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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신공-1777화 (1,534/2,000)

1777화. 두 배

*

“금동, 비휴 체내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 보거라.”

한립이 혼갑부를 금동에게 주자 금동이 그것을 받아다 몸에 찰싹 붙였다.

후웅.

혼갑부에서 부드러운 빛이 흘러나와 아이의 몸속으로 스며들고 구름에 그려져 있던 구름 도안이 떠올랐다.

“흰둥아!”

묘한 표정을 짓던 금동이 빙글 돌아 금빛으로 변하더니 비휴를 향해 날아갔다. 기다리고 있던 비휴가 금빛을 꿀꺽 삼켰다.

반 시진이 지나도 금동은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비휴가 일어났다 엎드렸다 하며 불안해했다. 그러나 눈에 웃음기가 어린 한립은 차분히 기다렸다.

다시 반 시진 정도가 더 지났을 때 돌연 비휴가 입을 벌리고 금빛을 토해냈다. 이마에 하얀 무늬가 사라진 금동이 손과 발은 어두워지고 얼굴은 창백해진 채로 나타났다.

한립은 금동의 상태가 나쁜 것을 보고는 바로 비취색 옥자를 하나 불러내 던져주었다. 옥으로 만든 자를 사탕처럼 우두둑 씹어 먹은 금동은 그제야 안색이 나아졌다.

“어떠하냐?”

“아저씨, 그 부적 쓸 만한데요? 흰둥이 몸 안에서는 항상 어질어질했는데, 부적이 있으니까 훨씬 나았어요.”

한립의 질문에 금동이 웃음 지었다.

“부적이 충분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더냐?”

“음……. 부적이 충분해도 여기서 반 시진 정도밖에는 더 못 버틸 것 같아요.”

금동의 대답을 듣고 한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갑부 두 장을 쓰면 총 한 시진 반을 버틸 수 있단 소리였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짧지도 않았다.

그는 고민 끝에 영보 몇 개를 꺼내 금동에게 먹이고 윤회전 거래 화면을 불러내 여러 사람에게 백여 장의 혼갑부를 사들였다.

생사가 달린 일에 선원석을 아낄 수는 없었다.

그가 수결을 맺어 붉은 화면을 없애려 할 때 구석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누군가 그의 질문에 답을 한 것이다.

법결을 던져 넣자 곧 어슴푸레한 암홍색 인영이 화면을 빠져나왔다.

전체적인 모습은 흐릿해도 가면만은 또렷하게 보여 ‘황십구(凰十九)’라는 세 글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사, 태을급 선기를 부릴 수 있는 비술을 아시면 말씀해주시지요.”

한립은 인사말도 건네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대답하기 전에 어떤 류의 선기를 부리려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황십구는 허허 웃고는 이렇게 물었다. 사내의 목소리 같았는데 날카롭고 매서운 느낌이었다.

“비행 선기입니다.”

“그렇군요. 그런 류는 부리는데 선령력이 많이 들지는 않지요. 이제 비행 선기에 어떤 금제가 걸려 있는지도 알려주시지요.”

황십구의 질문에 한립이 눈살을 찌푸리고 입을 열지 않았다.

“……선기의 비밀을 캐내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상태를 알아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십구가 덧붙였으나 한립은 입을 떼지 않았다. 비취색 비차는 공수구의 물건이었고 천정 세력은 선계 전체에 퍼져 있어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십구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한립은 비취색 비차의 금제 중 그가 익숙지 않은 부분에 대해 대충 일러주었다.

“허허, 정말 좋은 비행 선기를 두셨습니다. 금제의 설계도 아주 고명하고요. 다행히 제게 비슷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습니다. 보물의 위력을 8할까지 끌어낼 방법이 세 가지 있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설명해 주시지요.

“그게 함부로 전할 수 없는 비법이라……. 수사가 내건 보수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 점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대로 된 방법만 알려주신다면 보수는 얼마든지 더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한립은 웃으며 말을 끝맺지 않았다.

“절 얕보지 마시지요. 백조산(百造山)에서 유래한 비술이 통하지 않을 리 있겠습니까!”

한립의 말에 황십구의 어투가 냉랭해졌다.

‘백조산…….’

그 이야기를 듣던 한립은 내심 귀를 쫑긋 세웠다.

