 사이 하얀 주먹이 가슴에 닿았다.

    까만 수정막은 한립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와해 되었고,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피를 철철 쏟는 석참풍은 지하 공간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쿵.

    커다란 구덩이가 뚫린 바닥을 시작으로 주변 땅과 혈호가 들썩이고 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울컥 피를 쏟은 석참풍은 몸이 몇 갈래로 찢어져 엄청난 피를 쏟고 있었다.

    “내 흑왕혈맥(黑王血脈)은 가장 귀한 진령혈맥인데, 어째서…….”

    석참풍은 거의 죽을 정도의 중상을 입고 문신의 빛이 사라진 피부를 보며 중얼거렸다.

    차가운 눈빛을 한 한립이 달려들어 아예 숨통을 끊어놓으려는데, 어디선가 하얀빛이 날아들어 석참풍의 머리를 꿰뚫고 백골 창으로 변해 바닥에 박혔다.

    석참풍은 놀라 눈을 부릅뜬 채 숨이 끊겼다.

    사심은 입꼬리를 끌어올렸고 액회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쨌든 석참풍은 그의 편이었는데, 그가 죽음으로써 이제 쓸만한 전력은 육화부인 밖에 남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액회가 반짝이는 별빛의 수를 배로 늘려 하얀 화염같이 활활 타오르는 채로 만룡검을 휘둘렀다.

    “성주님, 부상도 있으신데 사상괴뢰를 전부 조종하시는 것은 무리입니다. 호랑이 괴뢰는 제가 맡지요!”

    금색 호랑이 괴뢰에 올라타며 곤옥이 합류해 사심과 같이 액회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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