백조산은 영계에 있을 적 명충모가 말한 적 있는 선계의 세력이었고, 그가 익힌 백맥련보결이 바로 그곳의 비술이었다.

“큼, 세 가지 방법을 알려드릴 테니 그에 합당한 보수를 주시고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알아서 결정하시면 됩니다.”

황십구는 자신이 감정적으로 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파파팟.

그의 손에서 붉은빛이 날아올라 작은 글자들이 가득 적힌 세 가지 화면으로 변했다.

한립은 집중해서 첫 번째 화면부터 살폈다.

특수한 비술 구결을 이용해 선기의 잠재력을 폭발시켜 금선 수사의 부족한 선령력을 채우는 방법이었다.

비행법기의 위력을 9할 이상 낼 수 있으나 밑에 적힌 가격이 선원석 5천 개였다. 미간을 좁힌 한립은 바로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첫 번째 방법은 별다른 준비 없이 비술만을 이용해 바로 펼칠 수 있는 대신 비취색 비차에 손상이 가해져 오래지 않아 보물 자체가 망가질 수 있었다.

임시방편으로 쓰기에는 좋아도 만황을 가로지르기에는 마땅치 않은 방법이었다.

두 번째 방법을 본 한립의 눈을 반짝였다.

여러 금선들의 선령력을 잠시 하나로 융합시키는 융원술(融元術)을 사용해 잠시 수행을 태을경에 맞먹게 만들면 되었고 다른 방법들과 달리 보물의 위력을 전부 발휘할 수 있었다.

가격은 1만 선원석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확인한 한립은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 방법을 쓰려면 금선 후기 수사 셋 혹은 금선 중기 수사 8명이 필요했다.

자신과 해도인 그리고 비휴와 금동까지 합쳐도 금선이 넷뿐이라 6할의 위력밖에는 내지 못했다.

세 번째 비술도 두 번째 방법과 유사하게 선령력을 모아 태을경 경지에 이르는 것이었는데 수사들의 선령력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선원석을 이용하는 것에서 차이가 있었다.

태을급의 선령력을 모으는데 필요한 선원석은 그 수량이 엄청나서 금선 수사가 감당할 양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황십구는 세 번째 비술의 가격을 비교적 저렴한 1천 선원석으로 걸고 있었다.

“고려는 해보셨습니까?”

“예, 세 번째 방법으로 하겠습니다.”

“네?”

황십구는 한립의 대답에 놀란 기색이었다.

세 번째 방법이 가격은 저렴해도 결국 술법을 사용하려면 훨씬 더 많은 선원석이 들어갔다.

“확실히 정하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세 번째로 하겠습니다.”

한립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십구가 고개를 젓고 한립과 거래를 시작했다.

잠시 후 한립은 붉은 화면 중앙의 전송진을 통해 하얀 옥간을 받아 급히 의식을 불어넣었다.

반 시진이 지난 후 그의 얼굴에는 감탄스럽다는 표정이 어려 있었다.

옥간 속의 진법 비술은 황십구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비취색 비차에 딱 맞게 조정까지 한 것이었다.

황십구의 선기 금제에 대한 조예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한립은 황십구라는 이름을 기억해 놓았다.

한립은 재료를 모으고 준비를 하느라 거의 3일을 바삐 움직였다. 오늘 비차 중앙에는 육각형의 특이한 진법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 구조가 복잡하지는 않았는데 다양한 문자와 무늬가 섞여서 눈을 어지럽혔다.

그 진법의 사이사이에는 작은 구멍들이 수십 개 뚫려 있었고 한립은 그곳에다 선원석을 하나씩 끼워 넣었다.

팟!

일을 마친 그는 법결을 던져 넣었다.

후우웅!

진법이 맹렬히 빛나면서 웅웅 진동했고, 진법의 선원석들이 피를 흘리는 것처럼 영기를 빼앗겼다.

곧 중앙의 진법을 주축으로 하얀빛이 응축되면서 금선급을 넘어선 태을급의 영력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한립은 안심했다.

공을 들인 만큼 위력은 확실했다. 문제는 선령력 소모가 빨라서 수십 개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게 확실했다.

한립이 해 도인을 거두고 그 힘으로 비차를 조종하자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 엎드려 있던 금동과 비휴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혹시나 강한 바람에 날아가기라도 할까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동, 이제부터는 최대한 흰둥이 뱃속에 숨어 있거라. 혼갑부는 진짜 위험해졌을 때 사용하고.”

“네!”

생사가 걸린 순간이라 금동도 말을 잘 들었다.

금동이 금빛으로 변해 비휴 입안으로 사라지자 한립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비차를 조종하면서 침음했다.

상대에게 위치가 발각될 가능성을 줄이고 달아나는 속도도 높였으나 태을경 후기의 강자에게서 진정으로 안전해지려면 그가 태을옥선이 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가 미간을 좁히고 비취색 호리병을 꺼내 들었다. 거령에게서 빼앗은 현천의 보물이었다.

명한선부를 떠난 뒤로 여러 가지 일 때문에 그것을 까맣게 잊고 지내고 있었다. 한립은 소매를 털어 푸른 빛에 휩싸인 진법 깃발들을 비휴 인근으로 뿌렸다.

쉬쉬쉬쉭!

갑자기 푸른 보호막이 둘러싸자 놀란 비휴가 무슨 말을 하는데 그 소리마저 차단되어 들리지 않았다.

그런 다음 한립은 비취색 호리병을 허공에 띄워 부드러운 녹색빛을 발산하게 했다.

자욱한 녹색빛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고 그 안에 작은 검과 소형 3층 누각이 떠올랐다. 당시 호리병의 위력을 시험하느라 넣어둔 청죽봉운검과 누각 선기였다.

소용돌이 속의 청죽봉운검은 물처럼 부드럽게 출렁이는 푸른 빛을 머금고 영력이 한층 정순해져 있었고 소형 누각 선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두 보물이 무사하다는 것은 선기들을 호리병 안에 두어도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한립은 청죽봉운검 세 자루를 더 불러내 호리병을 가리켰다. 체내의 청죽봉운검들을 차례로 호리병 안에 넣어 정련할 계획이었다.

사실 그가 호리병박을 꺼낸 것은 단지 이것 때문은 아니었다.

현천의 보물은 수많은 보물을 지닌 그에게도 아주 진귀한 것이었고, 장천병 다음 가는 보물이 틀림없었다.

공격형 현천의 보물이 아니더라도 완전히 제련하면 태을경 서금충을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눈빛이 호리병 입구의 흠집으로 옮겨갔다. 그는 눈을 빛내고 장천병을 꺼내 안에서 굴러다니는 녹색 액체를 그곳에 부어보았다.

파아앗!

다음 순간 호리병의 색깔은 한층 깊어지고 주술문자들이 계속해서 떠오르며 요동쳤다. 강력한 법칙의 힘이 사방에서 몰아쳐 각양각색의 빛 알갱이로 변하고 있었다.

얼마 뒤 주술문자가 가라앉고 주위가 고요해졌을 때 호리병박에는 어떤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한립은 미간을 좁혔다가 금방 폈다.

녹색 액체를 현천참령검에 부어주었을 때도 아주 서서히 효과를 보았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 *

한 달 후.

벽옥비차가 밤하늘을 유성처럼 가르고 지나갔다.

암성협곡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모를 거대 산맥 위였다. 하지만 한립은 산맥을 내려다보면서 마음이 불편한지 얼굴이 밝지 않았다.

금동을 통해 감지한 바로 태을경 서금선은 최근 빠르게 몸을 회복해 조만간 격원법련에서 풀려날 것 같았다.

장천병과 호리병박을 들고 있던 한립이 눈썹을 끌어올리고 흐릿하게 비휴 앞에 나타났다.

“주인님, 누님이…….”

“온 것이냐?”

“예, 누님 말로는 비차보다 빠른 속도로 추적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상했다는 한립의 물음에 비휴가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빠르다는 것이지?”

“두 배쯤이라고 합니다.”

겁에 질린 비휴를 보고 한립은 이전에 사둔 혼갑부를 꺼내 비휴의 입속으로 던져 넣었다.

“금동, 안에서 최대한 버텨야 한다.”

한립은 당부를 마치고 열 손가락을 마구 튕겨 비차 안 육각진법에 법결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방향을 틀어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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